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263)
첩자의 마교생활-263화(263/350)
263.
#불가능한 조합
쐐애애애액!
이내 물살 위를 가르며 손아귀로 날아드는 흑색 장창!
척!
그녀가 이를 손에 쥐고선 그대로 무리를 향해 거침없이 진기를 발출했다.
『천살창법(天殺槍法) 용궐(龍獗)』
콰과과과과!
섬광처럼 쏘아지는 붉은 창기!
과거 장이서가 맥도 못 추던 바로 그 초식이다.
일격에 마차 채로 날려버리려는 것!
저들 사이를 일직선으로 지나치는 창기에 십팔나한이 사색이 된 채 모두 고개를 뒤로 돌린다.
그리고 마차와 충돌하는 그 순간.
콰아아아앙!
굉음이 쏟아지며 폭발이 일었다. 뭉게뭉게 번지는 연기를 보며 적아린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니, 번지려고 했다.
“응?”
산산조각이 났어야 할 마차가 구멍 하나만 빼고 멀쩡히 서 있는 걸 보기 전까지는.
“뭐야……?”
뭐겠는가. 제대로 꼬인 거지.
콰직!
바로 그 순간, 마차의 천장이 부서지고 네 개의 신영이 벼락처럼 튀어 올랐다.
적아린은 이를 넋 놓고 살펴야 했다.
“혈귀의 무리로구나. 무량수불!”
자객들을 향해 거대한 권기를 발출하는 사대금강 원담!
“청해에서 날뛴 대가는 혹독히 치러야 할 거다!”
일검에 천지를 가르는 패검문주 만세극!
“우하하하! 이번엔 준비 다 끝내고 왔다, 이것들아!”
각성을 끝낸 채 불길을 뿜으며 쏘아져 나가는 칠공자 마오.
그리고…….
“오랜만이다, 적아린.”
“너는……!”
『천마신공(天魔神功) 뇌전법(雷轉法) 백뢰(白雷)』
쐐애애애액!
손끝에서 비수를 쏘아 보내는 흑의의 사내.
“뇌마?!”
그렇다.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경지의 고수가 되어 나타난 뇌마 장이서다!
마교와 소림의 연합 작전.
시작이다.
*
장이서와 절세 고수들의 등장은 천하의 적아린도 당황에 빠트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경우지?’
생사불명의 원담이 팔팔한 거?
그래,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저 나머지 셋은 무엇이란 말인가. 모두 원담과 생사투를 벌였을 마교의 인물들이 아닌가.
‘설마…… 이것들이 편을 먹었어?!’
그게 아니고서는 절대 말이 안 되는 상황.
하지만 좋다.
그것까지도 그렇다고 치고!
‘이자는 대체 누구지?’
적아린은 제게로 날아드는 비수를 간신히 피해내며 눈매를 좁혔다.
이자가 제일 큰 혼란이었다.
제 이름을 아는 것도 놀라운데, 날밖에 없는 저 비수.
분명 자신은 이걸 본 적이 있었다.
그것도 곤륜산맥에서!
‘하지만 녀석은 죽었을 텐데?’
더구나 체격도, 생김새도. 모든 게 달랐다.
뭣보다도 가장 달랐던 것은…….
퍽!
잡념에 가득 차 있던 그녀가 일각을 허용한 채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큭…….”
곤륜산맥에서 만난 놈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하다는 것. 그게 가장 다른 점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변신해서 나타날 수도 없고. 설마 사형제라도 되는 건가?
인상을 쓰고 앞을 노려보자 장이서가 픽 웃으며 서 있다.
“너 대체 누구야?”
“곤륜산에서 받은 빚을 언제 갚나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왔어.”
적아린은 입술이 벌려지고 시선은 멍해졌다.
“정말 너라고? 살아 있었던 거야?”
“왜. 못 믿겠어?”
“아니, 믿어. 어쩐지. 어딘가 낯이 익더라. 너였구나? 후후.”
이내 입술을 가리곤 웃음을 터트렸다. 웃을 일이 아닌데 반가우면 미친 건가.
“그때보다 훨씬 보기 좋아. 그땐 눈빛에 비해 이 관상이 너무 평이했거든.”
“너한테 당하고 환골탈태 좀 했다.”
“푸하!”
팟! 다시 날아드는 장이서. 이에 적아린도 창을 휘두르며 상대해 나갔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두 사람의 접전.
“정말 재밌어. 네가 뇌마였다니!”
“청하루에도 인사 한번 갔었는데. 그땐 못 만나서 아쉬웠다.”
“그것도 너였어? 너 진짜 탐나. 죽이고 박제해 버리고 싶을 만큼.”
쐐애애액!
