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46)
첩자의 마교생활-146화(146/350)
146.
#불사독마공 (1)
장이서는 장고 끝에 나직이 입을 열었다.
“구규지체라서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설마 구멍이 뚫렸으니 새 나가리라 생각한 것이냐?”
“예.”
그리고 그 생각이 절반은 맞았다.
들어온 뇌기는 단전으로 들어왔다가 삽시간에 전신으로 새어 나갔고, 이내 구석구석 빠지지 않고 채워졌다.
문제는 다 채워내고도 아직 흡수해야 할 독마의 뇌기가 한참 남았었다는 것.
하여 장이서는 당황하며 이를 어떻게든 몸 밖으로 배출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내 안의 무언가가 뇌기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장이서의 시선이 제 가슴팍으로 향했다.
그렇다.
정확히 몸 안을 가득 채운 뇌기는 심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는 쌓이는 속도보다도 빨랐으며, 굶주린 포식자처럼 한순간에 해치워 나갔다.
그도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다. 단전도 아니고 심장으로 수백 년에 달하는 공력이 스며들다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엔 기연을 만나 목숨을 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위기의 시작이었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독마의 공력을 삼킨 것도 모자라 본원진기를 비롯한 몸 안의 모든 기운을 빨아들이려 했던 것.
장이서는 그야말로 죽음의 위기에 놓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운명처럼 그가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똑똑히 느끼거라. 네게 이를 전수해주는 건 단 한 번뿐일 테니.’
만마의 신.
천마신교의 지존.
그때 깨달았다.
독마의 공력을 집어삼킨 범인은 바로.
‘이것이 천마귀(天魔鬼)다.’
천마 진우광이 제 심장에 심어 놓은 마귀라는 것을.
그렇게 깨달음과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크아아악!’
퍽! 독마가 비명과 함께 기파를 쏘아내 장이서를 구석으로 날려버렸다.
엄청난 충격에 기혈이 막히고, 피를 토했다.
하나 그 덕분에 날뛰던 심장도 잠잠해졌다.
장이서가 독마의 목숨을 구하고, 반대로 독마도 장이서의 목숨을 구해준 셈.
천생연분이다.
“구규지체라 해도 쉽지 않았을 텐데? 어서 말해 보거라. 대체 어찌 살아남은 것이냐.”
독마의 거듭된 의문에 상념을 깨곤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인연이 좋았나 봅니다.”
“인연?”
“예.”
마의와 독마가 실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나 장이서도 딱히 더 할 말은 없었다.
천마귀가 먹었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기 때문.
그저 지금 느껴지는 것이라곤 심장이 터지기 직전의 화산처럼 매우 불길한 기운을 가득 풍기고 있다는 것뿐이다.
“뭐, 어쨌든 살아서 다행이구나. 무사하니 되었다. 우선은 푹 쉬거라. 몸을 추스르면 네게 불사독마공을 전수할 것이니.”
장이서와 마의의 눈이 부릅떠졌다.
독마의 성명절기인 불사독마공!
드디어 이를 익힐 때가 온 것이다.
“감사합니다, 사숙.”
장이서는 포권을 취했고, 마의는 진중히 곁눈질로 흘겼다.
독마가 천혜의 원석이라 평했던 장이서.
그가 어떤 위용을 보여줄지 내심 기대감과 궁금증이 가득 서렸다.
그리고 이를 확인하게 된 건 불과 며칠이 채 되지 않아서였다.
*
장이서는 독마와 함께 마의가 머물던 곳에서 지내게 되었다.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시작한 만큼 사이도 빠르게 가까워졌다.
“식사하거라.”
“예, 사숙.”
대화도 많이 나누었다. 대부분 칠소궁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였다. 하나 원래가 무정하고 무뚝뚝한 탓인지, 남의 일엔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진 않았다.
그에 대해 알게 된 사실도 몇 가지 있었다.
“언제든 지겨우면 말하거라. 이깟 본교 따위 버리고 나와 천하를 주유하자꾸나. 크큭.”
“스, 스승님!”
이미 수십 년을 갇혀 산 탓인지. 아니면 전대의 살수와 의형제인 탓인지는 모르지만, 마교에 충성심이 그리 깊지 않다는 것.
