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67)
첩자의 마교생활-167화(167/350)
167.
#생사를 넘어선 대결
고오오오오-
마이신이 지척에 다가섰다. 비무대 아래에서 올려다본 그의 기운은 확실히 전과 달랐다. 마치 세상 모든 기운을 빨아들일 것만 같은 기세. 강하다.
장이서는 굳어진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칠 리가. 내가 뭐 하러.”
“설마 오늘 나와 한 내기를 잊은 건 아니겠지?”
“……당연히.”
“잘 되었구나. 그럼 이제부터는 내가 네 주인이다.”
구유를 비롯한 칠무위가 인상을 찌푸리며 당장 뛰어들 자세를 취한다. 이에 장이서가 손을 들어 말렸다.
“그러기엔 너무 이른 거 아닌가?”
“이르다고? 무엇이 말이냐.”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크큭!”
마이신이 코웃음을 친다. 이내 슥 뒤를 돌아본다. 그러자 아직 칼도 빼지 못한 채, 웅크려 앉아 있는 마오의 모습이 눈에 담겼다.
“억지를 부리고 싶은 거냐. 저 몸으로 뭘 더 할 수 있단 말이냐.”
맞다. 누가 봐도 마오가 뭘 해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오죽하면 사해령은 고개를 돌렸고, 지대호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가득했다.
“헛된 기대를 품은 것이라면 이만 접거라. 난 북명신공을 대성했다. 너에겐 참 불운한 일이지. 지금은 누가 와도 이길 자신이 있으니 말이다.”
마이신의 말에 지대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마이신은 북명신공 대성을 목전에 두고 있던 자. 고작 문 하나를 연 것뿐이지만, 이로 인한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지금으로선 그의 실력을 평가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
한데 이미 내상을 입어 피를 줄줄 흘리고, 더는 칼을 쥘 상태도 아닌 마오가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이서의 생각은 달랐다.
아직, 방법이 하나 남았다.
“다시 말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어.”
“후후, 저 아이가 죽어야만 날 따르겠다는 말처럼 들리는구나.”
“어떻게 듣든 상관없다. 하지만 경고하나 하지.”
“경고?”
“넌 내게 불운하다고 했지만, 내가 볼 때 오늘 가장 운이 없는 건 너야.”
“뭐? 크큭. 그게 하필 오늘 이 순간. 북명신공을 대성한 내게 할 말이더냐?”
“그래. 넌 북명신공을 대성해 다시 위세를 떨칠 기회를 얻었으나……. 하필 오늘 이 순간, 이기지 못할 상대를 만나버렸으니까.”
“내가 이기지 못할 상대? 그게 누구더냐.”
누구긴. 장이서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호선을 그린다.
마이신은 고개가 갸우뚱 숙어졌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 하나 더 물을 필요는 없었다.
솨아아아아-
어느 순간 뒤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
이에 휙 뒤를 돌아보자.
“마오……?”
그가 서 있었다.
야차처럼 뜨겁고, 맹수처럼 사나운 눈빛으로.
*
마오는 웅크린 채 어둠 속에 한없이 떨어졌다.
자신에 대한 연민도 없이 혐오만을 가득 품은 채.
무한한 자괴감은 그렇게 스스로를 추락시켰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어디까지 갈 거야?’
‘이러다 아주 저승까지 가겠어. 하하!’
꿈에서도 듣지 못했던 반가운 목소리.
어깨를 펴고 고개를 들자…….
‘처, 철영아. 장득아!’
저의 벗이었던 두 사람. 그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제야 만났네.’
‘말했잖아. 마오는 맨날 느리다니까.’
가슴이 울컥거리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여긴 어디일까. 저승인가, 꿈인가. 그도 아니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제 내면의 끝일까.
뭐든 상관없었다.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다. 거긴 춥고 배고프진 않은지. 날 원망하지는 않는지.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
‘미안…….’
막아주지 못해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멍청한 나라서 정말 미안.
‘와, 마오 어른 다 됐네. 사과도 할 줄 알고.’
‘그러게. 손발을 못 펴겠는데? 푸하하!’
눈물이 쏙 들어간다. 욱하는 마음에 소리를 지르려 하자 두 사람이 다정히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하지 마. 네 잘못 아니야. 너도 알잖아.’
