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259)
첩자의 마교생활-259화(259/350)
259.
#어디에 계시오!
와당탕!
마오가 바닥을 나뒹군다. 제갈소미는 망연자실한 눈으로 이를 살폈다.
백보신권은 암석도 꿰뚫는 무자비한 권공.
가까운 거리에서 맞았으니 멀쩡할 리가 없다.
“무량수불.”
이를 증명하듯 원담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합장을 취했다.
이는 곧 승자의 포효였다.
고통 없이 한 방에 보내주려고 한 것이 그만의 자비심.
십성의 공력을 담아 급소를 쳤으니 분명 죽었을 것이다.
한데.
“x나 아파!”
예상을 와장창 깨트리고 마오가 벌떡 일어섰다. 그러곤 제 가슴을 손바닥으로 비비며 오만상을 찌푸린다.
멀쩡하다고?
원담은 일순 복수심도 잊은 채 멍해졌다.
“어이, 대머리. 내가 각성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거든? 그때까지만 좀 기다려 주면 안…… 카악!”
예고도 없이 날아든 권각이 사정없이 마오를 휘갈겼다.
퍼퍼퍼퍽!
쉴 새 없는 난타. 한데도 한 방 한 방이 묵직하다. 그리고 마지막은 정권!
꽈앙!
“크학!”
이번엔 더 처참하게 나가떨어졌다.
얼굴엔 선혈이 낭자하고, 몸은 만신창이다. 한데도 멀쩡히 일어선다.
“이 자식아, 기다리라니까!”
그야말로 기가 막힐 노릇.
하지만 가장 놀라운 건 마오의 몸을 칠 때마다 느껴졌던 반탄력(反彈力)이었다.
‘반로환동한 건 아닐 테고. 격체전공이라도 받은 것인가?’
그게 아니고선 저 어린 얼굴에 이처럼 무지막지한 공력은 설명되지 않는다.
하다못해 신승이 점 찍은 아이이자, 후기십룡 중에 가장 공력이 높다는 불공룡(佛供龍)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야, 대머리……. 너 설마 그 늙은 땡중 때문에 이러는 거냐?”
마오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피식 웃는다.
“맞네, 그러니까 쓸데없이 왜 데리고 와서는.”
원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곤 흘깃 뒤를 돌아 살폈다.
청해지부의 무사들은 이미 수십이 쓰러졌고, 그나마 간부들과 만광이 버티고는 있지만 그도 오래 남지 않았다.
더 볼 것도 없다는 얘기.
‘고작 이딴 자들에게…….’
내면에서 짙은 노기가 솟아올랐다. 이런 자들에게 신승이 당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가 누구인가.
당대 소림의 전설이자, 모두의 스승이라 일컬어지는 자다.
한데 고작 이딴 마귀 놈들에게 조롱이나 당하고 있다니.
“신승께선 어디 계시오.”
차분히 물었지만, 목소리엔 살기가 가득했다. 어쨌든 본론은 신승을 찾는 것이 최우선.
설령 시신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몰라, 이 새끼…… 커헉!”
와당탕! 이형환위로 쏘아진 원담의 주먹에 또다시 나자빠지는 마오.
“신승께서는 어디에 계시오.”
“모른다고…… 카악!”
콰앙!
달려든 원담의 발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가 그대로 마오의 가슴을 내리찍었다.
두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지고, 입가엔 피가 가득하다.
“공자, 그냥 말씀해 주세요!”
제갈소미가 달려와 몸으로 원담을 막는다. 그러곤 절실히 호소했다. 하나 마오는 그 와중에도 코웃음으로 일관했다.
신승이 있는 곳은 장이서가 있는 곳.
죽어도 못 불지.
“죽어서야 참회할 자로군.”
그리고 원담 역시도 그 마음을 느낀 것일까.
“꺄악!”
다시금 제갈소미를 밀쳐내곤 마오의 멱을 움켜쥔 채 번쩍 들어 올렸다.
자비는 여기까지.
“다른 이들은 마교를 두려워할지 모르지만, 소림은 아니외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아시겠소?”
“모른다고……. 이 대머리 자식아.”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말이오.”
원담이 오른손을 뒤로 당겼다.
우우웅!
주먹에 차오르는 시퍼런 권기.
백보신권이다!
백 보 밖에서도 암석을 뚫는데 지금 사정거리는 고작 일 보.
설령 금강불괴라 할지라도 구멍을 뚫어줄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묻겠소. 신승께선 어디에 계시오.”
“…….”
마오의 침묵에 제갈소미는 비명을 내질렀고, 원담은 눈이 번뜩였다.
“참회하시오.”
