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350)
첩자의 마교생활-350화(350/350)
350.
#주인님의 뜻대로?
등 총관이 외출에 나섰다.
대외적으로는 휴가라고 했지만, 장원에 있는 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가 맹주의 밀명을 받아 떠났다는 걸.
“금의위 측에 회동을 제안하신다더군.”
“하긴 신중해야지. 자칫하면 역모 아닌가.”
“먼저 불문율을 깨트린 건 놈들이라고!”
맹호단 내에서는 이를 두고 옥신각신 소란이 일었다.
어쨌든 동기 중의 둘이나 다치지 않았던가. 당장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그리고 그중 티는 내지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크게 대로한 자가 있었다.
‘맹주란 작자가 이딴 말도 안 되는 짓거리라니! 수하의 팔이 잘리고, 칼에 찔렸는데. 뭐? 회동?! 제정신인 것인가!’
그건 바로 조진평.
장원에 숨어든 혈교의 첩자였다.
비록 습격에는 실패했으나 계획대로 흘러가는 양상에 내심 큰 기대를 하고 있었거늘.
회동이라니!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모두…… 저놈 때문이다!’
그의 서늘한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지금도 한가로이 명상에 잠겨 있는 놈.
정호위 백서!
그만 아니었어도 적도방은 실패하지 않았을 터. 그랬다면 맹주는 분노에 눈이 멀어 금의위에 전쟁을 선포했을 것이다.
지금은 희생자가 적으니 판단도 흐려진 것!
조진평은 분노를 가다듬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처음 백서를 봤을 때 자신이 먼저 다가섰던 건, 사실 제일 만만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모나지 않은 모습에 뭣도 없어 보이는 기운.
말 그대로 옆에 두고 써먹기 딱 좋은 호구라고 생각한 것.
한데.
‘오늘부터 백서 자네가 정호위이니 그리 알도록.’
그는 예상을 무참히 깨트리며 정호위에 올라섰다.
진룡도, 창궁룡도 아닌 자신이 호구라고 점찍은 애송이가 말이다.
거기다 최근엔 적도방을 홀로 뭉개버렸다.
‘도대체 네 정체가 뭐지?’
한낱 도련님이라기엔 독공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물론 청해는 별별 곳들과의 교류가 잦으니 운 좋게 익혔을 순 있겠다만…….
‘확실한 건 자네가 누구든 그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될 거란 것일세.’
조진평은 애써 서늘한 속내를 감추곤, 장이서에게 다가섰다.
총관이 없는 관계로 외출을 위해선 정호위의 허락이 필요하기 때문.
금세 활짝 웃는 얼굴로 갈음했다.
“이보게, 백 공. 나 잠시 마을에 다녀와도 되겠는가.”
뜬금없겠지만 본디 사람 좋은 웃음과 털털함으로 의심을 없애는 게 바로 그의 무기.
“마을? 갑자기 왜.”
“거, 지난번에 자네가 내 검을 부러트리지 않았는가. 새로 하나 맞춰둬야지.”
“그랬나.”
그랬나는 염병. 초식필사 때 파쇄를 해놓고선.
“허락 좀 해주게.”
굽신거리자 장이서는 고심하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고맙네!”
조진평은 애써 웃으며 시커먼 속내를 감췄다. 아둔하기 짝이 없는 새끼. 지금 날 내보낸 걸 평생 후회하게 될 거다.
그러곤 손을 흔든 뒤 밖으로 나섰다.
물론.
‘조진평. 착각하는 건 자유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네 머리 위엔 언제나 위험한 새 한 마리가 날고 있을 테니.’
뛰는 조진평 위에 나는 묘채경.
그리고 판의 주인 장이서가 있겠지만 말이다.
* * *
– 요녕성 심양 모용세가.
챙그랑!
“다시 말해보거라.”
깨진 찻잔 조각이 바닥에 널브러지고, 백색증의 종복은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며 그 위에 넙죽 엎드렸다.
“맹호단이 저, 전원 생존했다고 합니다.”
콰과과과과!
방 안 곳곳에서 붉은 혈기가 용오름처럼 솟아올랐다.
쾌청했던 공기는 장마 때처럼 습해지고, 몸에선 땀이 줄줄 흘렀다.
본래 가주이자 그의 형이 있는 이 방에선 이리 진기를 드러낸 적이 없었거늘.