그리고.
“한데 칠공자를 소교주로 만들고 싶은 거라면…… 차라리 다른 후계를 모두 없애버리는 게 어떻겠느냐.”
“스승님, 제발…….”
그의 성정이 실로 거칠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뭐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긴 했다.
유아독존, 독불장군.
전대에 모두를 내리깔고 우습게 보던 괴짜였으니.
어쨌든 서로 친분을 다지려고 함께 지낸 것만은 아니었다.
진짜는 따로 있었다.
“준비하거라.”
“예.”
식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독마가 나지막이 말했다.
불사독마공을 위한 수련의 시간이었다.
방식은 간단했다.
독마의 명으로 마의가 준비한 생식을 먹는 것.
식탁 위 상자엔 뿌리부터 시작해 알 수 없는 것들이 즐비했다. 심지어 큼직한 벌레들도 보였다.
웬만한 이라면 손도 넣기 싫은 일.
“크흠,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먹거라. 뭐든 급하면…….”
“예.”
마의의 우려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장이서는 뿌리 하나를 덥석 잡았다. 그러곤 망설임 없이 아작아작 씹으며 말했다.
“좀 쓰군요.”
담담한 평에 마의가 식겁하며 물었다.
“그게 고작 쓰다고?”
웃음으로 답하곤 곧바로 꽃봉오리도 주웠다. 이에 마의는 경악하며 눈을 부릅떴다. 뿌리를 삼키지도 않았는데 연달아 바로 먹을 줄은 몰랐던 것.
“이번 게 좀 더 쓰네요.”
꽃잎을 쪽쪽 빨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마의가 추임새를 넣는다.
“허…… 이런 미친놈.”
당연한 반응이었다. 사실 그냥 쓴 정도가 아니라 혀가 얼얼하고, 목구멍을 칼로 후비는 것 같은 수준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사실 여기 놓인 건 모두 치사에 이르게 하는 극독들이었다.
‘먼저 몸이 독을 깨우쳐야 한다.’
불사독마공을 익히기 위한 조건은 구결을 외우는 것도, 심법을 운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뇌군삼으로 뇌기를 받아들일 육신을 만들었듯이.
몸이 먼저 독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
하여 독을 위험 요소로 인지하지 않고, 자연스레 품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독공의 시작이었다.
“다 먹었습니다.”
그리고 장이서의 재능은 마의의 상상을 초월하고도 남을 수준이었다.
“벌써 다 먹었다고? 어찌 그 많은 독을 한 번에…….”
절로 혀를 내둘렀다. 당연했다. 본래 독공을 익히기 가장 어려운 이유가 독을 섭취한 상태로 죽기 직전까지 그 기운을 느끼고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해서 처음에 면역이 없을 땐 아주 소량부터 시작하는 게 정석이었다.
하나 장이서는 십여 가지의 독을 통째로 쓸어 담았다. 그래 놓고 태연하게 묻는다.
“근데 이 정도 먹으면 보통 치사까지는 얼마나 걸리는 겁니까.”
“이미 아까 죽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픽. 장이서가 입꼬리를 올린다. 이마엔 송골송골 구슬땀이 맺히고, 얼굴은 허옇게 떴다.
복통부터 시작해 통증이 밀려들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본래라면 각혈하며 죽었어야 할 일.
그도 이리 급하게 먹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마가와의 대결이 코앞. 그전에 어떻게든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앞서 독마가 말했다시피 장이서는 이쪽에 특출난 자질들을 지니고 있었다.
우우웅!
우선 뭐든 들어오면 씨를 말리겠다는 듯 미쳐 날뛰는 천마기.
“후…….”
짙은 한숨과 함께 독기가 모두 사라진다.
“무얼 느꼈느냐.”
그리고 두 번째가 미치도록 뛰어난 오감.
“처음 먹은 뿌리는 식도를 타고 내려가 거품처럼 녹아내렸고, 이내 창자가 돌에 긁히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이후엔 정신이 어지러웠으나 오히려 후각은 더 예민해졌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먹은 꽃봉오리는…….”
“……!”
마의는 줄줄 읊어지는 장이서의 대답에 어질어질했다.
