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241)
첩자의 마교생활-241화(241/350)
241.
#네가 왜 여기서 나와!
“크악!”
흑사방의 무사 하나가 어깨에 젓가락이 꽂힌 채 나동그라진다.
선유 역시도 망설임 없이 칼을 빼 들고 현란하게 적들을 상대해 나갔다.
슈슈슈슉!
한순간에 팔다리를 베어 넘기며 두 명을 쓰러트리는 선유.
“이 자식들 제법인데? 좋아. 놀아보자고!”
마오도 작정하고 손을 탁탁 털고 일어섰다. 창룡도는 뽑지도 않았다. 덤벼드는 놈들 가슴팍에 손바닥 한 번만 찍어줘도.
빡!
“끄아아아악!”
일직선으로 섬광처럼 날아가 벽에 처박히는 흑사방.
이에 모두가 휘둥그레 놀라며 시선을 모은다.
‘뭐야, 저 자식.’
선유 역시도 느닷없는 거력에 깜짝 놀랐다. 그냥 거지인 줄 알았는데 보통 놈이 아님을 직감한 것.
물론 그건 흑사방도 마찬가지.
열댓 명이 마오 쪽으로 몰려들었다.
“심상치 않은 놈이다. 저놈부터 없애라!”
하지만 이미 천산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고 만마분총까지 다녀온 마오였다.
“우하하! 다 덤벼!”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고작 일류 따위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크아악!”
“컥!”
흑사방 졸개들의 비명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덕분에 중인들은 한결 여유롭게 흑사방을 상대해 나갔다.
제갈소미도 힐끔거리며 마오를 재차 살폈다.
‘보통 실력이 아니야. 하오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데.’
겉만 보면 영락없는 꽃거지인데, 터져 나오는 내기는 벌모세수 받은 대공자다.
주먹질 한 번에 열기가 일렁일 정도이니 후기십룡이라고 해도 믿을 수준.
그렇게 반각쯤 지나자 흑사방원 절반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반면 마오와 선유. 그리고 제갈소미 삼인방은 호흡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다.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
한데 그때였다.
짝, 짝, 짝!
갑자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싸우던 이들은 하나둘 의아함을 느끼곤 정적에 휩싸였다.
“뭐야?”
신나게 때려주던 마오도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돌렸다.
그러자 흑사방 무리에서 한 번도 나서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던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이거, 내가 청해를 너무 만만히 봤군. 객잔 하나 정리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는데.”
“저자는……!”
제갈소미는 단번에 그의 신상을 알아채곤 반응을 보였다.
“뭔데, 아는 자야?”
“누구지?”
어느새 마오와 선유가 다가와 묻는다. 이에 그녀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민머리에 검은 안대. 산적처럼 호피로 만든 옷. 과도하게 드러난 근육과 한 손에 쥔 거대한 도끼.
“두골강타(頭骨强打) 곽태보. 흑사방의 고수 중 하나예요. 설마 저자가 여기 와 있었을 줄이야…….”
“저 꼴로 지금까지 어떻게 숨어 있던 건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곽태보는 방주의 최측근인 삼단주(三團主) 중 하나. 그가 여기 있다는 건 흑사방 전력이 곧 청해에 당도한다는 거죠.”
제갈소미의 설명에 중인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크크크. 날 알아보다니 제법이구나. 무림맹에서 온 계집이냐.”
제갈소미가 고운 인상을 찌푸렸다. 제갈가의 여식이라고 밝힌다면 저들도 더 심하게 나서지는 못할 터.
하지만 오늘 이곳에 온 건 암각의 부각주로서 온 거였다. 능가경의 실체와 103호의 흔적을 찾기 위해.
함부로 신분을 밝힐 수는 없는 일.
“지금 대답을 않겠다는 건…… 뒈져도 할 말이 없다는 거겠지? 크흐흐흐.”
부웅! 그가 도끼를 돌려 제 어깨에 척 올리고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
“음……!”
그러자 곳곳에서 침음성이 뱉어진다. 고작 한 걸음 차이거늘 존재감을 넘어 위압감이 느껴졌기 때문.
그럴 만도 한 것이 참모인 독사호리보다 서열은 낮으나 무공은 그보다 한 단계 위.
이미 절정 중턱을 넘은 고수였다.
그가 작정하고 휘두르면 모두 무사치 못하다는 얘기.
물론.
“네가 할래, 내가 할까.”
