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248)
첩자의 마교생활-248화(248/350)
248.
#혈교의 진천뢰
“옴 이베 이베 이야 마하 시리예 사바하(唵 ?陛 ?陛 ?跛野 摩訶 室?曳 娑婆訶).”
“저자는…….”
마음에서 마귀를 몰아내는 항마의 진언.
장이서는 철창 너머의 노승을 살피며 고개를 갸웃했다.
돌아앉아 있어 자세히 보이진 않으나, 어깨 위로 석회수가 떨어지고 있음에도 아랑곳없었다.
“능가경이다! 능가경이 저 안에 있다!”
“문을 열어라!”
쾅쾅쾅! 어느새 굶주린 짐승처럼 달려든 자들이 철창을 흔든다.
“옴 이베 이베 이야 마하 시리예 사바하(唵 ?陛 ?陛 ?跛野 摩訶 室?曳 娑婆訶)!”
그럴수록 진언을 읊는 목소리도 더 커졌다.
“뭐 하는 거야, 저게.”
“대체 이게 무슨…….”
마오와 묘채경도 당혹감을 드러내며 기괴한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콰앙!
마침내 철창이 부서지고, 중인들이 우르르 뇌옥 안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누군가 노승 앞으로 달려가 능가경을 주워 드는 그 순간.
“찾았…… 어?”
번쩍!
살욕으로 뒤덮인 노승의 시뻘건 눈이 부릅떠졌다.
“크아아아아악!”
그리고 괴성과 함께 불시에 사내를 덮쳤다.
“끄, 끄아아아아!”
이내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바닥에는 점점 핏물이 고이듯이 번졌다.
콰득. 콰직. 콰직!
짐승이 뼈를 씹는 듯한 섬?한 소음.
어느새 비명도 잠잠해지고, 동굴엔 고요함이 짓쳐 들었다.
“무, 무슨…….”
몰려들던 이들에겐 한 가지 행운과 한 가지 불운이 동시에 주어졌다.
행운은 그나마 다행히 뒷모습만 보였다는 것이다.
그건 정말 다행이었다. 아주 끔찍한 광경을 보지 않을 수 있었으니.
하지만 그건 곧 매우 불운한 일이기도 했다.
할 일이 끝났는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는 노승.
안타깝게도 피로 범벅이 된 그의 입가를 미리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를 알았다면…….
“으, 으아아아악!”
끔찍한 참변은 피할 수 있었을 텐데.
“크아아아악!”
몸을 돌린 노승이 다시금 괴성과 함께 달려들기 시작했다.
두 눈은 마치 야차 같았고, 그가 휘두르는 손짓 한 번엔.
“컥!”
꽈앙! 던져진 개구리처럼 벽에 처박혀 즉사했다.
“괴, 괴물!”
동굴 안은 비명으로 가득 채워지고, 야욕으로 가득했던 중인들의 눈은 공포로 뒤덮였다.
“도망쳐!”
누군가의 절규. 퍽! 하지만 금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으, 으아아아아!”
그의 배려를 시작으로 중인들은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좁은 길목은 그러한 배려가 통하지 않았다.
서로 앞서 나가겠다며 부대끼고, 밀쳐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오, 오지……!”
퍽! 아비규환, 혼비백산. 순식간에 동굴은 혈겁의 현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장이서는 그들이 도륙당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넋을 잃은 채 중얼거렸다.
아닐 거다.
“끄아아아아!”
아니어야 한다.
“사, 살려줘!”
도대체 당신이 왜…….
벌어져선 안 될 일이 벌어져 버렸다.
수많은 강호인과 백성들이 공경해 마지않던 이 시대의 성인(聖人).
“소, 소림신승(少林神僧)?!”
그의 불호(佛號)는 영오.
별호는 남신승.
소림의 가장 큰 별이자 제일 고수로 알려진 자.
그는 처음부터 이곳 청해에 있었다.
그것도 주화입마에 빠져 온통 살욕으로 가득 채워진 살귀(殺鬼)가 되어.
바닥에 떨궈져 있는 한 권의 서책.
능가경(楞伽經)과 함께.
*
“어째서…….”
장이서는 너무도 참혹한 현실에 울분이 차올랐다. 목소리는 떨리고, 눈가는 붉어졌다.
신승의 삶을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일백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단 한 번의 지탄 없이 추앙받았던 것은, 숭고한 노력과 희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직 공덕을 행하는 마음으로 살아온 삶 말이다.
