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51)
첩자의 마교생활-151화(151/350)
151.
#칠소궁, 출정! (3)
연무장 북쪽과 남쪽에 특별히 마련된 자리.
남쪽엔 가주인 마일성이 앉았고, 반대편 북쪽엔 그에게 초대받은 귀빈들이 조금씩 떨어트려 놓은 태사의에 앉았다.
먼저 신분으로 치자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는 세 사람.
대공자 천무기와 이공자 무한성. 그리고 삼공녀 사해령이 중앙 상석에 자리했다. 그들의 뒤에는 보좌들이 늠름하게 우뚝 섰다.
좌우로는 칠장로 이두쌍마 양요와 양유. 그리고 대장군의 면모가 보이는 오장로 광교도 착석했다. 오룡당에서도 영리한 호랑이, 호룡당주 지대호와 푸근하고 넙데데한 금룡당주가 자리를 빛냈다.
그야말로 수뇌 중의 수뇌들.
그리고 이들의 관심사도 바깥 군중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일을 벌인 거지?’
대부분 공통된 생각이었다. 누가 봐도 무혈공이 이길 게 뻔한 싸움. 한데 겁도 없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붙겠다니.
꼴사납게 패하면 세상 이런 망신이 어디 있겠는가.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득 될 게 하나 없는 수였다.
물론 그래서 더 궁금한 것도 있었다.
“지켜보면 알겠지.”
“저기 오는군.”
두 머리를 가진 칠장로 양요와 양유가 팔짱을 낀 채 날카로운 눈매로 앞을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대결의 첫 번째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솨아아아아-
첨예한 살기를 내뿜으며 마실 나오듯 홀연히 연무장에 나타난 사내.
무혈공 마이신이다.
그의 등장에 지루함을 드러내던 귀빈석의 자세가 바로 잡혔다.
비록 약에 취해 자객들과 어울리던 그였지만, 한때는 최고의 후기지수로 불리던 자.
그간의 논란을 눈빛 하나로 덮어버렸다. 본분은 마가의 적통임을 증명한 것.
이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아직 죽지 않았구나.’
칠공자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지대호마저도 그의 승리를 확신하는 순간이었다.
이 정도 살기라면 아예 상대를 죽이려고 작정하고 나왔다고 해도 무방한 일.
실제 마이신의 생각도 그러했다.
‘오거라, 마오. 네놈의 숨통을 끊어주마.’
제 부친인 마일성은 저를 자극하기 위해 출입을 금한 것이겠지만,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행위였다.
왜냐하면 한 번 건드리면 끝도 없이 삐뚤어지는 게 바로 자신이기 때문.
오늘 반드시 만천하가 보는 앞에서 마오를 물어뜯어 죽여버리리라.
내일의 걱정? 약쟁이한테 그딴 건 없다.
“후…….”
마이신이 석판으로 만들어진 널따란 비무대 위에 올랐다.
본래라면 이리 태양이 쬐고, 시선이 많은 날엔 현기증이 일곤 했다.
미혼산의 후유증인 탓이다.
하나 부친 덕분에 한 달간 약을 금하고 수련에 매진했다.
덕분에 몸 상태는 최상.
‘바꿔 말하면 마오 네가 천운에 천운을 더해 날 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그러니 누가 오든, 아니 몇이 오든 상관없었다.
전부 찢어발겨 주리라.
그리고.
“칠공자님께서 드십니다!”
마침내 그가 도착했다.
*
장원 앞에 벌어진 술판에 한 사내가 모두 들으란 듯이 큰소리 떵떵 치며 지기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내가 직접 가서 두 눈으로 봤다니까. 어디서 굴러먹던 도적놈들 데려다가 그것도 세력이랍시고. 이따 보고 놀라지나 말게.”
“에이, 아무리 그래도 설마 도적들을…….”
“봐. 그냥 보면 알아!”
사내가 술 한 사발을 시원하게 들이켜곤 코웃음을 쳤다.
두 다리는 붕대로 칭칭 감겨 있고, 의자엔 협장(목발) 두 개가 가지런히 얹어져 있다.
그렇다. 마진구다.
얼마 전 마이신한테 두들겨 맞아 다 나아가던 다리가 또 부서졌다.
마음 같아선 손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어쩌겠는가.
그에게 빌붙어 사는 것 말곤 길이 없는데.
