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343)
첩자의 마교생활-343화(343/350)
343.
#세 번째 계획
– 귀주 맹호원.
구름이 달을 가린 늦은 밤.
진자량과 송옥이 붉은 띠를 이마에 두른 채 정문을 찾았다.
“교대하러 왔네.”
불침번이었다.
“아, 자네들까지 안 해도 되는데.”
본래 가호위들이 맡는 게 정석이지만, 맹주가 등 총관과 둘이 출타한 이후로 자진해서 하기로 한 것.
숙사에 가만히 있자니 눈치도 보이고, 또 이래야만 면목이 설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별일은 없었고?”
송옥이 웃으며 묻자 가호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뭐, 별일이 있겠는가. 여기가 어디라고. 개미 새끼 한 마리 없었네.”
“하긴.”
맹주가 머무는 거처에 오긴 누가 오겠는가.
한데…….
“저건 무엇인가?”
진자량이 어둠 속을 턱짓하자 가호위들과 송옥이 몸을 돌린다.
그러곤 조금씩 눈매를 좁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잠시 후.
모두의 얼굴이 조금씩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당장 가서 전부 깨워.”
이어 진자량과 송옥이 검을 뽑아 든 채 다급히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타다다닥!
거침없는 발소리들이 귓가를 때렸다.
“어서-!”
“어, 아, 알겠네!”
진자량의 외침과 함께 가호위들이 비명을 지르며 장원으로 달려 나가고.
화아아악!
어둠 속에선 무수한 범 무리가 쏟아져 나왔다!
정확히는 범 가면을 쓴 괴한들이다!
“쳐라-!”
와아아아아!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맹호원을 습격했다!
*
“젠장, 이렇게 수련해 봤자 무슨 소용이냐고. 어? 어차피 써먹을 일도 없는데.”
한편 늦은 밤까지 연무장에서 수련 중이던 위지경은 투덜대며 고개를 돌렸다.
옆에는 상의를 탈의한 채 맹렬히 검을 휘두르는 남궁신이 자리했다.
그의 대련 상대는 황보병과 단목살.
카앙!
“큭!”
“컥!”
물론 일백 합도 지나기 전에 결판이 나버렸지만 말이다.
“실수 한 번 했기로서니 혼자 휙 가버리고. 이게 무슨 처량한 신세냐고. 그리고 우리는 그렇다고 쳐! 신이는 체면이 뭐가 되냐? 명색이 창궁룡인데.”
위지경이 재차 구시렁거리자 남궁신이 이마에 흠뻑 젖은 땀을 닦아내며 무섭게 다가선다. 꼭 한 대 칠 기세로.
“아, 아니. 신아. 저기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으힉!”
한데.
“못 들었나?”
“어?”
위지경에겐 일절 관심 없다는 듯 그의 뒤편 먼발치 어둠 속을 바라보며 묻는다.
“뭐, 뭘?”
“비명.”
분명히 들었다. 귀곡성처럼 울리는 비명을.
남궁신의 말에 황보병과 단목살까지 다가와 귀를 쫑긋 세웠다.
이내 네 사람의 시선이 어둠 속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순간!
“키아아아-!”
어둠 속에서 무장한 범 가면들이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저, 저 새끼들 뭐야?!”
위지경이 낯익은 모습에 경악을 토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가장 먼저 온 범 가면 하나가 칼을 휘두르는 순간.
와득!
남궁신의 커다란 손이 괴한의 얼굴을 움켜쥐곤, 그대로 가면을 으스러트렸다.
“끄으으으.”
모두의 발걸음을 멎게 만드는 엄청난 악력! 만일 그가 정도인이 아니었다면 뼈까지 다 부쉈을 기세.
잠시 잊고 있었다.
그가 남궁가의 대공자라는 것을.
“위지경.”
“어, 어?!”
“수련 끝났다.”
남궁신이 거침없이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 요녕성 심양 모용세가.
사면에 피눈물 흘리는 불상이 즐비하고, 빛 한 점 없이 흑지로 가득한 비밀의 방.
모용소는 오랜만에 본분으로 돌아가 붉은 악귀의 가면을 쓰고 이곳을 찾았다.
오늘은 모처럼 화림현에서 특별한 소식이 전달되었기 때문.
“암야검이 세 번째 계획을 실행했다고 합니다.”
백색증의 사내는 납작 엎드린 채 보고를 올렸다.
이에 모용소는 덩그러니 놓인 협탁 위에 바둑돌을 탁! 놔두며 씨익 웃었다.
“맹주가 자리를 비운 모양이구나.”
백색증의 노비는 그의 신통함에 침을 꼴깍 삼키곤 답했다.
“예, 주인님의 말씀대로 총관만을 대동한 채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렇겠지. 백성들을 구하려면 반드시 그 몸으로라도 공력을 써야 했을 테니. 지금쯤 생사신의를 만나러 갔을 것이다.”