한데 그 모든 것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렸다.
인자했던 얼굴은 악귀가 되었고, 공덕으로 가득한 낡은 가사는 피로 적셔졌다.
그를 보는 눈빛은 공포와 경멸로 바뀌었고, 다가서려는 것이 아닌 도망치기 바빴다.
이유는 뻔했다.
“주화입마…….”
살의로 가득한 광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놈들이 준비한 능가경으로 인해!
어찌 인두겁을 쓰고 이런 짓을 자행할 수가 있단 말인가.
혈교, 이 새끼들은 사람이 아니다. 죽어 없어져야 할 악귀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저 땡중은 뭐고.”
마오가 소리쳤다. 뒤이어 묘채경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남신승……. 이거였군요. 혈교가 준비한 진천뢰가 바로 저자였던 겁니다!”
“저 땡중이 폭탄이라고?!”
마오는 경악에 빠졌다. 제대로 이해했는진 모르겠다. 하지만 설명해 줄 시간은 없다. 묘채경은 떨리는 눈으로 말을 이어갔다.
“능가경은 혈교가 꾸민 가짜. 저 늙은이가 거기에 꿰여 주화입마에 빠진 것이지요. 멍청하게도.”
장이서는 속으로 울컥했다. 하지만 이것이 통상적인 반응일 거였다.
과정은 막론하고, 온 천하가 신승과 소림을 비난하고 욕할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장이서는 알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혈교가 노린 진짜 계획이라는 것임을.
아무리 신승이 대단하다 한들 이성마저 잃은 상태에서 청해에 있는 모든 강호인을 상대할 순 없다.
하지만 상서로운 천년 소림과 신주오절의 이름에 핏물을 뿌리고, 바닥까지 허물어 버릴 수는 있었다.
이른바 정파의 근간을 흔드는 것.
혈교가 노리는 건 그거였다.
“어쨌든 지금 저 땡중을 막아야 한다는 거잖아?”
마오가 주먹을 탕탕 부딪치며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묘채경이 기겁했다.
“남신승은 이미 입신지경에 오른 화경의 고수. 저자를 무슨 수로 상대한단 말입니까?”
“언제는 그런 거 따지고 싸웠어? 일단 붙어 보는 거지!”
“지금 그게 무슨 철딱서니 없는…….”
묘채경이 답답함에 호소하려는 찰나였다. 침묵하던 장이서가 눈매를 굳히곤 나섰다.
“칠공자님 말이 맞습니다. 신승은 이곳에서 우리가 막습니다.”
“너도 미친 것이냐?”
그럴지도. 하지만 지금 신승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 놈들의 계획대로 되어버린다.
소림은 무너지고, 천하는 혼란에 빠지게 될 터.
절대 그리 둘 수는 없는 일.
게다가.
“잘 보십시오. 지금 신승이 정상으로 보입니까? 이미 이성은 잃었고, 그저 짐승처럼 본능적인 움직임뿐입니다. 지금이라면 해볼 만합니다.”
장이서의 말대로였다. 이미 죽은 자에게 폭력성을 드러내며 발광하는 것만 봐도 간단한 분간조차도 안 되는 상태.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저자를 우리가 왜 막는단 말이냐? 밖에 정파 놈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대체 누구 좋으라고.”
“그것도 그렇네. 여긴 천산도 아니잖아.”
실로 마교스러운 명쾌한 논리에 장이서가 움찔했다. 그러자 묘채경이 뭔가 깨달은 것처럼 눈을 빛내며 물었다.
“설마 너……?”
뭐.
“오호호! 알겠구나! 욕심도 많지. 미쳐버린 신승도 없애고, 혈교도 막고, 능가경도 챙기고. 그냥 모든 공을 네가 독차지하겠다는 것 아니냐!”
“지, 진짜야?”
진짜겠냐. 당연히 아니지만, 차라리 그렇게 생각해 주는 게 지금으로선 이롭다.
장이서가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자 묘채경의 사기가 잔뜩 치솟아 올랐다.
“좋다. 그럼 난 뭘 하면 되겠느냐.”
“일단 밖으로 나가십시오. 그리고 절대 누구도 이 안에 들어오게 해선 안 됩니다.”
“그리 하마.”
묘채경은 씨익 웃고는 경공을 펼쳐 빠져나갔다.
어느새 장내에 생존자는 이제 단 세 사람.
