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53)
첩자의 마교생활-153화(153/350)
153.
#친선 비무? (2)
“이 쥐새끼 같은 놈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를 희롱하였구나!”
갈기룡은 분기탱천함에 칼을 높이 들어 올렸다. 하나 그는 내려치기 전에 또 한 번 경악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왜. 벨 자신이 없나?”
“너…… 중독되지 않았구나!”
분명 고통에 몸부림쳐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났거늘. 장이서는 웃다 못해 무릎을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렵지도 않나. 도라옥에서 탈출한 것도 모자라 본교 내에서 무고한 교인을 해치고, 또 보좌까지 암습하다니.”
“어, 어떻게…….”
“검버섯 낀 손등에 어설픈 분칠을 한 노파가 되지도 않는 향을 뿌려대는데. 설마 그게 독인 줄도 모를까.”
“처음부터 알고 있었단 말이냐?! 아니, 설령 알았다고 한들 쌍두독(雙頭毒)은 해독제가 없어 견뎌낼 수 없을 텐데?”
그렇겠지. 장이서가 불사독마공을 익힌 독산각의 주인이 아니라면 말이다.
물론 만독불침을 얻기까지의 기나긴 이야기를 설명해 줄 필요는 없고.
“이공자가 설마 도라옥까지 세를 넓혔을 줄이야. 숨겨둔 패가 너희가 다는 아닐 테고. 얼마나 더 있지?”
“이 발칙한 놈!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 장호의 물고기 밥으로 던져주마!”
파아앗!
갈기룡이 검을 찌르며 날아든다. 동시에 둘째인 노파도 대침을 암기로 쏘아 던졌다.
예전 같으면 긴장해야 할 수준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까지 구멍을 막아 절정 중급에 올랐으며, 극강의 독공인 불사독까지 익힌 상태.
이젠 뇌전법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쉬이 내려다볼 수준이 아니다. 게다가 명확한 판단력과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은 무림인이라면 모두가 본받아 마땅할 수준.
핑그르르 돌면서 갈기룡의 칼을 흘려 피했다. 그리고 지나간 갈기룡 가슴엔 노파의 대침이 꽂혀 있다.
그새 장이서가 대침을 붙잡아 칼을 피하면서 꽂아버린 것.
“큭?!”
툭. 잠시 후 갈기룡은 칼을 떨어뜨린 채 오한이 온 것처럼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고열에 시달리듯 구슬땀도 뻘뻘 흘린다.
쌍두독이다. 앞서 독향을 맡은 건 장이서뿐만이 아니라 둘도 마찬가지.
“아, 안 돼……!”
첫째 갈기룡의 얼굴에 핏발이 곤두서고, 두 무릎을 꿇는다. 장이서는 이를 한없이 차갑게 내려다봤다.
“오, 오라버니!”
사태를 파악한 둘째 노파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든다. 하나 이미 늦었다.
쐐애애액, 퍽!
그녀보다 먼저 날아든 백뢰가 미간을 뚫었다.
눈도 감지 못하고 절명한 채 뒤로 넘어가는 노파.
풍덩!
물보라가 튀어 오르고, 강 위엔 핏물이 고였다.
장이서는 곧 이어질 고통에 덜덜 떠는 갈기룡의 머리를 붙잡아 일으킨 채 그대로 다리를 걸어 넘어트렸다.
“큭!”
이내 등허리에서 단도를 꺼내 그의 목젖에 들이밀고 말했다.
“묻는 말에 답하면 쌍두독의 고통은 오지 않을 거다.”
“해, 해독제가 있구나! 제발. 제발 해독제를 다오!”
“질문에 답.”
차갑게 대꾸하자 갈기룡이 침을 꼴깍 삼키곤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 말고 도라옥에 이공자를 따르는 자가 몇이나 더 있지?”
“자세한 건 나도 모른다. 내가 아는 건 도라옥은 그분의…… 컥!”
푹! 갈기룡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피를 토했다. 이내 그의 가슴을 뚫고 칼끝이 불쑥 솟아오른다.
다행히 장이서는 그의 동공이 흔들리는 순간 옆으로 피해 화를 면했다.
그리고 잠시 후.
푸화아악!
다시금 물보라가 솟아오르며 또 다른 노부가 현란한 검술을 펼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장이서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고, 이내 노부의 검이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서걱!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 앞의 두 사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실력이다.
“너는…….”
칼을 털며 천천히 돌아서는 노부.
검노쌍살과 생김새가 엇비슷하나 보다 더 젊고, 눈매가 사납다.
“내 검까지 피해내다니. 운으로 살아남은 건 아니구나.”