마교 칠공자인 마오의 눈엔 그래봤자 흔한 졸개 27 정도로밖엔 안 보이지만 말이다.
“내가 한다.”
선유가 당차게 앞으로 나섰다. 그 역시 명문인 화산파 일대제자. 그중에서도 후기십룡 중 하나인 대사형 매화룡을 꺾은 천재 중의 천재다.
“하, 이 어린 새끼들이 지금 나 두골강타 곽태보 앞에서 대진표를 뽑아?!”
쾅! 그가 진각을 밟자 바닥에 둥그런 실금이 크게 서렸다.
“순서대로 골로 보내 주마!”
팟! 그리고 시작된 싸움. 곽태보가 덩치에 안 맞게 빛살처럼 달려든다. 생각보다 훨씬 빠른 신위에 선유가 뒷걸음질 치며 칼을 휘둘렀다.
챙챙챙!
한순간에 뒤로 밀려 식탁에 턱! 가로막힌 순간.
“뒈져라.”
쐐애애액!
정수리로 떨어지는 거대한 도끼!
콰직!
간신히 식탁 위를 등으로 구르며 피해낸 선유. 옆을 바라보자 식탁이 쪼개진 수준이 아니라 아예 가루가 되어버렸다.
인근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마오가 피식 웃으며 묻는다.
“교대해?”
“구경이나 해라!”
부웅! 횡으로 날아드는 도끼를 허리 숙여 피해내곤, 선유의 칼이 물속의 생선이 날뛰듯 앞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쉬쉬쉬쉭!
변칙적이면서도 재빠르다!
“이놈이……!”
갑자기 파고드는 칼질에 곽태보는 몇 군데 베이곤 당황하며 물러섰다.
이어 승기를 잡은 선유는 거침없이 그를 몰아세웠다.
“제법인데?”
구경 중이던 마오는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잘은 몰라도 선유의 움직임이 범상치 않음을 느꼈기 때문.
중인들도 모두 숨을 죽인 채 두 사람의 대결을 정관(靜觀)했다.
“건방진 새끼-!”
곽태보는 점점 늘어나는 자상에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감정과 달리 그의 움직임은 더욱더 조심스러워지고, 음흉해졌다.
이성적인 자여서는 아니다. 오히려 다혈질에 감정만 앞세우는 편.
하지만 이건 그의 오랜 경험이었다. 지금 선유를 쉽게 봤다간 제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위험신호.
아무리 멍청한 자라도 수백, 수천, 수만 번을 싸우면 본능적으로 익히는 감각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신중함은 그에게 기회를 가져다줬다.
‘이놈 무공을 일부러 숨기고 있구나.’
음침한 미소가 내면에 걸렸다. 분명 칼 휘두르는 솜씨로 보나, 발재간만 봤을 땐 저보다 한 수 위의 실력.
하지만 무슨 일인지 기회를 잡아도 제대로 베어내진 못하고, 경상만 입히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절 가지고 노나 싶었는데…….
‘이 새끼 정파가 맞구나. 살생을 최대한 자중하려는 거야. 이런 샌님 같은 녀석들은 잔인한 우리하고는 궤가 다르지. 저 새끼라면 모를까.’
곽태보의 도끼눈이 휙 옆으로 돌아가자 어느새 식탁에 앉아 남은 국수를 먹고 있는 마오의 모습이 담겼다.
“야, 대머리 쫄았다! 우걱우걱.”
저 빌어먹을 자식. 다음은 네놈이다. 곽태보가 살기를 번뜩이며 다시 앞을 살폈다.
어쨌든 무공을 숨기는 것이라면 무서울 것이 없다.
‘팔 하나를 내어주고…….’
서걱! 곽태보의 들어 올린 팔등이 선유의 검에 베여나간다. 하나 이는 노림수. 역시 얕다.
“대가리를 부순다.”
퍽! 그대로 달려든 곽태보의 어깨에 부딪쳐 나가떨어지는 선유!
“소협!”
“저 멍청이!”
선유가 다급히 위를 올려다보자 씨익 웃으며 도끼를 두 손에 쥔 곽태보가 서 있다.
“죽어어어어어-!”
쐐애애애액! 그리고 떨어지는 도끼! 이에 마오가 뛰쳐나가려는 순간.
“어?”
훅! 웬 거뭇한 그림자가 옆을 스치며 광망처럼 쏘아져 나갔다.