그녀가 내지른 창이 숙인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친다.
“걱정 마. 한동안 우리는 오래 함께할 테니. 너한테 물을 게 많거든. 기대해.”
“좋아. 얼마나 강해졌나 한번 볼까?”
파파파팟!
다리 위를 나란히 내달리며 두 사람의 공방이 이루어졌다.
쏘아지는 백뢰, 이를 피하고 역으로 내지르는 창. 이게 눈 깜짝할 사이에 수차례씩 오갔다.
범인이 본다면 두 사람 사이에 무수한 섬광이 쏘아지는 격.
“너 진짜 강해졌구나? 어떻게?”
“말했잖아. 네 덕에 환골탈태했다고!”
고오오오오!
창을 피해낸 장이서의 몸에서 무수한 잔상이 이어졌다. 아라한신권이다!
“이런…… 악!”
창날을 돌파하며 복부에 꽂아 넣는 주먹.
첨벙! 일격에 날아간 그녀가 그대로 물속에 처박혔다.
촤아아악!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물보라를 일으키며 날아오른 그녀가 난간에 척! 착지했다.
“이번엔 아무리 너라도 화가 좀 나는데? 그냥 여기서 죽여버릴지도 모르겠어.”
솨아아아아!
젖은 몸의 물기가 수증기처럼 날아간다. 확실히 혈교의 기린아 다운 면모.
하지만.
“그러기엔 상황이 너무 안 좋단 생각 안 드나?”
장이서가 피식 웃으며 고갯짓으로 옆을 가리켰다. 이에 그녀의 시선이 따라 돌아가자.
“끄아아아악!”
“컥!”
추풍낙엽처럼 썰려 나가는 수하들의 모습이 눈에 담겼다.
어느새 일백에 달하던 자객들은 절반도 채 남지 않은 상황.
초절정 고수 셋에 절정 고수가 열여덟. 막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도대체 어떻게 구워삶은 거야?”
적아린은 빠르게 현실을 파악했다.
함정을 파놓고 기다렸더니, 설마 되레 그게 함정이었을 줄이야.
“마교와 소림은 본디 물과 기름. 절대 함께할 수 없는 사이 아니었나? 그런데 저 자그마한 마차 안에 오밀조밀 숨어서 함께 왔다고?”
그렇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정과 마를 아우르는 장이서라면 가능하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장이서가 노린 한 수였다. 누구든 절대 의심할 수 없을 테니.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도 모르나. 너 잡으려고 신경 좀 썼어.”
장이서가 픽 웃는다.
어느새 일백이 넘던 수하들은 대부분 다 쓰러지고, 장이서 뒤로 세 사람이 나란히 자리했다.
원담과 만세극. 그리고 마오.
초절정 고수가 하나도 아니고 무려 넷이다.
그녀의 손바닥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이렇게 긴장하기는 또 오랜만.
“신경 너무 많이 썼는데? 이봐, 소림. 자존심도 없는 거야? 패배했다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곤 마교 새끼들하고 손을 잡게?”
격장지계(激將之計)다. 원담을 도발해 자중지란을 일으키려는 것. 하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
“여기 계신 장 대협을 평생 이길 수 없을 테니, 패했다는 건 오명이 아니오. 무량수불.”
원담의 태연자약한 패배 선언에 적아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미친 거야?”
그럴 리가. 어찌 한낱 32대 승 따위가 2대 조사께 칼을 겨누겠는가.
물론 이 발언은 심각한 오해를 낳긴 했다.
‘저 대머리 땡중이 저리 추켜세울 정도라니. 장이서, 이 자식!’
마오는 제 일처럼 가슴이 찌릿찌릿했고, 만세극은 역시 주군이라며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갈수록 마교의 영웅이 되어가는 장이서다.
물론 적아린에게는 이해 불가의 괴종으로 보였다.
“네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잡히든가, 투항하든가.”
“후후, 친절해라. 근데 하나가 더 있잖아.”
“음?”
“내가 너희를 다 쓰러트리는 거!”
우우우웅!
그녀의 몸에서 다시금 압도적인 기운이 뿜어지고, 이내 자릴 박차고 하늘 높이 도약했다.
그러곤 그대로 흑창을 섬광처럼 바닥에 내던졌다.
“피해-!”
『천살창법(天殺槍法) 대지파열(大地破裂)』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다리를 꿰뚫고, 거대한 물보라가 광범위하게 치솟았다!
그리고 바닥의 파편 위로 착지한 그녀의 손아귀에 다시금 흑창이 날아와 잡힌다.
잇새가 꽉 다물어지고, 두 눈에서 붉은 광채를 번뜩였다.
반면 아직 공중에 떠 있는 네 사람.
파아앗!
