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289)
첩자의 마교생활-289화(289/350)
289.
#객기를 부리는 건가?
장로들 사이에 당혹감이 팽배했다. 하다못해 칠소궁의 식솔들이라도 데려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겸사익. 입만 산 놈은 아니었구나.’
덕분에 이장로 천오산의 입꼬리는 크게 올라갔고, 마의의 낯빛은 창백하다 못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와아아아아!
그리고 시작된 무모한 접전.
모두가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그의 신위를 집중해 살폈다. 평가는 금세 내려졌다.
“강단이 있군.”
“이젠 확실히 보좌다운 실력이야.”
“생긴 것보단 거칠어.”
장로들은 연달아 호평을 이어갔다.
그럴 수밖에.
지금 장이서는 성난 범이었다.
저에게 몰려든 수많은 마인들을 가차 없이 상대해 나갔다.
그 어떤 술수도 없었다. 그저 순수한 본연의 힘으로 마주했다.
때리고, 부수고, 던지고.
멀리서 보는데도 그 패기에 심장이 찌릿할 만큼 멋지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와아아아아!
여전히 들리는 건 비명이 아닌 함성뿐이고, 장이서는 거북이처럼 나아가며 마인들을 상대해야 했다.
이건 마치 수천의 늑대 무리로 뛰어든 외로운 범 한 마리의 처절한 몸부림과도 같았다.
강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무모하고 어리석었다.
본디 절대다수를 상대할 때는 초장에 기세를 꺾는 것이 순리.
잔혹해 보일 수 있겠지만, 압도적인 힘으로 살수를 펼쳤어야 했다.
본보기로 열이든, 백이든. 찢어발겼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데.
“살생을 피하고 있군.”
“객기를 부리는 건가?”
“이래선 답이 없지.”
장이서는 손에 사정을 두고 있었다.
얼마든지 뺏을 수 있는 검은 잡지도 않았고, 작정하면 너덧 명은 먼지처럼 날려버릴 수 있으면서도 공력을 발출하지도 않았다.
저래서는 겁을 집어먹기는커녕 더 악을 쓰고 달려들 게 뻔한 일.
이 상태로는 공력이 바다와 같다 할지언정 오래 버티지 못할 거다.
한마디로.
“더 볼 것도 없겠어.”
“역시 들개 출신의 애송이였나.”
“아쉽군.”
곧장 비평이 이어졌다.
이에 천오산은 승리에 찬 웃음을 지으며 호언했다.
“부교주는 패기만 가진 애송이가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오늘 이곳이 네놈의 묏자리가 될 것이다!”
이젠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
뇌마의 명성이 얼마나 헛된 거품이었는지를.
“하하하하!”
그의 비열한 웃음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
다행히 장이서의 귀에는 천오산의 경박한 웃음은 닿지 않았다.
와아아아아아!
마인들의 빗발치는 함성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
그 사이에서 장이서는 거친 맹수처럼 싸웠다.
칼날이 날아들면 역근경으로 다져진 금강 같은 몸으로 막아냈고, 상대가 보이는 족족 권각을 쑤셔 박았다.
“크아아악!”
“커헉!”
정말 숨 쉴 틈도 없이 싸웠다.
일초지적, 추풍낙엽.
여기엔 누구도 예외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멀고도 멀었다.
와아아아아!
여전히 함성은 비명을 덮었고, 누군가 쓰러진 자리엔 다른 마인이 나타났다.
절 잡기 위한 손길은 셀 수도 없어 누가 주인인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야말로 원귀로 가득한 지옥에 떨어진 기분.
물론 타개할 방법은 많았다.
혈마귀를 불러내 일시에 이들을 황천길로 인도할 수도 있고, 불사독마공을 이용해 극한의 체험을 하게 해줄 수도 있다.
아마 원래라면 그렇게 했을 거였다.
이 자리가 마교와 정파의 전쟁이었다면, 오늘만 볼 그런 자들이었다면.
분명 그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들을 없애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함께 하고자 온 것이다.
그러니까 보여줘야 했다.
더는 첩자가 아닌 아군임을.
이곳에 모인 마인들에게도.
