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26)
첩자의 마교생활-26화(26/350)
26.
장이서는 바닥에 앉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마오도 안도의 숨을 내뱉곤 털썩 마주 앉았다.
“놀랐잖아, 씨. 뭐야? 아니, 막귀랑 자객들은 한칼에 보내놓고 내공 좀 썼다고 픽 쓰러지다니. 말이 안 되잖아. 뭔데. 설마 마공이라도 익혔어?”
그래. 그렇게 생각해 주면 다행이고. 장이서는 귀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충 둘러댔다.
“저 같은 천민이 그럼 쉽게 강해지겠습니까. 독이고, 약이고 닥치는 대로 먹고 삼키다 보면 이렇게 되는 거지.”
“그땐 손에서 막 벼락도 쏘아 보냈잖아. 너 세잖아.”
“다 양날의 검 같은 겁니다. 위력이 클수록 그만큼 부작용도 있는 거죠. 그러니 칠공자님이 빨리 강해지세요. 제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장이서가 불안한 말을 꺼내자 마오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꼭 벌벌 떠는 강아지처럼. 의외의 모습이었다.
하긴, 본래 이렇게 남한테 벽치고 살던 놈일수록 인연에 약한 법.
그라고 왜 두려운 게 없겠는가. 아닌 척하는 거지. 아직 약관(20)도 안 된 아이다.
‘그러고 보니 윤이하고 나이가 같구나.’
이제 내년이면 제 아우도 약관의 나이. 못 본 지도 어느새 14년이다. 추운 겨울 새벽길 떠나는데 자다 깨서 달려와 코 찔찔 흘리며 가지 말라고 울던 게 엊그제 같은데.
‘잘 지내고 있는 거냐.’
명문에 들어가 잘 지내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자신을 잊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장이서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야, 좀 더 쉬지?”
“됐습니다. 시간 없으니 잘 들으십시오. 칠공자님은 이미 절정의 벽을 뚫은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내공을 다루는 건 삼류만도 못하죠.”
“에이, 삼류는 씨……. 아, 알았다고. 그래서, 뭐. 너처럼 발기하라고?”
“걸음마도 못 뗀 애새끼한테 산을 오르라고 하진 않죠.”
“뭐야?”
“천마전에 도착할 때까지 칠공자님이 완성하셔야 하는 건 바로.”
장이서가 매서운 눈매로 말했다.
“발출입니다.”
흔히 말해 손바닥으로 날리면 장풍. 손끝으로 날리면 지풍. 검으로 날리면 검풍.
바로 몸 안에 내기를 한 곳으로 모으다가 이를 퉁기듯 쏘아 보내는 것.
마오가 완성해야 할 첫 번째 경지는 바로 절정의 시작인 발출의 경지였다.
“그러려면 우선 내공을 뒤쫓는 게 아니라 따라오게 만들어야 합니다.”
“따라오게…….”
마오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에 장이서도 결의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려면 우선 호흡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는 것부터 성공시키세요.”
“좋아. 천천히.”
마오가 고개를 끄덕인다. 눈빛이 아까보다는 제법 그럴싸하다. 피 토하고 쓰러진 탓인가. 개똥도 약에 쓰인다더니. 별게 다 도움이 되었구나.
장이서는 피식 웃고는 먼발치 숲길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죠, 이제.”
그러자 마오가 힘차게 걸어 나가며 답한다.
“그래!”
한데 장이서가 제자리에 멀뚱히 서서는 아래위로 흘기며 묻는다.
“어디 가세요.”
“가자며.”
“업으세요.”
“어?”
“업으시라고요. 나 지금 피곤하니까.”
“나, 칠공자야. 넌 내 보좌고.”
“알겠으니까 업으세요.”
“와, 주객도전이냐?!”
“전도라니까.”
구시렁대면서도 마오가 다가와 몸을 숙인다. 그리고 장이서는 그 위에 쓰러지듯이 업혔다. 새끼, 등은 넓네.
“천천히 운기하는 겁니다. 천천히.”
“알았다고!”
“소주천부터 시작하세요.”
“아, 좀 시끄러워. 집중 안 돼. 차라리 잠이나 자.”
“…….”
‘칠공자. 널 소교주로 키워주마, 반드시.’
