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249)
첩자의 마교생활-249화(249/350)
249.
#안팎으로 난리다
‘무림맹에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있다면, 사도련엔 팔대방파가 있다.’
세간에서 두 세력을 비교할 때 흔히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이건 다소 부풀려진 것이고, 실상은 이거였다.
‘무림맹에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있다면, 사도련엔 팔대방주(八代幇主)가 있다.’
팔대방주.
오합지졸인 흑도 세력들이 명문인 구파일방에 견줄 수 있는 진짜 이유.
그건 시궁창 속에서도 악착같이 탄생한 절대자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흑사방주 은악성이다.
“카하하! 크큭……. 충고할 수준이라. 그래. 마교라면 그럴 수도 있지. 나댈 만해. 근데 말일세.”
은악성이 미소를 사그라트리고 서늘한 눈빛으로 이어간다.
“내 애새끼 둘이 죽었어. 하나는 참모였는데 이 대가리가 꽤 쓸만했거든? 근데 패검문의 소문주 새끼한테 당했다는 거야. 물론 그럴 수 있어. 겸상하다 보면 칼도 섞어 먹는 게 우리 강호의 법도 아닌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그래서 내가 제안을 하나 하겠네. 원래는 안 해. 천마신교니까 특별히 해주는 걸세. 어디 보자. 저기 아비 뒤에 숨어 떨고 있는 저 애새끼. 그래, 자네 아들. 그 새끼만 넘기면 조용히 꺼져 주지.”
은악성이 단창으로 만광을 가리킨다.
먼저 납치되어 죽을 뻔했던 건 이쪽인데 어처구니가 없다.
원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그야말로 흑도 다운 계산법.
“저 늙은이가 지금 그걸 말이라고!”
“그만.”
만광이 격분하려 하자 만세극이 자제시키곤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무의미한 논쟁임을 알기 때문.
“쓸데없이 혀가 긴 건 흑도의 특징인가? 목적이 있어서 왔으면 할 걸 해라. 아니면 나가 뒈지든지.”
솨아아아!
만세극의 몸에서 광오하다 싶을 만큼 매서운 투기가 뿜어졌다.
이에 은악성은 사냥감을 찾은 독사처럼 집요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이 새끼 무게 있네. 꼴에 마교라 이건가. 그래, 맞아. 할 거 해야지. 꼴을 보니 네 아들 새끼만으로는 안 되겠구나. 너희 중 절반의 목숨. 그리고 청해를 먹어야겠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원래부터 흑색이었는데. 몰랐나?”
“와라.”
“뭐 하냐! 마교 새끼들 안 치우고.”
낄낄낄! 은악성의 명령에 흑사방이 조소를 터트리며 다가선다.
우우웅!
이에 만세극도 칼날에 시퍼런 검기(劍氣)를 발산하며 외쳤다.
“두 번 말하지 않는다. 안으로 들어서려는 자! 머리는 땅에 두고 가거라.”
와아아아아!
달려드는 흑사방과 이에 맞서는 청해지부.
사도련과 마교의 접전이 시작되었다.
*
“가지가지구나.”
한편 동굴에서 막 나온 묘채경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기함을 터트렸다.
안에선 신승이 미쳐 날뛰더니, 밖에선 흑사방주 은악성이 날뛰고 있다.
이 무슨 개떡 같은 경우인지. 안팎으로 아주 지랄이다, 지랄이야.
“한데…….”
묘채경의 눈이 부릅떠졌다.
‘지부장 저 자식은 뭔데 은악성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냐!’
흑사방주의 행실이 가볍고, 인성이 쓰레기 같긴 하지만, 실력 하나만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팔대방주다.
그들을 상대하려면 최소 마교에서도 장로급은 나서줘야 가능한 일.
한데 그런 은악성을 상대로 만세극이 합을 겨루고 있었다. 그것도 매섭게 검을 휘두르며.
“카하하! 제법이구나!”
물론 상하 차이는 확실했다.
패도적인 검을 여유롭게 흘리며 쌍극(雙戟)을 찔러대는 은악성과 달리, 만세극은 간신히 막아내는 게 전부.
“으음…….”
“오랜만에 죽이는 맛이 있구나! 더 날뛰어 보거라!”
심지어 지금처럼 다수가 모인 자리에선 패검문주가 더더욱 불리했다.
그의 검법이 검기를 응용한 광범위한 공격에 맞추어져 있는 반면.
은악성은 민첩한 몸놀림과 제 수하도 방패로 삼을 만큼 사악한 전술이 특징이기 때문.