그의 이름은 갈문천.
운으로는 절대 피해 갈 수 없는 검노쌍살의 세 번째 기습이자, 조양악이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던 진짜 이유.
그렇다.
검노쌍살은 둘이 아니라 셋이었다!
* * *
한편 조양악은 잠시 비무대에서 이탈해 마차에 올랐다.
그러자 마차에서 기다리던 수하가 곰방대를 건넨다.
본래는 이러면 안 되지만, 일정 시간마다 태워주지 않으면 속이 간질거려 견디기 힘들다.
쓰으으읍, 하아.
이제야 좀 살겠다. 잠시 숨을 돌리자 수하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하온데 보좌님.”
“왜 그러느냐.”
“검노쌍살이 삼 남매라는 사실은 어째서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것입니까.”
“갑자기?”
“예, 궁금해져서 말입니다.”
이런 실 없는 놈을 보았나. 조양악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않으냐. 이미 셋째가 지닌 별호가 그 둘을 상회하니. 굳이 제 얼굴을 깎으면서 삼살(三殺)이 될 이유는 없지.”
“그가 유명한 자인 겁니까?”
“유명하냐고? 사혼검귀(蛇魂劍鬼)라고 들어보았느냐?”
“사혼검귀라면……. 광명천마대 출신이라는 사혼검귀 말입니까?!”
수하가 화들짝 놀라며 묻는다. 이에 조양악이 피식 웃는다.
광명천마대(光明天魔隊).
천마전을 수호하는 자들로서 일상생활은 물론, 대화 자체가 금지되어 모든 것이 비밀에 싸인 자들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간혹 광명천마대 출신인 자들이 나타나면 늘 엄청난 수준을 보여준다는 것.
갈문천 역시 그런 자 중 하나였다.
부지불식간에 나타나 홀몸으로 곤륜파 일대제자 셋과 장로 하나를 베어 혜성처럼 이름을 날렸다.
그때 그의 검술이 마치 뱀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별호가 사혼검귀.
그런 그가 검노쌍살의 이름을 드높인 불패의 셋째였음을 알게 된 건 조양악 역시 최근의 일이었다.
“이 정도면 진짜 운으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겠군요.”
“사혼검귀를 꺾을 실력자라면 나와 동수라고 봐야겠지. 하나 고작해야 이립도 안 된 놈이다. 어불성설이지.”
“그렇겠군요. 하하하!”
“그래. 그러니 놈은 오늘 절대 오지 못할 것이다. 장호에 영원히 가라앉을 테니. 후후후. 뭐, 사실 그놈이 천외천 고수들의 진전을 이어받은 기린아라면 또 모르겠지만.”
“하하하! 농담이 심하십니다.”
조양악과 수하의 웃음이 마차 안에 화목하게 울려 퍼졌다.
하나 그들은 알까.
지금의 장이서를 있게 만든 데엔 정파의 원로들은 물론이오, 당대 천마인 진우광부터 전대의 전설인 독마. 그리고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뇌신이 있었다는 것을.
그가 진짜 기연이 총망라된 이 시대의 기린아라는 것을 말이다.
* * *
– 장호(長湖).
“검노쌍살이 아니라 삼살일 줄은 몰랐는데.”
장이서는 피식 웃으며 능청스레 말을 건넸다. 하나 가벼운 태도와 달리 머릿속은 빠르게 상황을 되짚고 있었다.
‘분명 닿을 거리가 아니었는데…….’
옆구리의 상처가 한 치만 더 깊었어도 장기까지 베일 뻔했다. 이는 예상보다 두 치(6cm)가 더 길었다는 뜻.
게다가 방금 물속에서 나왔거늘, 도포가 조금도 젖지 않고 보송했다. 이는 수기는 가볍게 날려버릴 만큼 엄청난 내력을 가진 고수라는 얘기.
“참으로 신기하구나. 쌍두독에 내성을 가질 수 있는 건 만독불침을 이룬 자뿐이거늘.”
범상치 않아 보이는 실력만큼이나 식견도 높았다.
장이서는 어수룩한 말로 흔들지 못할 고수임을 깨닫고, 표정을 굳힌 뒤 말했다.
“생김새를 보아 그래도 가족이었던 것 같은데. 그들의 죽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군.”
“형편없는 실력으로 일만 벌이고 다녔으니 지금껏 살아남은 게 용한 자들이지.”
실로 기이한 관계. 그리고 실로 기이한 자다.
그저 경박했던 앞서 둘과는 달리 그에게선 깊은 뿌리가 느껴졌다.
“갈문천이다. 남들은 날 사혼검귀라 부르지.”
