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40)
첩자의 마교생활-40화(40/350)
40.
#어떤 사람입니까 (1)
“제대로 씻으셨습니까?”
칠소궁 별관 1층.
정중앙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장이서 앞에 아직 물기가 가득한 두 소년이 쭈뼛거리며 들어섰다.
형제끼리 사이 좋게 변을 지린 육공자 맹휘와 칠공자 마오였다.
“앉으십시오.”
장이서가 제 앞에 차려진 낮은 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잘 구워진 닭 두 마리가 올려져 있다.
맹휘와 마오는 침을 꼴깍 삼키곤 다가와 앉았다. 속을 비워냈으니 출출해지는 건 당연지사.
“나, 참.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칠공자님이야 원래 그렇다고 치고. 육공자님은 도대체 왜 그러신 겁니까. 보좌는 어디 있고요. 설마 혼자 오신 겁니까?”
멀쩡히 자기 집 놔두고 대뜸 혼자 들어와선 바지에 변을 갈기다니. 도무지 이해하려야 이해할 수 없는 일.
“…….”
하나 맹휘는 대답 대신 또다시 눈물만 글썽였다. 이해는 간다. 말마따나 보좌 실력 좋대서 한 번 보러왔다가 이게 무슨 개망신인가. 심지어 초면인데.
“어이, 장이서. 너무 그러지 마라. 어릴 땐 다 그런 거지. 괜찮아. 사람 일 다 그래. 뜻한 대로 쉽게 풀리지 않아.”
“누가 누굴 위로하는 것이냐?! 너, 너한테 그딴 소리 듣기 싫다!”
“같은 똥색의 마음으로 기껏 편들어줬더니.”
“난 그딴 색 모르거든?”
“웃기시네! 그럼 아까 싼 건 뭔데. 초록색이냐?”
“형님한테 예를 갖춰!”
“똥이나 누고 와라, 애송아. 우하하하!”
“야!”
“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린다.
후. 장이서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그러곤 바닥을 탕탕 내리친 뒤 말했다.
“두 분 다 조용히 하십시오. 대체 뭘 잘했다고 떠드는 겁니까?”
“무엄하다! 나는 맹가의 적통…….”
“예, 맹가에 지금 연통 넣겠습니다. 입고 오신 옷하고 같이.”
장이서가 단호하게 말하자 맹휘가 꼬리 내린 개처럼 자리에 앉았다.
“나, 나는 조용히 하려고 했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칠공자님도 목소리 낮추고 앉으세요.”
“야, 나는 억울해! 싸고 싶어서 쌌겠냐? 그러니까 왜 변소 앞에다가 그딴 것들을…….”
“조용.”
장이서가 슥 눈을 올려 뜨자 마오가 작게 구시렁거리며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이를 본 맹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지금 저 보좌의 말을 듣는 거야? 저 망나니 자식이?’
어쩌다 보니 상황이 좀 겸연쩍게 되었지만, 가만 보니 갑을이 바뀐 거 같다. 마치 칠공자가 보좌의 눈치를 보는 형국.
심지어 마오는 원래 저리 누구의 말을 잘 듣던 녀석이 절대 아니다.
‘그럼 정말 저 보좌가 스승이라도 되는 거야? 그러고 보면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야. 집 안에 기관진식을 설치해 둔 것도 그래. 설마…… 전부 수련을 위해서?’
맹휘가 눈매를 좁힌 채 장이서를 낱낱이 살폈다.
얼굴은 지극히 평범하고, 나이는 아직 이립은 안 넘긴 거 같다. 딱 봤을 땐 그리 강해 보이진 않는데, 왠지 모르게 눈빛에 위압감이 스며 있다.
꼭 산전수전 다 겪고 경지에 오른 제 부친들처럼…….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저런 하찮은 놈하고 어찌 감히 아버님들을 비교해!’
맹휘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당연히 그럴 리가 없는 일. 아무래도 오늘 충격을 많이 받은 모양이다.
꼬르륵.
배도 많이 고프고.
군침을 삼키며 상 위를 바라보자 장이서가 말했다.
“아무것도 못 드셨을 텐데 일단 드십시오. 자세한 얘기는 그 후에 하죠.”
그러자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오가 좋다고 웃으며 닭 다리를 입에 물고 부욱 찢었다.
“우하하하! 잘 먹으마!”
맹휘 역시 점잖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말했다.
