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79)
첩자의 마교생활-179화(179/350)
179.
#사냥 준비
“다들 괜찮은 거요? 이런 꼬마, 다리를 다쳤구나. 한데도 이렇게 참아낸 거냐. 너 대단한 놈이구나.”
용태가 엉엉 우는 아이에게 씨익 잇몸 미소를 보여주곤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곤 모두에게 나가자 말하려던 때였다.
“크큭, 크흐흐흐…….”
일순 등줄기가 오싹해지고, 본능적으로 꼬마의 입을 틀어막았다. 위쪽에서 광기에 물든 웃음소리가 들려온 것.
“이 x발 새끼들. 아주 소리 지르는 꼴이 가관이야. 근데 어쩌지? 이건 인사야. 다음엔 사지를 박박 찢어줄게. 그때까지 실컷 즐겨둬라. 알겠냐, 이 개새끼들아. 크큭, 크하하하하!”
그때 틈새로 보이던 건 여럿의 발밖에 없었지만, 용태와 사람들은 동시에 깨달았다.
여기서 한 마디라도 꺼냈다간 갈기갈기 찢겨 죽는다는 것을.
그렇게 용태를 비롯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얼어붙어 버렸다.
그들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한참 동안, 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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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점점 숨이 가빠왔고, 이제 죽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하늘에서 기적이 내려온 거지요.”
그때였다. 마의가 날린 생명수가 떨어져 내린 시기가.
기적처럼 불이 꺼졌고, 그 덕에 용태를 비롯한 사람들은 무사히 살아 나올 수 있었다.
“제가 호룡당에서 죄인들을 많이 잡아봐서 아는데, 그 목소리는 원한이 뼛속까지 사무친 놈 같았습니다. 왜 그런 놈들 있지 않습니까. 복수에 눈이 멀다 못해 미쳐 버린 놈들. 예. 아마 불을 지른 것도 분명 그놈들 짓일 겁니다.”
용태의 이야기가 끝이 나자, 침묵이 이어졌다.
도대체 누가, 왜. 무슨 이유로 월하촌에 불을 질렀단 말인가. 이제부터 알아봐야 할 일일 거다.
“아무튼 고생했어. 일단 몸 관리가 우선이니까 딴짓하지 말고 회복에만 전념해.”
“감사합니다, 공자님.”
“감사는 무슨. 쉬어.”
마오는 픽 웃으며 인사를 건넨 뒤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솨아아아아-
언제 웃었냐는 듯 야차처럼 표정을 갈음하며 노골적인 살기를 드러냈다. 다친 용태 앞에선 애써 참았던 것.
“어떤 새끼든…… 절대 가만 안 둬. 그 새끼들 찾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처음이었다.
마오가 이토록 악에 받쳐 명을 내린 것은.
“존명.”
이에 마의를 제한 모두가 일시에 고개를 숙였다.
누가 됐든 무고한 신도들을 해한 건 용납할 수 없는 중죄. 방화한 범인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 그 죄를 물을 것이다.
그리고 불을 지르고 바로 빠져나간 게 아니라 한동안 장소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결코 평범한 녀석들이 아닐 터.
아마 낌새가 수상해 눈여겨본 자가 있을 거였다.
장이서는 일사불란하게 식솔들에게 임무를 맡겼다.
“홍란, 신도들이 마음 추스르는 대로 기억나는 사람이 없는지 빠짐없이 알아내.”
“예.”
“아신하고 과평은 놈들이 다시 나타날지 모르니 당분간 순찰에 전념하고.”
“알겠소, 형님.”
「분부대로.」
“그리고 형님께선 당분간 다친 이들을 부탁드립니다.”
“그러마.”
그렇게 길고도 험했던 하루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 여파가 큰 탓인지 칠소궁으로 향하는 내내 적막만이 흘렀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벌였는지만을 내내 곱씹을 뿐.
그리고 대나무 숲을 지나 어느덧 칠소궁에 다다랐을 때, 이러한 추리가 얼마나 헛된 일이었는지를 여실히 깨달았다.
“저, 저게 뭐야.”
대문 앞에 놓인 시체와 그 위에 휘갈기듯 굵게 적혀진 피의 글귀.
【내가 너 손모가지 걸고 죽여버린다고 했지. 이 뱀 새끼야. 이건 시작이야. 또 보자, 장이서.】
그곳엔 장이서를 향한 편지가 남겨져 있었다.
“설마 이거 방화범 새끼……?! 장이서. 누군지 알아보겠어?”
