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90)
첩자의 마교생활-190화(190/350)
190.
#회개해라
“아무래도 상황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이서가 차분히 일어서며 달려오는 이들을 살폈다.
대체 몇 명을 끌고 온 것인지 쉴 새 없이 안으로 밀려들어 온다.
신도들을 해하고 뺏은 건지 복색도 각양각색. 눈빛의 광기만 봐도 틀림없는 도라옥의 죄인들이다.
“뭐가 어떻든 일단 저 새끼들 치워버리면 되는 거잖아. 안 그래?”
스릉! 옆에 선 마오가 창룡도를 뽑아 들며 묻는다.
“마을에 불을 지른 놈들이군.”
뒤집힌 협탁을 옆으로 내던지는 구유.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따르겠습니다.」
과평과 아신도 살기를 드러내며 장이서 주변에 선다.
“키하아아아-!”
이윽고 광기 어린 표정으로 칼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적들.
“옵니다!”
솨아아아-!
홍란이 백발의 마녀로 변모하며 외치는 그 순간.
장이서가 허리춤에서 단도를 스릉! 뽑아 들며 말했다.
“다치지 마십시오.”
“누가 할 소리를. 가자!”
“존명.”
짤막한 대답과 함께 서 있던 장이서의 신형이 순식간에 빛살처럼 쏘아져 선두의 적을 시원하게 갈랐다.
촤아아악!
“칵!”
그리고 시작된 난전.
“죽여라-!”
“키히히히히!”
도라옥의 죄인들과 칠소궁의 격전이 펼쳐졌다.
사호정은 뒤편에 서서 소 떼처럼 달려 나가는 수하들을 느긋이 살폈다. 손도끼로 제 손톱을 긁으며 여유까지 부렸다.
자신이 있었다.
도라옥에서 얻은 힘이면 모조리 다 박살 내 줄 자신이. 어차피 장이서만 빼면 나머진 볼 것도 없는 칠소궁의 벌레들 아닌가.
“x같은 새끼들. 너희 때문에 내가 인생이 x발, 말이 아니야. 어? 형 새끼 뒈지고, 집이며 직장이며 싹 다 날아가고. 나는 x발 또 그 거지 같은 지하 굴에 처박혀 늙은이 비위나 맞추고. 그러니까…… 음?”
손톱을 다듬고 고개를 든 사호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곤 점점 눈이 커졌다.
앞에 보이는 상황이 생각과는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달라 보였기 때문.
“뭐야, x발.”
마치 힘차게 쏘아졌던 파도가 모래사장을 찍고 맥없이 돌아오듯, 죄인들이 뒷걸음질 치며 돌아오고 있었다.
크아아악!
컥!
심지어 비명까지 내지르면서.
“뭐, 뭐냐고!”
분명 죄인들이 뱉어야 할 건 광기 어린 웃음이지, 저런 끔찍한 비명이 아니었다.
한데…….
“카학!”
죄인 하나가 제 옆까지 날아와 철퍼덕 바닥에 쓰러진다. 고개를 떨궈 내려다보니 눈도 못 감고 즉사다.
사호정의 고개가 다시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보았다.
자신이 벌레라고 얕봤던 칠소궁의 식솔들이 죄인들을 압제하는 모습을.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전부 다. 모두 절정을 넘어서는 진짜 고수들임을.
“오랜만이다. 너지? 내 마을에 불 지른 새끼.”
“치, 칠공자…….”
“철영이랑 장득이 만나면 안부 좀 전해라. 사과도 하고.”
그제야 알았다.
옛날의 칠소궁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의 이들이라면 도살방이 백 번을 다시 살아나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왜? 그만큼 강하니까.
“x발…….”
『염화표풍(炎火飄風)』
화르륵!
거센 불길이 사호정을 덮쳤다.
“크아아아아악!”
*
죄인들의 습격은 다행히 큰 피해 없이 마무리 지어졌다.
아찔했던 건 칠소궁만 공격한 것이 아니라 월하촌에도 또다시 불을 지르려 했다는 것인데…….
“이 새끼들. 내가 또 온다고 했지. 얘들아, 뭐 하냐! 조져라!”
“예, 형님!”
다행히 용태와 식구들을 비롯해 마을을 순찰 중이던 칠무위의 손에 불도 제대로 못 붙이고 모두 제압되었다.
그리고 불길에 휩싸였던 사호정은…….
“다 죽여버린다-!”
전신에 붉은 힘줄이 도드라지더니, 흉포한 기운을 방출했다. 그러자 배후의 공간이 뒤틀리고, 복잡 미묘한 색으로 뭉개졌다.
