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245)
첩자의 마교생활-245화(245/350)
245.
#청하루
– 청해 서녕 패검문.
다음 날, 장이서와 마오는 이른 아침 패검문을 찾았다.
“여기가…… 청해지부라고?!”
아니, 거긴 마구간이고. 흑마한테 지부장이냐고 시비 거는 마오를 보며 타일렀다.
“일단 취기부터 날리십시오.”
팟! 그러자 마오의 몸에서 알싸한 향이 어깨 위로 수증기처럼 날아간다.
천양지체의 뜨거운 양기가 단숨에 취기를 날려 버린 것.
확실히 난 몸은 난 몸이다.
“후, 좀 살겠네. 근데 뭐야, 얘는. 왜 엉기는데.”
네가 방금까지 지부장이라고 떠들던 흑마다.
“명심하십시오. 청해에 있는 동안 공자님은 그냥 칠소궁에 머무는 식솔이어야 합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그렇게 해야 한다.
상대는 혈교.
어디든 숨어 있을 수 있고, 또 어떤 수를 쓸지 모르는 자들.
마오의 등장은 그들에게 변수이고, 이를 알게 되면 이쪽에선 조심해야 할 경우의 수만 늘어나는 꼴이었다.
그러니 최대한 숨기는 것이 답.
“아, 그리고 들어가서 놀라지 마십시오.”
“헹! 날 뭐로 보고. 이제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이라고. 봐라. 내가 놀라나.”
마오가 코웃음을 치곤 패검문의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순간.
“주군을 뵙습니다-!”
“주군을 뵙습니다-!”
4열 종대로 선 청해지부의 4대 방파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인사를 올렸다.
도탑사와 대마선사 지승.
항우방과 비무투광 이지산.
광천루와 천수낭자 성소경.
패검문과 소문주 만광.
그들이다.
그리고 주인공인 장이서가 앞으로 나서자 선두에 선 만세극이 웃으며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이젠 장이서의 친위대가 되어버린 마교 청해지부.
그들이 마중했다.
그리고 마오는…….
“어, 어흥!”
순간 기에 눌려 하룻강아지로 전락했다.
그만큼 크게 놀랐다.
대체 이게 다 몇 명인가. 칠무위의 배는 되겠다. 거기다 주군이라니.
‘장이서, 이 자식. 혼자 있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두 집 살림이야! 이거 안 되겠네?’
죽었던 기가 번쩍 되살아나고, 이내 질투심이 콧김으로 길게 뿜어졌다.
청해지부 사람들도 기세를 느꼈는지 경계 가득한 눈으로 마오를 흘겼다.
저 멀대 같은 놈은 누구인가.
“칠소궁에서 일하는 아이이니 신경 쓸 것 없다.”
“노비구먼.”
“아니거든!”
간부들은 짓궂게 입꼬리를 올리고, 마오는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린다.
벌써 사이가 좋아진 모양.
장이서는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곤 안으로 들어섰다.
그저 먼발치에서 그를 알아본 비룡당주 묘채경만이 경악에 빠졌을 뿐.
*
장이서를 따라 안채로 들어서려던 마오는 만광에게 저지당했다.
“오늘은 어른들끼리 할 얘기가 있으시다니 꼬마는 대기.”
꼬마 누구. 설마 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뱉어진다.
“지금 들었어? 얘가 나한테…….”
“그러는 게 좋겠다. 너는 여기서 기다려라.”
“뭐, 뭐야?!”
가차 없이 들어가 버리는 장이서.
비룡당주도 안절부절못한 채 따라 들어섰고, 결국 만광과 둘이 남겨진 마오는 기막힘에 멍해졌다.
보좌 주제에 절 이렇게 홀대하다니. 아니, 그것보다도 단호하게 반말로 명령하던 그 건방진 모습!
‘이상하게 잘 어울려서 더 짜증 나!’
왠지 서글픈 현실이다.
“칠소궁의 노비라고?”
속을 박박 긁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만광이 벽에 삐딱하게 기대서선 웃고 있다.
이에 마오가 심드렁한 눈으로 물었다.
“봤어?”
“뭘.”
“이렇게 귀하게 생긴 노비 봤냐고.”
“푸하하하! 재밌는 놈이구나, 너.”
“재미는 무슨.”
마오가 콧방귀를 뀌곤 고개를 돌렸다. 이에 만광이 다가와 말했다.
