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195)
첩자의 마교생활-195화(195/350)
195.
#더 나불대 보거라
사면자들은 장이서가 품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대체 뭔 생각인 거지?’
아무리 봐도 자신들 틈 사이로 들어온 게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
한둘도 아니고, 무려 일곱 명이 몰려 있는데 그 사이를 파고 들어온 것이다.
죽으려고 작정한 게 아니고서야 이해가 안 되는 일.
하지만 당연하게도 장이서는 다 계획이 있었다.
『불사독마공(不死毒魔功)』
날뛰던 천마기가 단전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고, 고요히 흐르던 푸른 독기는 출렁이며 두 번째 천공을 지나 소주천을 시작했다.
우우웅!
초식은 필요 없다.
독의 본질은 번식(繁殖)과 발산(發散).
불사독마공 그 자체가 무기다.
그러니까.
“조져!”
팔방에서 달려드는 적들.
그들 사이에서 딱 한 가지만 하면 된다.
『불사독마공(不死毒魔功) 발출(發出)』
화아아아악!
독 연무가 순식간에 주변을 잠식한다.
“도, 독?!”
“큭!”
갑작스러운 독 기운에 주춤거리는 사면자들. 그리고 실전에서는 이러한 찰나의 움직임이 곧 죽음으로 이어졌다.
“커헉!”
단도가 쉴 새 없이 적들을 가르고, 순식간에 또다시 일곱 명이 숨을 거뒀다.
그의 손에 절명한 절정 고수만 벌써 열한 명.
이를 지켜보는 양측 진영 모두가 넋을 잃었다.
‘도대체 네놈은 뭐냐?!’
군자검귀는 처음으로 감긴 눈을 떠 동공을 내보였고, 금룡당주 만금수는 수하들에게 이렇게 중얼거렸다.
“만일 오늘 내가 살아남는다면, 그건 모두 그의 덕일 것이다.”
그만큼 그가 보여준 신위는 강렬했다.
물론 군자검귀는 사도철과 갈문천이 그에게 당한 걸 이미 알고 있었고, 만금수도 번천검객이 패한 걸 보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이미 드러난 정황이 확실함에도 부정했다는 말이 옳았다.
고작해야 7급귀 출신이었으니. 한데 지금 모습은 그야말로 백전무패의 명장이자 야차 그 자체다.
심지어 더 기세등등해진 목소리로 끝없이 도발을 이어 나갔다.
“사호정은 어제 사도철 곁으로 보내줬다!”
“갈문천이 네 안부를 묻더군!”
“대화하자는 말이 어렵나? 아니면 속이 좁아터진 건가. 대답해라, 천악수라!”
군자검귀는 경악했다. 신종 광인인가? 아니면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인가.
무엇이든…….
“저놈은 내가 맡을 것이다. 너희는 대곡고를 불태워라.”
뇌옥왕 천악수라의 관심이 목적이었다면 대성공이다.
그가 분노에 두 눈이 먼 채 움직이기 시작했다.
“왕이시여, 대곡고가 우선입니다!”
다급히 군자검귀가 말려보지만 틀렸다. 뇌옥왕은 이성을 잃은 상태.
“비켜라!”
이윽고 장이서가 옆의 숲길로 몸을 날리자 천악수라는 번쩍하고 사라졌다.
“이런…….”
군자검귀는 낭패감에 숨을 길게 뱉고는 싸늘히 말했다.
“모조리 없애라.”
이미 물은 엎질러진 일.
키히히히히!
사면자들이 성벽을 향해 쏘아졌다.
*
수성전의 양상은 거침없이 흘러갔다.
피이잉!
성벽 위 수백의 무사가 활을 쏘며 대응했고.
“컥!”
사면자들은 동료의 시체를 들어 방패 삼아 들이닥쳤다.
파파파팟!
이어 경공을 펼쳐 성벽으로 날아오르면, 기름이 칠해져 미끄러진 이는 뎅강 목이 잘려 지옥으로 떠났고.
운 좋게 올라선 이들은 성벽 위에서 난전을 펼쳤다.
“물러서지 마라-!”
금룡당주의 활약은 여기서 빛이 났다. 당원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게 계속 고함을 쳤고, 상황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도라옥이 쉽게 요새를 함락시키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붉은 머리의 미공자.
칠공자 마오 덕분이었다.
“내려가. 안 내려가? 이 새끼들이!”
화르륵!
