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246)
첩자의 마교생활-246화(246/350)
246.
#공습 시작
처음부터 서늘했다.
이곳 청하루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제갈소미는 최대한 침착하게 주변을 살폈다.
‘여기도 바닥을 지운 흔적이 있어.’
그리고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이 여자…… 루주가 아니야.’
음산한 기운을 잔뜩 뿜어내며 웃는 이 여인은 루주를 삼킨 괴물이라는 것을.
꼴깍. 절로 침이 삼켜지고, 올라가는 루주의 입꼬리만큼 긴장감도 고조되는 그 순간.
“이만 가지.”
선유가 불쑥 맥을 끊고 먼저 나섰다.
“정보가 나오면 알려주시오. 청해객잔에 가 있을 테니.”
그 역시 위험을 감지한 것. 그의 기지에 분위기가 풀어지고, 제갈소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얼마든지.”
루주가 방긋 웃는다. 제갈소미와 선유는 들어온 문으로 걸어 나갔다.
한데 그때.
“근데 말이야.”
뒤에서 루주의 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다다다다! 빠르게 달려드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그냥은 못 보내겠는데?”
“이런, 피하시오!”
선유가 제갈소미를 밀치고, 재빠르게 몸을 돌려 발도했다.
카아앙!
그러자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상대의 모습이 눈에 담겼다.
새카만 장창으로 자신의 검 면을 찍어버린 루주의 모습 말이다.
‘고수!’
선유는 그 순간, 그녀의 경지가 보통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회수한 흑창을 다시금 내지르자 막대한 창기가 쏘아졌다!
선유는 이를 보며 거대하고 위압적인 산군(山君)이 덮쳐드는 상상까지 들었다.
그만큼 말도 안 되게 강하다는 얘기.
물론 그 역시 신주오절 중 하나인 서검 여중악의 말년 무공을 전수받은 화산의 숨은 실력자 중의 하나.
휙! 당겨진 칼날에서 피어오른 아지랑이가 연분홍 꽃잎이 되어 떨어진다.
툭!
그리고 칼끝에 닿는 그 순간.
『자하진천검(紫霞震天劍) 미완성(未完成) 이초식 매화일극(梅花一極)』
눈빛에 자주색 광채를 발산하며 일검을 내질렀다.
칼끝과 창끝이 후퇴는 없다는 듯 잡아먹을 기세로 서로에게 날아간다.
그리고 맞닿는 그 순간.
콰드드드득!
끔찍한 소음과 함께 선유의 칼이 수만 개의 파편이 되어 바스러졌다.
“크아아악!”
이내 비명과 함께 어깨까지 살과 옷가지가 터져나가며 나가떨어지는 선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단 일격에 화산의 천재인 그가 제압당한 것.
“선유 소협!”
제갈소미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지만, 거기까지.
“꺄악!”
퍽! 거침없이 꽂아버리는 루주의 일장에 핑그르르 돌아 철퍼덕 쓰러졌다.
그야말로 찰나에 벌어진 일.
“어린 게 제법이네.”
루주는 피투성이가 된 제 다섯 손가락을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 역시 선유의 일검에 상처를 입은 것.
“죽이긴 아깝지만, 그래도 지워야겠지?”
루주가 활짝 웃으며 뒤를 살폈다. 그러자 붉은 악귀의 가면을 쓴 사내가 슥 걸어 나왔다.
실로 충격적인 일이다.
흉신팔주 중 하나.
무림맹에 숨어 있는 배신자, 오흉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들을 상대해 온 루주는…….
“적아린. 그 아이들은 건드리지 마라.”
혈교의 기린아. 흑혈의 창귀신!
적아린이었다.
곤륜산에서 능가경 원본을 훼손한 대가로 좌천당해 여기까지 오게 된 것.
“어머, 뭐야. 아는 애들인가 봐? 눈빛이 막 흔들리는데. 친한 사이?”
“쓸데없는 소리. 너희가 함부로 다룰 아이들이 아니다. 거사나 서둘러 진행하거라.”
“와, 좌천된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옛날엔 내 눈도 못 쳐다보고 그랬는데.”
“잊었는가? 지금 네 임무는 나를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따르는 것임을.”
슥,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하나 눈빛엔 살기가 번뜩였다.
오흉에겐 가면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새하얘진 얼굴을 보이지 않아도 됐으니.
