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333)
첩자의 마교생활-333화(333/350)
333.
#첫 번째 임무
– 귀주 금사현(金沙县).
와하하하!
왁자지껄한 소음과 연초 연기가 자욱한 어느 도박장.
웬 여인이 소맷자락으로 비구(鼻口)를 가린 채 안으로 들어선다.
이에 크게 웃던 이들의 시선이 하나둘 쏠린다.
본래 도박에는 남녀노소 없다지만, 이곳에 여인이 온 건 처음이었기 때문.
당연했다.
모두가 허리춤에 칼을 차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곳은 그냥 도박장이 아니었다.
그 이름하여 흥신방(興信幫).
귀주의 일이라면 개방과 하오문도 한 수 접고 들어간다는 사파의 정보 조직이었다.
한데.
“네가 두목이냐.”
한낱 외간 여자가 이런 위험한 곳에 찾아와 방주에게 시비를 건다.
“크크크큭……. 크하하하하!”
“하하하하!”
장내가 크게 들썩일 만큼 웃음이 터졌다. 이에 곱상한 삼십 대 여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놈이 인근 정보에 용하다던데. 맞느냐?”
“하, x발.”
흥신방주 용철은 미간을 벅벅 긁고는 탁상에 팍! 단검을 꽂아 넣곤 이죽거렸다.
“왜. 서방이 바람이라도 났어?”
크하하하! 또다시 웃음보가 터진다. 여인은 흘깃 단검을 보곤 담담히 말을 이었다.
“최근에 낭인을 모으는 자들이 있다던데.”
“뭐? 하, 씨. 하여튼 아줌마들 귀도 밝아. 왜. 서방이 거기 가 있대?”
“누구인지 아느냐?”
“알면. 찾아가게? 거기가 어딘지 알고 찾아가, 이 여편네야! 하여튼 이 여편네들이 문제라니까. 어디 서방님 하시는 일에 끼어들어. 끼어들기는.”
“알긴 아는 모양이구나.”
“뭘 알아, 이 아줌마야. 그러지 말고 기왕 온 거 놀다 가. 재밌게 해줄게.”
“오호호! 재밌게? 어떻게.”
“궁금하면 이리 와, 이년아.”
“하긴, 그간 너무 무료하긴 했지. 그럼 내가 꽂아줄 테니 너도 즐기거라.”
“뭘 꽂아. 꽂는 건 남자가 꽂아야…….”
푹!
바로 그때 섬찟한 소음과 함께 흥신방주 용철과 수하들의 눈이 띠용 튀어나왔다.
탁상에 박혀 있던 단검이 사술처럼 용철의 손등에 꽂혀 버린 것.
“어때. 좋으냐?”
“끼아아아아아악!”
뒤늦게 용철의 비명이 터지고, 수하들이 벌떡 일어섰다.
“이 미친년이! 죽여-!”
와아아아아! 칼을 빼 들고 달려드는 수하들.
하나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하필 상대가 만리신조 묘채경이었으니.
“오호호호호!”
잔혹한 웃음소리가 장내에 길게 퍼졌다.
*
소란은 그리 길지 않았다.
장내는 난장판이 됐고, 바닥엔 신음성과 함께 피투성이가 된 졸개들이 나뒹굴었다.
고작 일다경도 안 되는 시간.
단 한 명의 여편네에게 말이다.
“오지 마! x발!”
두목인 용철은 칼을 휘두르며 뒷걸음질 쳤다.
“어깨가 떨리는구나. 두려운 것이냐.”
묘채경이 웃으며 다가서자 용철은 모골이 곤두섰다.
이 정도면 자신 따위가 감히 나댈 수 없는 고수라는 건 모를 수가 없는 일.
하나 그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
“너, 너, 뭐야! 맹에서 나왔어? 우리가 누군지 몰라?! 여기 적도방 관할이야!”
결국 용철은 구질구질하지만, 뒷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사도련 팔대방파 적도방.
강호에 몸담은 자라면 모를 수도 없고, 함부로 대할 수도 없는 바로 그 세 글자!
물론.
“적도방 따위가 뭐라고.”
대 천마신교에 비빌 이름은 아니지만 말이다.
“뭐, 뭐? 이 미친년이 감히 적도방을 무시…… 키아아아악!”
푹!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퇴근에 날아와 박히는 단검.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몸부림치자 그녀가 상처 부위를 발로 꾸욱 누르며 말했다.