왜 모르겠는가. 저에게 커다란 원한을 지녔고, 또 저를 뱀 새끼라 불렀던 자. 그런 존재는 하나뿐이었다.
‘야! 그래서 장이서 그 새끼 뭔데! 우리 형 어떻게 조진 건데. 뭐라도 말은 해줘야 할 거 아니야!’
‘궁금해?’
‘말해. 그럼 내가 이 은혜 절대 안 잊는다. 내 손모가지 걸고 맹세.’
‘그 새끼가 나야.’
저를 향해 원망을 가득 담아 외치던 그 녀석.
‘야, 이 뱀 새끼야아아아아-!’
사씨 형제의 둘째.
“사호정…….”
그가 월하촌의 방화범이었다.
“걔는 지금 도라옥에 갇혀 있잖아! 근데 어떻게?!”
그래, 맞다. 분명히 그래야 했다.
검노쌍살도, 갈문천도, 사호정도.
모두가 도라옥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
“다시 회의를 소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솨아아아아-
대나무가 어지러이 흔들리는 어느 날의 밤이었다.
*
칠소궁의 식솔들이 다시 모였다.
“당장 호룡당주를 찾아가 책임을 물을 것이다!”
정황을 들은 마의는 벌떡 일어나 노발대성했다. 도라옥에 갇혀 있어야 할 죄인이 버젓이 나와 마을에 불을 지르다니.
하나 이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사호정만 밖으로 나온 게 아닙니다.”
다들 눈이 동그래졌다. 그럼 더 있다는 것인가? 대체 누가. 장이서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검노쌍살과 갈문천. 도라옥에 갇혀 있어야 할 그들이 장호에서 절 습격한 자객들입니다.”
“그, 그런!”
다른 이들은 몰라도 마의는 그들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갈문천은 도라옥에 갇힌 요주의 대상. 쉽게 말해 초절정을 목전에 둔 고수라는 얘기다.
“그럼 그때 네놈 몸에 새겨진 그 뒤틀린 검흔이 사혼검귀의 것이었더냐!”
고개를 끄덕이자 마의는 동공이 세게 흔들렸다. 하마터면 독산각 앞마당에서 장이서 시체를 마주했을 걸 생각하니 심장이 벌렁거릴 수밖에.
“대체 누가. 누가 너에게 그딴 놈을 보냈단 말이냐!”
“이공자 보좌 절명수 조양악. 제게 자객들을 보낸 건 그였습니다.”
“흡!”
장이서의 말에 모두가 기함했다. 갈수록 태산. 이제는 더 놀랄 힘도 없었다. 대체 어디까지 연루가 되어 있는 것인가.
“잠깐. 사도철이 혈교라며! 널 습격한 자객도 사도철하고 같은 무공을 썼으니까 당연히 혈교일 거고. 그럼 그 자객을 보낸 둘째 형님도……!”
마오의 추론에 털썩! 마의는 넋이 나간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만일 이소궁에도 혈교의 암수가 뻗친 것이라면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
하지만 장이서는 그 부분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방첩대는 생각보다 훨씬 더 치밀하고, 집요하다. 지붕 위에 똑같은 새가 세 번만 앉아도 조사에 착수하지.’
방첩대가 권력 마차로 알려지게 된 이유. 그건 바로 성역 없는 자율수사권에 있었다.
수상한 낌새만 느껴도 바로 조사에 들어갔고, 짧으면 수일. 길면 수년 동안 감시가 이루어졌다.
그중 이소궁은 장이서가 조장 시절 방첩대에서 가장 예의주시하던 곳 중 하나였다.
‘백괴단 놈들이 죄다 정상은 아니었으니까.’
더구나 오룡당원의 지지까지 얻는 터라 더더욱 깐깐하게 조사에 임했다.
결론은 무결. 첩자의 흔적은 일절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다시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말이다.
침묵 끝에 장이서가 수를 던졌다.
“먼저 조양악부터 잡아 보도록 하죠.”
모두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무슨 수로.”
“여기까지 제 발로 오게 할 겁니다. 그리고 직접 들어봐야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그게 가능해?!”
옆집 누렁이 꼬시기도 아니고. 조양악이 누구인가. 이소궁의 이인자이자 두뇌를 담당하는 이다.
한데 꼭 애 데리고 놀 듯이 말을 하다니. 물론 마냥 우습게만 보고 하는 말은 아니었다.
“아마 조양악은 지금쯤 바짝 달아올라 있을 겁니다. 죽었어야 할 제가 살아 있으니까요.”
그랬다. 검노쌍살과 갈문천은 그냥 자객이 아니다.
