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61)
첩자의 마교생활-161화(161/350)
161.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정면 대결에서는 승산이 없다. 숨겨둔 패를 모두 꺼내봤자 까마득한 일.’
장이서는 확신했다. 상대는 초절정 고수. 조금만 합을 겨루어도 격차는 훤히 드러날 것이고, 그의 폭발적인 공력에 맥도 못 추고 당하리라는 것을.
그런 무모한 싸움은 장이서의 방식이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공력 대결이 현명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나 좀 빨리 죽여달라는 자멸 행위에 가깝긴 했다.
번천검객은 그렇게 느꼈다.
‘어리석구나. 아무리 내가 검을 주로 다룬다 해도 네놈과 나의 경지는 천양지판이거늘.’
솔직히 허탈할 지경이었다. 기껏 종사의 기백을 풀풀 풍기며 다가와 한다는 게 이런 보잘것없는 하수라니.
초절정 경지란 무엇인가.
다른 것보다도 내공의 깊이와 순도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다.
한데 내공 승부라니?!
이 정도면 그저 숨 몇 번 내쉬어도 다 날려버릴 수 있는 일.
‘남들한테 비참하게 당하는 꼴은 보이기가 싫었나. 그런 것이라면 넌 무인이 아니다. 협잡꾼이지. 제대로 상대해주마.’
번천검객의 눈빛이 사나워지고, 챙그랑! 자신의 검까지 집어 던졌다. 이는 아주 작정하고 임하겠다는 뜻.
우우웅!
폭풍처럼 그의 전신이 흩날리며 엄청난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장이서마저 그 여파에 휩쓸려 잡은 손을 놓칠 뻔했다.
정상적으로는 무려 150년을 수련해야 쌓을 수 있는 엄청난 공력. 초절정의 경지다.
양으로만 치자면 장이서가 감히 거들떠도 못 볼 상대.
하지만.
“음?!”
번천검객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경악하며 장이서를 살폈다.
제 몸 안에 들어온 공력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리도 어두운 마기라니……!’
콰아아아아!
마치 심연의 악귀가 스며들어 오듯 온통 새카만 기운이 스멀스멀 제 육신을 잠식했다.
이를 밀쳐내려고 공력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잡아 먹혀……? 이런 말도 안 되는! 이를 없애려면 저놈보다 내공이 최소 두 배는 있어야겠구나.’
똑같은 양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보내자마자 먼지처럼 사라져 버렸다.
번천검객 역시 내로라하는 상승 무공을 익힌 자이거늘.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
하나 그건 장이서가 가진 내공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만마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천마신공에 누가 감히 비비겠는가.
‘믿는 구석이 있었구나. 하지만 이 정도로는 날 이길 수 없다.’
마냥 상대를 무시했던 제 오만을 반성하고, 번천검객은 다시금 정신을 집중했다.
콰과과과과!
그러자 단전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압도적인 양의 내기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상대의 수는 모두 읽었다.
‘훌륭한 내공이고, 이 정도면 신공이라 불러도 이의는 없다. 하나 절정과 초절정의 벽은 그것만으로 메꾼다는 건 가당치도 않은 일!’
고오오오오-!
육신을 잠식해 가던 장이서의 내공이 서서히 뒤로 밀려 나간다.
‘끝이다!’
번천검객이 승리를 자신하던 바로 그 순간.
파지직!
“커헉!”
번천검객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토해졌다. 그리고 동공은 지진이 인 것처럼 심하게 흔들렸다.
벼락이다. 몸 안을 파고들던 거뭇한 기운이 어느 순간 벼락처럼 흩어져 곳곳으로 번져버렸다.
‘무, 무슨…….’
더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콰과과과과!
잔뜩 흩어진 내기가 돌연 짙푸른 기운으로 변모하더니 구충처럼 들러붙어 신경을 갉아 먹기 시작했다.
‘독……?!’
분명히 독이었다. 그것도 생전 겪어본 적 없는 기상천외하고도 흉측한 독 기운이었다.
‘도대체 네놈 정체가 무엇이냐!’
자신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정순했던 마기가 벼락처럼 흩어졌다가 이제는 정체불명의 독이 되다니.