그의 자질에 대해 앞서 독마에게 듣긴 했지만, 눈으로 볼 때의 느낌은 또 달랐다.
제자리에서 열다섯 가지의 극독을 삼켰고, 그걸 고작 일다경도 안 되는 시간 안에 해독했으며, 동시에 모든 증상을 기억해내다니.
‘정녕 독공을 위해 태어난 놈이로다.’
마의는 저 열다섯 가지의 극독을 깨우치는 데 여섯 달이 걸렸고, 광의는 한 달이 걸렸다. 한데 장이서는 고작 열을 세는 동안 끝내버렸다.
한낮의 태양처럼 시기를 넘어 그저 인정하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미친 자질이다.
그렇게 장이서는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불사독마공을 받아들일 육신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다시 십여 일이 흐른 어느 날…….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났다.
* * *
콸콸콸콸-
절벽 중턱에 놓인 널따란 목제 난간 아래로 거센 급류 소리가 시원하게 귓가에 꽂힌다.
전방엔 고개 절반은 올려야 끝이 보이는 드높은 암봉(巖峰)이 급류 중앙에 우뚝 박혀 있다.
이곳은 독산각에서 매우 특별한 곳이었다.
역대 각주들의 장례가 치러져 모두 저 봉우리 위에서 화장해 급류 아래로 흘려보냈다.
그리고 새로운 각주의 즉위도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바로 윤회정(輪廻亭)이다.
대가 끊이지 않고 누군가에게 옮겨져 영생한다는 것.
오늘 의생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도 비슷했다.
비록 새로운 각주의 취임식은 아니었으나, 그보다 더 숭고한 날이었다.
봉우리 위에 올라 가부좌를 튼 채 마주 앉은 두 사람.
바로 전대의 독마가 수십 년 만에 자신의 성명절기인 불사독마공을 후인에게 전수하는 순간이었다.
바로 칠공자 보좌 장이서에게 말이다.
“설마 이런 식으로 전수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봉우리에 앉은 장이서가 아래쪽 난간에 모여 앉은 의생들을 곁눈질하며 말했다.
“크큭, 무엇이 말이냐.”
그러자 맞은편에서 독마가 웃으며 호응한다. 십여 일간 잘 먹은 탓인지 이전보다 조금 더 살집이 붙어 훨씬 보기 좋다.
근데 무엇이냐니. 그걸 말이라고 하나.
“독산각이 유별난 거야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적나라하게 다 보는 앞에서 할 줄은 몰랐습니다. 보통 이런 건 동굴 같은 곳에 몰래 숨어서 하는 게 정석 아닙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독문무공을 전수하는 건데, 사람 다 보는 앞에서 하다니.
이건 뭐 독마의 진전을 잇는다고 동네방네 다 떠들게 생겼다.
“크큭, 본다 한들 익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입이 있다 한들 함부로 떠들 수 있는 자도 없다.”
“그렇게 의생들에 대한 믿음이 깊으신 줄은 또 몰랐습니다.”
“저놈들이 아니라 나를 믿는 것이다. 뼛속까지 녹아내리고 싶은 게 아니고서야 감히 입을 놀릴 놈은 없겠지.”
“어련하시겠습니까.”
두 사람이 피식 웃는다. 그새 사이가 많이 가까워진 듯했다. 장이서는 본래의 퉁명함이 엿보이고, 독마는 짓궂은 장난기가 가득하다.
“준비는 되었느냐?”
안 됐다며 엎기엔 마의가 너무 열성이다.
장이서가 힐긋 옆으로 고갯짓하자 마의는 의생들 앞에서 의식을 치르듯 두 손 들고 기도문을 외치고 있었다.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병자의 생사가 오가는 이곳만큼 신앙심이 깊은 곳도 없었다. 일어나면 기도하고, 밥 먹다가 기도하고, 자기 전에 기도하고.
의도는 좋다. 그 대상이 문제지.
“지존 천마이시여-! 간곡히 비나이다!! 이대 천마이시여, 우리를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삼대 천마…….”
차라리 저주를 읊어라. 장이서가 귀를 닫곤 독마를 직시했다.
그리고 말했다.
“시작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