갈문천……. 들어본 기억이 있다. 광명천마대 출신의 검객. 역시나 도라옥에 갇혀 있어야 할 마두다.
“검노쌍살에 섞이지 않는 이유는 혈육이지만 가족은 아니기 때문인가.”
“모친의 유언에 따라 뒤를 봐주었을 뿐. 애초에 온정 따윈 없었다. 게다가 저리 가볍게 입을 놀리는 천박한 놈이라면 더더욱.”
도라옥에 관해서구나. 장이서는 생각했다. 노파가 죽을 때도 나서지 않던 그의 검이 사공이 입을 열려 하자 움직였다.
바꿔 말하자면 그의 임무는 암살이라는 일차원적인 수단이 아니라 훨씬 더 고차원적인 임무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
이를테면…….
“저들의 감시자 역할이기도 했던 건가?”
“……!”
갈문천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네놈…… 운 좋게 보좌가 된 것이 아니구나.”
그리 운이 좋았다면 마교까지 굴러 들어왔겠냐. 중원에서 호의호식했겠지.
“아무리 남 같은 가족이라 하나, 넌 네 가족의 죽음을 방관했고, 형의 목숨을 취했다. 바꿔 말하자면 네 임무는 내 목숨을 취하는 쪽이 아니라 저들의 입부터 단속하는 것.”
“신통하구나. 하나 한 가지는 틀렸다.”
“음?”
“내 형의 목숨을 취한 건 내가 아니라 너다. 애초에 너한테 해독제 따윈 없었을 테니까. 결국 쌍두독의 고통이 오지 않게 해주겠다는 네 달콤한 약속은 숨통을 끊어주겠다는 것이었겠지. 크큭. 노부의 말이 틀렸느냐?”
틀리긴. 장이서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원래 여기 그런 곳이잖아.”
“크흐흐……. 맞다. 그런 곳이지.”
“도라옥에 반응하는 걸 보니 조양악이 보낸 건 아닌 거 같은데. 네 진짜 윗선은 누구지?”
“여기가…….”
갈문천이 슥 칼을 고쳐잡는다. 그러곤 팟! 쏘아지며 외쳤다.
“말로 물어 답해주는 곳이더냐!”
쐐애애액!
목젖을 향해 날아드는 검.
이에 장이서는 자릴 박차고 높이 뛰어올랐다. 짧게 피했다간 아까처럼 당할 수 있기 때문.
이에 갈문천은 멈춰 선 채 코웃음 치며 소리쳤다.
“도망칠 곳이 없어 공중으로 내빼다니. 머리만 좋지, 경험이 부족하구나!”
그의 말대로다. 허공에서는 운신이 자유롭지 못해 피하기가 쉽지 않은 일.
그가 허공을 향해 휘젓듯이 검수를 펼쳤다. 그러자 마치 뱀처럼 좌우로 굴곡을 그리며 쏘아진다.
이것이 바로 장이서가 피했다고 생각했음에도 피하지 못한 사정거리의 정체.
연검(軟劍)이다!
이대로면 장이서의 몸만 난도질당할 처지.
하나 갈문천이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장이서는 마교에서도 안 해 본 게 없다는 최하층인 들개 출신.
머리만 좋은 게 아니라 머리도 좋은 거다.
『백뢰(白雷)』
콰직-!
갈문천을 스치고 쏘아진 백색 비수가 나룻배에 떨어졌다.
푸화아악!
그러자 물보라와 함께 부서진 나룻배의 파편이 치솟아 올랐다.
‘이런……?!’
졸지에 발 디딜 곳이 사라지자 갈문천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고, 자세가 무너진다.
이에 장이서는 단도를 가르며 떨어져 내렸다.
서걱!
“크악-!”
갈문천이 비명을 내지르고, 물속에 풍덩 빠진다. 반면 장이서는 팟! 날다람쥐처럼 나무 파편을 밟아가며 공중제비를 돌았다.
그리고 열 걸음은 떨어진 곳 파편 위에 가볍게 착지했다.
하나 표정은 썩 좋지 못하다.
‘깊이가 얕았다. 아직 죽지 않았어.’
가슴을 긋긴 했으나 심장을 베진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푸화아아악! 오래지 않아 바로 옆에서 물기둥과 함께 갈문천이 기습을 가해왔다.
챙챙챙챙!
한순간에 네 번의 칼질이 이루어지고, 두 사람의 접전은 물 위에 떠 있는 나무판자를 밟아가며 가열하게 이어졌다.
그리고 갈문천은 속으로 경악했다.
‘대체 이놈 정체가 무엇인가. 이건 절대 들개 출신인 놈이 가질 수 있는 솜씨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