평생을 살면서 내공이 이처럼 다채롭게 변화한다는 건 들어본 적도, 겪어본 적도 없다.
‘이, 이러다가는 정말 당할 수도 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처음으로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차올랐다. 그때부터 다른 생각은 일절 들지 않았다.
이미 제 공력의 절반이 사라졌고, 남은 절반은 이제 독 기운을 몰아내야 할 판이었다.
한마디로 사면초가에 놓인 것.
‘이대로 당하느니…… 같이 죽겠다!’
하지만 번천검객은 마가칠객의 수장이자 이미 숱한 수라의 장을 겪어온 자. 붙잡혀 있던 손으로 덥석! 상대의 손목을 마주 붙잡았다.
“음?”
장이서가 처음으로 놀란 반응을 보였다. 분명 제독(除毒)에 모든 공력을 쏟아낼 줄 알았거늘.
방어가 아닌 공격이라니!
당황함에 번천검객을 바라보자 그의 입가는 호선을 그리고, 두 눈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맞불 작전이다!
우우웅!
번천검객의 얼마 안 남은 내기가 한순간에 장이서의 몸속으로 전부 쏟아져 들어왔다.
얼마 안 된다고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초절정 고수의 기준.
이제 절정 중반에 들어선 장이서로서는 이것만으로도 작은 마을에 홍수가 난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심지어 이를 막아낼 공력이 남아 있을 리도 만무한 일.
이대로면 완전히 폭삭 잠겨버리는 것도 순식간이다.
‘넌 나를 이길 수 없다. 독 기운이 전신으로 퍼졌다곤 하나 심장부와 단전에는 닿지 않았다. 당장 죽을 만큼 위험하진 않다는 얘기. 하나 넌 다르다. 지금 내 공력을 막아내지 못하면…… 곧 죽는다.’
누가 먼저 쓰러지느냐의 싸움. 하지만 결과는 확실했다.
이미 장이서는 내공이 고갈됐고, 그의 몸 안엔 번천검객의 커다란 공력이 스며들었다.
기적이 없는 한 절대로 결과가 뒤바뀔 수 없는 일.
이긴다. 반드시 이긴다.
이놈을 없애 마가의 명예를 되살린다.
그렇게 승리를 다짐하며 장이서의 심장을 향해 모든 공력을 퍼부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이, 이건!’
번천검객은 경악에 빠져버렸다.
*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
한편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 저었다.
번천검객이 기막을 펼친 탓에 기의 흐름은 보이지 않고, 그저 둘이 오붓하게 손목을 붙잡고 있는 모습으로 비쳤기 때문.
하나 잠시 후 펄럭이는 옷자락과 머리칼을 보며 모두가 일시에 깨달았다.
“공력의 우위를 겨루고 있구나!”
허! 곳곳에서 탄성과 침음이 뱉어졌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였다. 하나 놀란 것도 찰나일 뿐. 이내 곧 의문으로 바뀌었다.
“대체 왜?!”
장이서가 지닌 내공의 깊이가 우월하다는 건 대공자도, 삼공녀도. 하다못해 지대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초절정과 비빌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이건 그야말로 날달걀로 바위를 후려치는 격.
“자포자기한 건가?”
“잘려 죽는 것보단 곱게 죽는 편이겠지.”
이두쌍마의 호된 비평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그렇게 모두가 번천검객의 승리를 맹신하고 있을 무렵.
당사자인 그는 혼비백산하고 있었다.
“아…….”
입에서는 신음이 뱉어졌고, 동공은 풀려 있었다.
지금 그의 상황을 얘기하자면 조금은 복잡했다. 장이서의 심장에 남은 공력을 모두 쏟아부은 그 순간.
‘내, 내기가 빨려 들어가고 있다!’
심장부에 가까워질수록 자력이 아닌 타력에 끌려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뒤늦게 위기를 느끼고 다시 거두려고 했지만 소용 없었다.
이는 급류에 실려 내려가는 낙엽과도 같은 수준.
그리고 마지막 심장에 다다른 그 순간에는…….
핑!
급기야 육신의 모든 신경이 끊기고, 시야에 암전이 닥쳤다.