“좋아. 분부대로 해드려야지. 하는 꼬락서니가 처음부터 끝까지 영 마뜩잖지만 어쩌겠어. 위에서 도우라는데. 근데 오흉. 그거 기억해야 해. 이번 일 실패하면 다음엔 내가 뭐로 나타날지 몰라. 알지?”
알다마다. 목구멍을 뚫어줄 사신이 되어 나타나겠지. 혈교의 기린아, 적아린이니까.
“좋아!”
딱!
적아린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밖에서 붉은 복면의 수하들이 안으로 들어섰다.
“시간 너무 끌었다. 거사 시작하라고 해.”
“존명!”
* * *
능가경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고, 수많은 강호인이 모여든 지도 수십 일.
오늘도 별다른 소득 없는 정보가 범람하고, 시답잖은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데 그때, 객잔 문이 벌컥 열리고 웬 사내가 사색이 된 채 나타났다.
처음엔 다들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최근 들어 곳곳에서 난투가 벌어지는 건 이미 다반사.
또 그저 그런 사건이겠지.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한데.
“능가경이 나타났다…….”
자그맣게 뱉어진 한마디는 강호인들의 가슴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이내 주름진 눈웃음도 무섭게 펴졌다.
뭐가 나타났다고?
그리고 휙! 일시에 돌아가는 야욕의 고개.
“능가경이 나타났다아아아-!”
“뭐야!”
뒤이어 뱉어진 고함에 모두가 벌떡 일어서고, 객잔은 아비규환에 빠졌다.
서로 웃으며 정보를 나누던 눈빛은 어느새 시기와 경쟁으로 돌변하고, 서로 앞다투어 달려 나가기 시작한 것.
청해에 혈교의 악몽이 발현하는 순간이었다.
* * *
한편 능가경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청해를 집어삼킬 그 시각.
끼이이익!
악몽의 근원인 청하루의 문도 활짝 열렸다. 차가운 눈매를 지닌 여인의 얼굴엔 살짝 짜증이 서렸다.
또다시 손님이었다. 오늘따라 왜 이리 손님이 많은 것인지.
“오늘은 장사를 하지 않으니 이만 돌아가…….”
한데 그 순간.
“혈교인가.”
흑립을 쓴 사내가 대뜸 꺼내선 안 될 말을 내뱉었다.
갑작스러운 발언에 주루 곳곳에 대기 하던 이들이 몸을 일으키고, 여인 역시 스산한 살기를 드러냈다.
이건 뭐 하는 새끼인가.
불쾌감에 말없이 노려보자 사내가 무심히 대꾸했다.
“그거면 됐다.”
그거면 됐다고.
콰아아아앙!
그리고 사방에서 창을 부서트리며 들이닥치는 무사들!
“쳐라!”
“와아아아!”
청해지부의 공습이 시작되었다.
*
“저, 적이다! 컥!”
급보를 알리던 사내의 목이 서걱! 잘리곤 바닥을 데구루루 굴렀다.
장이서와 마오는 나설 것도 없었다.
청해지부의 간부들이 아래층을 정리하는 동안 만광과 패검문의 무사들은 거침없이 계단을 올라가 길을 뚫었다.
복도 좌우의 문이 드르륵! 일시에 열리며 무수한 적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래봤자.
“이 새끼들이 어디 감히 청해에서 개지랄이야!”
만광이 아귀처럼 달려들며 사정없이 적을 갈랐다.
“주군 가시지요.”
만세극은 태평한 어조로 손짓했고, 장이서와 마오. 그리고 묘채경은 활짝 열린 혈로를 태평히 걸어 나갔다.
이미 청해지부는 초절정 고수인 만세극을 필두로 절정에 오른 간부들과 만광. 그리고 수백에 달하는 정예 무사들까지.
무림맹의 구파일방이나 사도련의 팔대방파에 준할 정도.
여기에 장이서와 마오. 그리고 비룡당주인 묘채경까지 있으니 이들을 막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끄아아악!”
촤아악! 혈인의 끔찍한 비명을 끝으로 순식간에 마지막 정상까지 다다랐다.
그리고 콰앙!
마오의 발길질에 문짝이 날아가 부서지고, 마지막 방에 도착하자.
“웬 놈들이냐!”
붉은 복면의 사내가 당황한 모습 그대로 일행을 맞이했다.
“오호호! 네놈들이 물을 처지나 되느냐?”
쉬이이익! 묘채경의 손이 휘저어지자 깃털들이 비수처럼 날아가 사지에 푸푸푹! 꽂혔다.
“크악!”