콰과과과과광!
그사이 무자비하게 바닥에 떨어져 내리는 곽태보의 난격.
“나왔다! 황소도 반죽으로 만드는 단주님의 쾌속백타(快速百打)!”
얼마나 빠른지 새하얀 빛줄기가 만드는 수십 가닥의 궤도 외에는 보이지도 않는다.
마침내 실로 끔찍한 공격이 끝이 나고, 곽태보가 식은땀을 닦아내며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크흐흐. 건방진 새끼. 어딜 감히 까불…… 음?”
한데 없다. 분명 반죽이 돼야 했을 놈은 보이지 않고, 애꿎은 땅바닥만 박살이 났다.
그리고 옆에서 들려온 다정한 목소리.
“괜찮은 것이냐.”
고개를 휙 돌리자 웬 흑립을 쓴 자가 쓰러진 선유의 등을 받치고 있었다.
“뭐야, 이 새끼는.”
하나 그리 묻는다고 답해줄 자는 없다. 선유 역시도 전혀 모르는 이이기 때문.
심지어 검은 복면을 쓰고 있어 눈과 콧등 말고는 보이는 것도 없었다.
‘근데 왜 낯이 익지?’
한데도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기시감.
“있어라.”
흑립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곽태보에게 성큼성큼 다가간다.
곽태보는 걸음걸이만 보고도 흠칫 놀라며 생각했다.
‘이 새끼 보통 놈이 아니구나.’
하나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정파 놈을 구했으니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
이런 놈들은 사람 하나 제대로 해치지 못한다.
그러니까.
“뭐 하는 새끼냐, 넌!”
적당히 도발하고, 달려들 때 팔을 내어주면…….
“이 새끼가 물었으면 말을……!”
푹! 곽태보의 눈이 번쩍 떠졌다. 이내 고개를 떨구자 제 팔이 아닌 복부를 뚫고 들어온 작은 날붙이가 보인다.
뚝, 뚝. 떨어지는 피.
“어……?”
여기가 아닌데.
“내가 누군지 물었나.”
내 이름은 장이서.
마교 칠공자의 보좌이자 네가 방금 죽이려던 저 아이의 형이다.
“이, 이런……?”
곽태보는 그제야 눈을 보고 깨달았다. 이 새끼…… 사람 새끼가 아니구나.
하나 늦었다.
푸푸푸푸푹!
폭탄 터지듯 몸뚱이에 백뢰가 수십 방 꽂힌다.
“사, 사려주…….”
촤아아아악!
마지막은 자비 없이 휘두른 손짓에 목이 길게 베이며 핏물이 뿜어졌다.
“꺼어어…….”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눈도 감지 못하고 뒤로 쓰러지는 곽태보.
쿠웅!
너무도 잔혹한 손속에 모두가 얼어붙는다.
누가 그러는가. 그가 정파라고.
틀렸다.
흑도보다 잔인한 마교다.
“……치우고 꺼져.”
이어진 싸늘한 통보. 섬?한 눈빛에 중인들마저 고개를 피했다. 장내가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천마신공까지 운기했다면 위압감에 모두가 경기를 일으켰을 터.
흑사방원들이 덜덜 떨며 멈춘 발을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너……?”
불현듯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에 장이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냐, 이 익숙하고 경박한 음색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자.
“맞잖아, 너!”
“……!”
복면 위의 두 눈이 경악으로 휘몰아쳤다. 머리카락이 시커멓고, 거지처럼 너저분한 꼴을 하고 있지만, 분명히 그 녀석이었다.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칠공자 마오.
도저히 있어선 안 될 놈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가 울먹이며 달려오는 그 순간.
“장이……스억!”
빠악! 벼락처럼 쏘아진 장이서의 손날이 그대로 뒷목을 가격했다.
일순 모두가 얼어버리고, 마오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이어 혼미해지는 정신에 배신감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왜……?’
쿵! 암전. 기절이다. 장이서는 기다란 한숨을 뱉으며 주변을 살폈다.
큼지막한 두 눈을 깜빡이는 제갈소미.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선유. 그리고 흑사방과 중인들.
그야말로 대환장이다. 풀어야 할 게 한둘이 아닌 일.
‘일단은…….’
장이서는 다시금 서늘해진 시선으로 말했다.
“아직도 안 꺼졌나.”
“가, 가자!”
흑사방 무리가 일사불란하게 달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