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247)
첩자의 마교생활-247화(247/350)
247.
#동굴로 가라
덜덜덜덜.
혈인의 어깨가 사정없이 떨리고, 두 눈은 공포에 잠식되었다.
그제야 간부들은 깨달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장이서가 어떤 존재인지를.
[퀴아아아아아아!]그의 육신 안에 얼마나 무자비한 괴물이 살고 있는지를 말이다.
“흐으으으으…….”
혈인은 결국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장이서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지독한 마기와 극도로 차가운 그의 성정을 감당하지 못해 흘리는 공포의 눈물.
결국 그는 털썩 엎드린 채 어금니를 뱉어냈다.
“저 지독한 새끼.”
지켜보던 묘채경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보았느냐? 이것이 바로 천산의 미친개다.
비룡당의 전설 형 선생의 고문도 우스갯거리로 만든 놈이 바로 저놈이다.
이 정도는 당연한 일.
“처리해.”
장이서가 무심히 명을 내리자.
“추우우웅-!”
간부들은 생에 다시 없을 제창을 외치며 쓰러진 혈인들을 숙청했다.
두 눈엔 더 이상 장이서에 대한 의심 따윈 없었다.
오직 충성만이 가득할 뿐.
이어 만광이 남겨진 혈인의 빠진 턱을 다시 끼워 넣자 자포자기한 듯한 음색이 흘러나왔다.
“뭘 알고 싶은 것이냐…….”
이에 묘채경이 씨익 웃으며 심문을 시작했다.
“오호호! 간단해. 너희가 원하는 것. 여기서 하려는 것. 그게 뭐지?”
“우리는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것뿐. 자세한 계획은 알지 못한다. 단지…….”
혈인이 장이서의 눈치를 살피며 이어갔다.
“거사는 이미 시작되었다.”
장이서의 눈매가 번뜩였다. 거사가 시작되었다니.
“그게 무슨 뜻이냐? 똑바로 말하거라.”
묘채경의 물음에 혈인은 홀린 듯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죽는다고 본교의 계획이 멈추어질 것 같은가?”
“뭐?”
“너희는 결코 우리를 막을 수 없다.”
“다 죽은 마당에 무슨 재주로?”
“이제 곧…… 알게 될 것이다.”
음산한 미소를 짓는 혈인. 그때였다.
히이이잉!
말 울음소리와 함께 지축이 흔들릴 만큼 막대한 울림이 느껴졌다.
이에 마오가 창가로 다가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옆을 살폈다.
“뭐야. 전쟁 났어?”
그러곤 경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만광과 간부들이 연달아 나와 옆을 살피자.
“이게 무슨……!”
“다 어디로 가는 거야!”
피난이라도 가는 것처럼 수많은 인파가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어딘가로 이동 중인 모습이 눈에 담겼다.
마오가 달려와 혈인의 멱살을 움켜쥐고 흔들었다.
“너, 이 새끼. 저게 뭐야?”
“너희가 그리도 찾고 싶어 하는 능가경을 찾으러 가는 거다.”
“뭐?”
“청해호 동부 언덕에 있는 동굴로 가라. 그곳에 가면 능가경이 있다.”
“그게 진짜야?”
이 와중에 거짓을 뱉을 리는 없는 일.
장이서는 고개를 끄덕이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몸을 숙인 뒤 속삭이듯이 물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지.”
“무엇이냐.”
“이곳에 왔던 이들은……. 죽였나?”
선유와 제갈소미. 그들을 물음이다. 죽였다는 대답이 나와도 죽고, 아니라고 답해도 죽는다.
다만 고통이 달라질 뿐.
혈인은 기를 죽인 채 고개를 저었다.
“붉은 악귀 가면을 쓴 자가 데리고 나갔다. 그 이상은 모른다.”
흉신팔주다. 장이서의 얼굴이 짐짓 굳어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배신자라는 신분을 숨긴 채 가면을 쓰고 활동하는 자들.
제갈소미와 선유를 죽이지 않고, 살려서 데려 나갔다는 건 정체를 아는 자일 공산이 크다.
한마디로 무림맹에 숨어 있는 쥐새끼라는 것.
또한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났다면, 이 자리에서 바로 없앴을 터. 그럼 아직은 무사하다는 얘기다.
“회개해라.”
장이서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섰다. 자결을 허한다는 얘기.
“혈존천하(血尊天下) 파멸일원(破滅一原)!”