그대로 털썩 무릎을 꿇는 혈인.
“이놈이 마지막인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일망타진이구나.”
묘채경이 잇몸으로 웃으며 주변을 살폈다. 인기척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런 듯하다.
한데.
“이건 뭐야.”
마오가 바닥에서 새하얀 멱리 하나를 주워들었다. 들고 보니 매우 익숙하다.
“잠깐. 이거 어제 걔들이 썼던 거랑 똑같은 거 같은데. 설마, 아니겠지?”
아니, 맞다. 장이서 역시 구석에서 피가 잔뜩 묻은 검파를 주워 들곤, 격분 어린 눈으로 이를 꽉 움켜쥐었다.
선유의 검이었다.
이곳에 제 동생이 있었다.
자신이 없는 사이, 여기서 피 흘리며 쓰러진 것.
그게 고작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저딴 나부랭이 짓일 리는 없을 테고.
“만광.”
장이서의 입에서 살얼음보다 차가운 목소리가 뱉어졌다.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에 만광이 달려와 그 앞에 부복했다.
그러자 그가 말을 이어갔다.
“산 자들을 모조리 내 앞으로 데리고 와.”
“존명!”
거침없이 달려 나가는 만광.
묘채경은 또 뭘 물었구나 하며 좋아했고, 만세극은 팔짱을 낀 채 장이서 주변을 호위했다.
마오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그저 입맛만을 다셨다.
그렇게 침묵 속에 시간이 흐르고, 방 안에는 간부들이 데려온 여섯 명의 혈인들이 무릎 꿇려졌다.
그 많던 혈교인들이 모조리 숙청당하고 고작 이만큼 남은 거다.
“물음에 답해라.”
장이서의 짤막한 명령에 혈인들은 코웃음을 쳤다. 간부들도 솔직히 속으로는 답답함에 입맛을 다셨다.
‘아니, 저리 순진하게 말로 한다고 듣겠는가?’
‘어리다, 어려.’
‘순해.’
하나 그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감히 우리를 상대로 네놈이 뭘 알아낼 수 있을 것…… 어억!”
그 순간 장이서가 벼락처럼 움직이더니 툭! 한순간에 혈인의 귀밑을 쳐 턱을 빼버렸다.
그러곤 생 어금니를 붙잡고 팍! 뽑아버렸다.
“칵!”
짤막한 비명이 뱉어지고, 장이서는 무심히 어금니를 살피며 말했다.
“독낭인가. 화골산(化骨散)인가 보군.”
화골산! 백을 세기도 전에 뼈까지 녹게 만든다는 극독이다.
일개 혈인 주제에 이를 이빨에 숨겨놓고 살다니.
독한 것으로 치자면 마교보다 더한 게 혈교라더니. 정녕 뼛속까지 제정신이 아니다.
자결할지언정 절대 입은 열지 않겠다는 혈교의 자세.
간부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이 정도면 뭔가를 알아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
한데 이어진 장이서의 반응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먹어.”
뽑은 어금니를 다시 혈인의 혓바닥 위에 넣어주곤, 우악스레 턱을 닫은 것.
이에 옆에 앉아 있던 혈인들은 알 수 없는 서늘함을 느끼곤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혈존천하(血尊天下) 파멸일원(破滅一原)!”
“혈존천하(血尊天下) 파멸일원(破滅一原)!”
콰직! 그리고 들려오는 잔혹한 소음.
다섯 모두가 동시에 독낭을 터트린 것이다.
단 하나 장이서를 마주 보며 덜덜 떨고 있는 이만을 제하고서.
하지만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불사독마공(不死毒魔功) 입수(入收)』
장이서가 좌수를 옆으로 펼치자, 혈인들의 몸 안을 주유하던 화골산의 독기가 몸 밖으로 연기처럼 빠져나와 그의 손으로 빨려 들어온다.
“으읍!”
이에 턱이 붙잡힌 이는 곁눈이 부릅떠졌고, 옆에 있던 혈인들은…….
“끄아아아아악!”
“꺼어어억!”
입술과 혓바닥. 그리고 성대마저 녹아내린 채 바닥을 뒹굴었다.
탄내와 지독한 연기가 뿜어지는데 그게 어찌나 고통스럽게 보이는지,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었다.
이건 차라리 죽여주는 게 더 감사한 수준.
그리고 장이서는 한 시도 눈을 떼지 않고선 제 앞의 혈인에게 나지막이 이렇게 말했다.
“먹어.”
먹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