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68)
첩자의 마교생활-168화(168/350)
168.
#최후의 승자
의도치 않은 침묵이 흐르고, 마일성이 신호라도 주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화르륵!
그러자 무심히 서 있던 마오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손에 쥔 창룡도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자, 화르륵! 칼날에서 화룡이 승천하듯 엄청난 불길이 휘감긴다.
일 척, 이 척, 삼 척…… 십 척(3m).
무려 칼날을 휘감은 불꽃이 일 장 크기에 다다른 것.
대체 이를 무엇이라 해야 할까.
도기(刀氣)임이 확실해 보이는데 겉으로 보면 이글거리는 불꽃이다.
사실 마오도 알고 펼친 건 아니었다. 그저 혼원일체로 각성한 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중에 펼쳐낸 것.
하지만 이는 엄연히 창룡도의 본 주인인 염마가 남긴 무공이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염마의 상징!
‘불꽃이 곧 칼날이며, 칼날이 곧 불꽃이니.’
도기를 불꽃으로 뿜어내는 염화기(炎火氣)였다.
그리고 내기로 엄청난 구체를 이루어낸 마이신은 이를 흥미롭게 지켜보며 말했다.
“너와 나. 누가 더 강한지 겨루어 보자꾸나.”
마오도 이에 호응하듯 단호한 눈매로 대답했다.
“이건 철영이하고 장득이 몫이다.”
콰과과과!
그러곤 일도양단의 기세로 칼을 내리그었다.
그 순간 모든 이들이 목도했다.
콰아아아아-!
그의 칼끝에서 거대한 화룡(火龍)이 쏘아져 나가는 압도적인 광경을.
『염화진천룡(炎火振天龍)』
그리고.
“하하하하하!”
이에 맞서 마이신이 모아 놓은 내기가 일시에 폭발해 버리는 전대미문의 모습을.
『북명신공 우주원멸(宇宙原滅)』
콰아아아아앙-!
두 형제의 승부가 갈렸다.
*
“……내 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대결 세 가지를 꼽으라면, 오늘이 그중 하나일 걸세.”
지대호는 헛숨을 뱉으며 진지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진심이었다. 오늘의 대결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대부분은 공감할 것이다.
비무대고 뭐고, 폭발에 휩쓸려 주변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만큼 경이로웠고, 황홀했다.
마오의 칼이 그어지며 화룡이 쏘아졌고, 마이신은 모았던 기를 일시에 폭발시켜 이에 맞섰다.
이는 정말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대호도 저들의 힘에 맞서 견딜 자신이 없을 정도였다.
아마 수뇌부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건 마가의 두 형제도 마찬가지였겠지.’
결과는 처참했다. 둘 다 바닥에 쓰러진 채 꿈틀거리기만 하는 상황.
그나마 결정적인 순간에 가주인 마일성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모든 기운을 흡기하지 않았다면, 둘 다 살아 있지도 못했을 거다. 아니, 장원 자체가 절반은 날아갔을 터.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인가.’
이제 남은 건 집념의 싸움.
누가 일어서느냐다!
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이 동시에 비틀거리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지대호가 판정을 위해 두 형제 사이로 다가섰다.
거기서 먼저 일어선 건…….
“크큭…….”
무혈공 마이신. 바로 그였다. 그가 우뚝 선 채 웃음을 흘렸다. 반면 마오는 아직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승리의 저울이 서서히 기운다.
저벅. 저벅.
비틀거리며 다가서는 마이신.
모두가 숨죽이며 이를 지켜본다.
그리고 마침내 마오 앞에 다다랐다.
이윽고 나지막이 열리는 입술.
“제법이구나. 크큭.”
무혈공은 마오의 머리칼을 움켜쥐었고, 장이서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한데 그 순간.
“크윽!”
털썩! 무혈공의 다리가 풀리며 그 상태로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그러곤 곧 졸도할 것처럼 숨을 헐떡인다.
주먹 한 번 내지를 힘도 없을 만큼 완전한 한계에 다다른 것.
단전은 완전히 고갈 났고, 육신은 천근 같다.
그리고 그사이 마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
곳곳에서 경악의 탄성이 뱉어지고, 마이신은 다급해진 얼굴로 오만상을 찌푸리며 일어서고자 발악했다.
그야말로 한 치도 알 수 없는 박빙의 승부.
마오는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으로 땅을 퍽! 짚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엎드린 채 중얼거렸다.
“생각해 보니까 말이야……. 하나가 빠졌어.”
“뭐……?”
“철영이랑 장득이는 있는데…… 내 몫이 빠졌다고…….”
“크큭. 그래서?”
“그래서? 뭘 그래서야…… 이 미친 새끼야.”
마오가 고개를 들고 씨익 웃었다.
“더도 말고, 딱 한 대. 딱 한 대만 맞자.”
우우웅!
