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49)
첩자의 마교생활-49화(49/350)
49.
#월광호 대격전 (5)
“이, 이런 미친놈이……?!”
동탁이 경악 속에 욕지기를 뱉었다. 심각한 하극상이지만, 전쟁 중엔 원래 위아래 따윈 없는 법.
지금 중한 건 그게 아니었다.
마오가 가시 박힌 철퇴를 막아낸 것이다.
그것도…… 이마로.
아니, 정확히는 이마 앞을 가로막은 왼손바닥으로 말이다.
“아…….”
가시에 뚫린 손바닥에서 피가 줄줄 흘러 얼굴을 적신다. 태어나서 머리를 이렇게 세게 맞아본 건 처음이라 그런지 동탁이 둘이 되었다가, 셋이 되었다.
한 대만 더 맞으면 완전히 골로 갈 상황.
한데.
“이, 이놈이?!”
마오가 배시시 웃으며 큼직한 손으로 철구를 부숴버릴 듯이 움켜쥔다.
‘이, 이놈 무슨 악력이…….’
동탁이 당황하여 철퇴를 빼내려고 당겨보지만, 어림없다. 그리고 그때 마오가 귀신처럼 중얼거렸다.
“눈 똑바로 뜨고 견디는 거야. 그리고 대처도 못 할 상황이 되면…… 그때 꽂아 넣는 거지. 우리가 이걸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뭐라는 거냐, 이 미친놈아! 당장 놓지 못할까?”
“반격. 우린 이걸 반격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뭐?”
“일각 지났다, 이 돼지 새끼야!”
우우웅!
단전에서 용솟음치는 내기. 그리고 새하얗게 달아오르는 주먹.
동탁의 눈이 공포심에 화등잔처럼 커졌다.
“아, 안 돼-!”
마오가 창안한 비기.
반격(反擊) 다다익권(多多益拳) 발출이다.
퍼억!
“끄아아아아악-!”
동탁의 두꺼운 배에 주먹이 꽂혔다. 그러자 살결이 크게 출렁이고, 이내 타종하듯 움푹 들어가더니 그대로 빛살처럼 뒤쪽의 건물로 날아간다.
그리고 콰아아앙!
건물마저 뚫고 저 멀리 사라져버리는 돼지.
“철영이랑 장득이 만나면…… 꼭 사과부터 해라. 지옥왕생이다, 이 돼지 새끼야.”
도살방 서열 4위 동탁.
그의 최후였다.
“아.”
털썩. 마오가 그대로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내기는 티끌도 안 남기고 불살랐고, 머리는 어지러웠으며 손에 박힌 철퇴는 여전했다.
한 마디로 몸 상태 최악.
“멍청이! 거기서 네가 왜 나와? 죽으려고 작정했어?”
그리고 그건 등을 맞대고 철퍼덕 주저앉아버린 소년.
맹휘도 매한가지였다.
옆구리와 허벅지에 비도를 박은 채, 아직 한참 미숙한 대파열창술을 펼쳤으니 몸이 남아날 리 없다.
만일 오늘의 일이 삼장로 맹철용의 귀에 들어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나 그것보다도 더 화가 나는 건 이놈이었다.
“아……?”
이미 눈이 멍해진 칠공자 마오.
녀석을 구해주고 장 보좌한테 점수 좀 따보려고 했거늘……. 도리어 제가 날 구하면 어쩌자는 건데.
“뭐냐. 애송이. 죽을 거 같아서 달려왔더니.”
“그러니까, 멍청아!”
어? 마오가 눈을 두 번 깜빡인다.
“뭔데. 잘했다는 거야, 못했다는 거야.”
“그건……!”
맹휘가 입을 오물거리다 끝내 닫았다. 멍청이 칠공자 마오 주제에 몰골은 피범벅이 되어서는. 자신을 구하겠다고 계산도 없이 달려온 모습에 괜스레 울컥했다.
맹휘는 고개를 휙 돌리며 괜히 투덜거렸다.
“꼴 보기 싫으니까 고개 치워. 피는 잔뜩 묻혀서는. 귀신이냐?”
“뭐, 이 꼬맹이 자식아?”
“꼬맹이보다 동생인 주제에.”
“와, 씨! 이 자식 이거 원수를 은혜로 갚네?”
“은혜를 원수로 갚는 거겠지.”
“그걸 아는 놈이 그래?!”