일단은…… 한숨 자고 말이다.
스르륵, 눈이 감겼다.
*
마오와 장이서가 떠나온 지도 어느덧 13일이 흘렀다.
이제 교주와의 독대 날이 되었고, 수련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지금이 마지막이었다.
사실 수련이라고 했지만, 폐가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심호흡만을 반복하는 게 다였다.
이는 장이서가 말한 발출을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그가 바랐던 것은 오직 하나.
“후우…….”
천천히 대주천할 것.
마치 소림사 동자승들이나 할 법한 숙제였지만, 마오는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었다.
오죽하면 바닥은 땀에 흠뻑 젖었고, 눈 밑은 퀭했다.
장이서는 그냥 정신만 집중해 천천히 운기하면 된다고 했지만, 마오는 망나니 칠공자. 평소 산만한 정신머리로 어디 그게 쉽겠는가.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실패는 결국 성공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
‘집중. 집중하자. 다 왔다. 거의 다 왔어.’
마오는 결국 13일이 지난 오늘 마침내.
우우웅!
“돼, 됐다!”
창밖에 떠오르는 여명과 함께 처음으로 대주천을 느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된 거 맞지?”
마오가 떨리는 눈으로 문가에 기대 서 있는 장이서를 바라보자, 그도 고개를 끄덕이며 성공했음을 인정했다.
“하…… 하하…….”
마오는 전신에 힘이 쫙 빠지며 땀에 흠뻑 젖은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 이리 기쁜지. 입가에 속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한 미소가 번졌다.
그러곤 제 미간에 검지를 툭 갖다 대곤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역시 나는 천재였어.”
심법을 익히자마자 단 한 번에 성공했던 장이서 입장에선 어이가 없었지만, 뭐 어쩌랴. 성공했으니 됐다.
“내기가 쫓아오게 하라는 게 무슨 말인지. 이제 아시겠습니까?”
장이서의 물음에 마오가 벌떡 일어나 자리에 앉더니, 자신감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이번엔 확실히 알았다.
“천천히 운기를 해보니까 알겠어. 지금까진 내가 흥분하면 내기도 제멋대로 뛰쳐나갔던 거야. 아주 고약한 놈이더라고.”
그래. 정답이다.
“맞습니다. 내기는 화가 난 짐승과도 같습니다. 성질이 급해 먼저 달려 나가려 하고, 잡으려 하면 더 빠르게 도망쳐 버리죠. 해서 호흡을 통해 이를 다스려야 하는 겁니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뒤따라오도록. 그렇게 가르치는 겁니다.”
장이서가 유영하듯 손짓하며 말하자 마오가 수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익숙한 건 아니지만, 분명 단전에서 꿈틀대는 내기를 느꼈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천천히 쫓아오게 하였다.
“그럼 이제 원하는 곳으로 기를 모아볼 수 있겠습니까?”
장이서의 물음에 마오가 마른침을 삼켰다.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따라오게 했던 것처럼 한 곳에 몰아넣어 머물게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할 수 있어.”
좋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실전뿐.
“나오시죠.”
끼이이익.
장이서가 폐가 밖으로 나섰다. 이에 마오가 뒤를 따라 나가자 폐가 앞 자그마한 공터에 용의 알처럼 생긴 거대한 암석 하나가 놓여 있다.
장정 둘을 합친 것보다 크고 앞이 평평해서 글귀 새기기 딱 좋게 생겼다.
장이서는 이를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시작.”
절정의 문턱이라 할 수 있는 경지, 발출.
후…… 하…….
마오가 심호흡한다.
그리고.
“으랴아아아아-!”
쐐애애액!
기합과 함께 거침없이 일장을 내질렀다.
뻥!
그러자 뒤이어 무언가가 터져나가듯 경쾌한 소음이 흩날린다.
한데…….
암석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솨아아아아-
그저 해변 마을의 바닷바람처럼 시원한 바람만이 연신 불어온다.
마오는 어정쩡하게 일장을 내지른 자세로 중얼거렸다.
“뭐야…… 실패한 거야?”
분명 내기를 손바닥 끝으로 몰아 온 힘을 다해 쏘아 보냈거늘. 암석은 어디 파리가 앉았다 갔냐는 듯 멀쩡하기만 하다.