충격 그 자체. 일흉은 맹주의 일거수일투족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답은 간단했다.
“모든 것은 주인님의 뜻대로…….”
처음부터 모든 게 다 그의 계획하에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
첫 번째 계획은 그의 낙향 소식을 알려 정도의 후기지수들을 불러 모은 거였고.
두 번째 계획은 사찰에서 진천뢰를 터트려 그의 상태를 악화시킨 거였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장원을 급습하는 것!
“그토록 아끼는 후기지수들을 싸늘한 주검으로 마주했을 때. 그는 과연 무슨 표정을 지을 것인가.”
일흉은 생각만 해도 흥분되어 참을 수가 없었다.
맹주는 자신과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생각했겠지만 천만에.
그에겐 고작 3년이었지만, 일흉은 무려 수십 년에 걸친 대계였다.
애초에 깊이 자체가 달랐다.
그가 노리는 건 단순한 맹주의 죽음이나 퇴임이 아니었다.
그런 거라면 신선폐에 걸린 이후 얼마든지 기회가 있었다.
지금 그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
“명예롭게 퇴임을 하겠다고? 후후. 누구 마음대로. 맹주 그대는 반드시 불명예를 떠안고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만 완전히 무림을 장악할 수 있기에.
이것이 바로 일흉의 진짜 목적이었던 것!
화림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바로 이를 위한 대계였다.
“원하든, 원치 않든 당신은 반드시 내 계획대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나의 형님이 그러했던 것처럼. 하하하하!”
일흉의 음산한 웃음소리가 방 안에 자욱이 퍼졌다.
실로 영악하고 치밀한 자다.
그야말로 완벽한 계획.
지금까지 그러했듯 분명 이번에도 그는 성공할 것이다.
딱 하나.
그 자리에 장이서만 없다면.
* * *
한편 그 시각 장이서는 장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숲까지 당도해 있었다.
무성히 자란 수풀이 허리춤까지 오는 곳이었는데, 달밤에 무슨 바람인지.
제자리에 우뚝 선 채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했다.
물론 할 일 없이 사색에 잠긴 건 당연히 아니었다.
‘밟히고 꺾인 흔적이 무성해. 그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자신보다 앞서 이곳을 지나간 수상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
게다가 이 정도면 소수가 아니고 다수.
그만한 이들이 야중에 이곳을 지났다면 목표는 하나밖에 없을 거다.
‘맹호원. 야습인 건가.’
뭐 놀랄 일은 아니었다. 사찰에서 진천뢰까지 터트린 놈들이 무슨 짓인들 못 할까.
야밤에 습격해 오는 건 관례라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호위로서 곱게 넘어가 줄 생각은 없었다.
단지.
“네가 먼저다.”
팟!
몸을 돌려 자릴 박차고 젖은 수풀을 가로질렀다.
그러자 먼발치 떨어진 곳에 수풀이 바스락거리며 거칠게 흔들렸다.
이곳에 있던 건 장이서 혼자가 아니었던 것!
‘어떻게?!’
이에 들킨 상대는 크게 당황했다.
은신술에도 등급이 있듯이 이를 알아차리는 간파술에도 기준이 있기 때문.
이를테면.
반경 1장 이내의 은신만 찾아내는 건 하수. 5장 이내는 중수. 10장은 고수!
하지만 그 어디에도 50장에 달하는 거리까지 찾아내는 괴물은 들어본 적이 없다!
‘젠장!’
은신해 있던 사내가 빠르게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온통 흑의를 입은 행색.
이를 본 장이서의 눈이 부릅떠졌다. 구면이었기 때문.
“너는…….”
암야검?!
도호는 선유. 이름은 장이윤.
장 씨 형제가 다시 만났다!
“또 네 짓이냐?!”
장이서의 입꼬리가 크게 말아 올라갔다. 그리고 그가 내딛는 발끝에 맺힌 수풀의 이슬에 파직! 번개가 서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수풀을 내달리는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물 몇 모금 마실 정도면 잡기엔 충분한 시간.
하지만 그마저 기다려 줄 인내 따위는 없다.
『흑뢰(黑雷)』
쐐애애액!
장이서보다 더 빠르게 비도가 날아가 잔혹하게 꽂혔다!
퍽!
끔찍한 소음과 함께 흔들리던 수풀이 점점 멈춰 선다.
죽진 않았을 거다. 대화할 것이 많아 급소를 노리진 않았으니. 물론 몸에 구멍 하나는 생겼겠지만.
장이서는 속도를 늦추고 느긋이 걸어가며 말했다.
“용감한 건가. 아니면 무모한 건가. 운 좋게 살았으면 다시 오질 말았어야지. 하긴, 그런 상식이 있을 리 없지.”
어느새 놈의 기척이 끊긴 곳에 다다라 좌우를 살폈다.
아까와 다르게 가까이 왔음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은신술은 아니다. 50장 밖에서도 찾아내는 괴물 장이서가 고작 5장 거리에서 못 찾을 리 없는 일.