그리고 티끌만큼 남은 공력이 오른쪽 주먹으로 무섭게 쏠린다.
“무슨……!”
마이신의 얼굴이 위기감에 당혹으로 번지고, 그 순간 마오가 뛰어들 듯 몸을 날리며 외쳤다.
“다다익궈어어어언(多多益拳)-!”
시야를 가득 메우며 유성처럼 날아드는 주먹!
“미, 미친! 끄아아아아악-!”
뻐어어억! 섬찟한 타음과 함께 마이신이 빛살처럼 비무대 밖으로 날아간다.
콰아아앙!
이내 먼발치 건물을 부수고 처박혔다.
“도, 도련님!”
와르르! 건물이 무너져내리고, 먼지가 흩날린다.
마가 곳곳에서 소란이 일고, 관전하던 이들은 모두가 입을 떡 벌렸다.
“하하…… 하하하하하!”
마오는 만개한 웃음을 터트리며 털썩 대자로 드러누웠다. 그리고 지대호는 손을 번쩍 들어 올리곤 세상 떠나가라 외쳤다.
“칠공자 승-!”
와아아아아아! 칠무위의 함성이 빗발치고, 장이서의 입꼬리가 크게 올라섰다.
마침내…… 승리했다.
일평생을 괴롭혀 온 지독한 악연의 종지부를 찍었다.
마오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철영이와 장득이가 환히 웃는 구름이 되어 떠나가는 것만 같았다. 마음속이 조금은 더 홀가분해진 그런 기분이었다.
‘또 보자.’
와아아아아!
그들을 그렇게 떠나보내고, 고개를 돌리자 저를 향해 달려드는 식솔들이 보였다.
칠무위, 과평, 아신, 구유.
그리고.
마오는 숨을 깊게 내쉬곤,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내 위풍당당하게 그에게 다가섰다.
지금 눈에 보이는 단 한 녀석.
자신을 이 자리까지 이끌어준 그 녀석.
“장이서…….”
마오는 그의 앞에 우뚝 선 채 이렇게 말했다.
“이번엔…… 내가 너 지켰다.”
라고. 그리고 활짝 웃으며 정신을 잃고 장이서의 품에 툭 쓰러졌다.
“칠공자님!”
마가와 칠소궁의 길었던 대결이 끝을 고하는 순간이었다.
*
승패엔 항상 희비가 따른다. 누군가가 웃는다면 누군가는 괴로울 수밖에 없는 일.
오늘의 절망은 대공자 천무기의 몫이었다.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도무지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일. 쓸모 짝에도 없던 막내가 언제 저렇게 강해졌단 말인가.
설령 고금 제일의 근골을 지녔다고 해도 이건 아니었다. 제대로 무공도 익혀본 적 없는 놈이 어떻게.
이건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일이다.
만일 이게 가능한 자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천마……. 아버님께서 선물로 준 것이 백인장의 인 하나가 아니었구나!’
그제야 마오가 들고 있는 저 칼의 진위를 깨달았다.
의심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하나 이만한 위력의 신물은 받아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야말로 정신이 아찔하고 쿵! 심장이 낙하하는 기분이었다.
어째서. 생전 관심도 없던 막내를 이리 편애하신단 말인가. 대체 무슨 바람이 들어서.
‘장이서…… 설마 너냐? 아니면 사해령……?’
천무기가 무섭게 장이서와 사해령을 번갈아 살폈다.
하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미 결과는 벌어졌고, 이건 뒤엎을 수 없다. 또한 천마에게 따지듯 물을 수도 없다.
뭣보다 지금 중요한 건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뒷수습이었다.
“크큭, 우리 막내 많이 컸네. 이렇게 형들 속일 줄도 알고.”
무한성이 다가와 실실 쪼개며 말한다. 이에 천무기는 잇새를 사리물고 살광을 뿜었다.
“지금…… 넌 웃음이 나오느냐?”
“왜 또 엄한 데 시비실까. 그럼 울까?”
“멍청한 놈. 넌 지금 이 상황이 네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이냐?”
“왜 안 돼. 잘 되지. 우리 막내가 이제 용된 거잖아. 개천의 용.”
“고작 개천의 용이라고? 크큭.”
천무기가 한심하다는 듯 비소를 던졌다. 생각하는 수준이 고작 그 모양이라니.
“마가칠객에 이어 무혈공까지 패했다. 그것도 우연이 아니라 실력에 의한 완패. 하나만 당했다면 모르겠지만, 마가 전체가 당했다. 본산에서 이를 무어라 생각할까.”
“뭐라고 생각하는데.”
“새로운 소교주 후보가 나타났다고 하겠지! 네놈도 나도 아닌 막내를 두고 말이다!”
“아니, 근데 x발……. 왜 자꾸 언성을 높일까? 애초에 일 키운 건 너 아니냐고. 마가칠객 끌어들인 게 누군데 나한테 지랄이야?”