창룡도를 휘두르며 성벽 위를 종횡무진. 그의 일도는 막아선다고 해도 막은 게 아니었다.
카아앙!
“크아아악!”
어찌나 공력이 괴물 같은지 간신히 성벽 위로 올라왔거늘, 부웅 날아가 그대로 저 먼 땅바닥에 처박혔다.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는 힘.
“칠공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우하하하! 덤벼 봐, 이 자식들아!”
그의 존재는 도라옥 입장에선 악몽이고, 금룡당에겐 구원이었다.
‘어설퍼 보여도 저건 틀림없는 실력이다. 칠공자가 이토록 강하였던가.’
군자검귀는 전장을 살피며 쓴맛을 삼켰다.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지체된 것.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
“호법은 길을 열어라.”
마침내 수뇌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팔괘사령 악복조와 붕산권 대산홍.
시작은 간단했다.
악복조가 염불을 외듯 사술을 읊자 짙은 안개가 산세에 자욱이 퍼졌다.
“아니?!”
성벽 위에서는 당혹감에 빠졌다. 적의 위치가 가늠이 되지 않았기 때문.
그리고 잠시 후.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지진이 인 것처럼 성벽 위가 크게 흔들렸다.
“무슨……!”
꽈과과과광! 그리고 연이어 울리는 진동. 그 이유가 밝혀지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서, 성문이 부서지고 있습니다!”
“이런!”
붕산권 대산홍이다. 그가 성문에 양손으로 주먹을 차례로 내리꽂고 있었다.
쩌적, 쩌저저적!
점차 단단한 성문에 금이 서리고, 휘어진다.
그리고 금룡당주가 다급히 성벽에서 내려왔을 땐.
콰아아앙!
성문이 부서졌다.
“가라.”
그리고 먼발치에서 이어진 군자검귀의 명.
키히히히히!
으흐흐흐!
남은 사면자들이 열린 성문을 향해 쏘아져 들어간다.
“막아라!”
물론 다급해진 금룡당주 만금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성문 앞에서 난전이 시작된 것.
하지만 승패의 추는 금방 드러났다.
“듣던 것보단 제법이군.”
“이 맹인 새끼!”
채채챙! 군자검귀가 성벽 위의 마오를 막아서고, 팔괘사령 악복조와 대산홍이 금룡당주를 압박하자 순식간에 밀리기 시작한 것.
‘정녕 이대로 끝이란 말인가.’
만금수는 낭패감에 빠졌다. 점점 몸에는 상처가 많아지고, 피 토하며 쓰러지는 당원들이 속속 등장했다.
반면 사면자들은 성문이 뚫린 이후 피해가 전무했다.
모두가 절정 고수이니 정면에서 맞붙어 승산이 없는 건 당연한 일.
‘아무래도 틀린 것 같소, 장 보좌…….’
그렇게 만금수가 죽음을 각오한 채 마지막 진기를 끌어올리는 순간이었다.
“오라버니가 왜 여기 계신 거죠?”
“왜겠어. 도움을 청했으니까 왔지.”
“그걸 믿으라는 건가요?”
“왜 이래. 이거 안 보여? 서신이 왔다니……. 야! 그걸 왜 태워!”
“잘못 보낸 것이니까요.”
저 먼발치에서 사이좋은 남매의 목소리가 뜬금없이 흘러들었다.
사내는 거칠고 투박했고, 여인은 서릿발처럼 차가웠다.
한데 놀라운 건 분명 비명과 마찰음이 난무하는 전장이거늘, 그들의 목소리가 너무나 생경하게 들렸다는 것이다.
만금수는 저만 그런 것인가 하고 주변을 살폈다.
하나 모두가 느낀 것인지 어느새 전쟁은 멈추어져 있었다.
전음을 펼친 것도 아니거늘, 심지어 안개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도 않거늘.
어찌 이런 기사가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오래지 않아 만금수는 그 이유를 깨달았다.
“어, 어찌……!”
안개를 가르며 성문 앞에 나타난 두 남녀.
엄밀히 말하면 장이서가 말한 대망의 지원군!
이공자 패왕권제 무한성.
삼공녀 빙화검제 사해령.
압도적인 존재감의 두 초절정 고수가 대곡고에 당도한 것이다.
“장이서는 어디 있지?”
“장이서를 보러 왔다.”
금룡당주 만금수는 부르르 떨며 속으로 생각했다.