“만광이다. 이 집 아들.”
“어, 난 본산 아들.”
“크큭, 주군을 쫓아 온 건가?”
“뭐래. 칠공자가 보내서 왔거든? 너희들 다 두 눈 똑바로 뜨고 감시하라고.”
“우리를?”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칠공자가 뉘 집 개도 아니고. 그래도 지존의 영식인데 왜 반말이야.
“원래 말버릇이 그리 고약한가?”
“알 게 뭐야!”
“성질머리가 보통이 아니네. 후후, 하긴 본산 출신이라면 그 정도 기개는 있어야지. 아무튼 감시하러 왔다니 잘 보여야겠네. 잘 부탁한다.”
“흥.”
만광은 피식 웃고는 반대편 벽에 기대서선 물었다.
“근데 칠공자님은 어떤 분이시지?”
“알아서 뭐 하게.”
“예전에 듣기론 소문이 좀 안 좋았던 거 같은데.”
“뭐야?!”
까딱하면 물겠네. 만광이 손사래를 치며 부언했다.
“아, 오해는 말라고. 그저 칠공자께서 후에 우릴 달갑지 않아 하실까 봐 하는 말이니.”
“너희를 왜. 설마 여기서 내 욕하고 다녔냐?”
네가 뭔데. 만광이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보곤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넌 본산 출신이라 잘 모르겠지만, 우린 보다시피 교외자라. 어딜 가든 환영보단 홀대받는 게 더 익숙하거든.”
마오는 만광의 자조적인 미소에 움찔했다. 홀대받는 삶이라면 누구보다 익숙했기 때문.
“……망나니나 교외자나.”
“음?”
“딴 사람은 몰라도 칠공자는 그딴 거 전혀 신경 안 쓴다고.”
만광이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
“하여튼 쓸데없는 걱정은. 나한테나 잘해. 내가 나중에 잘 말해줄 테니까.”
“푸하하하! 노비인 너한테? 됐다. 보초나 똑바로 서라.”
크하아아앙! 이 새끼들, 너희는 절대 안 받아준다. 절대!
오늘따라 더 서러워지는 마오였다.
*
한편 방으로 들어선 장이서는 만세극과 묘채경. 그리고 청해지부의 간부들과 함께 비상 회의에 돌입했다.
비룡당주가 마침내 혈교가 숨어 있을 만한 곳의 조사를 마쳤기 때문.
“일단 서녕 안에는 주목할 만한 곳이 없었다. 오밀조밀 몰려 있어 커다란 장원이 많이 없는 데다, 있는 곳은 주인이 바뀌지도 않았고 새로운 움직임도 없었지.”
말만 들으면 조사는 실패했다는 얘기. 한데 그녀의 표정은 자신만만한 미소로 가득했다.
잠자코 기다리자 아니나 다를까, 기대했던 그녀의 확언이 뱉어졌다.
“하지만 청해호 주변까지 수색 범위를 넓히니 가닥이 잡히더구나.”
청해호는 중원에서 가장 큰 호수로 그 크기만 무려 1만 리(4,000km)에 달했다.
그중 서녕과 근접한 수변엔 장원은 많지 않으나 거대 주루가 다수 포진되어 있었다.
묘채경은 그곳들을 주시했다.
“시간이 제법 걸릴 뻔했지만, 다행히 여기 청해지부 녀석들이 근방은 다 꿰고 있던 터라 금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가 힐끗 절 도운 간부들을 살폈다. 별거 아니지만, 그들의 공로를 거론한 것.
제 밑에 있을 때는 원수지간이었지만, 지금은 장이서가 처음으로 품은 세력.
향후를 생각해 미리 호의를 베푼 것이다.
확실히 이기적이면서도 사람 다룰 줄 아는 여자.
“수고들 많았소.”
장이서도 이에 호응하듯 가볍게 그들을 치하했다. 간부들의 콧대가 한껏 올라갔다.
“어쨌든 일백 명 이상을 수용할 만한 주루는 총 열다섯. 그중 최근 주인과 식솔들이 바뀐 곳은 단 하나.”
묘채경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청하루(靑河樓)다.”
장이서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리고 어젯밤 제갈소미에게 들은 말이 뇌리를 스쳤다.
‘청해에 암각과 거래하는 정보상이 있어요. 청하루(靑河樓). 혹 소림에서 이곳에 온 적이 없는지 저도 한번 알아볼게요.’
