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48)
첩자의 마교생활-148화(148/350)
148.
#불사독마공 (3)
장이서의 머리 위 독운성화가 청색에서 자줏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아직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거늘……?!’
독마는 당황함이 밀려들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장이서가 제멋대로 독기를 변환해버리다니.
“음?”
또다시 이상함을 눈치챈 의생들도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잠시 후, 모두가 상황을 짐작게 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대체 이게 지금……!”
“헉!”
독마가 입 밖으로 의문을 토하는 사이, 또다시 장이서의 독운이 변화한 것. 게다가 그 속도도 지금까지와는 비교 못 하게 빠르다.
“장로님, 방금 독마께서 전음을 펼치지도 않으셨는데…….”
“어, 어찌…….”
의생들 사이에 웅성거리는 소음이 빗발치고, 이번엔 마의도 이를 재우지 못했다.
자신도 너무 놀라 입이 떡 벌어졌는데, 누가 누굴 진정시킨단 말인가.
“어, 어어!”
그리고 모두가 놀라거나 말거나.
장이서의 독운은 거침없이 변해갔다.
본래는 열 셀 정도의 시간이 있었거늘, 이젠 다섯. 아니 셋도 부족했다.
가속이 붙듯 점점 빨라지고, 어느 순간 눈 깜짝할 시간도 안 되는 사이 형형색색으로 변해갔다.
“이게 도대체…….”
결국 독마가 황당함에 털썩 주저앉았다.
장이서가 순서를 미리 알 수도 없거니와 설령 알았다고 한들, 이렇게 빨리 기운을 뒤바꿀 순 없다.
이게 가능하려면 오감은 하늘에 닿아야 하고, 육신의 반응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해야 했다.
그러니까 이건 실패였다.
의심할 것도 없는 완전한 실패.
한데…….
‘어째서 네놈이 해낼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냐…….’
그렇게 모두가 넋을 놓은 채 그의 모습을 살폈다.
더 할 말도, 놀랄 기운도 없었다. 그저 떨리는 마음으로 그 끝을 기다렸다.
이내 독 봉오리가 쉼 없이 변모하던 그 순간.
쩌어엉!
마침내 유리가 깨지는 소음과 함께 장이서가 가부좌를 튼 채로 허공에 붕 떠올랐다.
그리고…….
모두가 경악을 내질렀다.
*
장이서는 무아지경에 빠졌다.
생각할 시간도, 고민할 여지도 없었다.
협죽도(夾竹桃), 금선사(金線蛇), 마장근(馬腸根).
불사독을 되짚음과 동시에, 극음환의 기운을 변화시켰다.
어느 시점부터는 그 속도가 너무 빨라져 인지할 틈도 없었다. 그저 머리가 아닌 순전히 감각이 느끼는 대로 변화해 갔다.
하나…….
‘이대로면 늦는다!’
안타깝게도 너무 오랜 시간을 정체해 있었다.
터져나가듯 속도를 높인 건 극음환만이 아니었다. 천마의 기운도 마찬가지였다.
콰과과과과!
천마기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포효를 내지르며 뒤를 밟았다.
이대로면 대주천이 끝나기 직전에 따라잡힌다.
하지만…….
장이서는 실패할 마음은 일절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반드시.
극한의 상황일수록 더더욱 포기하지 않는 자가 바로 장이서니까.
가능성이 일 할이라도. 아니, 단 일 푼이라도 있다면 자신을 믿는 거다.
그럼 길이 열릴 테니까.
그러니까.
「뇌전법(雷轉法)」
가보는 거다. 끝까지.
쩌어엉-!
마침내 대주천이 끝이 났다.
*
우우웅!
폭풍처럼 들끓던 내면은 잔바람 하나 없이 고요했다.
먹잇감을 쫓아 미쳐 날뛰던 어둑한 천마의 기운은 호수처럼 잠잠했고, 그 위에는 청록색의 또 다른 기운이 넘실거렸다.
단전에 두 개의 기운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서로를 인정하듯 섞이지 않았고, 균형을 유지했다.
마치 짜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천마기는 첫 번째 구멍으로 뻗어 나갔고, 청록의 기운은 두 번째 천공을 통해 팔맥을 주유했다.
불사독마공(不死毒魔功)이다.