모용소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만했다.
“감히…….”
“끄으으으!”
모용소는 엎드린 종복의 머리를 움켜쥐곤 깨부술 것처럼 손등에 핏줄을 세웠다.
“한낱 후기지수 따위에게 오행성주가 당했다는 말을 나더러 믿으라는 것이냐?!”
종복의 동공이 서서히 풀려간다. 하나 안 믿으면 뭐 어쩔 것인가. 사실이 그렇다는데.
퍽! 끝내 모용소는 종복을 벽에다 집어 던지곤 휙 몸을 돌렸다.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는지 씩씩대며 숨을 내뱉었다.
그나마 안정이 된 건 침상에 시체처럼 누워 새근새근 잠이 든 제 형을 보고 난 후였다.
“……누구 짓이냐.”
모용소가 차분히 묻자 어느새 피투성이가 되어 제자리로 돌아온 종복이 움츠러든 자라목으로 답했다.
“배, 백서라는 자의 짓이라고 합니다.”
“백서?!”
이건 또 무슨 뜬금없는 이름인가. 진자량도, 남궁신도 아닌 백서라니.
모용소의 눈이 매섭게 떠진다. 종복은 머리가 터지기 전에 곧장 답했다.
“이번에 맹주가 정호위로 선출한 자입니다.”
“놈이 진룡과 창궁룡을 꺾고 제일 호위무사가 되었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것이냐.”
“그게…… 어차피 한낱 후기지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여……. 사, 살려주십시오!”
쾅! 쾅! 쾅! 종복이 바들바들 떨며 바닥에 피가 터지도록 이마를 박아댔다.
그리고 모용소는 이를 말리지도 않은 채 섬찟한 동공을 좌우로 움직이며 생각에 잠겼다.
‘적도방은 중원 제일의 살수들. 그런 자들을 요행으로 꺾을 순 없다. 백서. 분명 무언가가 있는 놈이다.’
마교에 장이서가 있다면, 혈교에는 일흉이 있다. 그는 계략에 능했고, 절대 우연을 믿지 않았다.
“놈에 대해 고하거라.”
“청해 백가장이란 곳의 소장주인데 진산이라는 미모의 정혼녀가 있는 것으로…… 힉!”
모용소의 눈에 지독한 살기가 번뜩인다.
“내가 그걸 물었느냐?”
“백가장 사람이 화, 확실합니다!”
그래. 확실한 정보인지, 아닌지. 그거만 알면 됐다.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명했다.
“정혼녀는 데려오고, 나머지는 모두 없애라.”
“조, 존명.”
실로 섬찟한 명령.
백서란 놈이 누구든 상관없었다. 약점을 쥐고 흔들면 안 넘어갈 놈 없을 테니.
“맹주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이번 습격을 금의위의 짓으로 결론 내린 듯합니다.”
“흥, 당연히 그렇겠지.”
이번엔 모용소가 일말의 불신도 없이 쉽게 수긍했다.
이는 맹주를 믿어서가 아니었다. 자신이 오래도록 준비한 대계에 대한 믿음이었다.
“하온데……. 화무진과 비밀 회동을 준비 중인 것 같습니다.”
“뭐……?!”
모용소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런 여우 같은 늙은이. 금의위가 한 짓이라 생각하면서도 뒤탈이 무서워 발을 빼는 것이로구나.
“늙으면 겁만 많아진다더니…….”
“어찌할까요.”
“차라리 잘 되었다. 대계는 계속해서 진행한다. 회동이 이루어지는 날. 지옥을 맛 보여주리라!”
“모든 것은 주인님의 뜻대로…….”
혈교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인님? 아니, 장이서의 뜻대로.
* * *
조진평과 혈교가 장이서에게 속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 무렵.
안채에서는 다음 계획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어찌 되었는가?!”
맹주와 북개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이에 픽 웃으며 답했다.
“지금쯤이면 혈교에 소식이 잘 전해졌을 겁니다.”
음! 두 노부가 주먹을 불끈 쥐며 탄성을 뱉었다.
“흘흘, 화무진 측에서만 응해주면 되겠구만!”
북개가 입꼬리를 시원하게 올렸다.
“수고했네.”
맹주도 한시름 놓은 듯 대견스레 바라보며 말했다.