그러곤 주먹을 앞으로 거세게 내질렀다.
우우웅!
코앞에서 느끼는 폭풍 같은 힘!
그 순간, 마오는 생각했다.
이 자식은 왜 항상 이렇게 늦는 걸까. 가만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그랬다. 빠져가지고.
아무튼.
생각을 마친 마오가 흐리멍덩한 눈으로 힘없이 명을 뱉었다.
“……치워.”
라고.
그러자 바로 그 순간.
“흡?!”
콰과과과!
원담의 측면에서 무자비한 권기가 날아들었다.
그것도 결코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강렬하고도 아주 뜨거운…….
“백보신권?!”
퍼억!
소림의 절기가 말이다.
*
원담은 옆구리로 날아드는 권기에 결국 일권을 회수하곤, 마오도 내던졌다.
그러곤 두 팔을 풍차처럼 휘두르며 뒤로 물러나면서 권기를 막아냈다.
“백보신권……!”
믿을 수 없지만, 손속을 섞어보니 더 잘 알겠다. 분명 자신이 익힌 백보신권이었다.
고개를 번쩍 들자 긴 흑발의 젊은 사내가 뒷짐을 진 채 툭 내려서는 모습이 보였다.
딱 봐도 범상치 않은 자태.
“지부장-!”
“왜 이리 늦은 거요!”
새로운 이의 등장은 여기뿐만이 아니었다. 입구 쪽에서 소란이 귀를 깨웠다.
고개를 돌려 살피자 검 한 자루를 들고 선 낯선 중년의 사내의 모습이 눈에 담긴다.
패검문주 만세극.
그가 분노의 검을 뽑아 들고 가세한 것.
그리고 그의 참전은 전장의 흐름을 뒤바꾸기에 충분했다.
“십팔나한진?!”
유심히 지켜보던 원담의 표정은 다소 경악에 빠졌다.
십팔나한이 육각형 모양으로 진형을 바꾸기 시작한 것.
이는 장문인 급의 고강한 인사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절진으로 십팔나한의 전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를 펼친다는 말인즉슨…….
‘저자의 무예가 초절정 경지라도 된단 말인가?!’
보통 고수가 아니라는 얘기.
“패검문을 짓밟고도 멀쩡히 살아 나갈 줄 알았더냐!”
수아아악!
노호를 터트리며 그어대는 검. 검기가 사방으로 매섭게 뻗쳐나간다.
믿을 수 없지만 초절정 고수가 맞다.
“어찌…….”
원담이 탄식을 뱉으며 다시 앞을 살폈다.
“괜찮으십니까.”
“나…… 끝까지 너 지켰다?”
“글쎄요. 마지막에 입 오물거리던 게 싹 다 불 기세던데?”
“아니거든!”
피식 웃으며 공자를 부축하는 젊은 사내.
원담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가 바로 신승을 모욕하고, 해한 장본인.
뇌마 장이서임을 말이다.
“음.”
장이서는 짤막하게 침음을 뱉고는 주변을 살폈다.
바닥에 쓰러진 묘채경은 다행히 죽진 않은 듯하고.
‘부각주.’
‘103호…….’
다음으로 제갈소미와 눈을 마주친 장이서는 착잡한 마음을 갈무리했다.
윤이 없이 혼자 온 게 신경 쓰였기 때문.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저쪽이 우선이다.
“시주가…… 뇌마이시오?”
저를 보며 묵중한 살기를 드러내는 사대금강 원담. 바로 그다.
“조금 전 펼친 건 분명 소림의 백보신권. 그걸 시주께서 어찌 알고 있는 것이오.”
추궁하듯 이어지는 질문에 장이서는 원담과 눈을 맞췄다. 궁금한 게 많아 보이는 얼굴. 하지만 순서가 틀렸다.
“여기는 왜 온 거지?”
장이서는 대답은 뒷전이고 무심히 질문을 던졌다. 이에 원담의 눈썹은 불쾌감에 크게 꿈틀거렸다.
단순한 무례함 때문이 아니다.
적반하장으로 온 목적을 물으니 기가 막힐 수밖에.
“소승이 이곳에 온 이유를 정녕 몰라서 묻는 것인가-!”
결국 우레와 같은 격노의 음성이 터졌다.
그러곤 거침없이 장이서를 향해 박차고 쏘아졌다.
“조심해!”
마오의 걱정 어린 외침이 쏟아지고, 제갈소미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103호라고 해도 상대는 소림에서도 최상위라 칭해지는 사대금강 원담대사.
절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봐 봤자 마음만 아픈 결과.
한데…….
쉬익!
“어……?”