장이서는 멍하니 마오와 암석을 살피며 답했다.
“예…… 실패입니다.”
“으아아아아! 어째서!”
마오는 암석을 부여잡고 소리를 내질렀다. 아니야. 꿈이라고 말해. 아프다고 말해! 분명 성공했다고 생각했거늘, 이게 실패라니. 그럼 또다시 천마전의 문도 못 열고 멍하니 서 있다가 되돌아오란 말인가.
오는 내내 장이서의 잔소리를 들으며?!
“안 해. 못 해. 다 때려 쳐!”
마오가 바닥을 데구루루 구르며 떼를 부린다.
한데 장이서는 꼭 넋을 잃은 사람처럼 암석만을 바라봤다. 놀리지도 않고, 혼내지도 않은 채. 그저 멍하니 말이다.
‘발출은 실패했다. 내기는 손바닥에 응축되었지만, 이를 제때 끊어내질 못했어. 덕분에 내기가 나가지는 못하고 손끝에 머물기만 한 거지. 그러니 실패다. 하지만…….’
장이서가 진중한 눈으로 뒹구는 마오를 살폈다.
아까 분명히 느꼈다.
마오가 일장을 내지르는 그 순간. 그의 몸속에서 용암이 분출하듯 터져 나오는 엄청난 극양(極陽)의 기운을.
‘만일 저 손이 암석에 닿았다면. 그랬다면 저 암석은 부서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거다.’
이것이 바로 장이서가 차갑게 굳어진 이유였다.
이미 마오가 백 년. 아니 수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양지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가볍게 내지른 주먹에 얼마나 큰 힘이 터져 나오는지도 겪어봐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건 빙산의 일각이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마오가 가진 내공은…… 이미 정파의 원로 영감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숨만 쉬어도 내공이 쌓인다는 천양지체의 힘인가. 설마…… 내가 저 녀석을 부러워하게 될 줄이야.’
“으아아아아! 난 천재야. 천재라고. 근데 내가 돌한테 졌다고? 왜. 왜! 왜-!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너, 이 새끼!”
돌덩이 붙잡고 앵앵대는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더욱 허망함이 밀려든다.
후. 장이서는 고개를 젓고는 마오에게 다가가 말했다.
“완전히 실패한 건 아니니 그만하십시오. 기를 모았으면 밖으로 내보내야지. 그걸 그대로 담고만 있으면 어떡합니까.”
“어? 내보내?”
마오가 순박하게 되묻자 장이서는 암벽 앞에 옆으로 서서 가볍게 자세를 잡았다. 두 발은 어깨너비만큼. 우수는 손바닥을 편 채로 가슴 뒤쪽으로. 반대로 좌수는 앞으로 뻗었다.
“보십시오. 손에 내기를 모으고 뻗는 게 아니라 손을 뻗어냄과 동시에 내기를 보내는 겁니다. 그리고 목표물을 향하는 순간.”
쉬이이익! 장이서가 허리를 앞으로 틀며 뒤에 있던 우수를 암벽을 향해 쏘아냈다.
그러자, 꽈아앙!
굉음과 함께 돌먼지가 피어오르고, 이내 암벽에는 깊숙이 그의 손바닥 자국이 새겨졌다.
마오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이를 바라보았고, 장이서는 그를 향해 천천히 몸을 돌리며 마저 말을 마쳤다.
“쏘아지는 내기의 끈을 안에서 놓아주는 겁니다. 손바닥으로 달려가던 기운이 그대로 밖으로 뻗어나갈 수 있게.”
“오…… 오…… 오-! 야, 그걸 왜 이제 말해. 나 감 잡았어. 느낌 제대로 왔어! 이번엔 진짜야.”
그렇겠지. 장이서가 피식 웃는다. 마오가 멍청해 보여도 둔재는 아니다. 천양지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거지. 이미 내기를 다루게 된 이상, 이를 끊어내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해보십시오.”
장이서가 세 걸음을 뒤로 물렀다. 그리고 마오가 그가 서 있던 자리로 다가섰다.
“아까 발은 이만큼 벌리고, 그리고 손은 이쯤이었나.”
이내 장이서가 했던 동작을 어쭙잖게 흉내 내기 시작했다.
어이가…… 없네?
#역시 나는 천재였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