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94)
첩자의 마교생활-194화(194/350)
194.
#너무 위험하다
만금수의 호기로운 외침이 터지자 주변에 있던 금룡당의 무사들이 일시에 무릎을 척! 꿇으며 제창했다.
“명을 내려주십시오-!”
당연하게 한 두 사람의 행동이 모든 이의 가슴에 불을 지핀 것.
장이서와 마오는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살폈다.
사기는 하늘에 오르고, 눈빛은 당장 적진을 쳐들어갈 기세로 들끓었다.
“너희들…….”
마오는 굳은 눈매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의 의지는 잘 이어받았다. 그럼 더 긴 말은 필요 없다.
“가자아아아아-!”
이제 남은 건 죽고 사는 것뿐.
와아아아아!
함성과 함께 마오를 필두로 금룡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만금수는 궁금했다. 이 떨림의 끝에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그저 한 번 불타오르고 끝나는 심지인지, 아니면 시대를 이끌 영웅의 탄생인지.
이는 오늘이 지나면 알게 되리라.
대곡고의 수성전이 시작되었다.
***
– 이소궁 성산채.
“이런 멍청한 새끼들!”
이공자 무한성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도 들은 것이다. 도라옥의 소식을.
“쥐 죽은 듯이 있어야 할 놈들이 광명사자를 생매장하고 탈출을 해?! 누구 인생을 망치려고 이따위 짓을 벌인단 말이냐!”
조양악은 뜨끔한 속내를 감추고자 서생처럼 쥘부채로 얼굴을 가렸다. 사달이 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리 크게 날 줄이야.
“광명사자는 대체 어떻게 알고 거기까지 간 거야?”
어떻게 알았겠는가. 제가 다 불었으니 알겠지.
“불길해. 만일 천악수라 그 늙은이가 우리에 대해 떠들기라도 하면…….”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죄인들의 말을 믿어줄 자는 없을 테니까요.”
장이서와 육장로. 그리고 호룡당주의 입이 문제지.
“어쨌든 이리된 거 도라옥은 완전히 정리하셔야 합니다.”
“아까워 죽겠구나. 어떻게 얻은 칼인데.”
“해서 말씀인데…….”
조양악이 쥘부채를 흔들며 넌지시 말했다.
“그 대안으로 칠소궁은 어떠신지요.”
“칠소궁? 미친 거야? 보좌한테 자객 보낸 게 엊그젠데 뭘 잡아. 알면 가만 있겠어?”
이미 압니다. 어쩌랴. 지금으로선 그들의 입을 막으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도라옥만 사라지면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게다가 보셨다시피 지금 칠소궁……. 보통 아닙니다.”
“아니긴 하지. 근데 그래도 막내랑 손을 잡는 건 좀……. 거기다 걔 셋째랑 친하잖아.”
“주군께서도 똑같이 친해지면 되지요.”
“말이 쉽지!”
“기회는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됐어. 자존심이 있지.”
무한성이 됐다는 듯 휙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때.
“급보입니다!”
백괴단의 수하 하나가 문을 열고 다급히 들어섰다. 손에 서신 한 장을 들고서.
이를 받아 든 조양악의 눈이 빠르게 이를 읽어내렸다.
그리고…….
“아무래도…… 친해질 기회가 온 것 같습니다. 전화위복의 기회 말입니다!”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걸렸다.
***
둥-! 둥-! 둥-!
다급한 북소리가 쉴 새 없이 울린다.
성벽에 올라선 금룡당의 무인들은 진땀을 흘리며 바짝 긴장했다.
적진을 살펴보면 이해도 갔다.
이히히히히!
크흐흐흐!
짐승처럼 웃어대는 광기의 죄인들.
그 수는 어림잡아 오십 남짓. 적다고 볼 수도 있지만, 척 보면 안다. 하나하나가 서슬 퍼런 기세를 뿜어내는 고수들임을.
“으음……. 저자들이 다시 세상에 나오다니.”
게다가 그중엔 만금수가 아는 얼굴도 여럿 있었다.
“아는 자들입니까?”
성벽 위에 나란히 선 장이서가 물었다.
“저기 선두에 마르고 수염 없는 장발의 노인이 보입니까?”
보인다. 날렵한 눈썹에 악랄함이 엿보이는 용모.
“팔괘사령 악복조. 본래 동창의 무사였는데 사술에 빠져 입교한 자입니다.”
동창이라면 거세한 환관이 아닌가.
“무예가 출중했고, 처세에도 능해 차기 장로로까지 거론되던 자였으나 손속이 악랄해 갇히게 되었지요.”
