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27)
첩자의 마교생활-27화(27/350)
27.
“지금 뭐 하십니까?”
장이서는 절 따라 하는 모습에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뭐 하긴. 사부 따라 하는 거지.”
“예?”
“가르쳐 주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싹 다 가르쳐 줘라. 쪼잔하게 이깟 거 빼앗겼다고 툴툴대지 말고.”
“그게 아니고.”
자세가 틀렸어, 이 자식아. 내가 언제 주먹을 쥐었냐. 손바닥 펴고 일장 날렸지.
“어때. 똑같지. 똑같을 거야. 천재인 나 마오의 눈썰미를 피해 갈 수 없으니까.”
정정하자. 얘는 둔재가 맞다.
“그냥 하던 대로 하십시오. 괜히 따라 하다 다치지 말고.”
“싫은데. 난 앞으로 너 다 따라 할 거야. 그래서 내가 꼭 너보다 강해지고 만다. 그리고 똑같이 잔소리 해줘야지.”
그러시든지. 장이서가 어깨를 으쓱이곤, 암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작.”
그러자 마오도 한껏 진지해진 표정으로 호흡을 가다듬는다.
수많은 실패 끝에 이제 이론은 다 깨우쳤다. 남은 건 성공뿐.
“내기는 미리 보내는 것이 아니라…… 끊어내는 것. 한 번에 많이 보낼수록 그 힘은 더 강해지겠지. 그러니까 이건…… 무조건 다다익선이다-! 으랴아아아아!”
번쩍. 마오의 눈이 떠지고, 그대로 일권이 내질러진다.
쐐애애애액!
묵직한 소음과 함께 그의 손으로 엄청난 양의 양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그리고 그의 거친 주먹이 암벽 세 치 앞에서 멈춰서는 그 순간.
콰아아아앙-!
막대한 굉음이 온 세상 떠나갈 듯 터져 나왔다.
‘뭐……지?’
귀가 먹먹하다.
하지만 장이서가 놀란 건 비단 소리 때문이 아니었다.
조금 전 마오가 펼친 일권 탓이었다. 정확히는 주먹 모양의 거대한 불꽃이 암벽을 강타했다.
이어 엄청난 열기가 주변을 휩쓸고, 장이서는 본능적으로 대여섯 걸음을 뒤로 물렸다. 이내 소매로 얼굴을 가리며 경악에 빠졌다.
“이, 이게 무슨…….”
도무지 믿기지 않는 상황. 어안이 벙벙했다. 다시금 암벽을 살피자 두 손으로 크게 원을 그린 것처럼 커다란 크기의 구멍이 뚫렸다.
아니, 그거로도 모자라 아직도 용암처럼 뜨거운 불길이 암벽을 달궈 타닥거리는 소음과 함께 열기를 발산했다.
장풍을 쏘랬더니 이게 웬 불 주먹이란 말인가.
“지금 뭐 한 겁니까?”
너무 황당해서 장이서가 마오를 보며 물었다.
“하. 하하. 하하하하. 우하하하하하하-!”
그러자 넋이 나간 마오가 난데없이 웃음을 뱉기 시작했다. 그러곤 가슴을 탕탕 치며 호기롭게 외쳤다.
“나 천재 마오는 드디어 깨달아버렸다.”
“뭘.”
“비기, 다다익권(多多益拳)을 말이다!”
“뭐라는 거야.”
“후후후. 어리석구나, 장이서. 모르겠느냐? 난 방금 엄청난 깨달음을 얻어 절대 고수의 반열에 오른 거다! 내가 창안한 무공 다다익권의 위력을 봐라!”
마오가 암벽을 향해 양손을 가리킨다. 그래. 대단하다. 대단해. 그건 알겠는데. 장이서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다시 해봐요.”
“흥, 못할 줄 알고? 자 보거라. 이게 바로 천재 마오의 비기! 다다익-권!”
마오가 다시금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바람 소리 하나 안 들린다. 그야말로 왈패가 휘두르는 주먹 수준.
“어. 왜 이러지?”
장이서는 바보냐는 시선으로 그를 흘기며 말했다.
“왜요. 내기가 안 모입니까?”
“어. 안 모여. 이거 왜 이래?!”
왜 이러기는. 단전의 내공을 남김없이 홀라당 다 써버렸으니 그렇지. 참나. 너무 황당해서 말도 잘 안 나온다.
“장이서. 나 몸이 이상해. 힘이. 힘이 들어가질 않아! 주화입마인가 봐!”
주화입마가 그렇게 쉽게 오는 줄 알아. 그리고.
