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54)
첩자의 마교생활-154화(154/350)
154.
#친선 비무? (3)
서걱!
갈문천의 어깨에 미약한 혈선이 그어진다. 이에 급격히 안색이 어두워졌다.
“네놈…… 절대 살려둬선 안 될 놈이구나.”
“날 장호에 담그러 온 자객 주제에 새삼스레.”
“크큭. 네놈이 쓸데없는 걸 알려고만 안 했어도 즉각 나서진 않았을 것이다. 네놈의 뒤부터 차근차근 조사했겠지.”
“네 윗선은 켕기는 게 많은 모양이군. 하는 짓이 이리 음흉해서야.”
“건방진 놈…….”
갈문천이 서늘한 눈으로 좌우를 빠르게 훑었다.
이제 나무판자가 몇 개 남지 않았다.
이곳은 드넓은 호수인 장호의 한가운데.
이러다 자칫 잘못하면 과다출혈로 양패구상이다.
‘어차피 네놈에 대한 분석은 끝났다. 이번엔 내 전력을 다해주마.’
본래라면 함부로 전력을 드러내면 안 되는 일.
하나 이곳엔 목격자도 없고, 산 자도 없다.
장이서만 없어져 주면 되는 일.
그러니까.
“크으으으으.”
일순간 갈문천의 몸에서 진한 마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내 콰아앙! 폭발음이 치솟으며 그의 몸에서 위압적인 기운이 퍼져 나왔다.
그의 모습도 달라졌다.
붉은 힘줄이 전신을 휘감은 듯 울퉁불퉁하게 두드러졌고, 그의 배후엔 형형색색으로 공간이 뭉개졌다.
‘저건……!’
그리고 이는 놀랍게도 장이서의 기억에 이미 있는 모습이었다.
‘크큭, 지옥이나…… 가라…….’
사과도 없이 저주만 퍼붓고 가버린 도살방의 악귀.
바로 사씨 형제의 맏이, 사도철에게서 말이다!
“죽어라-!”
콰과과과과!
갈문천이 날아들자 엄청난 여파로 물살이 갈라지고, 그의 검은 휘몰아치는 거대한 독사처럼 빙그르르 돌며 쏘아졌다.
그야말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
장이서는 이제야 깨달았다.
‘사도철도 그렇고, 이자도 그렇고. 저 마공이 본연의 힘을 증폭시켜주는 것이구나!’
세상에 그런 마공이 뇌전법 말고도 또 있었을 줄이야.
그의 정체를 알고자 부러 시간을 끌었거늘.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을 봐버렸다.
사도철과 갈문천.
그 어떤 인연도 없을 것 같은 이 두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
그중 짐작 가는 것은 딱 하나.
‘도라옥……. 대체 거기 뭐가 있는 것이냐.’
장이서가 상념을 지우고 눈을 부릅떴다. 제게로 날아드는 갈문천의 검.
이건 봐주면서 맞이할 수준이 아니다. 전력을 다해야 한다.
『뇌전법(雷轉法) 불사독마공(不死毒魔功)』
파지지직!
검은색이 아닌 청록색의 뇌기가 전신을 휘감는다.
엄청난 기세로 날아들던 갈문천의 두 눈이 벼락처럼 떠지고, 회오리치며 날아들던 그의 연검을 향해.
『백뢰(白雷)』
장이서의 암기는 더 사납게 날뛰는 뱀이 되어 쏘아졌다.
천마의 기운이 직관적으로 관통하는 힘이라면, 독마의 기운은 변칙적이면서 주변까지 부식시키는 힘.
백뢰에 담긴 불사독은 주변 공기마저 중독시켜 일직선이 아닌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나선을 그려 나갔다.
그리고 갈문천의 연검을 독기 품은 백뢰가 뚫고 지나는 순간.
부스스스!
그의 연검은 앞에서부터 가루가 되어 사라져갔다.
‘마, 말도 안 되는-!’
이윽고 그의 가슴에 백뢰가 박혔을 땐.
퍽!
“크아아아아아-!”
애처로운 비명과 함께 먹물이 번지듯 점차 먼지가 되어 바람과 함께 흩어졌다.
그리고 장이서는 몸에서 청록빛 뇌기가 사라질 때까지 그 어느 때보다도 독기 어린 시선으로 그의 마지막을 살폈다.
“후.”
뒤이어 밀려오는 진한 한숨.
이리 잔혹한 마공이라니……. 완전 마인 다 됐다.
“어쨌든 살려두고 추궁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일. 도라옥과 이공자. 그리고 갈문천과 사도철이라…….”