해서 점수라도 따보자고 열심히 문 앞까지 나와 선동 중이었다.
그리고 딱 지금.
그들이 도착했다.
“와, 왔다!”
옳거니. 마진구가 사발을 내려놓곤 협장을 짚고 일어섰다. 그러곤 큰 소리로 외쳤다.
“저 도적놈들 꼴 좀 봐라! 아주 그냥…… 어?”
한데 마오와 칠무위가 먼발치에 모습을 드러낸 그 순간.
마진구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건 놀랍게도 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장사진을 이루던 모든 이들이 좌우로 길을 벌린 채 지나가는 그들을 보며 합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조용해졌다.
그 이유는 단지 행색이 멋져서도, 일백 명의 행렬이 웅장해서도 아니었다.
솨아아아아-
전신을 짓누를 만큼 강하게 뿜어지는 전투적인 기세.
특히 마오의 뒤를 따르는 구유부터 아신, 과평. 그리고 일백의 칠무위.
이들이 내뿜는 기백 때문이었다.
어설픈 도적 떼가 아니라 숱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불멸의 전사들이 발산하는 압도적인 기세 말이다.
“어, 어버버버.”
결국 마진구는 마오가 제 앞을 스쳐 지나는 순간, 풍압에 밀려난 것처럼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금붕어처럼 주둥이만 오물거린 채 말이다.
칠공자가 나타났다.
*
마가로 들어선 마오는 수만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자신이 벗들과 함께 나고 자란 본가이자, 영원히 떠올리고 싶지도. 오고 싶지도 않았던 곳.
그곳으로 되돌아왔다.
두 다리에 힘이 빠지고, 혼이 빠져나가는 기분.
“괜찮은가.”
멈춰 선 마오를 향해 구유가 묻는다. 마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혼자였다면 더 못 갔을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다.
하지만.
“가자.”
이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맞지?
마오가 씨익 웃고는 다시 당당히 걸어 나간다. 그러자 그 뒤를 칠무위가 따른다.
그리고 마침내 연무장 앞에 다다르자…….
솨아아아아-!
피부가 찌릿할 정도의 시선이 일시에 꽂혔다.
이는 장원 앞에 모인 군중들과는 달랐다.
수는 적으나 하나하나가 폐부를 찌르고, 심장을 관통하는 수뇌부들의 눈빛.
고뿔에 걸린 것처럼 목이 타고, 손발에 땀이 서렸다.
동공은 흔들리고, 발걸음은 우뚝 멈춰져 더 나아갈 수가 없었다.
‘이게 이들의 세계…….’
마오는 처음으로 실감했다. 이것이 바로 마교를 움직이는 절대자들의 영역이라는 것을.
과연 자신이 여기에 발을 담글 수 있는 것인지 덜컥 겁이 밀려왔다.
하나 다행히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뭐, 뭐야?’
어느 순간 불편했던 기운이 일시에 사라졌기 때문. 그러자 부정적이던 생각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또렷한 이성이 머릿속에 자리했다.
‘설마 내가 이겨낸 건가?!’
그럴 리가. 경험도 미천한 그에게 적응이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을 살피던 마오는 뒤늦게야 그 이유를 깨달았다.
‘모두 내가 아니라 구유를 보고 있어…….’
그렇다. 자신을 향하던 기세가 전부 제 뒤에 서 있던 구유에게로 쏠렸기 때문.
아무리 마오가 전보다 강해졌다고 한들, 저들이 보기엔 여전히 미숙한 애송이.
관심은 잠깐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기운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구유는 달랐다.
그는 전장의 용.
용에게선 누구든 쉬이 눈을 뗄 수 없다.
‘저게…… 어딜 봐서 도적이란 말이냐! 장이서 이 새끼가 설마…… 날 속인 것인가?!’
특히 대공자는 배신감에 자릴 박차고 일어섰고, 이공자는 넋 놓고 바라봤다.
외에도 놀란 건 전부 마찬가지였다.
한때 장이서를 이곳에 데려왔던 칠장로 양요와 양유는 보자마자 그를 이렇게 평했다.
“강하네.”
“강해.”
머저리들이라면 모를까 마교 수뇌들이라면 대놓고 드러내는 그의 기세를 몰라볼 리가 없었다.
정제되지 않은 투박함이 느껴지나, 쉽사리 승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고수의 풍모. 이는 분명히 강자다.
