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254)
첩자의 마교생활-254화(254/350)
254.
#문을 열다
‘지금 대체 뭐 하는 짓입니까!’
장이서는 인상을 찌푸리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한껏 드러냈다.
당장 입을 열 여지도 없으니 이렇게나마 뜻을 전한 것.
하나 신승은 앞서 깨달은 것처럼 대화가 통하지 않는 벽창호였다.
[본디 금강불괴란 인간의 몸을 이루는 근(筋)과 골(骨)을 이루는 막(膜)을 단련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요.]느닷없이 던져지는 선문답 같은 가르침.
[하나 이는 외부의 충격에만 능할 뿐. 모든 공격에 능통하다 말할 수 없습니다. 하여 막을 연결하는 경락과 혈을 단련하여 근골을 보호하고, 신체의 한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바로 진정한 금강불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장이서는 지금 신승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갑자기 이게 뭐 하자는 것인가.
이건 그냥 가볍게 내기를 불어넣는 수준이 아니었다.
자신이 일평생 쌓은 공력을 모조리 쏟아붓겠다는 자태였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한 답은 잠시 후 이어진 말로 알 수 있었다.
[역근경 수행자, 31대 승 영오. 조사께 역근경을 환부하겠나이다.]꽝! 장이서는 머리를 후려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그 말은 곧…….
역근경을 전수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공수당흉(拱手當胸) 양비횡담(兩碑橫擔) 장탁천문(掌托天門) 적성환두(摘星換斗) 도예구우미(倒曳九牛尾)…….]이어지는 구결과 함께 장이서의 몸 곳곳에 신승의 기운이 나른하게 퍼져나갔다.
“……!”
장이서는 그제야 깨달았다.
‘내게 모든 걸 넘기고 죽으려는 거구나!’
이건 단순히 내공을 단전에 불어넣는 게 아니었다.
신승은 자신의 내기로 장이서의 근골을 완전히 다 찢어발기고 있었다.
역근경으로 장이서의 신체를 다시 태어나게 해주기 위해!
그야말로 뼈를 깎는 고통이 찾아들고, 장이서는 억겁과도 같은 인고의 시간으로 들어섰다.
근육과 뼈가 터질 것처럼 뜨겁다가, 다시 이어주듯 차가워지기를 수만 회.
수축과 팽창이 반복되는 지옥 같은 고통이었다.
그리고 아픔이 커지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신승의 내기는 근막과 골막 사이에 살포시 안착했다.
반면 신승의 광활한 단전은 빠르게 비어 갔다.
한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조사이시여. 소승은 이미 크나큰 죄를 지었사옵니다. 한데 제가 어찌 남을 벌하고, 천하를 위해 나설 수 있겠나이까. 이렇게밖에 돕지 못하고 떠나는 불경한 소승을 부디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무량수불.’
이것이 바로 그가 생각하는 속죄이자, 장이서를 도울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기에.
‘안 돼……. 멈춰야…… 큭!’
하나 장이서는 이를 알면서도 멈춰 세울 수가 없었다.
이미 근육과 뼈에는 신승의 내기가 가득했고, 여기서 멈추면 둘 다 죽거나 주화입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일.
더구나 강제로 막아보려고 해도 그럴 틈이 없었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무엇보다도…….
‘지궁(地宮)의 힘이 날뛰고 있다!’
하단전 밑에서부터 시작된 주황빛 양기가 역근경에 반응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
애초에 역근경은 남천능가경을 기반으로 한 달마의 체술.
그것이 정통 계승자인 장이서에게 전해졌으니 어찌 서로 통하지 않겠는가.
덕분에 장이서는 남천능가경과 신승의 기운에 휘둘리면서, 반대로 천마기와 혈마귀를 다스리는 일을 동시에 해내야 했다.
그러는 사이 장이서의 근골도 완성되어 갔다.
이윽고 한참의 시간이 흘러 어느덧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통이 사라지는 순간.
솨아아아아아-!
짙은 운무가 방 안에 흩뿌려지고, 두 사람 사이엔 수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쿨럭…….”
숨 쉬는 것조차도 버거워하는 신승과 달리 장이서는 활력이 극에 달하다 못해 엄청난 열기가 뿜어졌다.
