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63)
첩자의 마교생활-163화(163/350)
163.
#진짜 싸움 (1)
구유는 아까보다 훨씬 편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한데 이대로 괜찮은가. 저들의 시선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군. 오히려 경계심만 가득해진 기분이다.”
“글쎄.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아. 진짜는 저쪽이지.”
“저쪽?”
장이서가 씨익 웃으며 마일성을 살폈다.
처음 봤을 때와 큰 차이는 없다. 여전히 내기는 동요 없이 잔잔하고, 눈빛은 삼엄하다.
하지만 장이서는 느껴졌다.
그의 혼란스러움이.
아마 이번 싸움으로 그의 내면에 수많은 것이 깨지고 변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자신을 찾을 것이다.
장이서가 바라는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수뇌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건 어디까지나 덤. 진짜는 마가에 인정을 받는 것이다.
“희한하군.”
이를 잠자코 지켜보던 구유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음?”
“분명 네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앞일은 깜깜한 안갯길 같았다.”
마가칠객과 예상치 못한 대결을 펼쳐야 했고, 위기를 맞았다. 자신들은 거대한 성문 앞에 선 도전자였다.
“하지만 네가 온 순간부터는…… 꼭 저들이 성안에 갇힌 것이고, 우리가 저들을 내려다보는 것 같군.”
“뭘, 그 정도까지.”
“진심이다.”
최고의 칭찬이다. 그리고 진심이었다.
장이서가 온 순간부터 기류가 바뀌었다. 안개가 걷히듯 걱정도 사라졌다. 무슨 일이 닥쳐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했다.
그냥 그를 보는 순간 안심했고, 마음이 퍼졌다. 모두가 그의 손안에서 놀아나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는 장이서에 대한 신뢰와 의지가 구유의 마음에 더없이 커졌다는 방증이리라.
그리고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도 했다.
장이서는 보지도 않았지만, 앞서 일어난 상황을 직접 겪은 것처럼 유추했다.
‘신고식이 있을 거란 건 예상했지만, 설마 마가칠객이 다 나설 줄은. 대공자와 마이신이 길길이 날뛰었겠지.’
하지만 그들은 몰랐을 거다. 구유라는 이가 흔든다고 그리 쉽게 넘어갈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건들면 건들수록 더 굳건해진다는 것을 말이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이제 남은 건 마오와 마이신.
두 형제의 대결로 수많은 것이 변할 거다.
여기부터는 오직 그들의 영역.
그러니까.
‘가라, 마오.’
모두가 주목하는 가운데 대결의 포문이 열렸다.
팟!
선공은 마이신의 몫이었다. 이미 그의 인내심은 바닥에 버려진 지 오래. 사전 동작도 없이 화살처럼 쏘아져 나가 마오를 향해 권각을 펼쳤다.
파파팡!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바람이 터져나가는 기분. 여지 따윈 주지 않겠다는 듯 몰아붙였다.
확실히 그의 실력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례.
하지만 보는 이들의 놀라움을 자아낸 건, 그가 아닌 마오였다.
“억! 야, 이 씨! 으악!”
입에서 나오는 건 가볍기 짝이 없는 비명이지만, 행동은 그리 쉽게 보이지 않았다. 그가 마이신의 공격을 모두 막거나 피해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칠공자께서 무공을 익혔었나?”
“그런 얘긴 들은 적 없는데.”
이두쌍마 양요와 양유가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고, 사이가 가깝다는 삼공녀 사해령도 벌려진 입을 가린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정도면 달라진 수준이 아니라 상전벽해.
움직임이 다소 거칠긴 하지만, 최소한 과거의 왈패 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물론 제일 당황한 건 단연 마이신이었다.
‘이 새끼가 대체 어느새……!’
분명 백 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낌새는 일절 보이지 않았다.
한데 어찌…….
심지어 어느 정도 공격이 반복되자.
서걱!
칼을 휘두르는 반격까지 가해왔다. 고개를 숙이자 소맷자락이 살짝 찢어져 흐물거린다.