아직 단서는 많다. 답해야 할 입도 많이 남았고.
그러니까.
“오늘 보내준 선물은 잊지 않고 답례하리다.”
천천히 되갚아주면 되는 일.
물론 일단 약속 장소에 늦지 않으려면 이 장호부터 얼른 벗어나야겠지만 말이다.
* * *
– 마가(麻家) 연무장.
친선 비무 대회가 확정되고 주어진 일각의 시간.
마이신이 비무대에서 내려오자, 그의 앞에는 가주 마일성이 번천검객 단리영과 함께 마중 나와 있었다.
평소 침착하기로 유명한 단리영도 재수가 없지만, 늘 뱀을 품은 듯한 부친의 저 표정은 오래 보고 있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 집구석에 조금도 있기 싫었던 것이지만.
뭐, 찾아온 용건은 예상이 갔다.
“쓸데없는 일을 벌였구나.”
돌발 행동에 대한 문책. 애초에 그가 이 말도 안 되는 비무 대회를 승인해준 건 좌중을 먼저 신경 썼기 때문.
자식 간의 소소한 대결일 때야 실이 없는 것이지, 칠소궁과 마가의 대결로 번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절대 져선 안 되는 싸움이 되는 것.
그리고 이처럼 예상 밖의 일은 마일성이 가장 싫어하는 전개다.
물론 그래서 마이신은 좋았다.
“재밌지 않습니까.”
“유흥도 능력이 있어야 누릴 수 있는 것. 네가 그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착각이 심하구나. 네 식솔이라고 해봤자 내가 준 노군뿐이거늘. 이젠 그마저도 없지 않으냐.”
마이신의 흐릿한 눈매에 진득한 살기가 서린다. 하나 상대는 가주 마일성.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넌 마가를 대표할 자신도, 능력도 없는 주제에 일을 벌인 것이다.”
“……그래서요.”
“네가 오늘 이긴다고 얻을 건 없겠지만, 패한다면 많은 걸 잃게 될 것이야.”
“……이길 겁니다, 반드시. 그러니 기는 적당히 죽이시고 아버님 개들이나 좀 빌려주시지요. 마가의 수장답게.”
“빌려 쓰는 대가는 클 것이다.”
마이신과 마일성의 시선이 허공에서 사납게 얽히고설킨다.
실로 부자 관계라 믿기 힘든 대화법.
하나 이것이 마교 일장로 마일성의 방식이었다.
정(情)이 아닌 정(政)으로 기르는 것.
그에겐 모든 것이 정치였으니.
“뭐, 그건 추후 논의하면 될 일이고. 칠공자께서 제법 쓸만한 자를 거두어 왔더구나.”
마일성이 건너편 구유를 살폈다. 이에 마이신은 힐긋 번천검객을 곁눈질하며 대꾸했다.
“대단해봤자 아버님 밑에서 짖어대는 개들만 하겠습니까. 그래봤자 한낱 마적일 뿐인데.”
그래. 그것도 맞는 말.
하나.
“본교 수뇌들의 시선을 아무렇지 않게 견딜 수 있는 게 한낱 마적이라면. 그럼 본교가 썩은 것이겠지.”
“……!”
마이신의 눈이 부릅떠지고,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저를 보는 멸시의 눈빛.
이건 반어법이다. 구유가 한낱 마적이 아니라는 뜻. 그리고 그를 한낱 마적으로 본 자신의 눈이 썩었다는 얘기다.
지독한 수치심에 이빨을 꽉 깨물고 말했다.
“무슨 상관입니까. 어차피 언젠간 죽여 없애야 할 자인데.”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살려둬봤자 삼공녀만 좋은 일 아닙니까. 저들을 보십시오.”
그의 말에 마일성은 삼공녀와 대공자를 번갈아 살폈다.
사실 그 둘은 무덤덤한 얼굴이다. 당연하다. 좌중이 있는 자리에선 쉬이 심기를 드러내지 않는 게 후계의 기본.
하나 보좌들은 달랐다.
나락은 지금의 상황을 안타까워했고, 유령마군은 섬찟했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관계 노선이 명확한 상황. 대공자의 편에 선 마일성 입장에선 구유가 적이라는 뜻이다.
“싹을 자르시지요. 좋은 기회 아닙니까.”
마이신이 씨익 웃는다. 이에 마일성은 장고 끝에 볼일은 끝났다는 듯 몸을 돌려 가주석으로 걸어 나갔다.
단호히 한마디만을 남긴 채.
“마가칠객은 비무를 준비하라.”
*
한편 반대편 칠소궁 측에선 암울함과 절망이 한가득했다.