‘남들은 한 시진 동안 가부좌 틀고 운기조식을 해야겠지만 너는 반각 동안 그냥 숨만 쉬어도 다시 다 채워질 거다.’
천양지체의 두려움은 행공과 연공이 심법 없이도 최상의 상태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것.
장이서는 짜증스레 숨을 후 뱉고는 다시 암벽을 살폈다.
설마 미련스럽게 내공을 한 번에 다 쏟아낼 줄은 몰랐다. 아니, 그게 가능하단 사실 자체가 경이적이었다. 내기란 무릇 호흡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양의 한계가 있다. 아니면 내기의 길목이라 할 수 있는 경맥이 감당하지 못하고 터질 수 있으니까.
한데 마오는…….
‘기경팔맥에 일말의 불순물도 없고, 내공 역시도 정순하기 그지없는 천양지체. 그러니 한순간에 폭발적인 힘을 전부 내보낼 수 있는 거다.’
그 결과 절정의 무사들도 흉내 낼 수 없는 위력의 일권도 펼칠 수 있었던 것.
정말 미련하고 멍청한 짓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새로운 무공을 창안했다는 것도 일리 있는 말이었다.
다다익권이란 이름은 영 볼품없었지만.
솔직히 그도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보지 않았다면 새로운 경지에 올랐다 오해했을 수도 있다.
장이서는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뇌전법은 내공을 뇌기로 전환 시켜주는 것. 해서 천양지체인 마오보다도 빠르게, 많은 양의 내기를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말 그대로 벼락과도 같아 잡아낼 생각도 하지 못했지. 만일 내가 뇌기를 잡아내 발출이나 발기까지 할 수 있게 된다면…….’
마오에게 천천히 운기하라고 했던 그 말을. 정작 해내지 못하고 있던 건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세 피식 헛웃음을 뱉었다.
구규지체인 자신이 무얼 할 수 있겠는가. 빛 좋은 개살구다.
어쨌든 특훈은 이것으로 끝이다. 이제 천마전으로 가야 할 시간. 약속 시간까지 이제 겨우 한 시진(2시간) 정도 남았으니 지금 서둘러도 빠듯한 여정이다.
“칠공자님, 주접 그만 떠시고 이제…….”
해서 장이서가 제 머리칼을 붙잡고 절망에 빠져 있는 마오에게 다가가려는 순간이었다.
핑!
뒤에서 첨예한 기운이 느껴졌다. 화살?! 빠르다.
휘리릭! 장이서는 단숨에 제자리에서 회전하며 뛰어올라 날아든 화살을 민첩하게 낚아챘다. 척. 그러곤 바닥에 착지한 채 외쳤다.
“칠공자님, 뒤로 피하십시오!”
그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리고, 마오도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들었다.
슈슈슈슉!
그러자 숲속에서 뒤이어 화살 대여섯 발이 또다시 날아든다.
자객이다!
카카카카캉!
장이서가 마오의 앞을 막아선 채 꺼내든 단도로 화살을 좌우로 번개처럼 쳐냈다. 하나 이는 진짜를 숨기기 위한 위장.
쉬이이익!
뱀처럼 요사스러운 곡선을 그리며 화살 한 발이 엇박자로 날아든다. 그리고 이는 장이서를 지나쳐 뒤쪽으로 향했다.
‘마오……!’
지금 마오의 단전은 텅 빈 상태. 피할 수도, 견딜 수도 없다.
퍽!
“장이서-!”
장이서가 좌측으로 뻗은 팔에 화살이 꽂히고, 그대로 주르륵 뒤로 밀려났다. 마오를 지키고자 좌수를 뻗어 몸으로 막아낸 것이다.
그러곤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물었다.
“내공은. 아직입니까?”
“어. 근데 너 팔에…….”
“괜찮습니다. 암벽 뒤에 숨으십시오.”
“야, 너는?!”
“어서!”
장이서가 버럭 외치자 마오가 입술을 질끈 물고 암벽 뒤로 숨는다. 이에 장이서는 화살을 팍! 부러트리곤, 어깨와 팔에 혈을 짚었다. 그냥 화살이 아니라 독화살이다. 다행인 건 치명적인 독이 아니고, 일시적으로 마비 증상을 일으키는 정도.
“독을 쓸 거면 확실히 쓰든가. 이리 변태적인 짓을 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 내게 원한이 깊었나 보지?”
장이서가 코웃음을 치며 숲속에 말을 건네자.
[히히히히히히-!]메아리치듯 숲속에서 흉측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육합전성(六合傳聲)?!’
그리고 이를 들은 장이서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육합전성은 음공 중 하나인 전음술의 일종으로 제 위치를 숨기고 모두에게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종의 교란술이었다.