“……잘 먹겠다.”
그렇게 식사가 시작되고, 장이서는 편히 먹으라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의 창가로 다가가 팔짱을 끼고 섰다.
이를 지켜보던 맹휘는 사정없이 닭을 뜯으며 생각했다.
보좌 장이서. 그리고 마오.
이들 둘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주겠노라고.
물론, 일단은 먹고 말이다.
*
장이서는 창밖을 살피며 곁눈질로 열심히 닭을 뜯는 소년을 살폈다.
육공자 맹휘.
그에 대한 정보는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뇌리에 지나가듯이 줄줄 읊어졌다.
삼장로이자 맹가의 가주인 맹철용의 막내아들.
자질부터 집안까지 부족한 것 하나 없이 태어난 금수저.
창의 명가인 맹가 출신답게 신물로 받은 단창 묵흑을 다루며 당연히 그 실력도 나이 대비 수준급.
본래 겁이 많고 긴장을 많이 해 자질에 대한 의심의 시선도 있었으나, 최연소 나이에 교주의 양자로 입적하며 그 능력을 증명.
태생이 가마 탄 도련님이라 그런지 오만함이 망나니 칠공자 못지않고, 남을 깔보고 무시하는 게 습관에 밴 녀석.
여기까지가 육공자 맹휘에 대해 알려진 공공연한 기본 정보였다.
그야말로 다 가진 인생.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런 얘기도 있었다.
‘맹철용이 교주의 양자로 들이기 위해 낳은 아이.’
진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한때 맹가에서 자질이 좋은 여인들을 대리모로 구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두 해가 가기 전에 맹휘가 태어났고. 맹가의 안부인이 제 자식이라 인정한 탓에 적통은 되었지만, 친모는 나타나지 않았다.
해서 그가 계획적으로 잉태된 아이라는 소문은 기정사실처럼 알려졌다.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았을 뿐.
‘그래서 잘해주는 건가? 저와 처지가 비슷해 보여서……?’
장이서의 의심스러운 시선이 슬쩍 마오에게로 향했다.
“아, 잘 먹었다.”
“내 다리 어디 갔지. 마지막에 먹으려고 여기 놔뒀는데?”
“이 뼈다귀를 찾는 건가? 느리구나, 애송이.”
“이게 진짜!”
“억!”
두 소년이 뒤엉켜서 투덕거린다. 장이서는 더더욱 짙어진 의문을 얼굴에 담은 채 고갤 돌렸다.
본래 같으면 저 망나니가 누굴 집에 들여 웃고 떠들 놈이 아닌데.
심지어 장이서가 알고 있는 바로는 육공자와 마오는 앙숙이었다. 한데 막내들이라 그런지, 아니면 측은지심인지.
실제로 보니 꼭 동생을 놀리는 사촌 같다.
‘손위 형제들이 만났다면 벌써 여기가 초토화됐겠지.’
말이 교주의 자식들이고, 형제들이지. 사실상 소교주라는 하나의 자리를 쟁탈하기 위한 후보군이다.
그나마 지금 저 두 사람이 어리니까 이 정도지. 비교적 나이가 있는 일공자부터 사공자까지는 대면하는 것 자체가 마교가 발칵 뒤집힐 사건이었다.
당장 삼공녀 사해령만 보더라도 늘 자객의 암습을 받지 않던가. 소교주 자리에 가까울수록 거동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한데 보좌도 없이 맨몸으로 여길 찾아오다니. 순진한 건가, 아니면 멍청한 건가.’
아무리 경쟁이랄 것도 없는 후발주자들이라지만, 이 정도면 경계란 게 아예 없는 것 아닌가.
눈 감기고, 코 베어 가기 딱 좋은 유형. 물론 베는 쪽이 나다.
장이서가 몸을 돌려 말했다.
“다 드셨으면 칠공자님은 이만 방으로 돌아가 주무십시오. 내일부턴 본격적인 수련에 들어갈 것이니.”
단호한 그의 말에 두 사람이 동시에 화들짝 놀라며 반응했다.
“수련을 한다고?!”
“방으로 가라고?”
뭐야, 이 새끼들. 장이서가 두 사람을 번갈아 흘겨보자 마오가 먼저 선수 치듯 말했다.
“같이 자……. 나 외로워.”
“나가.”
장이서가 살기를 번뜩이며 축객령을 내렸다.
“개새끼…….”