퍽! 눈물과 미소를 동시에 지으며 스스로의 목에 손날을 꽂아 버리는 혈인.
푸화아아악!
피 분수가 뿜어지고, 그대로 눈도 못 감은 채 털썩 쓰러진다.
“미친놈들…….”
마교의 눈살도 찌푸려질 만큼 제정신이 아닌 자들이다. 한낱 말단이 이 정도면 위쪽은 말할 것도 없는 일.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것인지, 원. 장이서. 이제 어찌할 것이냐.”
묘채경이 묻는다. 애초에 고민할 것도 없는 일.
“동굴로 간다.”
장이서의 명이 떨어졌다.
술래를 잡으러 갈 시간이다.
* * *
– 서녕 청해객잔.
장이서가 혈교의 뒤를 쫓을 무렵.
청해객잔에는 익숙한 검은 그림자가 스며들었다.
“어서오십…… 히익!”
점소이는 들어서는 이들을 보곤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낄낄낄.”
흑색 무복과 손등에 뱀 문신.
그들이었다.
불과 얼마 전 이곳에서 칼부림을 일으켰던 뱀 무리.
흑사방이 다시 나타났다.
그것도 한낱 간부 수준이 아니라…….
“이 새끼들 놀라는 거 보니 여기가 확실한 거 같습니다.”
까딱, 까딱.
목을 좌우로 흔들며 무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흉터투성이의 괴인.
“쓸어.”
사도련의 팔대방주 중 하나.
흑사방주 흑수쌍극(黑手雙戟) 은악성.
거악인 그가 직접 당도했다!
“으아아아악!”
한순간에 객잔 안은 아비규환 아수라장으로 변모하고, 비명이 난무했다.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한 간부에 대한 복수가 시작된 것.
그렇게 한참의 살극이 끝이 나고, 비열한 인상의 수하가 다가와 말했다.
“아무래도 참모도 그렇고, 단주도 그렇고. 모두 패검문하고 시비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수하의 보고에 은악성은 목을 까딱거리며 입가를 쓰다듬는다.
“쓰읍……. 패검문……. 하필 마교 새끼들을 물었어?”
“예. 어찌할까요.”
“뭘 어째. 단주에 참모까지. 머리가 둘이 뜯겼는데, 그냥 있으면 쓰나. 마교고 지랄이고 대가는 받아내야지.”
원인과 은혜는 모르겠고. 복수 하나만은 곱절로 해주는 것이 흑도의 질서.
흑사방주 은악성이 마교를 향해 칼을 물었다. 세상 무서울 것 하나 없다는 표정.
본래 그런 자였다.
내일은 없고, 오직 오늘만을 살며 잔혹하고 야만스럽기 짝이 없는 악귀 중의 악귀.
“청해호로 간다.”
“예!”
이내 섬?하게 올라가는 입꼬리. 흑사방이 대문 밖으로 나섰다.
술래잡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 * *
장이서는 말을 타고 바람을 가르며 쉴 새 없이 내달렸다.
“히랴아아!”
뒤에는 청해지부가 뒤처질세라 모래폭풍을 일으키며 뒤따랐다.
달리면서 스스로의 안일함을 책망했다.
‘윤이를 청해에 두는 게 아니었다. 어떻게든 진작 돌려보냈어야 했다.’
절 형이라고 부르면서도 공허해하던 제 동생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신은 더 굳건해지고, 눈매는 더 날카로워졌다.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었다.
이럴수록 끌려다니는 개가 아니라 물고 다니는 미친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선유가 무사하기를 빌고 빌어야 하는 건, 자신이 아니라 상대여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저곳인가.’
전방을 살피자 벌써 수많은 인파가 모인 언덕 위 동굴이 눈에 담겼다.
혈교가 불시에 능가경의 소재를 터트려 강호인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어림잡아 그 수만 수백.
더 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였다.
이대로면 밤새 수천 명까지 몰릴 기세.
‘도대체 왜.’
이렇게 폭탄 터트리듯 밝혔어야 할 이유가 납득이 잘 가지 않았다. 정말 모두를 상잔시키려고? 그럴 거였다면 더 좋은 수가 많았을 텐데.
어쨌든 그거라면 일부는 성공이다.
“능가경은 나 무적검귀 전굉의 것이다!”
“요녕의 백대 고수, 전굉?! 커헉!”
“어디 자신 있으면 덤벼 보거라! 크하하!”
그간 발톱을 숨기고 있던 고수들이 나서기 시작한 것.