전음 자체가 익히기 매우 까다롭고, 내기를 매우 잘 다뤄야만 가능한 일.
바꿔 말하자면 우습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너처럼 변변치 않은 내공을 가진 놈이 내 아우 막귀를 죽였다니. 너무 화가 나서 웃음이 멈추질 않는구나. 히히히히!]아우? 장이서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리고 동시에 한 사람의 정보가 뇌리에 그려졌다.
‘도살방 서열 5위…… 색마독궁(色魔毒弓) 요도순!’
변발의 막귀와는 의형제라 불릴 만큼 막역한 사이. 그가 분명했다. 도살방. 그들이 경고를 무시한 채 바로 복수에 나선 것이다.
[너도 지옥을 맛보거라! 히히히히!]사악한 웃음소리와 함께 파파파파팟! 또다시 화살 대여섯 발이 연달아 날아들었다.
카카카카캉!
다시금 단도로 이를 쳐내는 장이서. 그리고 빠르게 계산했다. 아까와 같은 강도, 같은 속도. 이건 여러 명이 쏜 게 아니라 단 한 명이 날린 화살이다. 요도순. 그가 속사를 날린 것.
‘그럼 놈이 있는 곳은…… 저쪽!’
이에 장이서가 팟! 일시에 자릴 박차고 몸을 날렸다.
한데.
퍽!
“큭!”
전혀 예상치 못한 동쪽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이에 몸을 핑그르르 돌려 간신히 우측 어깨만 베인 채 스쳐 보냈다.
‘어떻게?’
장이서의 표정이 경악으로 뒤바뀐다. 이내 우측 팔에도 마비 독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히히히히! 멍청하긴. 네놈이 이리 쉽게 날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더냐. 염라가 왜 죽었냐 묻거든 네놈이 고른 이 묏자리 탓이라 말하거라. 히히히!]파파파파팟!
또다시 숲속에서 날아드는 속사. 하지만 장이서의 마비된 두 팔은 축 처진 채 힘을 잃었다.
“장이서-!”
최대의 위기가 닥쳤다.
* * *
마해산 초입에 위치한 다섯 갈래 길목.
그중 중지에 놓인 호룡당으로 가는 길목은 일자로 길게 펼쳐진 오르막길이었다.
그래도 명색이 교내 치안과 호위를 담당하는 호룡당인데, 너무 개방된 것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곳은 그 어느 곳보다도 방비에 최적화된 곳이었다.
우선 외길의 좌우 측은 산세가 험해 숨거나 오르기가 어려웠고, 누군가 길을 오르기 시작하면 호룡당에서 도착 일각 전부터 미리 내다볼 수가 있어 기습에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리고 길 끝에 다다르면 범이 새겨진 두꺼운 담벼락과 그 위에 교대로 주둔 중인 무사들이 즐비했으니, 그야말로 철옹성이라 부를 만했다.
한데 오늘은 웬일인지 대문은 활짝 열려 있고, 담벼락 위에 주둔해 있어야 할 무사들이 모두 문 앞으로 나와 숙연한 자세로 정렬해 있었다.
이유는 하나.
“드디어 오늘이구나. 칠공자께서 오시는 날이.”
호룡당주 지대호가 아랫길을 살피며 기대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그렇다.
오늘은 칠공자와 교주의 독대가 있는 날이다.
지금까진 번번이 천마전의 문을 열지 못하고, 축 처진 어깨로 돌아가야 했다. 대부분 호룡당의 무사들은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온데 당주님, 이번에도 칠공자께서 천마전의 문을 열지 못하면 어찌 되는 것입니까.”
“지존께서 하시는 일을 우리가 알아야 할 필요도, 자격도 없다.”
“송구합니다.”
“하나.”
지대호가 표정을 차갑게 굳힌 채 말했다.
“소교주의 자리가 영원히 멀어지게 되는 것만큼은 확실하겠지.”
이에 무사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애초에 칠공자가 소교주가 될 거라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는다.
하나 늘 교주의 선택은 예측 불가했고, 마오는 천양지체의 주인이기에 일말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여겼다.
문제는 천마전의 문을 여는 것이 곧 자격을 증명하는 것.
이미 3년이라는 시간을 주었음에도 이를 해내지 못한다면 그만한 징계가 뒤따를 것이 분명했다.
“그럼 당주님께선 이번에도 열지 못하리라 보시는 겁니까?”
수하의 질문에 지대호가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머리로는 분명히 그랬다. 열지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만에 하나. 오늘 이변이 일어난다면 그 이유는 분명.
‘장이서. 네가 있기 때문이겠지.’
부쩍 그가 보고 싶어지는 오늘이었다.
#가자. 천마전으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