귀에 들려온 건 거친 타음이 아니라 바람을 가르는 소음이었다.
쉬쉬쉬쉬쉭!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수차례.
당황 속에 이를 바라보자 그녀는 조막만 한 손을 입가로 가져가야 했다. 벌려진 입을 다물 수가 없어서.
“어, 어떻게?”
103호. 아니, 뇌마 장이서가 여유롭게 원담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던 것.
가슴을 틀어 정권을 피하고, 다시 돌아 팔을 내려쳐 흘리고. 가슴을 툭! 손등으로 밀어 거리를 벌린다.
이후 벌어진 수십 합의 접전도 비슷했다.
‘103호가 이렇게 강했다고?’
차라리 암기를 던지거나, 독공을 쓰거나. 혹은 마오처럼 무지막지한 공력으로 승부를 펼쳤다면 이렇게까지 놀라진 않았을 거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고급스럽고, 우아했으며, 간단명료했다.
이건 그냥 누가 봐도 연륜이 가득 느껴지는 초고수.
제갈소미의 머릿속이 멍해졌다. 물론 당사자인 원담에 비할 바는 아니다.
‘어, 어찌……!’
초식을 펼치는 족족 가로막혔다. 심지어 일부러 틈을 노려 거리를 벌리고 백보신권을 펼치려는 찰나!
툭!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장이서가 걷어찬 돌멩이가 그의 이마를 향해 쏜살처럼 날아들었다.
‘족사공?!’
황급히 공력을 회수하고 옆으로 몸을 날리는 순간, 시야에서 장이서의 신형을 놓쳤다.
순간 아차 하는 생각과 함께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리고 퍽!
“큭!”
불시에 나타난 장이서의 일장이 가슴을 휘갈겼다.
그대로 주르륵 밀려 바닥에 손을 짚고서야 멈춰 선 원담대사.
너무도 충격적인 결과에 십팔나한의 움직임마저 뒤엉켰다.
“어디서 한눈을 파는 것이냐!”
이를 놓치지 않고 몰아치는 만세극.
청해지부의 가슴은 웅장해지고, 두 눈엔 승리의 기대감이 잔뜩 고조된다.
소림 대 마교.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의 승패가 기울기 시작했다!
*
한편 소림과 마교의 접전이 이루어질 무렵.
“과연 누가 이길까.”
서녕 남부에 자리한 산등성이에는 이들의 결과를 몹시 궁금해하는 자들이 있었다.
가면을 쓴 오흉과 장창을 짚은 채 쪼그려 앉은 흑발의 여인.
혈교의 기린아 적아린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인 두 사람이 노심초사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것.
“나는 마교에 한 표.”
그중 적아린은 당돌하게 마교에 손을 들었다.
“사대금강과 십팔나한이라. 물론 대단하긴 하지. 근데 그거 갖고 될까?”
간단히 저울질만 해봐도 이건 마교의 승리였다.
머릿수는 차치하고, 흑사방주 은악성과 비등하게 겨루었던 패검문주 만세극. 그리고 그런 은악성을 단번에 무릎 꿇린 칠공자 마오.
이들만 하더라도 초절정 고수가 둘이다.
그뿐인가.
요즘 가장 천하를 들썩이는 희대의 뇌마(雷魔)가 남았다.
신승을 꺾은 뇌마 말이다.
아무리 주화입마였음을 고려하더라도 범상치 않은 실력.
이건 아무리 봐도 소림의 패배였다.
한데.
“소림을 우습게 보는군.”
오흉은 코웃음과 함께 반대의 의견을 뱉었다.
“마교가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원통일을 번번이 실패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글쎄. 이유는 많다. 희대의 영웅이 나타난 경우도 있고, 구파일방을 비롯한 수백의 군소방파가 합심하여 막아낸 적도 있다.
또 황실에서 개입해 이를 막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많았던 이유는…….
“소림이다. 마교는 중원 모두를 쓰러트리고도 끝내 소림 하나를 꺾지 못해 패배의 쓴잔을 마시고 번번이 되돌아가야 했다.”
“옛이야기 참 좋아하나 봐. 그래서?”
“원담은 사대금강 중에서도 아라한신권을 대성한 당대 최강자. 소림에서 그를 막을 수 있는 건 신승과 방장을 지키는 팔대호원(八大護院)의 수장뿐이다.”
“그 말은…….”
“백견일호(百犬一虎). 백 마리의 개가 한 마리의 범을 이길 수 없는 법. 고작해야 마교의 잡귀들에 불과한 그들은 결코 천년 소림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자부심이 가득 느껴지는 호언장담. 적아린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섰다.
“기대되네.”
세차게 구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