잠시 대련이 소강상태에 이르고 마이신은 충격에 빠져 사고가 멈춰 섰다. 자신이 가장 무시하고, 하찮게 여기는 존재이기에 그만큼 충격은 더 컸다.
“우하하! 어떠냐?”
반면 마오는 주먹을 꽉 움켜쥔 채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보는 이들은 경악 그 자체였다.
마오가 마이신과 대결을 펼친다고 했을 때 다들 반응이 어땠는가. 무관심. 심지어 코웃음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왜?
당연히 상대가 되지 않을 테니까.
그건 구유와 장이서가 나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데 이제 알겠다.
달라진 건 단순히 칠소궁이라는 두루뭉술한 허명이 아니었다.
마오와 장이서. 그리고 구유와 칠무위.
이들 전부가 칠소궁이고, 이들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역시 호부견자(虎父犬子)는 아니라는 건가. 껄껄.”
금룡당주의 입에서 호평이 터지고, 비무대 위에서 참관 중인 호룡당주 지대호도 속으로 감탄을 터트렸다.
‘역시 장이서답군. 그사이에 망나니를 이리 키워내다니. 확실히 저 녀석은 내 과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그 누구도 마오가 이긴다는 생각은 여전히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주제에 무공을 익힌 거냐.”
“어. 너 잡으려고 익혔다. 왜. 막상 붙어보니까 겁나냐?”
“겁이 나냐고? 후후. 너 따위에게?”
솨아아아-
마이신의 기류가 바뀌었다. 아까까진 그저 날카롭기만 한 가시였다면 지금은 모든 걸 다 빨아들일 것만 같은 거대한 무저갱이다.
“드디어 나오는군.”
“끝났어. 더 볼 것도 없다.”
이두쌍마 양요와 양유의 선고가 떨어졌다.
그리고 이를 대변하듯 마이신의 몸에서 공명음과 함께 짙푸른 기운이 넘실거린다.
우우웅!
그의 성명절기이자, 마가의 가전무공인 북명신공이다!
“지금부터 제대로 상대해 주마.”
팟! 마이신이 다시금 몸을 날렸다. 하나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
콰과과과과!
그가 움직일 때마다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진다.
‘빠르다!’
그리고 당황한 마오가 황급히 그의 주먹을 피해내는 순간.
콰앙!
“칵!”
굉음과 함께 육신이 저 멀리 날아가 처박혔다. 겉보기엔 아까와 별다를 게 없는 일권이었거늘.
“부, 분명히 피했는데……?”
마오가 입가에 피를 닦아 내며 몸을 일으켰다.
지난 한 달간 칠무위와 실전에 가까운 대련을 벌였고, 나중엔 과평과 아신까지 합세해 비로소 기본적인 전투 감각을 익히는 데 성공했다.
하여 이젠 어디로 피해야 하고, 또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정도는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한데…….
‘저 자식의 주먹을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빨려 들어간 기분이었어.’
방금 마이신의 주먹은 칠무위와는 달랐다. 마치 사술을 부리는 것처럼 기묘했다.
“어디 계속 버텨보거라. 하하하!”
그리고 이러한 일방적인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콰과과과과!
“커헉!”
마이신이 가까이 다가오면 몸이 울렁이듯 움직임이 느려졌고, 피하려고 해도 알아서 대 주듯이 그의 권각에 몸을 열었다.
막는 것도 여의찮았다. 몸에 닿는 순간 발출된 공력이 폭발하듯 엄청난 위력을 선사했기 때문.
그렇게 대결은 한순간에 추가 기울었다.
마오의 단단한 몸에 조금씩 상처가 늘어갔고, 어느새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미치겠는 건.
“도대체 왜…….”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이었다. 당연히 그 이유는 마이신의 무공에 있었다.
“북명신공(北冥神功). 천마신공을 제하면 교내 최고의 심법이라더니. 그 능력이 실로 대단하구나.”
장이서는 마른침을 삼키곤 침음을 뱉었다.