그녀의 굽어진 다리가 펴지며 단숨에 도약해 날아올랐다.
그리고 첫 번째 상대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만세극이다!
“흡!”
쐐애애액!
한순간에 발출한 섬광이 만세극의 심장부를 향해 날아든다.
같은 초절정 경지라고는 하나 초기와 후기는 천양지차.
피하기엔 늦었고, 막아내기엔 버거운 일격!
하지만.
카앙!
이쪽은 하나가 아니라 넷.
만세극의 뒤로 장이서와 마오. 그리고 원담이 동시에 진기를 발출해 함께 이를 막아준다.
“절대 틈을 주지 마십시오! 우습게 볼 상대가 아닙니다.”
장이서의 외침과 동시에 착지한 네 사람이 일심단결하여 그녀에게 맞섰다.
“바로 합공으로 나온다고?!”
적아린은 크게 경악했다.
“강호에서 합공은 삼가는 게 불문율인 거 잊었어?! 너희는 양심도 없는 거야?”
콰과과광!
순식간에 천지를 진동시키는 초절정 고수들의 향연.
마오가 파편 위에서 창룡도를 내지르며 답했다.
“헹! 그딴 건 정파 나부랭이들한테 따지시고!”
화르륵!
몸을 비틀어 피해내자 뜨거운 불길이 스친다. 이에 적아린은 마오의 흉부를 걷어차곤 윽박질렀다.
“소림은 정파 아니야?!”
“무량수불!”
맞긴 한데 하필 마(魔)를 벌하는 데 있어선 정도가 없다는 원담이다.
혈교는 말할 것도 없는 일.
퍽! 적아린은 측면에서 날아든 백보신권을 창을 들어 겨우 막아냈다.
뒤이어 앞뒤로 달려드는 만세극과 장이서.
“좋아. 어디 끝까지 가보자고!”
적아린이 섬?한 미소를 짓고는 이들에게 맞섰다.
콰과과광!
폭발과 굉음 속에 순식간에 흘러가는 수백 합의 대결.
물보라가 치솟는 건 비일비재고, 기다랗던 필연교는 어느새 파편이 되어 두둥실 떠다녔다.
인근에 서 있는 것만도 위험천만해 십팔나한은 이미 진작에 벗어났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대결은 쉼 없이 이어졌다.
또다시 수백 합이 지나가고.
어느덧 모두의 몸에 상처가 수북이 쌓이고, 숨소리는 거칠어졌다.
승부를 봐야 할 시점이 온 것.
운명처럼 때마침 잠시 접전이 멈추어지고, 정적이 찾아들었다.
파편 위에 서서 서로를 직시하는 다섯 명의 초절정 고수들.
고도의 긴장감이 흐르고 잠시 후.
적아린이 범처럼 거센 기운을 폭발시키며 먼저 포문을 열었다.
번쩍 뛰어오르더니 다시금 바닥으로 창을 내리 던진 것.
『천살창법(天殺槍法) 대지파열(大地破裂)』
푸화아아아악!
반경 삼십 보 이내에 폭발이 일며 물보라가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하나 이미 겪어본 초식. 일행은 공중으로 도약해 피해냈다.
반면 바닥에 착지한 적아린은 하늘을 팟!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끝이다!”
그녀도 그들이 피해낼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저 이번 수를 위한 노림수.
이내 이빨을 꽉 깨물곤, 창을 하늘 위로 거세게 내질렀다!
그녀만의 구명절초!
『천살창법(天殺槍法) 대천붕괴(大天崩壞)』
구아아아앙!
응축된 기운이 거대한 버섯구름을 만들어 내며 네 사람을 덮친다!
하늘마저 무너뜨릴 만큼 압도적인 힘.
곤륜산의 동굴을 무너뜨렸던 바로 그 절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 장이서도 이미 예측한 바였다.
“이번에 끝내야 합니다!”
“가자고!”
“무량수불.”
“존명!”
그의 지시 아래 모두가 허공에서 방향을 바꿔 발끝에 내기를 터트리며 도리어 유성처럼 떨어져 내렸다.
피하는 것이 아니라 맞서는 쪽을 택한 것.
분명 이 정도 위력이라면 홀로 감당하긴 힘들었을 거다.
하지만 이쪽은 하나가 아니다.
『백보신권(百步神拳)』
『진 염화참(炎火斬)』
『천지일참(天地一斬)』
『뇌전법(雷轉法) 백뢰(白雷)』
콰아아아아앙-!
네 사람의 절기가 빛무리를 뿜어내며 버섯구름을 찢어발겼다!
그리고.
“아아아악-!”
혈교의 기린아.
적아린이 쓰러졌다.
처절한 비명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