뒤에서 보고 있을 신도들에게도.
무엇보다도.
어딘가에서 또다시 변태처럼 절 내려다보고 있을 그에게도.
고개를 확 들어 올려 하늘을 살피자, 새하얀 구름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높은 마해산 정상에서는…….
천산의 신!
천마 진우광이 미소 지으며 서 있었다.
‘어디 올라와 보거라. 나의 사제야.’
장이서는 보이지 않는 그에게 마음으로 뜻을 전했다.
‘곧 갑니다. 빌어먹을.’
물론 이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퍼억!
“아……?”
단단한 철퇴가 하늘을 살피던 장이서의 머리를 강타했다. 고개는 그대로인데 이마 위로 피가 주르륵 흐른다.
역근경이 머리까지 다 보호하는 건 아니다.
“내가 뇌마를 잡았다! 크하하하-!”
“이 새끼들…… 그냥 죽일까…….”
진심이 묻어나는 목소리.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럴 수는 없는 일. 잘나디잘난 천마께서 지켜보고 계신다.
그러니까.
“적당히 해라!”
빠악! 철퇴를 든 마인의 가슴에 일장이 꽂히고, 그 뒤로 수십 명이 우르르 밀려나 넘어진다.
“와라!”
와아아아아아!
그리고 함성과 함께 다시 시작되는 접전.
심장이 거세게 뛰고, 육신은 단숨에 극한까지 내몰렸다.
공력은 밑 빠진 독처럼 사라졌다.
쉴 새 없는 움직임은 장이서에게 신선한 경험이었다.
생각도 하기 전에 권각이 먼저 나가야 했고, 상대의 공격을 파훼해야 했다.
일말의 틈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움직임은 불필요하게 커졌고, 거칠어졌다.
하지만 그게 다수를 상대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이 아님은 알고 있었다.
‘이대로면 얼마 못 가 지친다.’
최소한의 내기로 최선의 경로를 찾아 빠르게 적을 쓰러트려야 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간단했다.
적들의 무수한 움직임을 생각 전에 읽어내야 한다.
흑점처럼 공터를 가득 메운 이들의 움직임을 말이다.
그래도 어렵게 생각하진 않았다.
신승이 우장산에서 가르침을 줄 때 이런 말을 했었다.
‘아무리 상대가 많아도 내 앞에 설 수 있는 것은 오직 팔방(八方)뿐이지요.’
그랬다. 상대가 몇이든 제 앞에 서는 건 고작 열 명 남짓.
그들부터 시작하면 되는 거였다.
그리고 그에게는 사각지대가 존재하지 않는 천마안이 있…….
“죽어라!”
퍽! 등허리에 쇠몽둥이가 박혔다. 아릿한 통증. 역시 역근경이 만능은 아니다.
“이 새끼가.”
바로 뒤돌아 일권을 날렸다. 콱! 몽둥이를 부수고 안면을 찍었다.
장이서는 초절정까지 올라섰으나 아직 자신의 절기들을 완벽히 다룬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천마안도 그중 하나였다.
수많은 영역을 보게 되었으나 이를 제대로 활용하진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천마안은 눈이 아니다. 제3의 감각이다. 일시에 전달되는 수많은 것들을 한 번에 느껴야 한다.’
하나씩 주의해서 살피는 거라면 그냥 시야가 넓은 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과연 심안(心眼)을 가진 입신지경의 괴물들도 그러할까?
천만에.
그들은 동시에 수많은 정보를 인지하고, 판단했다.
누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쟤 하나가 아니라, 얘도, 걔도. 그냥 다 느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최소한의 힘으로 저들을 모두 막을 수 있다.
물론 말만 들어도 몹시 어려운 일.
하지만 장이서는 알고 있었다.
그 해법을 자신은 이미 익혔다는 것을.
소림 칠십이종 절예(少林七十二種絶藝).
모든 감각을 극대화하는 예순두 가지의 연공법에 그 해법이 담겨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까 이건 새로운 무공을 터득하는 것이 아니었다. 신승에게 배운 것을 실전에 적용하는 것이지.
‘할 수 있다.’
장이서의 눈빛에 하늘빛 안광이 번뜩였다.