‘이게 무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주변은 온통 암흑뿐이었고, 음산한 안개만이 자욱하게 깔렸다. 이는 마치 들어서선 안 될 금역에 발을 담근 기분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쿠오오오오오!]폭포수처럼 들려오는 숨소리와 함께 결코 감당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를 마주해 버렸다.
고개를 한없이 들어 올려야만 그 끝이 보이는 거대한 마귀.
화르륵!
영원히 타오를 것 같은 검은 불꽃.
[퀴아아아아-!]바로 천마신공의 결정인 천마귀를 말이다.
‘크아아아아악-!’
번천검객은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불길에 잡아 먹혔다. 정확히는 그의 육신이 아닌 내기에 깃든 정신이었지만, 타버리는 고통은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 악귀다! 이놈은 세상을 집어삼킬 악귀를 품고 있다! 끄아아아!’
절망, 고통, 공포, 분노. 딱히 무엇이라 분별할 수 없는 부정적인 생각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일평생 해본 적도 없는 살려달라는 말을 수백 번도 더 내뱉었다. 하나 그가 이런 긴박한 상황에 부닥쳤다는 건 아무도 알지 못했다.
심지어 그건 장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천마귀가 아직도 알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지만, 천만에.
[퀴아아아아아!]괴물은 이미 깨어나 있었다.
독마의 내공을 집어삼킨 그 순간.
‘쩌적, 쩌저저적!’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 것이다.
단지 지금의 장이서가 이를 다룰 능력이 되지 못해, 심장이라는 둥지에 얌전히 숨을 죽이고 있던 것일 뿐.
그러고 보면 독마도 운이 좋았다.
내공을 빼앗긴 게 그의 의지가 아니라 장이서의 의지였기에 천마귀를 만나는 봉변은 피했으니.
[퀴오오오오-!]하지만 번천검객은 달랐다.
천마귀는 만마의 종주.
그는 하필 자신의 내기에 의지를 담았고, 덕분에 모든 걸 바라보고, 느껴야만 했다.
‘이건 대체…… 모두가 속고 있다. 이자는…… 이자는……!’
결국 천마귀가 모든 공력을 집어삼키고 나서야 발가벗겨진 사람처럼 버려졌다.
시야가 아득해지고, 다시금 초점이 바로잡혔을 땐…….
“으, 으아아아아악!”
더는 눈앞의 장이서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는 악귀였다.
언제든 자신의 영혼까지 집어삼킬 수 있는 전대미문의 최강 악귀.
꼬르륵.
그렇게 번천검객은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힌 채 거품을 물고 혼절해 버렸다.
“아니……!”
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벌떡 일어나 경악했고,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장이서 역시 당혹감에 빠져버렸다.
‘이 새끼 왜 이래.’
분명 그와 자신은 서로를 향해 맞불 작전을 펼쳤고, 일 초 차이로 그가 조금 더 유리한 상황이었다. 물론 뇌전법을 극한까지 사용했다면 또 결과는 달랐겠지만.
한데…….
‘설마 그때랑 똑같은 상황인가……?’
문득 고개를 떨궈 제 심장을 살폈다. 독마의 내공을 집어삼켰던 천마귀. 분명 이 녀석이 뭔가 기승을 부린 듯했다.
마치 잘했냐는 듯 울렁이는 느낌도 들고…….
어쨌든.
“칠소궁…… 승!”
와아아아아!
지금은 현실을 즐길 시간.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마오와 과평. 그리고 칠무위가 비무대 위로 달려 올라왔다.
“우하하하하! 장이서, 너 이 자식!”
대결은 끝이 났다. 마일성은 벌떡 일어선 채 눈에서 살광을 뿜어냈다.
수뇌들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두 눈만 크게 깜빡였다.
믿었던 번천검객이 손 맞잡고 있다가 느닷없이 비명과 함께 혼절해 버렸으니. 차라리 지병이라면 믿겠다.
하나 운이든 뭐든 어찌 됐든 결과는 하나.
“축하하네, 장 보좌. 자네들의 승리일세.”
활짝 웃는 지대호의 말대로 칠소궁이 승리했다.
본교 제일 가문인 마가를 상대로 마가칠객을 꺾고 당당히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제 내일의 태양과 함께 이들의 위상도 저 하늘 위로 솟아오를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