신승과 장이서. 그리고 마오뿐이다.
“조심하십시오. 결코 만만한 자가 아닙니다.”
“걱정 마. 나도 예전의 내가 아니니까.”
마오가 의기양양한 기세로 몸을 풀었다. 대체 만마분총에서 뭘 얻었는진 모르겠지만, 무엇이든 좋다.
미쳐버린 신승을 막을 수만 있다면.
쾅! 콰앙!
한창 망자의 육신을 짓밟던 신승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슥 고개를 돌려 두 사람과 시선을 맞췄다.
살욕에 빠져 충혈된 눈.
“옵니다.”
“가자!”
“크아아아악!”
파아아앗!
칠공자 마오와 보좌 장이서. 두 사람이 자리를 박차고 쏘아졌다.
전설의 소림신승을 막기 위해!
* * *
동굴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황야의 언덕.
흑발의 미녀가 흑창을 쥔 채 난간 위에 앉아 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녀의 이름은 적아린.
혈교의 기린아였으나, 지금은 좌천되어 오흉의 수발을 드는 초절정 고수다.
한데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다. 곤란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아니, 지부장이 주화입마에 빠졌다며. 그래서 그냥 뒀더니만, 갑자기 이렇게 등장한다고?”
느닷없이 나타난 마교 청해지부.
그들이 동굴 앞을 점령해 버린 탓이었다. 그야말로 어리둥절. 그러나 이상한 건 이게 다가 아니었다.
“청하루에선 왜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거야?”
정작 지금쯤 집합했어야 할 혈인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것.
물론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못할 거다. 생자가 아니라 망자라면 모를까. 지금쯤 청하루와 함께 활활 불타고 있을 테니.
“저것들부터 치워야 하나.”
아무튼 이마의 주름이 깊어진다.
수도 적지 않은 데다 지부장의 기세가 듣던 것보다 훨씬 더 거셌다.
더구나 처음부터 능가경을 이용한 계략은 탐탁지가 않았다.
말마따나 신승 같은 강자를 이리 써먹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죽을 때까지 제대로 피 터지게 싸워야 재밌지. 구질구질하게 무슨 짓인지, 원.
“그래도 역시 가서 돕는 게 맞겠지?”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기서 또 좌천되면 그때 갈 곳은 지옥 불.
“음?”
한데 바로 그때였다.
먼발치에서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동굴 앞으로 몰려가는 이들이 눈에 담겼다.
원래도 강호인들이 계속 오고 있긴 했지만 이번엔 태가 달랐다.
개인이 아니라 무리다.
그것도 시커멓고 살기등등한 뱀!
그들이다, 흑사방!
“크크크, 어떤 새끼들이 감히 길을 막고 선 것이냐!”
사도련 팔대방주 중 하나인 은악성이 직접 당도했다.
“하하! 이래야 재밌지!”
짜릿한 미소를 짓는 적아린.
다시 착석이다.
*
“멍청한 새끼들. 개미 떼처럼 모여선 고작 저런 떨거지들 하나 못 밀고 앉아 있으니. 그냥 나가 뒈지거라.”
“낄낄.”
흑사방의 등장에 장내가 싸늘히 얼어붙는다. 누가 흑도 세력 아니랄까 봐 말하는 게 영락없는 도당 새끼들이다.
하지만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여는 자는 없었다.
“흑사방주……?”
심지어 만세극의 미간마저 크게 좁혀졌다.
수많은 강호인들을 기세만으로 막아선 그였다. 하지만 상대가 흑사방주 은악성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사도련의 팔대방주 중 하나이자 명실상부 초절정 경지에 오른 진짜 고수.
“자네가 패검문주인가? 소문은 익히 들었다. 청해에 천산만 믿고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 새끼가 하나 있다고.”
은악성이 등에서 두 개의 단창을 꺼내 들고는 사이한 미소를 짓는다. 이에 따라 얼굴 가득한 흉터가 일렁인다.
마기(魔氣)와는 다르다. 무게는 없으나 속이 메스꺼울 만큼 역하다.
말 그대로 범상치 않은 사기(邪氣).
“사파 따위에게 내 구역에서 꺼지라고 충고할 수준은 되지.”
하나 만세극도 만만한 존재는 아니다.
본래도 패도적인 성정으로 유명했지만, 이젠 엄연히 초절정 경지까지 돌파한 절세 고수.
두 거인이 마주 섰다.
흑도와 마교의 자존심을 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