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294)
첩자의 마교생활-294화(294/350)
294.
#마교의 장이서
사실 장이서는 처음부터 전부 다 알고 있었다. 아니, 그의 계획이 아닌 것이 없었다.
부교주 선거가 열리면 수뇌들이 날뛸 것이라는 것도.
그중 이장로가 가장 미쳐 있을 것이라는 것도.
제갈상이 자신을 향해 생존록을 보내올 것이라는 것도.
하다못해 오늘 이 순간이 오리라는 것도.
전부 다 알고 있었다.
하여 소오를 통해 이미 오래전에 수를 써 두었던 것이다.
‘내가 부탁한 건?’
‘아, 보냈어. 문제 없이 도착했다.’
그때 보낸 것은 다름 아닌 서신. 그리고 그 대상은…….
‘103호…… 죄송해요.’
암각의 부각주.
바로 제갈소미였다!
청해에서 돌아가 기다리라고 했던 그녀에게 장이서가 내린 벌은 제갈상이 보내올 자신의 생존록을 빼돌리는 것.
‘이것으로 당신에게 지은 할아버지의 죄가 조금이나마 지워질 수 있기를…….’
그리고.
‘받아오라고 했다. 원본.’
겸사익보다도 먼저 흑거를 보내 자신의 생존록 원본을 회수했다.
그리고 조작한 천무기의 자료를 넘겼던 것.
그렇다. 장이서가 노렸던 것은 처음부터 암각의 요원들을 모조리 정리하고, 자신의 생존록을 되찾아 오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첩자였던 지난날을 완벽히 지워낼 수 있기에.
“이노오오오오옴-!”
천오산이 격분하며 일수를 뻗었다. 이장로답게 빠르고 현란하다.
과거라면 막아내지 못했을 터.
하지만 지금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소림 칠십이종 절예(少林七十二種絶藝) 대금용조수(大擒龍爪手)』
장이서 역시 마찬가지로 일수를 뻗어 그의 맹공을 모조리 다 막아냈다.
“아, 아니……!”
“이 늙은이가 뭐 하는 짓거리야!”
그리고 마오까지 창룡도를 꺼내 들고 나섰다. 힘으로 빼앗는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
“이, 이이익! 네놈들이 처음부터 짜고서 나를!”
이장로 천오산은 저승사자라도 만난 것처럼 구슬땀을 줄줄 흘리며 허우적댔다.
“아, 이런 내용이었나.”
반면 장이서는 아까의 당황함은 새빨간 연기였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농락하며 말했다.
“뭐야, 장이서. 뭐라고 쓰여 있는데.”
옆에서 마오까지 설쳐대자 천오산은 긴 머리털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그, 그건 거짓이다. 날조된 내용이다! 지금이라도 확인해 보면 다 알 수 있는…….”
“그럴 수도.”
“뭐?”
“근데 아까 스스로 책임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게 거짓이면 당신은 이 자리에서 죽어야 할 텐데.”
“……!”
천오산은 순간 뇌혈관이 터진 사람처럼 휘청거렸다. 당했다. 제 스스로 덫을 파고 대가리를 욱여넣은 꼴이 됐다.
인정하면 대공자가 첩자인 거고, 부정하면 자신이 목숨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빠져나갈 구멍이라곤 바늘구멍도 없는 완벽한 자충수.
속이 메스껍고, 얼굴엔 핏빛이 다 사라졌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장이서!”
겨우 일어선 겸사익이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소리쳤다.
이에 장이서는 눈으로 답했다.
‘우리가 잘하는 일을 한 겁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12호.’
그러곤 넋이 나간 이장로 앞으로 다가가 자그맣게 속삭였다.
“뭐 합니까. 가서 안 잡고.”
“뭐……?”
“내게 잘 보여야 할 거 아닙니까. 적어도 여기서 만신창이가 되어 끌려 나가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이…… 미친 새끼!
천오산은 그 순간 오한이 서렸다.
이놈은 악귀다.
세상에서 제일 악한 놈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이제부턴 고민 없이 장이서를 적을 것이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리 사악하게 이빨을 드러내며 웃을 수 없다.
죽여야 한다.
어떻게든 죽여 없애야 한다.
그래야만 하는데!
“……여기서 꼭 제 입으로 서신을 읽어드려야 움직이시겠습니까?”