뭐라는 거야, 멍청이. 맹휘가 코웃음을 치며 고갤 돌렸다. 이에 마오도 콧김만 연거푸 뿜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 솔직히 놀랐지. 이 천재님의 숨겨둔 비기가 너무 대단해서. 그래서 막 떨렸냐? 우하하하!”
“어, 놀랐어. 어떻게 내공을 하나도 안 남기고 다 쓸 수가 있지? 그게 가능하다는 것도 신기했다. 너-무 무식해서.”
“그, 그건…… 아직 미완성이라 그렇거든!”
“자랑이다, 멍청아. 완성은 영원히 못 하겠네. 어디 가서 들키고 다니지나 마. 초절정은 무슨.”
크아! 마오는 분통함에 노호를 터트리고, 맹휘는 웃음기를 거둔 채 고갤 들어 정면을 살폈다.
그러자 이쪽을 향해 머뭇거리며 눈치를 살피는 자객들이 보였다. 어림잡아 남은 녀석들만 스무 명 정도.
맹휘가 그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자그마하게 속삭였다.
“야, 마오. 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하나씩 있어.”
“……뭐?”
“좋은 소식은 다행히 저놈들은 완전히 겁에 질렸다는 거야. 대장까지 죽었으니 혼란에 빠졌겠지.”
“으음…….”
“그리고 나쁜 소식은…… 내가 창을 들 힘도 없다는 거야. 마비 독이 다 퍼져버렸거든. 놈들이 비수 한 자루만 던져도 죽는 건 시간 문제라는 얘기지.”
꼴깍. 맹휘의 다 자라지도 않은 목젖이 꿀렁였다. 그야말로 칼날 위에 선 듯한 아슬아슬한 상황.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믿을 건 딱 하나야. 바로 너. 어때, 쟤들 막을 수 있겠어?”
“…….”
“야, 왜 대답이 없어. 야!”
맹휘가 팔꿈치로 등을 톡 건드렸다. 그러자 마오가 그대로 털썩 쓰러져버린다. 맹휘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야, 이 미친놈아! 여기서 기절해 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맹휘의 외침에 자객들도 고개를 갸웃하며 분위기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흔들리던 눈빛이 점점 표독스러워지고, 떨리던 두 다리는 자세를 낮춘 채 서서히 이리로 다가온다.
그야말로 사면초가.
맹휘의 눈이 절망에 빠지는 그 순간이었다.
“저놈들을 잡아라-!”
“와아아아아-!”
갑자기 사방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지며, 두두두두-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에 맹휘도, 자객들도 모두 어리둥절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폈다.
그러자 넙데데한 메기를 비롯한 흑룡파. 그리고 어느새 지붕에서 내려온 교인들이 대군처럼 사방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무, 무슨!”
당황한 자객들이 서로 등을 맞대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수백의 교인들이 횃불과 농구를 든 채 그들을 포위했다.
월하촌의 반격이었다.
“당장 그 무기 버리지 못할까!”
그리고 메기의 고함에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자객들은 챙그랑! 끝내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이미 바닥난 사기를 되살리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하, 하하…….”
완전한 승리. 맹휘는 헛웃음을 뱉으며 그제야 어깨의 긴장을 풀고 축 늘어졌다. 하마터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저기…… 육공자님이시죠? 괜찮으십니까?”
넙데데한 메기가 다가와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이에 맹휘는 수많은 심경이 담긴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 복면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알았지? 아니, 그리고 당신들은 어떻게 알고 이렇게 모여 있던 거야?”
“그게…… 장 형님께서 미리 알려주셨지 말입니다.”
“장 형님? 설마 장 보좌가?”
“예.”
메기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회상에 빠졌다.
‘싸우지 않으면 마을은 못 지켜. 그리고 칼을 휘둘러야만 싸우는 게 아니다. 옆에 서 있어 주는 것도 용기고, 함께 싸우는 거다.’
장이서가 자신들을 찾아와 한 말이었다. 솔직히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다. 한데 이제는 조금 알겠다.
“장 보좌는.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데.”
맹휘가 표정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곳 월하촌에 끝내 남겠다는 자신에게 그럼 숨어서 마오를 지켜봐 달라고 했던 것도 그였다. 위험할 때 도와달라고.
근데 정작 그는 여기 없다. 이 사달을 벌여놓고 당연히 도망친 건 절대 아닐 터.
“글쎄, 그건 저도 잘……. 취선루로 가셨나.”