‘장 보좌…… 당신은…….’
어쩌면 그야말로 당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암울했던 대곡고에 드디어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락.”
“조 보좌.”
백괴단과 월광십귀.
“정리해.”
“없애버려.”
파파파파팟!
이소궁과 삼소궁의 정예들이 나타났다.
“이런-!”
군자검귀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서리는 순간이었다.
*
천악수라. 그는 꽤 유명 인사였다. 도라옥의 살아 있는 최장수 복역자이자, 나이가 백이십 세를 넘긴 마교 내 최고령자.
하지만 그것보다 더 널리 알려진 건 갇히기 전 그의 신분이었다.
천마와 광명사자를 제하면 최고위직이라 할 수 있는 장로(長老).
그것도 전전대 장로였었다.
한마디로 애초부터 남다른 존재였다는 얘기.
그러니까…….
“감히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도 살기를 바랐느냐!”
범처럼 짖는 그의 일갈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벌써 쫓아올 줄은 몰랐는데. 보기보다 몸이 날쌔네.”
대곡고에서 그리 멀리 온 것도 아니었다. 비탈길을 타고 달리다 분지에 다다른 순간, 하늘에서 백발의 괴물이 떨어져 내렸다.
“버러지 같은 놈. 내 제자는 그 입으로 죽인 것이냐?”
“그런 얘기 종종 듣기는 하는데, 그건 아니고.”
“겁이 없는 놈이구나.”
아니, 사실 떨린다. 그것도 아주 많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까이에서 마주한 그는 생각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일단 외모에서 드러나는 위압감도 적지 않았지만, 풍기는 기세 자체가 일국의 폭군을 마주하는 듯했다.
하긴, 장로까지 올랐던 자가 도라옥에서 수십 년의 한을 품고 나왔으니, 어찌 그 존재감이 크지 않겠는가.
“사호정. 그 아이를 만난 게 사실이더냐.”
그의 목소리엔 짙은 노기가 서려 있었다. 그래도 제자라고 안위가 걱정이 된 모양.
최대한 들뜬 심장을 감추고 눈 크게 뜨고 답했다.
“안 왔어.”
“왔구나!”
알면 왜 물어! 그의 육신에서 경천동지할 살기가 뿜어지고, 빛살처럼 날아들었다.
빠아악!
“카학!”
콰지직! 그저 한 대 맞았을 뿐인데, 얼마나 뒤로 날아간 건지. 등으로 거목 세 그루를 부서트리고 나서야 바닥에 쓰러졌다.
연신 피가 토해지고, 정신은 혼미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괴력. 당연한 얘기지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천악수라는 더 다가오지 않은 채 여유를 부리며 말했다.
“장이서. 네놈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아느냐?”
“끄윽…… 당신 죄는 알아……. 손버릇이 나빴더군. 지존의 물건을 훔쳤……. 내 죄라면 잘 알고 있다!”
간신히 몸을 추스르곤, 격분해 얼굴이 터질 듯한 천악수라에게 다급히 말했다.
“사도철. 날 죽이러 온 녀석이었지.”
천악수라의 손바닥에 붉은 기운이 서렸다가 사라진다. 오늘 저놈의 혓바닥은 반드시 뽑아버리고 죽이리라.
“내 제자이기도 했다.”
어지간히 아꼈나 보군. 장이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대화가 우선. 장단을 맞춘다.
“그래. 그는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승부를 아는 진정한 협객이었다.”
“헛소리! 난 그딴 머저리로 가르치지 않았다!”
이거 아니냐.
“실은 쓰레기 같은 놈이었어. 죽는 순간까지 패배를 인정 못 하고 비웃더군. 전형적인 마두 새끼였다.”
“음…….”
그딴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지 마라.
“내가 오랫동안 공들여 키운 아이였다. 날 닮아 영특했고, 자질도 충분했다.”
“죄짓는 것도 자질이라면 잘 기른 게 맞…… 컥!”
빠악! 장이서가 개구리처럼 넙죽 엎드렸다. 어느새 다가온 천악수라가 주먹을 쥐고 내려친 것.
“네놈은 그 입부터 문제로구나.”
“끄윽…….”
단숨에 몸이 들려지고, 천악수라의 거친 손이 아래턱을 움켜쥐었다. 아예 부숴버릴 기세.
“더 나불대 보거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다.
“당신한테도…… 이곳 천마신교가 소중했던 때가 있지 않았나?”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