“저건……!”
사도철과 갈문천이 펼쳤던 바로 그 마공이었다. 심지어 폭증된 기운만 놓고 보면 사도철보다도 한 수 위. 결코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었다.
단지…….
“죽여도 되나.”
대진운이 나빴을 뿐.
“입은 남겨 둬. 아직 들어야 할 말이 있으니.”
“그러지.”
얘기를 듣던 사호정이 발끈해서 고장 난 광산 수레처럼 내달렸다.
“키아아아아!”
하지만 상대는 전장의 용, 구유.
이전보다 훨씬 강해지긴 했으나, 나락과도 비등했던 그와 감히 상대가 되겠는가.
“칵!”
호기가 무색하게도 몇 합이 지나기도 전에 나가곤드라졌다. 비현실적인 상황에 벌떡 일어나보려 했지만, 휘청거리며 다시 털썩.
“어, 어?”
문득 생각에 잠겼다. 혹시 주먹에 쇳덩이를 심었나. 고작 몇 대 맞았을 뿐인데 다리가 후들거리다니.
“자, 잠깐만.”
잠시 후 발 앞에 그림자가 서리고, 그때부터 사호정은 무자비하게 처맞는다는 것이 뭔지를 알게 되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이제 와 이유를 찾기엔 너무 늦은 일. 열심히 처맞다 정신을 차려보자 어느새 그는 장이서와 별관에 의자 두 개를 놓고 마주 앉아 있었다.
“이 장면. 익숙하지?”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독대였다.
물론 방식은 조금 더 거칠어졌다.
“하나, 둘…… 열.”
“끄아아아악-!”
십초통(十秒痛)의 악몽은 아직 유효했다. 잊기엔 너무 강렬했고, 묻어두기엔 너무 최근의 일이었으니.
덕분에 대화는 빨라졌다.
“말한다고……. 말한다고! 이 x발 새끼야. 흑…….”
성질머리는 여전하고.
“내공은 어떻게 되찾은 거지?”
“그건…….”
“하나.”
“사부! 아니, 왕에게 돌려받았다.”
“천악수라를 말하는 거군. 그럼 아까 펼쳤던 괴이한 힘도 그에게 받은 건가?”
“그건…….”
“열.”
“x바아아아아아아알-!”
쾅! 쾅! 사호정이 두 발을 바닥에 내리찍으며 고통에 절규했다. 그러곤 넋이 나간 사람처럼 답했다.
“사부가…… 준 게 맞아.”
“그럼 너도 혈교의 사람인가?”
“뭐?”
떠보듯이 던진 질문에 사호정은 생전 처음 듣는 얘기라는 듯 반응했다.
“x발, 뭔 개소리야. 혈교가 왜 나와?”
흔들림 없는 동공과 울대, 느려지는 심장박동. 의문에 가득 찬 주름. 거짓은 아니다. 그럼 정말 모르는 건가.
“설마…… 그 안에 혈교가 있었어? 하, x발, 이거 재밌네? 그러네. 갑자기 왕 놀이하는 것도 말이 안 되지. 그럼 누가 혈교인데. 사부? 아니면 그 새끼?”
“네가 말을 쉽게 하는 게 빠를까, 내가 열을 세는 게 더 빠를까.”
x발 새끼……. 사호정이 애써 웃으며 말했다.
“군자검귀 주사라고. 맨날 눈 쳐 감고 다니는 새끼가 있다. 머리는 좋은데 하는 짓이 재수 없어. 이번 일도 다 그 새끼가 계획한 거야. 혼자 잘난 척은 x나게 해서 얼굴을 뭉개주고 싶은데, 사부가 싸고도니 건들 수가 있나.”
군자검귀라. 계속해 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나 어릴 땐 그 새끼가 없었거든? 사부도 그냥 꼬장꼬장한 늙은이였단 말이지. 근데 이번에 가 보니까 그 새끼랑 같이 왕 놀이를 하고 있더라고. 노망났나 싶었는데, 지금 보니 맞네, 혈교. 그 새끼가 사부를 꼬드긴 거네.”
눈매가 좁혀진다. 저리 말하는 걸 봐선 뭔가 있긴 한 건데. 솔직히 다 믿진 않는다. 애초에 사호정처럼 입이 가벼운 자들의 말은 오 할이 착각이나 거짓.
“그럼 여기에는 왜 온 거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병신아.”
“열.”
“끄아아아아아! 이 개새야아아아아! 어으…… 흑…….”
사호정이 고통에 발광하다 눈물범벅이 된 채 축 늘어졌다.