끝내 장이서가 해낸 것이다!
극음환의 내기는 일백 번의 변화를 거쳐 불사독이 되었고, 이에 광의가 남겨둔 것까지 더해져 완전한 하나의 공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연히 더는 독으로 인해 위태로울 일도 없었다.
이미 만독불침을 이루었고, 오히려 그가 쏘아내는 백뢰에 불사독이 담기게 될 것이다.
경지 또한 두 개의 구멍이 막히고, 극음환이 불사독으로 전환되며 절정 초입에서 한 단계 더 상승을 이루었다.
여기에 심장에는 독마의 공력을 집어삼킨 천마귀가 웅크리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독산각에서 괄목할 성장을 이룬 것이다.
“후…….”
짙은 한숨과 함께 장이서의 두 눈이 스륵 떠졌다.
그러자.
“와아아아아아-!”
의생들의 열기에 찬 함성과 함께 그의 머리 위에서 선회하던 독운이 꽃이 피듯 터져나가며 흩날렸다.
“독운성화가 만개했다-!”
장이서가 천마도 불가하다고 했던 한계를 부순 순간이자.
불사독마공의 새로운 주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독산각에 잔치가 열렸다.
흔히 생각하는 그런 왁자지껄하고 소란스러운 잔치는 아니었다.
환자 탓에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고, 술도 많이 마실 수 없으니.
그저 모두 모여 한 잔만 따른 채, 돌아가며 새로운 각주에게 충과 예를 갖추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새로운 각주란 당연히 모두의 앞에서 불사독마공을 터득한 장이서였다.
“각주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럽시다. 근데 각주 아니고 보좌.”
“예, 각주님.”
장이서가 세모눈을 뜨곤 제 앞에 선 의생과 함께 술잔을 비웠다. 사실 그도 바랐던 일은 아니었다.
하나 불사독마공을 익힌 날 독마와 마의가 들러붙어 귀가 아프도록 쏘아붙였다.
‘네가 불사독마공을 익히는 걸 모두가 보았으니 넌 각주의 자리에 앉아야 한다. 그것이 순리다. 그게 아니라면 배신한 공손절과 다를 바가 없지 않으냐.’
‘맞습니다, 스승님. 잘 들어라. 독산각의 의생들은 공손절을 생각하면 모두가 치를 떤다. 제 사부와 사형제들을 없애고 간 불구대천의 원수이니. 너도 같은 놈이 되고 싶은 것이냐?’
이럴 땐 어찌나 죽이 잘 맞는지.
장이서는 이미 차고 넘치도록 많은 걸 얻었고, 쓸데없이 불필요한 자리라 생각해 이를 거절했지만…….
‘좋다. 그럼 네가 일을 마칠 때까진 본산에 처리를 유보해 주마. 각주로서의 서약은 하되 비밀로 해주겠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더는 안 돼!’
결국 마의의 파격적인 조건에 백기를 내들었다.
그렇게 장이서는 예비이긴 하나 독산각의 각주가 되었다.
독마와 똑같은 장삼까지 갖춰 입은 채.
“반드시 공손절 그놈을 없애주십시오!”
“그리하리다.”
“각주님께 충성을!”
“보좌라고!”
이 고집불통 의생들이 괜히 쓸데없이 입을 놀려 임무 방해나 하진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마의의 말에 그마저도 내려놓았다.
‘의생들은 걱정 말거라. 광의가 그렇게 사라진 이후 배신을 막고자 자진하여 모두가 불사독을 소량 섭취하였다. 해독제가 없으면 죽음과도 같으니 함부로 발설하는 자는 맹세컨대 없을 것이다.’
광의가 흉노족에게 행했던 일을 행하고 있었던 것. 지금이라면 장이서가 손쉽게 없애줄 수도 있었으나 의생들이 먼저 이를 거절하였다.
그러니 이들의 충성을 어찌 불신할 수 있으랴.
그렇게 행사가 끝이 나고, 장이서는 마의와 독마. 그리고 부각주인 엽굉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처소 밖에는 거하게 술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의생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와 돌아가며 잔치를 즐겼다.
“끌끌! 이제야 제가 마음이 놓입니다, 스승님. 제 후임으로 우리 이서만 한 놈이 없지요. 그건 형인 제가 장담합니다.”