하나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회동이 열리는 날. 놈들은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그날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한데 그전에 나타날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아뇨. 놈들은 반드시 그날을 노릴 겁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노리는 건 맹주 하나가 아니니까.
화무진. 그 또한 놈들이 없애려던 자일 거다.
그게 아니라면 맹주가 그를 의심하게 만드는 이런 번거로운 짓을 꾸미지도 않았을 테니.
“맹주는 그렇다 치고. 화무진은 도대체 왜?”
물론 그 이유도 짐작은 갔다.
“놈들이 노리는 건 무림뿐만이 아닐 테니까요.”
“……!”
황실. 분명 그곳에도 혈교가 숨어 있는 거다. 단지 금의위가 아니었을 뿐.
“그럼 놈들이 무림과 황실을 동시에 장악하려고 한단 말이더냐?”
아마도. 그리고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게 바로…….
“나하고 신군이로군.”
“예, 그런 것 같습니다.”
한탄하는 두 사람을 두고 마저 부언했다.
“그런 두 사람이 양패구상한다면. 맹주께는 역적이라는 불명예를 안겨줄 수 있고, 거슬리던 화무진은 손 안 대고 치워버릴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거겠지요.”
이것이 바로 혈교가 수년을 준비한 대업의 정체.
더구나 맹주가 역적으로 몰리면, 그의 주변 사람들까지 한 번에 정리할 수도 있다.
신주오절의 무림을 없애고, 완전히 새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
“허…….”
맹주와 북개는 상상도 못 한 끔찍한 흉계에 탄식을 내뱉었다. 어찌 그리 악독한 자들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야말로 치가 떨리는 자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걸 전부 다 꿰뚫고 있는 자네는 대체…….’
어쩌면 혈교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가 눈앞의 백서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어쨌든 회동이 열리는 날, 놈들은 총공세를 펼칠 겁니다. 그런 기회를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순 없죠.”
“안 있으면?”
“집이 비었으면 뺏어와야죠.”
그게 무슨 말인가.
뺏어오다니.
“오륜회.”
“……!”
장이서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그날 오륜회를 가질 겁니다.”
맹주와 북개의 정신이 혼미해졌다.
오륜회는 명가(名家)와 상단들이 친목을 중심으로 만든 그물과도 같은 곳.
한데 그걸 무슨 수로 가져온단 말인가.
하나 장이서에겐 이 또한 방법이 있었다.
“아직 주인이 없는 곳 아닙니까.”
“……!”
“혈교의 첩자가 제 신분을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비워둔 것이겠죠. 우리가 그 자리를 먼저 먹는 겁니다.”
한마디로 놈들이 3년을 공들여 쌓은 탑을 홀라당 집어삼키자는 얘기.
“그게 가능한 것인가?”
가능하다. 오륜회 내부에 누구도 회주가 되는 걸 반대하지 않을 만큼 막대한 힘을 가진 자가 있다면.
“무림맹과 금의위. 두 곳이 배후가 되어주는 겁니다.”
그리고 그자가 우리 쪽 사람이라면 말이다.
“대체 누구한테?!”
있다, 그런 녀석이.
서역에서 온 대부호.
*
– 중원 안휘성 합비(合肥).
성도 중심에 세워진 거대한 마천루.
안휘의 최고 주루로 평가받는 이곳은 아침부터 실랑이가 한창이었다.
“이봐, 자리가 없다니. 저기 널린 게 자리구먼!”
“죄송합니다. 예약이 꽉 차서요.”
“허!”
누가 봐도 텅 비어있거늘 주루에선 오는 손님을 모두 마다하고 문까지 걸어 잠갔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오늘은 이곳에 아주 중요한 모임이 있기 때문.
오륜회(五輪會).
바로 그들의 모임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새로운 회원이 들어오는 뜻깊은 날.
그것도 기부금이 역대 최대치를 달성해 단숨에 최하 등급인 일륜에서 최고 등급 오륜까지 올라온 막대한 거부!
“하하, 안녕들 하시오. 와, 여기 들어오기 너무 힘들어. 죽겠어, 그냥.”
검은 안경을 흘려 쓴 채 활짝 웃는 사내.
까마귀 청소부. 아니, 이젠 서역에서 온 대부호!
“소오라고 하오이다. 잘 부탁드리겠소.”
그가 오륜회에 입성했다.
천마신교 부교주, 장이서의 밀명을 받아!
반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