“두 번 말 안 한다. 낭인을 모은 자들이 누구지?”
용철의 눈에 닭똥 같은 눈물이 고였다.
* * *
맹호단이 복식을 갖췄다!
백색 도포에 푸른 깃. 검은 장화와 혁대까지.
숙사에서 통일된 복장으로 하나둘 환복하자 확실히 전과는 느낌이 달랐다.
이제야 비로소 하나가 된 느낌.
동기들도 감회가 새로운지 조금은 들떠 보였다.
“야, 황보병. 너 보기보다 잘 어울린다? 제법 근사한데?”
“그러는 단목살 자네도 어디 가서 빠지진 않겠어.”
“하하하!”
생긴 건 쥐새끼와 들창코 멧돼지지만 그래도 옷이 날개라고 그럴싸하다.
물론 구석에 앉아 이를 지켜보는 장이서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맹주와 독대를 마친 지도 벌써 이틀 차.
그사이 맹호단에 들어온 오륜회 녀석들을 관찰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기 때문.
‘분명 저놈들 중에 혈교에서 온 녀석이 있어야 하는데…….’
선배로서 연기력 면에서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을 수가 없겠다.
분명 첩자라면 의도가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행동거지나 표정에서 반드시 낌새가 드러나기 마련.
하지만 아무리 살펴도 저 중에 의심 갈만한 녀석은 없었다.
물론 속을 들여다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장이서가 누구인가.
냄새만 맡아도 귀신처럼 첩자를 잡아내는 방첩대 삼조장 미친개다.
한데 저놈들은 뭔가가 이상했다.
“아, 씨 바지 뒤집어 입었네. 자존심 상해.”
“크크큭. 병신.”
뭐랄까. 위지경과 황보병. 그리고 단목살은 그냥 멍청한 망나니 새끼들이었다.
인성이 박살 났다는 점에서 혈교와 유사성은 있지만, 첩자 치곤 너무 무지몽매했다.
지금도 그랬다.
“크큭, 저 백사 새끼 오늘도 혼자 있네. 그게 네 주제다, 이 새끼야. 야! 앞으로 저 자식하고 인사하는 새끼는 전부 각오해라.”
종일 누굴 괴롭히고, 또 어떻게 괴롭힐지만 고민하는 놈들.
이런 하찮은 녀석들한테 임무를 맡길 만큼 혈교가 형편없지는 않을 터.
그나마 유력한 후보인 남궁신이 있긴 하지만.
‘또 보냐?’
그러기엔 그의 모든 관심사가 저에게 닿아 있었다. 지금도 지나가다 말고 갑자기 벽에 등 기대고 서서 노려보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럴 순 있다.
갑작스레 등장한 무명의 인물이 맹주와 독대를 하였으니.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처럼 노골적이진 않을 거라고.’
절로 고개가 저어지는 상황. 방첩대 삼조장의 경험으로 짐작건대 저들 중에 혈교의 첩자는 없었다.
최소한 있다 하더라도 일흉에게 직접 명을 받고 움직이는 자들은 아니다.
본인도 모르게 장기 말처럼 이용당하고 있다면 모를까.
하나 무엇이든.
‘큰일 벌일 녀석들은 아니야.’
쉽게 말해 당장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 그렇다면 아예 없거나. 혹은 다른 자들 중에 숨어 있다는 얘기인데.
“이보게, 백공!”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푸근한 인상의 조진평이 활짝 웃으며 방 안에 들어섰다.
“왜 이리 보기가 힘든가. 자네 방에 찾아와도 늘 자리에 없어.”
“뭐, 가만히 있긴 심심해서.”
“하하, 뭐 그간 임무가 없었으니 그럴 수 있지.”
“한데 옆은?”
흘깃 고갯짓하자 그와 함께 온 두 사람이 보였다.
“아, 인사하게. 이쪽은…….”
조진평이 소개해 주려는 찰나 또렷한 눈매의 미공자가 먼저 포권을 취하며 답했다.
“무당의 진자량일세. 지난번 자네의 검, 무척 인상 깊었네. 동기가 된 것도 인연인데 인사라도 하고 싶어 결례를 무릅쓰고 찾아왔네.”
웅성웅성. 곳곳에서 소란이 일었다. 다른 이도 아닌 무당의 진룡, 진자량이 송옥과 함께 먼저 고개 숙이며 찾아온 것이다.
‘솔직한 녀석이네.’