마의는 벌써 많이 취했다. 본교의 족보가 꼬였다며 투덜댈 땐 언제고, 이젠 자랑스레 형이라고 말한다.
“불사독마공을 익히시던 모습이 대견해서 저러시는 걸 겁니다.”
옆에 있던 엽굉이 섬찟한 얼굴로 설명해줬다. 그는 마의를 오랫동안 보필해온 자. 눈빛만 봐도 다 안다.
“전 이놈이 불사독마공을 익힐 때 완전히 실패한 줄 알았습니다. 어느 누가 그 찰나에 촤르르륵 변화시킬 수 있단 말입니까. 그것도 무려 수십 가지를. 심지어 가르쳐 주지도 않은 것을! 이놈은 천재입니다. 독산각의 역사를 통틀어 다시는 없을 천재!”
과한 칭찬에 장이서가 머쓱하게 술잔을 들었다.
하나 마의는 진심이었다.
독운성화가 만개했을 때 그는 눈물까지 흘렸다.
실전될 줄 알았던 독마의 성명절기가 이토록 화려하고 웅장히 부활하게 된 것에 감명했던 것.
그리고 그건 마의뿐만 아니라 모든 의생들이 그러했다.
처음 부각주 엽굉에게 바람을 넣던 이들도 이젠 장이서를 지지하고 있으니.
“모든 게 각주님의 능력입니다.”
근데 무슨 그런 말을 그렇게 노려보면서 하나. 오해하게. 장이서가 헛웃음을 짓고는 술잔을 털어 넣으며 물었다.
“웃음이 원래 없는 거요?”
“말 편히 하시지요.”
“그럼 좀 웃어.”
“흐흐흐…… 으흐흐흐흐!”
아무래도 독산각에 적응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고개를 휘휘 젓고 술잔을 내려놓자 독마가 눈짓을 주곤 스륵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시 걷자는 얘기.
이에 뒤를 엽굉에게 맡기고, 따라나섰다.
솨아아아-
드높게 펼쳐진 암벽엔 물줄기가 시원하게 떨어졌다. 술기운이 상쾌하게 날아가는 기분.
그렇게 기분 좋게 걸은 지 일각쯤 되었을까.
두 사람은 귀성곡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어귀에 도달했다.
그제야 독마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본래 정치랑은 거리가 먼 놈들이다. 빼어난 머리에 비해 생각은 실로 단순하지. 의생이란 게 딴생각할 틈도 없이 바쁜 일이니. 아마 자격을 보여줬으니 이젠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믿고 따를 게다.”
그러니 너도 독산각을 내 사람이라 생각하고 잘해주라는 얘기.
하나 이에 대해선 쉽게 답을 못하겠다. 앞으로 해나가려는 일들의 근간이 결코 독산각을 우선에 둘 수는 없기 때문.
한데.
“먼저 생각해달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네 안에 작게라도 넣어두라는 것이지. 분명 언제고 네게 도움이 될 게다.”
독마의 속을 꿰뚫는 말에 장이서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삶을 나아지게 할 순 없어도, 죽음을 외면하진 않겠습니다.”
은혜는 못 갚아도 원수는 갚겠다는 말.
마교에서는 최고의 덕목이다. 독마로서는 실로 만족스러운 대답.
“그거면 되었다.”
그가 웃음을 짓자 장이서는 옅게 쓴웃음을 지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거짓말을 했다는 것.
독산각을 해한 대상이 만일 무림맹이나 정파의 협객이라면. 그럼 자신은 복수에 나설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외면하지 않겠다는 제 말은 거짓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거짓말에 일말의 죄책감이 서린다는 점이었다.
‘마교에 정을 두다니. 나도 글러 먹었군.’
첩자에게 관계란 어디까지나 이용만 하는 사이여야 했다. 정을 준다는 것? 그건 자살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하나 무림맹과 단절된 채 마교에서의 생활만 14년째다. 이들에게 마음이 아예 가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거짓이리라.
“이제 어찌할 것이냐.”
독마의 물음에 장이서가 눈썹을 긁적였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가까워진 탓도 있고, 또 옆에서 더 배울 게 많이 남았단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마가와 결전을 벌이기로 한 날이 이제 코앞으로 닥쳤다.’
더 머뭇거릴 수는 없다.
이제 곧 가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