도라옥에 갇혀 있어야 할 죄인들. 한데 그들이 암살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자취를 감췄다.
이를 마주한 조양악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그가 혈교든 아니든 궁금해 미칠 노릇일 거다.
심지어 장이서는 이 일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마치 궁금해 죽으라는 것처럼.
“절 습격할 장소를 장호로 고른 이유는 어떠한 증거도 남기지 않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검노쌍살과 갈문천의 신분도 문제가 되었을 테고, 이소궁과 칠소궁의 정치적 입장도 있으니까요.”
한마디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게 장이서를 실종 처리하려고 했다는 것.
하지만 조양악은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을 했어야 했다.
장이서는 여느 때보다도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모두에게 선언했다.
“자객들은 살아 있습니다.”
“그, 그게 무슨!”
너무 놀라다 못해 얼굴이 경직된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검노쌍살과 갈문천이 살아 있다는 것인가.
“당분간 마을 치안에 각별히 신경 써 주십시오. 그리고 불이 난 곳은 모두 허물고 새로 지어주고요. 떠난 이들을 기릴 수 있게 사당도 마련해 주십시오.”
“넌. 설마 어디 가게?”
“대어를 잡으려면 부지런히 준비해야죠.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장이서가 인사를 올렸다. 마오와 식솔들은 멍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는 포기했다. 그저…….
“또 다치기만 해.”
그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고 바랄 뿐.
“다녀오겠습니다.”
활짝 웃으며 밖으로 나섰다.
사냥 준비 시작이다.
***
휘영청 밝은 달, 잠들기 전 지기지우와 술 한잔 기울이면 딱 좋은 술시(17~21시).
지대호는 집에 와서도 술은커녕 업무에 파묻혀 성난 호랑이처럼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벌써 이레째였다. 무슨 바람인지 요즘 들어 본산에 실종이 자주 일어나고 있기 때문.
원래 마공을 연구하는 미친놈들이 종종 벌이는 일이긴 했다.
한데 어쩐 일인지 이번엔 동서남북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누구 짓이든 잡히면 손가락부터 척추까지 하나하나 다 분절해 주마.”
콰직. 손안에 들린 호두가 손끝의 힘으로 둘로 쪼개졌다.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
그리고 이를 잘 알고 있던 부관은 성질머리 안 건드리려고 이미 열려 있는 문을 아주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당주니…… 흐이이익!”
크하아아앙-!
그러자 서류를 보던 지대호의 고개가 번쩍 들리고, 눈에선 포효가 뱉어졌다. 헛소리로 시간 뺏는 거면 물어 죽일 기세.
“무슨 일이냐!”
사납게 긁히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무릎 꿇고 호소했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누가-!”
“장 보좌입니다!”
“장이서?”
성난 호랑이가 귀여운 고양이가 되었다.
야옹.
*
“으하하, 어서 오게! 장 보좌. 자네가 이 시간에 이리 집까지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군.”
지대호는 활짝 웃으며 환대했다. 이중적인 자태에 술과 술잔을 탁상에 내려놓던 부관이 슬쩍 곁눈질로 흘겼다. 그러자 크하아앙! 어김없이 눈에서 포효가 뱉어진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흥!”
부관이 다급히 문을 닫고 나가자 장이서는 뒤를 바라보며 물었다.
“부관까지 집에 함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한데 저자가 무슨 실수라도 한 겁니까?”
“어제 술 처먹고 집에 들어가질 않았다더군.”
그게 왜.
“매제일세.”
아. 피식 웃곤 앞을 바라보자 지대호가 다가와 손을 맞잡으며 안부를 물었다.
“그간 잘 지냈는가?”
마가에서 마지막으로 봤으니 고작 이레밖에 안 됐거늘, 이리 환영해 주니 웃음이 쉽게 나온다.
“오랜만에 편히 쉬었습니다. 춤추는 대나무도 보고, 노를 젓는 구름도 보면서요.”
“껄껄! 세상은 온통 자네들 얘기뿐이거늘. 정작 자네들은 유유자적하였군. 그래. 그럴 만도 하지! 천하의 마가를 꺾은 자네들이니. 그래도 되네.”
어지간히 바빴나 보다. 월하촌에 불이 난 것도 모르고 있는 거 보면.
지대호는 자랑스레 고개를 끄덕이곤, 내 정신 좀 보라며 탁상에 가득 놓인 서류를 대충 치워냈다.
“앉게. 모처럼 귀한 손님이 찾아오셨으니, 술 한잔 대접해야지. 한데 이 늦은 시각에 연통도 없이 웬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