“큭!”
“아버지!”
그 덕에 만세극의 몸엔 조금씩 상처가 늘어가고 있었다.
‘안 돼. 지부장의 실력은 놀랍지만 아직 은악성을 상대할 수준까진 아니야.’
묘채경은 빠르게 진단을 내렸다.
다행히 청해지부가 흑사방에겐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그래 봤자, 애들 싸움.
은악성이 건재하면 흑사방은 무너져도 무너진 게 아니다.
급기야.
“우리도 들어갑시다!”
“안에 능가경이 있다!”
청해지부에 밀려 지켜만 보던 강호인들이 눈이 뒤집힌 채 몰려들고 있었다.
원래의 그녀라면 여기서 발을 빼는 것이 정답.
그러나.
‘절대 누구도 이 안에 들어오게 해선 안 됩니다.’
어째 이 순간에 그놈 목소리가 이리 선명히 떠오르는 건지.
“나도 이제 그놈 사람이 다 되었구나. 빌어먹을.”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해야 할 일만은 명확했다.
“어디 들어와 보거라. 내 모조리 도륙해 줄 테니! 오호호호!”
강호인들을 향해 몸을 날리는 묘채경이었다.
* * *
“크아아아아!”
그 시각 장이서와 마오는 신승과 접전을 벌이며 세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그는 완전히 이성을 잃은 짐승과도 같은 상태. 무공은 당연히 펼칠 수 없다.
둘째. 그 덕에 움직임은 단순명료했고, 예측이 갈 만큼 뻔했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헉!”
“칵!”
두 사람이 동시에 와당탕 나자빠질 만큼 강했다. 그것도 소름이 끼칠 만큼.
“무슨 몸뚱이가 이렇게 단단한데!”
“말했잖습니까. 만만한 자가 아니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오는 그제야 어둠 속에 야수처럼 서 있는 신승을 제대로 살폈다.
다소 왜소한 몸집에 여든이 넘은 노승.
하지만 찢어진 옷자락 사이로 드러나는 육신은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단단했고, 그 안에 숨겨진 힘은 수백 명의 힘을 응축한 것처럼 거대했다.
몸에서 솟아오르는 이글거리는 열기만 봐도 얼마나 화난 몸인지 알 수 있는 일.
그야말로 태산 같은 괴물을 보는 기분이었다.
“일단 능가경부터 회수해야겠습니다. 칠공자님이 잠시 시간을…….”
콰아앙!
장이서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신승의 일각이 머리 옆 벽에 꽂혔다.
돌고드름이 후두두 떨어지고, 벽엔 삼 장(9m)에 달하는 거대한 균열이 일었다.
그냥 찬 것뿐인데 축뢰환을 펼친 것과 비슷한 수준.
꼴깍. 간신히 피해낸 장이서와 마오는 마른침을 삼켰다.
“아시겠죠.”
“엄청!”
콰과과과광!
그리고 시작된 신승의 폭주.
“으갸아아악!”
마오가 그의 시선을 끄는 사이, 장이서는 빠르게 달려가 능가경을 챙겼다.
물론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신승은 빨랐고.
콰아앙!
또 강했다.
콰광!
“장이서, 나 죽어-!”
그래 보인다. 철통방어를 가진 마오니까 버티는 거지, 범인이었다면 밟혀 죽은 벌레처럼 곤죽이 되었을 터.
‘이대로는 안 된다. 도망만 다녀서는 승산이 없어.’
장이서는 자리에 멈춰 서선 생각을 정리했다.
도망은 소모전이다.
하지만 상대는 화경에 오른 절세 고수. 그의 공력이 다 소모되려면 사나흘 밤을 지새워도 모자랄 거다.
그러니 입장을 바꾸어야 한다.
방어가 아닌 공격.
“야, 자냐! 나 죽는다니까아아악!”
장이서는 마음을 굳게 먹고는 저에게로 달려오는 마오에게 눈빛을 보내며 외쳤다.
“지금!”
“지금 뭐! 으갸가가!”
그러곤 가차 없이 천마기에 뇌전법까지 펼쳐 철쇄장을 날렸다.
정확히 마오의 심장부를 향해!
“으아아악! 이 미친놈아!”
이에 눈이 번쩍 떠지며 옆으로 폴짝 몸을 날리는 마오.
장이서의 일장은 자연스레 그 뒤에 쫓아오던 신승의 흉부에 박혔다!
꽈아앙!