마오는 터덜터덜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혼자 남겨진 육공자는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둘의 관계에 넋을 놓고 바라봤다. 나가는 반말이잖아. 도대체 뭐야, 얘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휘휘 흔들곤 꿰뚫듯이 눈을 부릅떴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마오가 수련을 한다고?”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 바로 그걸 확인해야 할 때다.
장이서가 그걸 왜 묻냐는 듯 쳐다보자 맹휘는 취조하듯 언성을 높여 물었다.
“왜. 왜 쟤가 수련을 하는데?”
“그것까지 제가 말해야 합니까?”
“죽고 싶은 거야? 당장 내게 고해. 명령이다.”
명령? 하, 이놈 봐라. 장이서의 입가가 삐죽 올라간다.
“육공자님은 수련 안 하십니까?”
“나랑 다르잖아! 쟤는 자질도 없고, 평생 무공이라고는 담쌓고 살던 녀석인데.”
“자질이 없다라……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장이서가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이에 맹휘는 코웃음을 치며 응대했다.
“흥, 그럼 아니라고?”
당연히 아니지.
“육공자님이 그러했듯 칠공자님의 자질은 교주님께서 직접 인정하신 부분입니다. 한데 그걸 부정하시는 겁니까?”
“아, 아버님이 여기서 왜 나와!”
“나올 만하니까요.”
이익! 맹휘의 이빨이 빠득 엇갈린다. 뭐 이런 시건방진 놈이 다 있지?
“너, 내가 누군지 몰라?”
안다.
“맹휘.”
“매, 맹휘?! 지금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른 거야?”
그럼 뭐라고 답하나. 장이서가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자 맹휘가 더 발끈하여 붉어진 얼굴로 소리쳤다.
“근본도, 뒷배도 없는 보좌 주제에! 맹가의 적통인 나한테 이리 막 대하고도 네가 무사할 줄 알아?”
“무사……?”
그때였다. 장이서의 몸에서 진한 마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게.
우우웅!
맹휘는 일순 정신이 번뜩이고,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이, 이 기운은!’
나이는 어리지만, 그 역시 교주에게 선택받은 내로라하는 천하의 기재. 장이서의 몸에서 뿜어지는 마기는 분명 양은 미약했으나, 섬세한 그의 오감으로 보건대 천산의 모두가 머리를 조아리는 그분의 것과 비슷했다.
‘아, 아버님……?’
파르르 떨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맹휘.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리도 완전무결한 마기라니.
물론 장이서 역시도 놀라긴 매한가지였다. 혹시 하는 마음에 천마의 내공을 조금 흘려본 것뿐이거늘 이렇게 효과가 클 줄은 몰랐다.
‘소문대로 속이 심약하기 그지없구나. 고작 기운만으로 이리 겁을 먹을 줄이야. 아니면 천마가 대단한 것인가.’
하지만 이게 아니었어도 어떻게든 저 어린 녀석의 기세를 꺾어놓았을 것이다.
이는 어른으로서 삐뚤어져 자란 아이에 대한 진심 어린 훈계였고, 언젠간 꺾어야 할 경쟁자를 향한 경고였다.
그러니까…….
장이서는 서늘하게 내려 살피며 선고하듯 말했다.
“예고도 없이 멋대로 찾아와 소란을 피운 것도 모자라……. 지금 제 무사를 논한 겁니까?”
“그, 그게 아니라…….”
“제 말 잘 새겨들으십시오. 다른 이들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전 근본도 뒷배도 없는 녀석이라 조금 다릅니다. 뒷일은 생각지 않는다는 뜻이죠. 제 말 아시겠습니까?”
“너는…… 맹가가 두렵지도 않은 것이냐?”
도대체 어떻게 교육을 받고 자랐길래 이 상황에서도 맹가 타령이냐. 장이서는 당부하듯이 대꾸했다.
“주변을 보십시오. 맹가가 지금 어디 있습니까. 하나도 안 보이는데. 삼장로도, 보좌도. 그 누구도 없습니다. 이곳에 있는 건 육공자님과 나 장이서. 단둘뿐입니다.”
“하, 하지만 아무도 너처럼 나한테 버릇없게 말하지 않는다!”
“예, 그러니까 배우십시오. 나 같은 놈도 있다는 것을.”
맹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 이런 녀석이…….
일순 두 눈에 장이서가 벽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른이라는 커다란 벽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