장이서도 다소 놀랐다. 설마 이리 호의적으로 먼저 다가올 줄은 생각 못 했기 때문.
화를 내는 건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질투나 불편함은 있을 줄 알았거늘.
“난 점창의 송옥. 잘 부탁해.”
옆에 선 진자량의 벗도 활짝 웃으며 손을 든다.
선한 인상에 선한 마음.
나쁘지 않다.
마치 정도의 밝은 미래를 엿본 기분.
오랜만에 환해진 마음에 입꼬리가 올라섰다. 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기분 좋게 답인사를 하려는 찰나.
“나는 청해의…….”
“안휘의 남궁신이다.”
커다란 그림자가 불쑥 나타났다.
“말도 안 돼!”
그러자 소란은 더 커졌다. 위지경은 소리를 질렀고, 장내는 입이 떡 벌어졌다.
진자량과 송옥. 그리고 남궁신까지.
어딜 가도 늘 인사를 받던 전도유망한 세 사람이 먼저 찾아와 인사를 청한 것.
이건 다른 이들의 기준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도 별 볼 일 없는 가문의 무명인 사내에게!
장이서는 물끄러미 조진평을 비롯한 네 사람을 살폈다.
어쨌든 당분간은 한 식구로 지내게 된 바.
얕게 숨을 뱉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청해의 백서.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백서. 그의 이름이 한 번 더 모두의 가슴에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맹주님께서 출타하실 예정이니 모두 준비하도록!”
마침내 첫 번째 임무가 시작되었다.
*
맹주의 외출은 소박하게 이루어졌다.
정호위인 장이서와 부호위(副扈衛)로 선출된 일곱 명만이 함께했다.
“다녀오십시오.”
그리고 나머지는 총관과 함께 장원을 지키는 가호위(家護衛)가 되어 떠나는 길에 인사를 올렸다.
부호위로 임명된 자들은 대부분 예상 범주 내였다.
처음 같이 불려 갔던 진자량과 송옥. 남궁신과 조진평. 정말 성적순이 맞았던 모양.
그런데.
“쟤들은 뭐지?”
“이 새끼가!”
망나니 위지경과 쥐머리 황보병. 그리고 들창코 단목살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내키진 않지만 그들도 함께했다.
이렇게 절 포함한 여덟 명이 앞으로 맹주를 측근에서 호위하는 조가 되었다.
“가지.”
그리고 맹주의 짤막한 말과 함께 모두가 총관이 준비한 말에 올랐다.
언제 또 배운 것인지, 부호위들은 전후좌우 십 보 거리를 벌려 진형을 갖추었다.
자연스레 장이서는 맹주의 옆에서 나란히 말을 몰았다.
어쨌든 호위를 맡게 된 이상 본분을 소홀할 수 없는 일.
“어디로 가십니까.”
의무감을 갖고 그에게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서늘했다.
“떠나라고 했을 텐데.”
시작부터 선을 긋는다. 그럼 다시 묻는 수밖에.
“질문이 잘못되었네요. 계획이 뭡니까? 혈교를 잡을 계획.”
“자네!”
맹주가 역정을 내며 길을 멈춰 세웠다. 이에 부호위들이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하나 표정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럴 수밖에. 아무것도 못 들었을 테니. 맹주가 미리 기막을 펼쳐둔 것이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장이서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천연덕스레 묻자 맹주도 무심한 표정 그대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아닐세.”
부호위들도 의문을 거두곤 다시 걸어 나갔다. 맹주가 다시 기막을 펼치곤 말했다.
“보기보다 뻔뻔한 구석이 있군.”
“그런 편이죠.”
익살스러운 태도에 맹주의 미간은 주름이 생겼다. 이놈. 영락없는 한무영이다.
“분명 말했을 텐데. 난 자네를 믿지 않는다고.”
맹주가 한 번 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자.
“신선폐에 중독되셨죠.”
흡! 장이서가 불시에 화살을 날리듯 일언을 뱉었다.
“자네…….”
맹주가 다시 걸음을 멈춘다. 이번엔 무심한 표정이 아니다. 경악한 표정이지.
진자량과 부호위들이 쳐다보자 장이서가 기막을 손짓 한 번에 날려버리곤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안장이 불편하시다네. 뒤가 가려우신가 봐.”
그러니까 앞에 봐.
“크, 크흠!”
모두가 민망한 듯 다시 고개를 돌렸다.
차마 맹주가 엉덩이 긁는 모습까지 볼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