쇳덩이를 두드린 것처럼 커다란 굉음과 함께 우뚝 멈춰 서는 신승.
“크윽…….”
한데 놀랍게도 비명이 뱉어진 건 신승이 아니라 장이서였다.
‘금강불괴라도 되는 거냐?!’
때린 손목이 부서진 것처럼 시큰거리고, 손바닥은 불덩이처럼 달아오른 것.
반면 신승은 주춤하는가 싶더니 금세 포효를 내질렀다.
“크아아아아아!”
이대로면 속절없이 장이서가 당할 판.
“아직입니까?!”
이에 인상을 찌푸리고 목청껏 외치자.
“다 왔거든!”
뒤에서 뜨거운 열기와 함께 마오의 격렬한 음색이 흘렀다.
그 순간 옆으로 몸을 날리는 장이서.
선수 교체다.
“다다익궈어어언-!”
마오의 주먹에서 불길이 용솟음치고 그대로 퍼어억! 압도적인 일권이 신승의 흉부에 시원하게 꽂혔다.
“카아아아악!”
이에 먼발치 뒤로 빛살처럼 날아가 벽에 처박히는 신승.
시간이 멎은 듯 침묵이 흐른다.
마오가 제 손목을 풀며 눈매를 좁혔다.
이긴 것인가?!
“크으으으…….”
“망했다.”
천만에!
장이서와 마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쓰러졌던 신승이 벌떡 일어나 다시 달려들기 시작한 것.
“크아아아아!”
“으악!”
장이서는 마오를 방패 삼아 공격을 막아내곤, 낙법을 취한 뒤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아무리 금강불괴술을 익혔다곤 해도 고작해야 외공일 뿐. 이 정도로 단단할 수는 없을 텐데……?’
자신의 일격도 일격이지만, 공력 천재인 마오의 다다익권은 아무리 신승이라도 쉽게 볼 수준이 아니다.
한데도 어찌 이리 무사할 수가 있는가. 심지어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어설픈 초식으로는 생채기 하나 낼 수 없다. 축뢰환. 아니, 그 이상의 절초를 펼쳐야 한다.’
이를테면 마오의 염화진천룡.
“야, 이 씨! 너 솔직히 말해! 이 땡중이랑 나 죽이려고 짰지!”
양반은 못 되는지 신승을 피해 도망 다니는 마오가 소리를 빽 질렀다.
바보냐. 너 죽일 방법만 이만 오천칠백 가지다. 이렇게 어렵게 돌아갈 필요가 없잖아.
“시끄럽고 이대로는 안 됩니다. 만마분총에서 배워온 건 뭐 없습니까?”
“있지!”
뭔데 그게. 의문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자 마오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곤 신승을 벽으로 유인해 헛방을 놓게 하고는 옆으로 빠져나와 창룡도를 뽑아 들고 외쳤다.
“놀라지 마라. 이게 바로 만마분총에서 얻어 온 내 진짜 힘이다-! 으랴아아아아-!”
이내 기합성과 함께 신승을 향해 도리어 몸을 날리는 마오.
장이서의 눈이 부릅떠지고, 숨이 흡! 삼켜지는 그 순간!
“으어억!”
마오가 끈 떨어진 연처럼 영감님 신음을 뱉으며 옆자리로 날아와 처박혔다. 아니, 이 새끼가…….
“지금 뭐 하십니까?”
“내공이 다 떨어진 걸 깜빡했어.”
“미치셨습니까?”
“시간 좀 끌어 봐!”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지만 실랑이할 틈 따위는 없었다.
그새 벽에 박힌 주먹을 빼내곤 다시 날아드는 신승.
장이서는 다급히 마오를 밀치곤, 두 손으로 풍차를 돌리듯 신승의 주먹을 옆으로 흘려보냈다.
태극의 묘리를 응용한 이화접목이다.
와당탕! 신승은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대로 나동그라졌다.
옆을 슬쩍 살피니 마오는 벌써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았다.
‘언제까지 버티라고 말은 해줘야지.’
이렇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장이서가 몸을 푸는 사이, 신승이 다시금 몸을 일으켰다.
역시 괴물은 괴물이다.
평범한 이였다면 내지른 팔의 근육과 뼈가 뒤틀려 고통에 주먹도 못 쥘 텐데.
지금 보니 멀쩡하다 못해 쌩쌩하다.
‘오십시오.’
장이서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신승의 무차별한 공격이 다시 시작됐다.
이젠 장이서와 신승의 대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