마교에서 악랄하지 않은 자도 있던가.
“패자의 남근만 잘랐다더군요.”
“……충분하군요.”
“그 옆에 텁석부리의 거구는 붕산권 대산홍. 천룡당 출신인데, 성질이 불같아 상관을 해하였다지요. 그리고 그 앞은…….”
이어진 그의 설명은 하나하나가 악독하기 그지없었다. 하긴, 약육강식에 뿌리를 둔 마교에서 옥에 갇힐 정도면 어느 정도겠는가.
어지간히 미친놈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
그야말로 악 중의 악.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마인이다.
“군자검귀란 자도 아십니까?”
“군자검귀……. 글쎄요.”
만금수는 처음 듣는 별호인지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사호정이 말하기를 그가 배후에서 모든 일을 꾸몄다고 했다.
한데 그런 자가 천산에서 그리 알려진 자가 아니라는 건 모순적인 일.
‘진짜 그가 혈교에서 온 자인가. 만일 뇌옥왕이 이용당하는 입장이라면…… 자중지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잠시 생각에 빠질 무렵, 만금수가 다소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 아무리 흉악한 자들도 저자 앞에선 조족지혈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누군지 듣지 않아도 알 만했다.
풀어 헤쳐진 백발에 남들보다 머리 두어 개는 더 커 보이는 거한. 이미 백 세가 훌쩍 넘은 나이임에도 무섭도록 짙은 눈동자.
마두의 무리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노인.
“천악수라…….”
사호정과 사도철의 스승이자, 무려 전전대에 활동했던 최고령의 죄인.
지금은 뇌옥왕이라 불리는 바로 그였다.
“장 보좌 말이 맞았군요. 저자는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닙니다.”
만금수의 두툼한 턱살이 파르르 떨렸다.
당주 중에선 가장 약하다곤 하나 그 역시 절정 끝에 다가선 자.
무려 수백 보 밖이지만, 분명히 느껴졌다. 저 간악한 무리 사이에서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압도적인 흉살의 기운이.
“뭐, 어쩌겠어. 놈들은 물러갈 마음이 없고, 우리도 물러설 마음이 없는데. 장이서, 안 그래?”
마오가 호기롭게 묻는다. 그래, 맞다. 지금은 어떻게든 이곳을 막는 게 급선무.
“수는 적으나 상대는 모두 내로라하는 고수. 정면으로 붙으면 승산이 없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성벽을 사수해야 합니다. 혹시 이 안에 호마유(胡麻油)와 같은 기름이 있습니까?”
“예. 등잔에 쓰이는 터라 대량으로 쌓아둔 곳간이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당장 성벽 바깥에 그걸 전부 흘려주십시오. 아무리 절정의 고수라도 경사가 가파르고 성벽이 높으니 방해는 될 겁니다.”
“하나 어차피 극마의 고수 앞에선 무용지물 아닙니까.”
그것도 맞는 얘기. 초절정도 쉽지 않은데 극마라면 상상도 안 간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그를 전장에서 이탈시켜야 한다.
“칠공자님께서 어떻게든 이곳을 지켜주셔야겠습니다.”
“장이서, 너는?”
“저는…… 따로 할 일이 있습니다.”
장이서의 시선이 먼발치로 향했다.
백발의 거한.
뇌옥왕 천악수라.
“뒤를 부탁합니다.”
“야, 야! 장이서!”
팟! 장이서가 성벽 밖으로 몸을 날렸다.
*
한편 먼발치에 주둔한 뇌옥왕은 대곡고를 바라보며 여운을 만끽했다.
“드디어 왔구나.”
조급함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로웠다. 계획은 완벽했고, 시간은 많았으니.
성벽 위를 살피자 마중을 나온 것인지 꽤 많은 이가 만반의 준비를 한 채 모여 있다.
몸풀기에 딱 적당한 수준.
“죽여주마.”
우우우웅-!
천악수라가 앞으로 손을 내뻗자 엄청난 공명음이 사방천지에서 울렸다.
이윽고 시뻘건 기운이 손바닥에 서리고, 혈옥 또한 붉은 광채를 내뿜었다.
천악수라의 성명절기인 혈옥파멸장(血玉破滅掌)이다.
거리가 무려 수백 보나 떨어져 있지만, 지금 경지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음?”
한데 그때. 누군가 성벽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이 눈에 담겼다. 그러곤 겁도 없이 이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미친놈인가?
“크큭, 하하하하하!”
“키히히히!”