가주인 마일성은 제 뒤에 서 있던 마가칠객 중 말석인 흑라마권에게 서늘한 눈짓을 보냈다.
그도 보고를 받았다. 팔푼이나 다름없는 도적 떼라고.
정말 저걸 보고도 그리 보였다면 흑라마권의 눈이 삔 것이고, 만일 그가 속은 거라면 보이는 것보다도 더 강하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흑라마권이 당했다는 것.
‘이런 개 같은 것들이……!’
덕분에 흑라마권 탁하천은 얼굴이 새빨개져 간신히 분을 다스려야 했다.
그나마 이 안에 놀라지 않은 건 딱 두 사람뿐이었다.
이미 알고 있던 삼공녀와 나락.
구유도 나락을 알아보곤 짧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놀리나.’
물론 나락은 코웃음 치며 고개를 돌렸다.
어쨌든 구유와 칠무위의 등장은 한순간에 연무장을 충격에 빠트렸다.
아무 기대도 안 했기에 충격은 더 컸다.
이렇게 되니 오늘 마오가 싸움을 걸어온 게 꼭 아무 생각 없이 벌인 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흐음…….”
모두의 눈빛이 진중하게 변하고, 마오는 모두를 뒤로한 채 홀로 비무대 위로 올랐다.
그리고 사납게 노려보는 마이신을 무시하곤 가주석에 앉은 제 부친에게로 몸을 돌렸다.
‘아버지…….’
핏줄이기 때문일까. 대단한 정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추억이라고 해봤자 무심하고, 무섭고, 무정했던 것뿐.
한데도 기분이 묘했다.
명확히 말하자면, 인정받고 싶은 기분이었다.
더는 쓸모없는 망나니 서자가 아니라 제대로 된 사람으로 대우받고 싶었다.
그리고 그 방법이 뭔지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겁먹고 숨을까 걱정했거늘. 용케 나왔구나.”
졸렬한 미소를 지으며 제게 말을 건네는 자.
“마이신…….”
그를 쓰러트리는 것이다.
“그리 맞고도 여전히 버릇이 없구나. 그 천박한 입에 감히 내 이름을 올리는 것을 보니.”
꿀꺽. 마오의 목젖이 꿀렁인다. 솔직히 일평생 그렇게 당했는데, 두려움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
하나.
“구경꾼도 충분한 것 같은데. 개소리 그만하고……. 나랑 한 판 붙자!”
오늘을 위해 절치부심하며 모든 걸 갈아 넣었다.
마오가 눈을 부릅뜨며 호기롭게 외치자 마이신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
“자신이 있나 보구나.”
“당연하지. 오늘 내가 이기든, 지든. 네 얼굴에 한 방 제대로 먹인다.”
“꼭 져도 상관이 없다는 말처럼 들리는구나.”
“심장이 벌렁벌렁해?”
그럴 리가. 마이신이 곁눈질로 칠무위가 있는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이서는 오지 않은 것이냐?”
“왜. 너도 맹휘처럼 걔 좋아하냐?”
“몰랐느냐?”
“뭘. 네가 걔 좋아하는 거?”
미친놈.
“내가 너와의 싸움에 응한 것은 장이서가 제 몸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뭐, 뭔 헛소리야!”
“몰랐구나. 크큭. 하여 네가 지면 그놈은 내 밑에 들어와 개가 될 팔자였지.”
“말도 안 돼!”
아니, 무슨 그런 내기를……. 그럼 만일 지기라도 하면……!
마오가 당황하며 주춤거리자 마이신은 제 미간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왜. 설마 그 정도 각오도 없이 나온 것이더냐.”
“나는…….”
“한데 보아하니 벌써 그놈은 도주한 모양이구나.”
“그런 거 아니거든?”
“되었다. 녀석이 오지 않았으니 다른 것으로 대신하는 수밖에.”
마이신이 칠무위에게 살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제 입술을 핥았다.
“장이서는 됐고. 네가 데려온 저 녀석들 목숨을 가져가야겠다.”
실로 섬찟한 발언. 자리에 있던 이들이 화들짝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
“미쳤어?!”
“왜. 자신 없느냐?”
“야, 이 씨! 당연히…….”
마오가 일언지하에 거절 의사를 밝히려는 찰나였다.
“그렇게 하지.”
뒤에서 구유의 담백한 음성이 흩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