“크으윽!”
이장로의 얼굴이 완전히 공포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눈엔 장이서가 너무도 섬?한 악귀처럼 보였다.
천적(天敵).
이는 그의 마음에 장이서가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천고의 벽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대체 지금 뭐 하시는…….”
“닥치거라!”
이장로의 긴 머리가 뱀처럼 흩날리며 단숨에 겸사익을 덮쳤다.
“끄아아악!”
뒤이어진 끔찍한 비명. 그는 겸사익의 한 팔을 가차 없이 뽑아내곤 먼발치 제 수하들에게 내던지며 말했다.
“당장 이놈을 하옥시켜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장로들과 군중들은 그저 넋 놓고 이를 바라봐야 했다.
이 안에 웃을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장이서뿐이었다.
혼란에 빠진 장내에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선거를 계속 진행하시죠.”
일장로 마일성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상황은 몰라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장이서가 이겼고, 천오산은 패했다는 것을.
그러니까.
“부교주 후보 장이서에 대한 선거를 시작한다. 찬성한다면 거수!”
가장 먼저 마의가 번쩍 손을 들고, 삼장로 맹철용, 오장로 광교. 칠장로 양유와 양요도 거수했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망연자실한 이장로 천오산에게로 향했다.
그는 울긋불긋해진 얼굴로 힘겹게 말했다.
“찬성이오……. 찬성하리다! 흐윽!”
털썩. 마침내 선거가 끝이 났다.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경악에 빠졌다.
“어차피 다 끝난 일이지만.”
마일성이 손을 들어 마지막을 장식한다.
“수뇌들의 만장일치로 천마신교에 새로운 부교주께서 신출하셨음을 공표한다-!”
와아아아아아!
천산이 떠나갈 기세로 거친 함성이 울려 퍼졌다.
“장이서! 장이서!”
마침내 장이서가 암각 요원 103호에서 들개와 삼조장을 지나 보좌를 거쳐 천마신교의 이인자인 부교주 위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그를 연호했고, 마오와 마의는 달려와 얼싸안았다.
여타 장로들은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를 고대했고, 여우 가면 일동과 칠소궁 식솔들은 훈훈한 눈길로 먼발치서 바라봤다.
그리고…….
저 하늘 위에서 그의 목소리가 모두의 가슴에 울렸다.
[부교주는 천마전으로 오라.]천산의 신.
천마 진우광.
그의 육합전성이 울린 것이다.
모두가 이에 응답하듯 무릎을 꿇고 외쳤다.
“천마지존 만마앙복!”
“천마지존 만마앙복!”
부교주 선거가 끝이 났다.
*
“장이서. 너 이제 부교주야. 성공했다고!”
마오는 모두가 무릎 꿇고 고개 숙인 전경을 살피며 파르르 떨었다.
그래. 그렇게 된 것 같다. 제 일처럼 기뻐하는 마오.
근데 넌 왜 안 꿇는 거냐.
너도 안 꿇었잖아.
그것도 맞긴 하다. 망각했다. 길었던 첩자 생활이 끝나버렸다는 소회로 가득 차버려서.
애당초 다른 결과는 고려도 하지 않고 달려온 오르막길이지만, 기분이 몹시 이상했다.
막상 첩자의 인생에 종지부를 찍게 되자 시원섭섭함이 몰려들었기 때문.
첩자였던 제가 마의 소굴로 치부했던 마교의 부교주라니.
막상 스스로를 돌이켜보자 이게 현실인가 싶을 만큼 얼떨떨했다.
물론 그도 오래가진 않았다.
“부교주 위에 오르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일장로 마일성을 비롯해 수많은 군중이 허리 숙여 재차 일깨워 줬기 때문.
“경하드립니다!”
이건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는 신도들뿐만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칼을 섞고 싸우던 이들은 더 크게 제창했다.
첩자도 울고 갈 태세 전환이지만, 그들에겐 당연했다.
일장로에 이어 천마까지 부교주라 공언한 일. 이를 부정하는 건 역모와도 같았다.
하여 오히려 밉보였을까 봐, 더 크게 충성을 표출했다.
덕분에 이장로는 충격이 더 컸다.
아마 제게로 몰렸던 권세가 일장춘몽처럼 바람에 날려 사라진 기분이었으리라.
“장이서, 소감이 어때.”