메기가 정말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취선루라……. 그럴 수도 있겠구나.
무엇이든 맹휘는 빨리 이 긴 밤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유, 육공자님!”
툭. 맹휘는 마오 옆에 나란히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우애 좋은 형제처럼.
* * *
– 월광호 취선루 4층.
색월 금화빈은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뚜벅뚜벅 계단에서 내려오는 인형을 살폈다.
왜냐하면 그가 오늘 잔치의 가장 중요한 제물이기 때문.
칠공자 보좌 장이서.
바로 그와 마주하는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너는……?”
한데 완전히 계단을 내려온 이를 본 색월의 표정은 기대에 대한 만족스러운 웃음이 아니라 의문으로 가득한 뒤틀린 얼굴이었다.
당연했다.
“여인이 아니냐?!”
계단에서 내려온 건 사내가 아닌 흰색 도포를 걸친 여인이었다. 아무리 붕대로 가슴을 가리고, 백색 복면을 쓰고 있다지만 남녀도 구분 못 할 만큼 바보가 아니다.
분명 저건 여인이었다. 그것도 백옥으로 된 칼집에 담긴 검을 공손히 양손으로 들고 온 여인.
‘보좌가 여자였어?’
그럴 리가. 하지만 제일 이해가 안 되는 건 그다음이었다.
척. 그녀가 들고 온 검을 평생 면도칼도 안 잡아 봤을 것처럼 생긴 취홍란이 받아쥐는 것이 아닌가.
“뭐 하는 수작이지?”
“뭘 기대했든, 누굴 기다렸든. 그쪽이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진 않을 겁니다.”
“뭐? 설마 지금 술이나 팔던 네년이 날 상대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색월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터졌다. 자신이 누구인가. 설마 저와 같은 술집 년이라 착각하는 건가.
곤란하구나, 곤란해.
자신이 누구인가. 도살방 서열 3위다. 설마 맹수 같은 사도철이 그 자리를 거저 줬을까.
천만에.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동탁이든, 요도순이든, 막귀든. 사씨 형제만 아니면 자신이 다 찢어발길 만큼.
“한데. 새파랗게 어린 네깟 년이 감히 날? 호호호호!”
이러니 어찌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있을까. 색월이 고개를 휘휘 흔들곤, 웃겨서 차오른 숨을 후 길게 뱉었다.
“그래. 재밌네. 지루해질 뻔했는데 우리 후배께서 살렸네. 그럼 상을 줘야지. 어떻게 해줄까. 얼굴부터 그어줄까? 눈부터 뽑아줄까.”
휙! 색월이 칼을 털어내곤 사뿐사뿐 다가온다. 이에 취홍란은 수하들을 눈짓으로 물러서게 한 다음 마중 나가며 말했다.
“제 말을 듣지 않는군요. 말했을 텐데요.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고.”
“아, 그래? 어디 기둥서방 앞에서 칼춤 좀 췄니?”
다다다다! 색월이 치마를 펄럭이며 양손으로 도 하나를 쥔 채 매서운 속도로 달려든다. 스릉! 이에 취홍란도 검을 뽑아 들곤 우아한 자세로 맞섰다.
우측에서 대각선 위로 긋는 일도(一刀). 캉! 회전하며 횡으로 발목 베기. 캉! 낮춘 자세에서 빠르게 뛰어오르며 목을 향해 찌르고 들어오는 칼끝.
쐐애액!
확실히 오만한 성정만큼 색월의 실력은 진짜다.
하지만.
“어리석네요.”
취홍란은 무심한 얼굴로 이마저 몸을 틀어 피해낸 뒤, 그대로 가슴팍에 일장을 꽂았다.
퍽!
주르륵 다섯 걸음을 뒤로 밀려나는 색월. 입가에 피가 흐르고, 그녀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어, 어떻게……?”
내상이다. 단 일장에 자신의 몸에 내상을 일으켰다. 이 말인즉슨…… 그녀도 무공을 익혔다는 얘기!
“왜 제가 그쪽보다 약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사박, 사박. 취홍란이 다가온다. 이에 색월의 두 눈이 폭풍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어떻게 한낱 촌구석에서 술이나 팔던 년이……!”
“그게 본교잖아요.”
“뭐?”
“무공을 익힌 건 당신만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우우웅!
취홍란의 옷자락이 펄럭이고, 칼바람보다 날카로운 기운이 치솟는다.
이에 색월의 얼굴은 점차 잿빛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