‘맞아. 왜 맨날 죽상이야. 우린 너랑 있을 때 재밌기만 했는데. 넌 우리 때문에 힘들어만 하면 어떡하냐.’
너희들…….
고개가 숙어진다.
‘나는 너희를 지키지 못했어…….’
‘그래서 후회해?’
‘엄청. 미치도록!’
‘그래서 그렇게 망나니로 산 거야?’
‘어?’
‘네가 그렇게 살면 우리가 좋아할 것 같았어? 그럼 우리가 뭐가 되냐?’
‘맞아. 가만 보면 참 속이 좁다니까. 쪼잔해.’
‘야, 이 씨! 그럼 어떡해! 나 때문에 너희가…….’
‘같이 불행해지길 바라는 게 친구냐? 원수지. 그리고 왜 너 때문이야. 너도 같이 당한 피해자인데.’
‘……!’
마오의 얼굴이 울컥 굳어지고, 이내 눈에선 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러니까 그만 힘들어하고, 너. 그리고 네 주변 사람들. 이제라도 네가 진짜 지켜야 할 것들을 지켜.’
‘철영아…….’
‘맞아. 그리고 우리 몫 말고……. 그 인간한테 네가 당한 거 원 없이 한 방 제대로 먹여주라고.’
‘장득아…….’
두 사람이 웃는다. 그리고 서서히 옅게 흐려졌다.
‘안 돼!’
붙잡으려 달려 나가 보지만, 어느새 그들은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다정한 인사만을 남긴 채.
‘다음에 다시 만나면…… 그땐 원 없이 놀자.’
그리고 마오는…….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결심했다.
‘이번엔 꼭 지킬게.’
시야에 어둠이 걷히고, 빛이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덥석. 제 어깨에 박힌 검날을 붙잡았다. 주르륵. 베인 손바닥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검날을 타고 어깨로 떨어진다.
치이이익!
하나 뜨거운 열기에 닿자마자 붉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고통은 없었다. 머릿속은 개운했고, 심장은 고요했다.
팍!
이내 검을 뽑아내고 천천히 일어섰다.
“마오……?”
그리고 이를 본 마이신은 이목이 앞으로 쏠렸다.
“눈빛이 바뀌었어?”
항상 어리숙하고, 가벼웠던 그 눈빛이 아니었다. 어느 때보다도 심해처럼 깊고 무거웠다.
마오가 중얼거린다.
“……건드리지 마.”
이를 본 구유와 칠무위는 주먹을 불끈 쥐고 두 눈이 기대감으로 가득 차올랐다.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지금 마오가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또…….
「전부 귀 막아!」
“장이서…… 건드리지 말라고, 이 새끼야아아아아아-!”
쩌어어엉-!
마가 전체가 떠나갈 듯한 고성!
태양과도 같은 주황빛 양기가 파동을 일으키며 퍼진다.
“큭?!”
“으음……!”
갑작스러운 음공에 마이신은 인상을 찌푸리며 제 귀를 막았고, 수뇌부들도 예기치 못한 상황에 충격을 받았다.
아까 마이신이 펼친 파동보다 더 강한 기파다!
대체 이게 어떻게…….
하나 놀라기는 아직이다.
화르르륵!
이내 다가오는 마오의 육신에 흐릿한 불길이 휘감긴다.
실로 압도적인 기운.
이는 마치 화신(火神)의 강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무슨…….”
어찌 마오에게서 이런 폭발적인 힘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모두가 경악에 빠졌다. 이건 마이신이 북명신공을 대성했을 때보다도 더 충격적이었다.
이 상황에서 웃을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혼원일체(混元一體). 끝내라, 마오.’
장이서가 주먹을 꽉 쥐고 미소를 지었다.
*
북명신공을 대성한 마이신. 그리고 천양지체의 잠재력을 혼원일체로 전부 끌어올린 마오.
두 형제의 대결은 모두를 경악에 빠트렸다.
콰과과과과!
이미 비무대는 형체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망가졌고, 칠무위를 비롯한 마가의 식솔들은 오십 보를 뒤로 물렀다.
파동이 지나갈 때마다 공간이 어그러지고, 창룡도가 그어질 때마다 불꽃이 터졌다.