그리고 열 번. 백 번. 천 번.
다시금 치열한 합이 오갔다.
반면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지루함을 느꼈다.
“아무것도 못 하는 거 같은데.”
“벌써 끝난 건가?”
그럴 만했다. 누가 봐도 장이서가 막고 피하는 게 전부로 보였기 때문.
이따금 반격을 가하기도 했지만, 그건 불가피한 순간뿐이었다.
이건 누가 봐도 형편없이 밀리는 꼴이었다.
오죽하면 언덕 위 회당에선 늘어지는 하품까지 나왔다.
하지만 장이서에겐 실로 특별한 시간이었다.
‘보인다. 조금씩 느껴져.’
처음엔 하나만 보였던 게 둘로 늘었고, 둘이 셋으로. 그게 나중엔 열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심장이 들뜨고 지독한 희열이 대뇌를 두드렸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초절정에 오르며 천마안의 시야도 넓어진 바.
망설임 없이 반경 범위를 넓혔다.
일 보, 이 보, 삼 보.
어느 순간 스무 걸음까지 다다르자 보이는 수가 무려 열 곱절에 달했다.
자그마치 일백 명.
천마안에 담기는 이들의 수였다.
장이서는 그들의 움직임을 한 번에 읽어내고자 노력했다.
나무가 아닌 산을 보는 심정으로.
돌탑을 쌓는 미련함으로 꾸준히 살폈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무수한 움직임 속에서 반복성을 일으키는 흐름을 찾아내게 되었다.
‘이건……?!’
말로 형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느껴졌다는 말이 적합했다.
마인들의 움직임이 바람의 결처럼 보였고, 빈자리로 들어오는 순간 주먹을 내지르면.
“카악!”
사술처럼 갑자기 나타난 마인이 일격에 나가떨어졌다.
그 순간엔 장이서도 소리를 지를 뻔했다.
단순히 느낀 것을 넘어서서 마치 자신이 상대를 끌어들였다는 느낌을 받았던 탓이었다.
이건 너무도 미묘해 마인들도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음……!”
“재미있군.”
그나마 원탁 위의 장로들만이 자세를 고쳐 앉고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치고받는 육탄전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아니었다.
장이서가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면.
“컥!”
마인이 쓰러졌다.
장이서가 먼저고, 상대가 이후였다.
그 차이는 엄청났다.
“벌써 심안(心眼)을 열었다는 건가? 어찌 저 나이에…….”
“우연이겠지.”
장로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심안(心眼).
보이지 않는 영역을 본다는 전설의 경지.
물론 보통은 입신지경인 극마나 화경에 올라야 가능하나, 타고난 오감을 지닌 자가 무수한 경험을 겪으면 간혹 열리기도 했다.
장로들 중에도 일부는 심안을 지녔으니 장이서가 이를 펼치는 것도 꼭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얘기.
하지만.
“저건 심안(心眼)이 아니다.”
일장로 마일성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역시. 우연이로군. 그럼 그렇지.”
천오산이 코웃음을 치며 안도했다. 하나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 법.
“저건 회류안(會流眼)이다.”
“마, 말도 안 돼-!”
천오산이 비명을 질렀다. 다른 장로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
심안이 곧 경지를 뜻한다면, 회류안은 완숙(完熟)의 영역.
쉽게 말해 심안을 완벽하게 다루게 되었을 때를 뜻하는 말이었다.
주변의 흐름을 간파하고, 이를 이용하는 완성판!
그리고 이건 천하의 마일성도 아직 닿지 못한 영역이었다.
“대체 어떻게 저놈이……!”
천오산은 분노와 의문이 정수리에 맺혔다. 고작 들개에 불과했던 놈이 어찌 불세출의 무인으로 바뀔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놀라기에는 아직이었다.
장이서의 갈증은 아직 다 해소되질 못했다.
그래서 한발 더 나아가기로 했다.
소림 칠십이종 절예(少林七十二種絶藝)는 기본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십대무공(十代武功)』
배우고서도 제대로 수련할 시간이 없어 미완으로 남겨둔 소림의 절예들을 바로 이 순간.
자신의 몸에 담아보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