이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진다. 뇌옥왕도 허탈함에 진기를 흩트리고 고개를 저었다.
둘 중 하나다.
투항하러 온 놈이거나. 아니면 진짜 미친놈이거나.
뭐든. 고작 저딴 놈에게 혈옥의 힘을 쓰는 건 사치.
“주사.”
“예.”
가볍게 이름을 부르자 명령은 빠르게 타고 내려갔다.
주사의 고갯짓이 앞으로 쏠렸고, 이에 눈이 마주친 이들이 고개를 끄덕인 뒤 설렁설렁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가서 찢어 버리라는 얘기.
그리고 상대가 어느새 오십 보 거리까지 다가온 바로 그 순간.
“보좌 장이서다!”
그에게서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뇌옥왕에게 대화를 신청한다!”
모두의 걸음이 우뚝 세워지고, 동시에 고개가 뇌옥왕을 향해 동시에 돌아간다.
그리고 주사는 깨달았다.
저놈은 미친놈이 확실하다는 것을.
“장이서……. 장이서라고?! 죽여버리겠다-!”
콰아아아앙-!
뇌옥왕의 손에서 거대한 장력이 발출됐다!
*
콰과과과과!
한편 장이서는 점점 시야를 가득 메우는 붉은 손바닥에 정신이 아찔했다.
“대화 좀 하자는데 다짜고짜 손찌검이라니. 생각보다 성미가 더 지랄이구나.”
상당히 떨어진 거리인데도 그의 장력은 순식간에 날아들었다.
이 정도 경지라면 확실히 초절정은 거뜬히 넘는 수준.
『뇌전법(雷轉法)』
벼락처럼 옆으로 몸을 날려 피해내자.
콰아아앙!
잠시 후 뒤에서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에 뒤를 돌아보자…….
투두둑. 모래성을 손으로 파낸 것처럼, 성벽 윗부분이 사라져 있다.
조금만 더 아래 맞았다면 성벽 자체가 뚫렸을 수준.
“이건 너무 위험한데.”
다시금 앞을 살피자 미적거리던 적들 일부가 쏜 화살처럼 달려드는 게 보인다.
키히히히히!
피부로 느껴지는 광기와 살기.
“왕의 실력은 잘 알겠고. 만나고 싶으면 이쪽도 실력을 보이라는 건가.”
원한다면 해야지. 흡! 숨을 짧게 한 번 삼키곤, 정신을 집중했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장이서는 순수한 경지만 놓고 봐도 절정의 중턱.
여기에 가진 절기들을 합하면 동일한 경지 내에선 그를 이길 자가 없다.
“키야아아악!”
달려드는 선봉을 향해 단도를 가르며 벼락처럼 쏘아졌다.
선봉은 무조건 일격. 여기서 밀리면 다음도 없다.
서걱!
그리고 다시 전진.
“카학!”
뒤에서 고통의 비명이 흩날리고, 피 분수가 뿜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굳이 뒤돌아 생사를 확인할 필요는 없다.
뒤이어 나타난 세 사람의 망막에 선봉이 쓰러지는 모습이 또렷이 비치고 있으니.
여담이지만, 이들은 절정 고수가 확실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두 눈이 흔들리면서도, 저를 향해 매섭게 칼을 휘두르고 있으니.
챙챙챙!
하지만 지닌 공력에 비해 손이 무디다. 예리함은 없고, 칼끝은 닿는 순간 크게 흔들렸다.
이는 과거엔 어땠을지 몰라도 오랜 시간 수련을 멀리한 탓일 거다.
굳은 살 하나 없는 앙상한 손으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건 어불성설.
푸푸푸푸푹!
“끄아아아악!”
“꺼어억…….”
칼을 튕겨내곤 팔, 다리, 머리, 어깨, 목, 가슴. 가리지 않고 세 사람을 찔러대자 털썩!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진다.
“후.”
그제야 참아온 숨을 얕게 뱉으며 서늘히 눈앞의 적들을 살폈다.
어느새 폭풍처럼 달려오던 무리가 우뚝 멈춰 섰다. 그들도 느낀 것이다.
‘다음은 네 차례다.’
장이서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가 결코 범상치 않다는 것을.
하지만 장이서는 알고 있었다.
이 또한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 더 있으면 경악에 빠진 눈은 조금씩 경계로 바뀌고, 벌려진 입술은 꾹 다문 채 살기를 내뿜을 것이다.
그것이 일류와 절정의 차이.
그러니 그때까지 기다리면 늦는다.
그전에 죽인다.
팟!
장이서의 독무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