장이서는 턱을 괴고 노곤한 눈으로 지그시 바라봤다. 사호정 입장에선 그게 고통보다 더 무서웠다.
‘저…… 악귀 새끼. 지옥 가서도 잘 살 새끼.’
별별 욕이 다 떠올랐다. 물론 입 밖으로 나온 건 욕이 아닌 진실이었다. 살기 위한 투항.
“군자검귀가 기회를 준 거다. 널 죽일 기회. 사부의 진짜 제자는 내가 아니라 형이었어. 근데 네가 죽여버렸지. 그리고 사혼검귀도 없앴다며. 걔도 도라옥의 간부였다고. 그러니 널 살려두고 잠이 오겠어? 크큭.”
어처구니가 없는 얘기. 저들이 덤볐다가 당해놓고 원망을 해? 치졸하기 짝이 없구나.
아무튼.
“근데 그들이 뭘 믿고 널 보낸 거지? 기세만 강하지, 실력은 네 형보다도 별론데.”
“나 도살방의 광견이야!”
“언제 적 도살방이냐. 패망한 주제에.”
“뭐, 이 새끼야?!”
잠시 고민에 잠겼다. 그러곤 픽 웃고는 답했다.
“내가 답해볼까. 그들은 널 내게 보낸 게 아니야.”
“뭐? 크큭, 뭔 개소리야.”
“날 원망할 수는 있어도, 하는 걸 보면 그리 멍청이들은 아닐 거 같거든. 내가 보기엔 다른 마을로 가라고 했는데, 네 멋대로 여길 온 거야. 너 원래 그런 애잖아. 말 더럽게 안 듣는 청개구리.”
“……!”
사호정은 정신이 멍했다. 이 새끼 혹시 아까 같이 있었나. 순간 제 머릿속을 들어갔다 나온 줄 알았다.
맞다. 장이서의 말이 전부 맞다.
x발 새끼……. 사호정은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다. 군자검귀 그 새낀 처음부터 날 안 믿었거든. 내가 널 상대할 수 없을 거라고 이죽거리더군. 크큭. 건방진 새끼!”
충분한 사실 같은데. 무심히 바라보자 사호정은 군자검귀를 떠올리며 격분하더니 묻지도 않은 말을 술술 뱉었다.
“그 새끼가 나 말고도 사면자들을 불러다 일을 맡겼다. 마을을 태우라고. 일곱이었나? 몰라, 씨.”
“그들은 어디로 갔지?”
“몰라. 그냥 흩어져서 아무 데나 태우라 그랬으니까. 이건 군자검귀 그 새끼도 모를걸? 나한테 여기만 가지 말라던데. 뭐, 그래서 왔지만. 크크큭.”
장이서의 미간이 좁혀졌다. 수하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필요도 없다는 건가.
그렇다면 이건 무조건 혼선을 주기 위한 작전이다.
하지만 이미 서문으로 모든 시선을 모아 놓고서 굳이 또 왜…….
“좋아. 믿어주지.”
장이서가 손을 탁탁 털고 일어섰다. 어쨌든, 그에게 알아낼 건 다 알아냈다.
사호정이 고개를 번쩍 든다. 그러곤 들뜬 얼굴로 웃으며 물었다.
“그, 그럼 풀어주는 거냐? 나 살려주는 거야? 그래야지. 풀어주면 내가 아는 게 또 떠오를지도…… 어?”
투둑툭. 그때였다. 장이서의 검결지가 비수처럼 그의 혈을 짚었다. 사호정은 영문을 모르는 표정으로 코피를 주르륵 흘렸다. 그리고 서서히 몸이 굳어갔다.
“너……? 뭐야, 이거. x발. 뭐야?”
“사혈이다. 기혈을 막아놨으니 오래 견디진 못할 거다.”
“x발! 재미없거든? 풀어. 뭔데, 이거!”
“마지막으로 할 말은?”
“야, 이 미친 새끼야! 말할게! 다 말한다고! 어! 사부가 가려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 궁금하지? 궁금하잖아! 그럼 풀어. 풀라고, 이 뱀 새끼……!”
고함을 내지르던 사호정이 갑자기 석상처럼 굳는다. 그러곤 핏줄 서린 눈에 초점이 흐려지고, 고개가 픽 고꾸라졌다.
장이서는 무심히 내려다보며 말했다.
“회개해라.”
사씨 형제의 둘째, 광견 사호정.
그의 허망한. 아니, 어쩌면 퍽 어울리는 최후였다.
별관 밖으로 나서자 입구 앞에는 식솔들이 궁금한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어떻게 됐어. 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