누가 이걸 비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흡사 양분된 천하를 두고 싸우는 일생일대의 대결 같았다.
그만큼 강렬했고, 둘의 실력은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특히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건 끝없는 내공이었다.
『북명신공 혼기발출(混氣發出)』
또다시 파동이 쏘아지자 마오는 피하기도 귀찮다는 듯 흡! 숨을 들이켜곤 그대로 콰아아아앙-! 제 육신에 공력을 터트렸다.
그러자 삽시간에 반경 이십 보가 불길에 휩싸이고, 혼기발출은 먼지처럼 사라졌다.
이 정도면 내공 소모가 극심할 수밖에 없는 일. 하나 마오는 우습다는 듯 화기를 발출하며 내기를 남발했다.
오죽하면 조양악은 이젠 진짜 지쳤을 거라는 억측만 세 번 뱉었다가, 싸늘한 눈초리에 끝내 입을 다물었다.
하나 여기에 밀리지 않는 건 마이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마오와는 궤가 달랐다.
단전은 금세 비워졌지만.
『북명신공 만기흡공(萬氣吸功)』
고오오오오!
주변의 기운을 빨아들여 다시 금세 채워버렸다.
그야말로 마르지 않는 바다의 대결.
이를 보고 대체 누가 감히 함부로 평가를 할 수 있겠는가.
어느새 좌중은 숙연해졌다.
그리고 마이신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것이…… 네 진짜 힘이었더냐.”
그의 어투는 놀라움도, 시기심도 아니었다.
“좋구나.”
즐거움이었다. 지금껏 자신을 억눌렀던 한계를 깨부숴 준 놈이 형편없는 쓰레기가 아니라, 인정할 만한 존재라는 것에 이제는 기쁨을 느꼈다.
그리고 그다음에 찾아든 감정은 살의였다.
적개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꺾고 싶다는 승부욕에서 비롯된 살의!
“응해주마! 하하하하!”
마이신이 희번덕거리며 광소를 터트렸다.
그러곤 검도 귀찮다는 듯 챙! 내던지고, 번쩍 공중에 떠올라 주변의 모든 기운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북명신공 만기흡공(萬氣吸功)』
그러자 회오리처럼 수많은 내기가 그의 육신으로 빨려 들어간다.
쿠구구구구!
가만히 있는 건데도 지축이 흔들리고, 돌 부스러기와 같은 가벼운 것들은 공중에 떠올라 그의 주변에서 공전을 일으켰다. 마치 그를 중심으로 수많은 먼지가 집채만 한 하나의 원을 이루는 듯 보였다.
이는 단전이라는 한계를 넘어 주변에 모인 내기까지 다뤄버리는 북명신공의 극의인 광원진기(廣原眞氣)였다.
본래 마이신이 가진 단전의 한계가 2갑자 정도라면, 지금은 무려 3갑자 이상을 끌어모은 상태.
“너와 나. 과연 어느 쪽이 더 방대한지……. 그 끝을 가려보자꾸나! 하하하!”
우우우웅!
귀가 먹먹해질 만큼 커다란 공명음이 울려 퍼진다. 딱 봐도 한 번에 전부 폭발시켜 버리겠다는 태세다.
수뇌들은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지대호는 당혹해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대결의 주관을 맡은 자신이다. 지금 이걸 말려야 하는가? 만약 말리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위력으로 가늠해 볼 때 장원의 절반은 쓸려 날아갈 것이다.’
이미 이는 둘의 생사를 넘어선 대결.
‘가주. 이대로 두고만 볼 것이오?’
지대호가 고개를 돌려 가주석에 앉아 있는 마일성을 살폈다. 지금으로선 이 싸움을 멈출 수 있는 건 그뿐이다. 하나 아무리 봐도 말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왜? 그것이 바로 마교이니까.
‘칠공자님 부디 무사하시길…….’
결국 지대호는 뒤로 몸을 날렸다. 말리는 걸 포기한 것.
이제 비무대를 중심으로 반경 오십 보 이내에는 딱 삼부자만이 남겨졌다.
무혈공 마이신, 칠공자 마오. 마지막으로 가주 마일성.
이들 세 사람만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