마오가 물었다. 픽 웃으며 솔직하게 답했다.
“좋은데요.”
“뭐야? 빠져 가지고. 보좌가 좋아, 지금이 좋아. 딱 정해!”
“말해 뭐 합니까.”
“역시 보좌가 더 낫지?”
“권력이 최고지.”
“야, 이 씨! 두고 봐. 내가 소교주 달고 너 다시 보좌 만든다.”
“부지런히 오셔야 할 겁니다.”
“헹! 나 천재 마오거든?”
처음으로 마오와 모든 가면을 벗어 놓고 활짝 웃었다.
이젠 정말 마음 편히 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움을 준 다른 이들과도 회포를 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상황은 그리 녹록지 못했다.
“잠시 비켜보거라! 인사만 올리면 된다!”
“부교주님!”
곳곳에서 얼굴도장 한번 박겠다고 벌 떼처럼 달려들기 시작한 것.
“이런, 이서야. 우선 교주님께 먼저 가보거라. 여기는 우리가 막을 테니.”
“그래. 일단 가! 나중에 집에서 보자!”
마의와 마오가 앞을 막아서고, 일장로는 고갯짓으로 뒷문을 가리키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다음을 기다리겠습니다.”
동공을 좌우로 쓸자 마일성을 중심으로 장로들이 우뚝 서 있는 게 보인다.
“또 보죠.”
이제는 한배를 탄 사이.
가볍게 포권을 취하곤 몸을 돌렸다. 아니, 돌리려는 찰나.
“똑바로 걸어라!”
그와 눈이 마주쳤다.
만신창이가 되어 끌려가는 대주.
겸사익이었다.
그는 힘없이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넌 뼛속까지 정도인이다. 네가 그 자리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 오래 견디진 못할 것이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적어도 쓰고 버려지는 일은 없을 거요. 이젠 그리 살지 않을 거니까.’
가차 없이 몸을 돌렸다. 어쩌면 같았을지도 모를 그와의 노선이 이 순간 더더욱 명확하게 갈라섰다.
나아갈 길은 있어도, 돌아갈 길은 없다.
이제부턴 천산에 나의 성역을 세우리라.
그러니까.
“교주님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이제는 새로 태어날 것이다.
암각의 103호가 아닌 마교의 장이서가 되어.
끼이이익!
천마전의 문이 열렸다.
*
목욕재계하듯 마음가짐을 다잡고, 천마전에 들어선 지 불과 촌각에 불과한 시간.
그러니까 마교의 장이서가 되겠다고 다짐한 지도 얼마 안 된 그 시간.
‘x발, 못 버티겠는데?’
곧장 후회에 빠졌다. 성역은 무슨.
“큭!”
가공할 살기는 의기상인이 되어 육신을 강타했고, 화르륵! 천장까지 솟아오른 화로는 고통을 비웃는 듯했다.
“왔느냐.”
태사의에 앉아 팔을 괸 채 웃고 있는 자.
남의 고통을 즐기려고 태어난 저 미치광이 괴물.
“나의 사제야.”
자칭 사형 천마였다. 사제는 얼어 죽을. 차라리 원수라면 믿겠다.
“……천마지존 만마앙복! 신 장이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털썩! 부들부들 떨리는 두 다리로 쓰러지듯 무릎을 꿇었다. 이마에선 구슬땀이 뚝뚝 떨어졌다.
걸어오다가 사망할 뻔했다.
이 인간은 도대체 왜 이딴 짓을 벌이는 걸까.
“늦었구나.”
“뒤도 안 보고 바로 왔습니다만.”
“내 부름에 멀뚱히 서서 막내와 대화를 나눈 것을 바로라고 할 수는 없지.”
“그런 것까지 보고 계셨던 겁니까?”
“그냥 보이는 것이다.”
그게 더 소름 아니냐. 여기서 어떻게 봐.
아무튼.
“말씀드렸던 대로 무림맹에서 잠입한 첩자들을 모두 정리하였습니다.”
품에서 명단이 적힌 종이를 꺼냈다. 그러자 팟! 곧장 화살처럼 날아가 천마의 검결지 사이에 잡혔다.
아마 칼을 쥐고 있었어도 똑같이 빼앗겼을 거다. 아무 방비도 못 한 채 순식간에.
새삼 다시 느끼지만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