하지만 정말 원한 게 이것이었다면, 그건 너무 세상을 쉽게 본 것이다.
결코 뜻대로만은 되지 않을 테니.
파아앗!
장이서는 달리는 말에서 경공을 펼쳐 날아올랐다.
그러곤 분란이 이는 곳에 척 착지하더니.
“네놈은 또 무엇…….”
수아아악! 옆 사람의 칼을 빼앗아 요녕 백대 고수, 무적검귀 전굉의 목을 단칼에 날려버렸다.
툭, 데구르르.
단숨에 얼어붙는 전장.
장이서가 서늘한 눈매로 내뱉는다.
“지금부터 청해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종자는 즉결 참수한다.”
허! 곳곳에서 헛숨이 뱉어졌다.
구해준 건 고마우나 새파랗게 어린놈이 제가 뭐라고 통제를 한단 말인가.
하지만 뭐라고 물을 틈 따위는 없었다.
“지금부터 단 한 발짝도 동굴 안으로 들이지 마라!”
장이서가 칼을 털고 외치자.
“존명-!”
“존명-!”
뒤이어 나타난 수백의 무사들이 살벌한 기세를 뿜어내며 더 크게 응답했다.
“저, 저들은……!”
“패검문이다!”
“마교가 나타났다!”
청해지부. 그간 잠자코 있던 그들이 기지개를 켜듯 모습을 드러낸 것.
청해지부는 당장 모두를 도륙할 것처럼 살기등등하게 눈을 부라렸다. 그게 한둘도 아니고 수백이다. 좌중은 단숨에 압도당했다.
더구나 유명무실하긴 했으나 청해는 그들의 관할로 알려져 있으니 명분도 충분했다.
그사이 장이서는 마오와 묘채경을 대동한 채 동굴 안으로 들어섰고, 만광을 비롯한 간부들은 만세극을 중심으로 수문장처럼 동굴을 막았다.
“주군의 명이다. 반드시 이곳을 사수하라!”
충!
그저 몰려든 강호인들만 발을 동동 굴릴 뿐이었다.
*
동굴 안쪽은 바깥보다는 상황이 좀 더 나았다.
칼부림은 뒷전이고, 모두 능가경을 찾기 위해 곳곳을 뒤지기 바빴다.
“혹 이 동굴 안에 진천뢰를 심어둔 것 아니겠느냐. 냄새가 나는구나. 그것도 아주 진한 의심의 냄새가.”
묘채경은 불신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솔직히 이젠 아니라고 말도 못 하겠다.
“근데 능가경이 뭐라고 다들 이 난리야? 그게 그렇게 대단해?”
마오가 뒤를 슬쩍 살피며 말했다. 달려오는 동안 본 수많은 행렬이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당연히 대단하지요. 천 년 전 달마가 남긴 무공인데.”
“달마가 누군데?”
“우리로 치면 초대 천마 같은 분이지요.”
“뭐, 뭐야. 그럼 엄청난 거잖아!”
묘채경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니 반드시 우리가 회수해야지요. 만일 소문이 사실이라면, 본교의 가장 큰 강적이 나타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건 절대 안 되지!”
마오가 의기를 다진다.
하나 그 강적이 지금 저들 눈앞에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를 거다.
그것도 천마신공까지 같이 익힌 괴물이 되어.
“실없는 소리 그만하고, 저기나 보십시오.”
장이서가 전방을 향해 턱짓하자 두 사람의 눈이 번쩍 커졌다.
비교적 좁은 길목을 지나 도착한 곳은 천장에 종유석이 가득한 드넓은 공동.
“도대체 어디 있다는 것인가!”
“아무리 찾아도 없어.”
이곳이 종착지인 듯 모두가 능가경을 찾기 위해 주변을 뒤지고 있었다.
“안으로 가보죠.”
장이서가 다소 진중해진 눈매로 주변을 살피며 걸어 들어갔다.
‘무엇이냐. 도대체 무얼 노리는 것이냐. 너희의 본색을 드러내라.’
그렇게 긴장을 누르며 기다리던 그때.
“저기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모두가 한 곳으로 몰려들었다. 장이서와 두 사람도 이를 따라나섰다.
그러자 웬 비좁은 길목 너머 마치 뇌옥처럼 철창에 둘러싸인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안엔…….
“옴 이베 이베 이야 마하 시리예 사바하(唵 ?陛 ?陛 ?跛野 摩訶 室?曳 娑婆訶).”
가부좌를 틀고 앉아 진언을 읊조리는 노승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