또한 몸에 있던 흉들은 모조리 사라져 백옥 같은 피부가 되었고, 바닥엔 뱀이 탈피라도 한 것처럼 땀에 녹아내린 얇은 막이 가득했다.
용모도 달라졌다. 어깨는 더욱 넓어지고, 뼈는 곧게 펴져서 팔다리가 길어졌다.
환골탈태(換骨奪胎).
화경에도 오르지 않은 그가 역근경이 일정 단계를 넘어서면서 기적을 이뤄낸 것이다.
“음…….”
그리고 장이서가 눈을 떴을 땐, 풍신에서 기존에 느낄 수 없던 웅장한 기백이 뿜어졌다.
또한 신승이 그러했듯 성난 육신에선 짙은 열기가 거세게 샘솟았다. 오히려 신승의 육신이 미완성처럼 느껴질 정도.
하지만 기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신승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새로운 경지에 오르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무량수불.”
구규지체 중 네 번째 천공.
초절정으로 향하는 관문이 드디어 문을 연 것이다.
그의 나이 이립.
길고 험난했던 인생을 지나 마침내 절세 고수의 반열에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부디 무탈하시기를…….”
“대사……?”
신승은 웃는 얼굴로 눈을 감았다.
“대사-!”
장이서는 벌떡 일어나 그를 부축했다. 몸에 힘이 없다. 툭 꺼지듯 힘없이 어깨에 기댄다.
정파의 다섯 기둥이자 소림의 전설인 그가 너무도 나약하게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쓰러졌다.
몸 안에 생기가 사라지니 사기가 차오르고, 끝내 죽음의 시간으로 접어든 것이다.
‘안 된다. 이대로 보내선 안 돼!’
다급히 손목을 짚자 서서히 꺼져가는 맥이 느껴졌다.
이미 단전은 텅 비었고, 원기마저 티끌밖에 남지 않은 상태.
이대로면 백을 세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할 터.
어찌해야 하는가.
고민은 짧고, 행동은 빨랐다.
장이서는 다급히 품에서 황금빛 약복지에 쌓인 환을 꺼냈다.
독마가 준 만년설삼!
이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사숙……. 죄송합니다.’
장이서는 마음속으로 깊은 사과를 올림과 동시에 다급히 포장을 뜯었다.
그러자 구슬처럼 새하얀 영단이 손에 쥐어졌다. 이내 이를 신승의 다물어진 입술 사이로 넣는 순간.
전설의 영약답게 놀랍게도 스르륵 녹아내리며 그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대사. 이번엔 제 차례입니다.”
신승을 바로 앉히고, 그의 몸을 돌려 격체전공을 시작했다.
황금빛 내기가 신승의 몸을 감싸고, 그의 몸 안을 한참 선회한다.
몸 안에 퍼지는 만년설삼의 기운을 남천능가경으로 녹여내 그의 선천진기를 보듬고, 채워나갔다.
장이서는 의원도 아니고, 의원을 부를 틈도 없었다.
그저 반응이 있을 때까지 정성으로 내기를 선회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흘러 얼마나 지났는지도 잊었을 때쯤. 비로소 마침내…….
“으음.”
신승의 입에서 숨이 뱉어졌다.
그리고 미약하게 떠지는 두 눈.
이곳은…… 지옥인가?
아니, 그럴 리가.
그가 일순 당황에 빠졌다가 금세 처지를 깨닫곤 휙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엔 염화미소를 짓고 있는 장이서가 있었다.
그것으로 설명은 충분했다.
“무량수불…….”
“이쯤이면 서로 입맛은 돌아온 거 같은데……. 식사부터 하죠.”
장이서가 힘없이 웃으며 넉살 좋게 말하자, 신승도 마지못해 미안한 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채식도 됩니까.”
두 사람 사이에 절대 끊어질 수 없는 무한한 신뢰의 끈이 이어지는 순간이자.
장이서의 영향력이 불가까지 퍼져나가는 순간이었다.
* * *
한편 장이서와 신승이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무렵.
세간의 반응은 그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소림의 신승께서 마교의 소졸에게 당하셨다더구먼.”