가슴이 세차게 뛰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이른 아침 선유가 떠났으니 아마 지금쯤이면…….
“이제 어찌할 것이냐.”
묘채경의 물음에 장이서는 이빨을 까득 깨물곤 살기 가득한 어조로 명했다.
“지금 바로 갑니다. 준비하세요.”
“존명!”
간부들이 힘차게 답하고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장이서는 생각했다.
누구든 제 동생을 티끌만큼이라도 건드리는 자가 있다면…….
마(魔)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겠노라고.
* * *
– 청해호(靑海湖) 청하루(靑河樓).
한편 그 시각.
청해지부가 움직이기 전에 먼저 이곳 수변 마천루에 다다른 이들이 있었다.
“죄송한데, 오늘은 장사를 하지 않으니 이만 돌아가…….”
“루주께 동쪽의 까마귀가 왔다고 전해주세요.”
새하얀 멱리로 얼굴을 가린 선남선녀.
제갈소미와 선유였다.
예고한 대로 그들이 먼저 당도했다.
고풍스러운 주루는 을씨년스러울 만큼 조용했고, 곳곳에서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시선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악한 기운이 가득하구나…….’
솨아아아아-
특히 선유는 피부가 따가울 만큼 느껴지는 흉험한 기운에 주변을 살피며 눈짓했다.
물론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이상함을 느낀 건 제갈소미도 마찬가지.
특히 바닥을 수차례 물로 닦은 듯한 흔적이 어딘지 모르게 찜찜했다.
설핏 느껴지는 혈향은 덤이고.
‘이곳이 확실한가?’
‘맞기는 한데 이상하네요…….’
‘엄청.’
두 사람은 서로 눈짓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불길함을 공유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따라오시지요.”
차가운 눈매의 여인이 이리 오라 손짓했다.
뒤에 아직 열려 있는 문. 이대로 돌아나가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제갈소미와 선유는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향했다.
끼이이이익.
스산한 소음을 흘리며 문이 닫혔다.
*
두 사람은 반복되는 계단을 수차례 올랐다. 그리고 마지막 방에 다다르자 안내한 여인은 들어가라며 문만 열어주었다.
마치 자신은 감히 들어갈 주제가 안 된다는 것처럼.
“들어가죠.”
어쨌든 여기까지 와서 물러설 생각은 없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일면에 청해호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근사한 방이 나타났다.
“날 찾아오셨다고.”
귓가에 들려오는 고혹적이면서도 서늘한 목소리.
탁자 위에 걸터앉은 미모의 여인.
이곳 청하루의 루주다.
한데 사내처럼 앉은 모습도 그렇고, 탄탄한 몸매가 훤히 드러난 검은 무복도 그렇고.
초면부터 어울리지 않게 범상치 않은 기색.
제갈소미는 노련하게 당황함을 숨긴 채 태연히 입을 열었다.
“정보를 좀 얻었으면 해서요.”
“흐응.”
루주는 턱을 괴곤 흥미롭다는 듯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뭐가 궁금해서 왔을까.”
“최근 이곳 청해에 소림에서 들른 적이 있는지. 그걸 알고 싶어요.”
“소림이라……. 그게 왜 궁금할까?”
“그것까지 말해야 하나요?”
“후후, 그건 아니지. 근데 그거 알려면 꽤 비쌀 텐데. 괜찮겠어?”
제갈소미의 눈매가 좁혀졌다. 흥정을 하자는 것인가. 본디 정보란 사려는 자가 필요로 해야 가치가 정해지는 것.
이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제게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왔었군요.”
제갈소미의 눈에서 이채가 번뜩였다. 이에 루주는 한 방 먹었다는 듯 입을 살짝 벌리곤 자그맣게 손뼉을 쳤다.
“대단해. 역시 제갈가의 아이라 그런가? 명불허전이야.”
“그런 얘기는…… 한 적이 없는데?”
“그게 뭐 어렵다고.”
루주가 탁자에서 툭 떨어진다. 그러곤 한 걸음씩 앞으로 내디뎠다.
거칠지만 정제된 걸음. 그리고 느껴지는 위압감!
이건 한낱 루주가 품을 기운이 아니었다. 당장 천만대군이라도 찍어 누를 듯한 맹장의 기세!
‘이 사람…… 뭐지?’
제갈소미가 침을 꼴깍 삼키곤 눈을 부릅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