“저게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그러자 옆에 앉은 구유가 나지막이 물었다. 최근에야 중원의 무공을 접한 그로서는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지.”
장이서가 아는 북명신공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마교뿐 아니라 중원에는 ‘신공(神功)’이라 불리는 무공들이 존재했다.
말 그대로 신의 영역에 다다른 초상승 무공.
당연히 접하기도 힘들뿐더러, 익힌다고 하더라도 평생을 수련해도 못 깨우칠 만큼 난해하지만…….
만에 하나 대성만 한다면. 그럼 천하를 아우를 수 있을 만한 무공.
그것이 바로 신공이었다.
그리고 북명신공은 바로 그 범주에 들어가는 무공이었다.
‘주변의 내기를 흡수해 제 것으로 만드는 것만 보면 흡성요법과 유사하다. 하지만 그 범위와 권능은 차원을 달리하지.’
7성에 이르면 신체 접촉을 통해 공력을 흡수할 수 있고, 8성에 이르면 주변의 기운을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9성에 도달하면 신체가 닿지 않아도 공력을 흡수하며, 10성에 오르는 순간, 흡수한 모든 기운을 하나로 만들어 새로운 결의 내공을 탄생시킨다.
이것이 널리 알려진 북명신공의 권능이었다.
그리고 지금 마오가 피해내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
마이신의 북명신공이 내기와 함께 육신까지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그의 흡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던 것.
“그럼 이길 방도가 없다는 것인가?”
구유가 심각한 표정으로 묻는다. 장이서는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럴 거다.
만일 마이신이 북명신공을 대성했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마오에게도 분명 빠져나올 방법이 있다.’
그리고 그 방법은 바로…….
“아니!”
“음!”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비무대 위에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장이서는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우우웅!
마오의 육신에서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뜨거운 양기가 터져 나온 것.
주변 공간이 이글거린다.
그 양은 또 얼마나 방대한지 옷자락이 너풀거리고, 그의 붉은 머리칼은 사정없이 흩날렸다.
‘용케 깨달았구나, 마오.’
마오는 막대한 공력을 가진 천양지체의 소유자. 아무리 북명신공이 상대의 기운을 끌어당긴다고 한들, 그것도 체급이 맞아야 가능한 일이다.
네 살 꼬마가 거구의 성인을 업고 갈 수 없듯이, 더 육중하고, 방대한 기운으로 대항하면 되는 거였다.
마오는 그게 가능했다.
“감히…….”
그리고 효과는 확실했다. 마오는 마이신이 내뻗는 주먹에 더는 이끌리지 않았다.
“언제까지 맞고만 있을 줄 알았냐! 버티는 건 나도 자신 있거든?”
다시금 마오가 마이신의 권각을 피해내기 시작했다. 물론 전부는 아니었다. 이따금 공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급소는 전부 피했고, 설령 맞는다고 해도 무의식중에 발동한 철통방어가 충격을 완화했다.
‘이 발칙한 놈이…….’
이에 마이신은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가 끓어올랐다.
한낱 서자 따위가…….
감히 자신을 상대로 이리 버텨낸다는 것 자체가 치욕이었고, 수치였다.
물론 그렇다고 진다는 뜻은 절대 아니었다.
다른 이들도 이하동문이었다.
“북명신공에 대항하는 방대한 공력과 무혈공의 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견뎌내는 맷집은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그래 봐야 버티는 게 고작. 이길 방도는 없다.”
이두쌍마 중 흉포한 양유는 촌철살인의 혹평을 내뱉었다.
피하고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다.
분명 마오가 예상 밖의 움직임을 보여준 것은 충분히 감탄할 만한 일.
“으랴아아아!”
하지만 간혹 선보이는 저런 어설픈 반격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수준이었다.
확실한 공격이 필요했다. 마이신을 위협할 만한 위력적인 초식이. 그게 없다면 이 싸움의 결과는 뻔했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
모두가 수세에 몰린 마오를 흥미진진한 눈으로 살폈다.
또 한 번의 기적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이변 없는 뻔한 결말을 만들어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