“이립도 안 된 자라지. 몸놀림이 벼락처럼 빨라 어떻게 당했는지도 못 봤다더군. 그래서 뇌마(雷魔)라고.”
“아주 잔혹한 자일세. 이미 인사불성이 된 분을 악귀처럼 밟고 또 밟았다는데……. 귀신은 무엇 하나. 그런 놈 안 잡아가고.”
“빌어먹을 마교 놈들! 당장 처단해야 하네!”
그야말로 천하는 지금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어딜 가든 마교에 대한 비난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신승의 죽음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고, 그 책임을 마교에 물어야 한다며 들불처럼 들고 일어섰다.
당장 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상황.
단연 모두의 시선은 소림사로 향했다.
그들이 이번 일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지대한 관심이 쏠린 것.
소림 또한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
– 하남 숭산 소림사.
안개 낀 새벽.
불상을 향해 절을 올리는 초로의 승려.
“음…….”
방장 원유의 입에서 짙은 시름이 뱉어졌다.
본디 불가의 사람이라 함은 속세의 소리를 끊고, 번민을 버리는 것이 도리겠으나…….
“신승께 아무래도 마(魔)가 닥친 듯하네.”
이번 일은 아무리 수십 년을 수양한 그로서도 쉬이 넘길 수가 없었다.
방장의 말에 뒤에 공손히 시립해 있던 근엄한 인상의 승려가 고개를 숙였다.
딱 봐도 눈매가 부리부리하고 무뚝뚝한 입술이 사천왕처럼 강직하다.
“소승이 다녀오겠습니다.”
그의 불호(佛號)는 원담.
소림의 사대금강(四大金剛) 중 일인이자 실력으로 치자면 내로라하는 절세 고수였다.
평소 악인들은 벌해야 한다는 강경파 승려로 그가 나서겠다는 뜻은 하나였다.
“가서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바로잡겠습니다.”
죄인들을 무력으로 벌하겠다는 것.
이에 방장 원유는 다시금 금불상에 절을 올리며 침음을 삼켰다.
신승은 무슨 일이 생겨도 결코 나서지 말라 하였으나…….
‘제자 된 도리로 어찌 그리할 수 있겠나이까. 무량수불.’
자리에서 일어서는 방장.
그가 돌아보지 않은 채 차분한 목소리로 승낙했다.
“십팔나한과 함께 가주시게.”
그것도 모두가 절정 고수로 이루어진 최정예 조직까지 붙여준 채.
“무량수불.”
합장하는 원담의 눈에 결의가 깃든 광채가 번쩍였다.
청해의 파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소림사의 최정예 무승들까지 나설 만큼 뇌마의 악명이 세간에 떨칠 그 시각.
반대로 그의 행적에 기뻐하는 자들도 있었다.
“장이서가 남신승을 쓰러트렸다고 합니다!”
우사의 보고에 진우광은 흠칫 굳어졌다. 그러곤 잠시 후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하하하! 청해를 잡으라고 보냈더니, 신주오절을 잡아?”
“청해 역시도 다 정리를 한 모양입니다.”
“정리를 해?”
“예. 비급을 불태우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한낱 달마 따위의 무공으로 감히 천마께서 아끼시던 청해를 어지럽히다니. 다들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로구나.”
“정녕 그 아이가 그리 말했단 말인가.”
“예. 수천이 넘는 강호인들 앞에서 목청껏 소리쳤다고 합니다!”
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취향은 적중했다.
“후후, 그랬단 말이지.”
천마의 얼굴에 진심 어린 미소가 서렸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었다.
가슴은 찌릿하고, 주먹은 꽉 쥐어졌다.
제 사제가 만천하에 달마를 내리누르고, 자신의 위상을 추켜세워 줬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달마보다 위에 있음을 네가 증명해 주었구나.’
이것이 바로 사형제의 애(愛)인가.
당장 달려가 장이서를 안아주고, 원한다면 황제의 목이라도 따다 주고 싶은 심정.
“하온데 믿기지가 않습니다. 장이서가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신승은 저 또한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자이거늘…….”
흑야가 조심스레 소견을 밝히자.
고오오오오!
천지가 진동할 만큼 압도적인 기운과 함께 천마의 눈에서 매서운 안광이 뿜어졌다.
“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