“귀식대법인가.”
피식 실소가 흘렀다. 도주도, 은신도 답이 없으니 아예 죽은 척 연기하며 기습을 가하겠다는 것.
즉흥적인 판단 치곤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하지만 그건 온실 속에서 무공만 익힌 샌님들한테나 먹히는 일.
장이서의 눈동자가 좌우로 움직이는 순간.
수풀에 맺힌 이슬에 반사된 빛이 반짝였다.
쐐애애액!
그리고 장이서의 등을 찌르고 들어오는 일검!
“깊어.”
쉭! 장이서가 옆으로 몸을 틀고는 들어온 팔을 흑뢰로 올려 벤 뒤, 다리를 걸어 젖혔다.
와당탕!
“큭!”
자빠지자마자 무섭게 뒤로 빠지는 선유. 장이서는 쫓지도 않은 채 무심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흑뢰를 막은 게 저 갑옷인가.’
분명 팔을 베어냈음에도 살갗이 찢기는 게 아니라 금속을 그은 소리가 났다.
흑뢰를 던졌을 땐 다리에 구멍 하나는 뚫렸어야 하고, 지난번엔 척추가 박살 났어야 했는데.
이제 보니 저 찢어진 옷 속에 입은 흑색의 얇은 갑옷이 문제였던 모양.
“신물(神物)인가.”
자신이 쏘아낸 흑뢰를 막아낼 정도면 예사 물건은 확실히 아니다.
한편 버려진 고양이처럼 바짝 긴장한 선유는 침을 꼴깍 삼켰다.
‘그때 그자인가? 무공은 비슷한데 분위기도, 생김새도 전혀 달라. 도대체 뭐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다. 살광을 내뿜던 저 눈이 가려져 있지 않았다면, 이리 당당히 마주 보지도 못했을 테니.
“어차피 다 말하게 될 거. 서로 시간 낭비 하지 말고…….”
쐐애애액!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금 선유가 수풀에 몸을 숨긴 채 달려들었다.
“낭비 말자니까.”
푸푸푹!
장이서의 손에 들린 흑뢰가 선유의 몸에 세 번 쑤셔 박혔다.
정확히 갑옷의 이음새 부분.
깊지는 않으나 처음으로 살갗이 뚫렸다.
그러곤 여유롭게 가슴팍에 일장.
퍽!
“크악!”
나가떨어진 선유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어떻게 이리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는 거지?’
지난 3년간 말로 형용 못 할 지독한 시간이었고, 충분히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화산의 절기는 금한 상태이지만, 최소 삼천룡(三天龍)에 준할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다.
한데 이건 아예 체급 자체가 다르지 않은가!
간신히 몸을 일으킨 순간.
슈아아악!
장이서는 거침없이 달려와 선유의 몸에 십여 개의 도흔(刀痕)을 새겨버렸다.
털썩.
힘없이 떨어지는 무릎.
“하아……. 하…….”
거친 한숨이 터져 나온다.
괴물. 이자는 괴물이다. 절대 이길 수 없는 괴물.
선유는 악에 받친 듯 눈을 치켜뜨곤 혀를 악 깨물었다. 아니, 깨물려고 했다.
콱!
그의 손에 붙잡히기 전까지는. 장이서가 우악스레 입안에 손을 넣고 강제로 벌려버린다.
“귀찮게. 이빨부터 부숴줄까?”
장이서의 여유 섞인 발언에 선유는 핏발 선 눈으로 쌍욕을 퍼부었다.
“아직 사태 파악이 잘 안되나 본데…….”
“큭!”
이에 장이서가 선유의 머리칼을 붙잡고 그대로 확! 뒤로 젖혔다.
“네 인생 최대의 위기가 있다면 그게 바로 지금이야. 그 낯짝부터 확인하지.”
그러곤 얇게 붙은 인피면구를 벗겨내려는 순간.
콰앙!
맹호원 쪽에서 거대한 굉음과 함께 지축이 흔들렸다.
진천뢰?!
그리고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서걱! 선유가 숨겨둔 단검으로 장이서의 손목을 베어내곤 퍽! 일각을 날린 뒤, 십 보 밖까지 몸을 날렸다.
본래라면 금강불괴로 흠집 하나 나지 않아야 옳겠지만, 아직 역근경이 다 돌아오지 않은 상태.
손을 교차로 들어 막아냈음에도 두 팔이 저릿하다.
그사이 선유는 팟! 연막탄을 던지곤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물론 장이서 입장에선 지금이라도 흑뢰를 던져 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이유는 없었다.
이미 몸에 직접 만든 천리미향을 묻혀 두었으니.
‘너 같은 녀석은 잘 안다. 무슨 짓을 해도 절대 입을 안 열 놈이라는 거. 그러니 열심히 도망쳐라. 네 주인이 있는 곳까지.’
곧 찾아가 줄 테니.
장이서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