“그 입…… 닥치거라.”
“너나 닥치셔. 그리고 말마따나 마가 새끼들이 처음부터 짜고 친 걸 수도 있잖아?”
“뭐……?”
천무기가 눈매를 좁히고 인상을 찌푸린다.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왜. 뭐가 뭔지 모를 땐 득실부터 따지는 게 기본 아니야? 오늘 싸운 삼부자 중에 손해 본 새끼가 누군데. 무혈공은 북명신공 대성했지, 마오는 용됐지. 그럼 그 두 아들의 아비인 일장로는. 노났네?”
천무기가 이빨을 까득 갈자 무한성은 더욱 멸시 어린 표정으로 말을 뱉었다.
“팔은 원래 안으로 굽는 거야. 몰랐어? 그러게, 장로들 관리 좀 잘하지 그랬어.”
“이공자님 말씀이 심하시지 않습니까-!”
유령마군이 격분해 나서자 무한성이 싸늘히 노려보고, 그의 뒤에 있던 조양악이 뱀 눈을 부라리며 손톱을 드러냈다.
낄 때 끼라는 얘기.
이에 천무기가 손을 들어 말리곤 나지막이 말했다.
“돌아간다.”
그러곤 거침없이 몸을 돌렸다. 이내 곁눈질로 무한성을 노려보며 대꾸했다.
“아랫것들 관리라……. 맞는 말이지. 한데 보좌라는 작자가 일도 제대로 처리 못 해놓고, 함부로 입을 놀리면 쓰겠느냐. 장호의 물고기 밥? 이소궁엔 머리가 돌아가는 놈이 이리 하나도 없어서야. 쯧쯧쯧.”
“뭐, 뭐야?!”
무한성이 발작하듯 꿈틀댔지만 이미 그는 코웃음 친 뒤 제 길을 떠났다.
“저 새끼가…….”
“송구합니다.”
옆을 바라보니 조양악이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인다. 답답함에 한숨이 터진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어째서 장이서 저 새끼가 살아 있는 거냐고.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여기 올 일은 없을 거라며.”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변수가 생긴 것 같습니다.”
“변수? 내가 그딴 것까지 알아야 해?”
무한성의 눈에서 진득한 살기가 뿜어진다.
잘한 이에겐 한없이 퍼주지만, 못한 이에겐 예외 없이 책임을 묻는 것. 그것이 바로 이공자의 힘.
조양악은 침을 꼴깍 삼키곤 허리 숙여 대답했다.
“원하시는 결과……. 반드시 가져오겠습니다.”
“조 보좌. 잘하면 보상이 따라. 하지만 그 반대도 생각해야지. 나 두 번은 용납 안 해. 내 말 무슨 말인지 누구보다 잘 알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무한성이 서늘한 눈으로 먼발치에 마오를 안아 든 장이서를 훑었다. 그러곤 휙 몸을 돌려 떠나갔다.
빠득. 이빨을 갈며 뒤따르는 조양악과 함께.
그렇게 칠소궁을 향한 움직임이 하나둘씩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망설일 것 없이 가장 먼저 손을 뻗은 이도 있었다.
“껄껄, 오늘 아주 인상 깊었소이다.”
넙데데한 얼굴에 비단으로 된 황색 도포.
“아, 인사가 늦었구려. 만금수외다.”
마교의 자금과 운송을 총괄하는 자. 금룡당주 만금수다. 타고난 장사치답게 귀신같이 칠소궁에 냄새를 맡고 온 것.
심지어 저보다 한 등급 아래인 장이서에게 포권을 취하며 말까지 높이는 게 처세술이 대단한 자다.
“길게 이야기할 상황은 아닌 듯하니, 조만간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소. 껄껄. 그럼 이만.”
심지어 치고 빠지는 것까지 완벽하다. 이외에도 칠장로 이두쌍마 양요와 양유. 그리고 오장로 광교가 축하 인사를 건네고 떠나갔다.
“역시 내 말이 맞았다. 장이서. 아니, 이젠 장 보좌인가. 훌륭히 자랐구나.”
“지금이 낫다는 거지, 그때도 나았던 건 아니다.”
“앞으로 기대하겠네.”
반면 사해령은 먼발치서 지켜보다 말없이 몸을 돌렸다. 삼공녀와 장 보좌가 아니라 친구인 진산 대 장이서로 만나고 싶었기 때문.
또한 자극받은 것도 있었다.
‘내가 너무 물러있었구나. 분발할 것이다.’
그렇게 마가와의 대결은 마무리 지어졌다.
이제 남은 건 딱 하나.
“가주님께서 장 보좌를 모셔 오라 하시었소.”
일장로 마일성. 그와의 독대만이 남았다.
“다녀오지.”
장이서는 씨익 웃곤 마오를 구유에게 맡긴 뒤 마가의 무사를 따라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