정확히는 칠공자 마오가 그랬다.
“이건 뭔가 잘못됐어. 어떡하지? 상대가 마가칠객이라니. 이건 둘 중 하나야. 죽기 아니면 사망이라고!”
뭐가 다른 거지. 구유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진정해라. 아직 안 죽었으니.”
“진정?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떠들지 마!”
“내 목숨이다.”
“아, 그렇지. 미안…….”
그야말로 정서 붕괴. 마오가 제 머리를 움켜쥐며 주저앉았다. 이에 구유가 담담히 물었다.
“저들에 대해 알려다오.”
“마가칠객은…… 정말 강해. 뭘 생각하든 그것보다 훨씬 더.”
마오는 곰곰이 아는 대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마가칠객.
가주인 마일성을 따르는 최측근이자 마가의 대소사를 처리해주는 해결사들.
이는 모두 당대의 마일성이 직접 엄선한 자들로 각기 뛰어난 무예 실력은 기본이고, 고유의 세와 명성으로 천산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중 제일은 번천검객 단리영. 왜 번천인 줄 알아?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이 뒤집히기 때문이야. 무슨 말이냐고? 목이 잘려 데구루루 땅바닥을 구른다는 말이지.”
마오가 고갤 돌려 힐긋 한 사내를 살핀다.
딱 봐도 무뚝뚝해 보이는 텁석부리의 중장년 사내.
겉보기엔 그저 녹봉이나 받아먹을 것 같은 고루한 인상이나 누구보다 마일성에게 총애받는 마가의 이인자였다.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얘기.
물론 외에도 염주와 가사를 걸친 금창악불(金槍惡佛) 풍지산.
활 든 대머리 독수마궁(毒手魔弓) 노구패.
청초한 미를 가진 쌍옥접(雙玉蝶) 곡수련.
딱 봐도 장사인 대력귀(大力鬼) 양두이.
밤톨만 한 신장의 무영신보(無影迅步) 거북조.
끝으로 흑라마권 탁하천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이가 없다.
“그러니까 여기서 포기하자. 장이서 돌아오고 다시 생각해도 안 늦어. 굳이 우리끼리 모험하지 말자고.”
“알았다.”
“진짜?”
“그럼 나갈 순서를 정하도록 하지.”
이 새끼 내 말 안 듣네.
“뭘 나가. 어딜 나가! 내 말 안 들었어?”
“들었다. 강하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우리 또한 강하다.”
“알지. 아는데. 저쪽은 일곱 명이잖아. 도대체 왜 이렇게 태평한데. 지금 이거 나만 이상한 거야?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일이라고! 우리한테 아주 불리한 상황이라니까?”
“알고 있다.”
“그걸 아는 놈이……!”
“하지만 원래 우리는 유리한 전쟁을 해본 적이 없다.”
“뭐……?”
돈 받고 전쟁터를 오가던 흉노족이다.
누가 그들의 목숨을 고려해 주겠는가. 매번 사지에 던져지던 게 부지기수였다.
그러니 상대가 누구든 아무 상관 없었다.
전쟁에선 그저 싸우고 또 싸우는 것만 생각할 뿐.
게다가…….
“장이서가 그러더군. 때를 기다리라고. 그럼 기회는 반드시 올 거라고. 난 정치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이 그 기회라는 건 알겠다.”
수뇌들의 표정, 숨결, 태도. 그 모든 것이 우리 안의 가축을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게 무슨 뜻이겠는가.
그야말로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장이서가 이걸 몰랐을까? 아니, 당연히 알았을 거다. 그런데 그가 오늘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인즉슨.
‘오늘만큼은 숨기지 말고 전력을 다하라는 뜻.’
구유가 침착한 눈으로 당당하게 말했다.
“마가칠객이 그렇게 대단하다면 그럼 오히려 잘 됐다. 저들에게 칠소궁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보여주겠다.”
“구유. 내 말 잘 들어. 이건 이길 수 있는 싸움…….”
“상관없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때론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들도 있다.”
“그게 뭔데. 대체 여기서 뭐가 더 중요한데.”
구유가 얕게 숨을 삼키고 말했다.
“네 자존심이다.”
“뭐……?”
“널 우습게 보던 저들에게 보여주는 거다. 너의 검 칠무위가 얼마나 첨예하고, 강한지를. 함부로 봤다간 저들의 머리가 먼저 베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젠 더 이상 당하기만 하는 멍청이가 아님을. 저들에게 똑똑히 알려주는 거다.”
“……!”
“오늘은 그런 자리인 거다. 너에게도, 우리에게도.”
마오의 두 눈이 급격히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