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57)
첩자의 마교생활-57화(57/350)
57.
#재미는 있겠구나 (2)
마진구는 조급한 표정으로 마이신을 살폈다.
솔직히 취선루에서 된통 당한 후로 복수할 날만을 손꼽으며 단단히 이를 갈고 있었다.
하여 누구보다 도살방의 화끈한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거늘…….
‘도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천박한 자객 새끼들.’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그들이 월하촌에서 대패하고, 호룡당한테 쫓기는 처지라고 하였다.
해서 부랴부랴 달려와 마이신에게 보고를 올린 게 바로 지금이었다.
한데 대체 뭔 생각인지, 정작 그는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그저 멍하니 앉아 바깥 풍경만을 살폈다.
물론 풍경이 일품이기는 했다.
시원하게 뻥 뚫린 산우곡의 절경이 한눈에 펼쳐져 그야말로 황홀할 지경.
특히 시야 끝까지 이어진 협곡 좌우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의 음색은 속이 다 시원했다.
‘하긴 이런 별장만 열 곳이 넘는 형님께서 도살방 하나 없어졌다고 움찔이나 할까……. 더구나 저 방 안에 발가벗고 널브러져 있는 계집들 모두 이름난 명기들 아닌가. 고운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들다던데……. x나게 부럽구나.’
마진구는 침을 꼴깍 삼키며 힐끔힐끔 뒤편에 놓인 방을 곁눈질로 살폈다. 본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던데, 그의 기준에서 마이신은 아픔조차도 느낄 수 없는. 아니, 느껴서도 안 되는 천외천의 존재였다.
그럴 만도 한 게 일단 이 별장 벽에 걸린 그림이나, 곳곳에 놓인 난초. 하다못해 의자에 걸려 있는 저 백색의 상의까지.
모든 것이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을 지불해야만 가질 수 있는 고가품들이었다.
더구나 훗날 그가 가주가 된다면, 부름에 달려와 납작 엎드릴 5급귀 이상의 고위직만 수백이 넘을 거였다.
그야말로 날 때부터 권력을 쥐고 태어난 자.
심지어 무공의 성취도 뛰어나 과거에는 천마의 첫째 후계인 천무기와 양대 산맥으로 거론될 정도였다.
‘그때 마오 그 개새끼가 아니라 형님이 양자가 되었으면…….’
아마 그랬다면 지금 마교 제일 후기지수로 꼽히는 건 천무기가 아니라 마이신이 되었을 터였다.
물론 그게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훗날 장로회의 수장이 되실 분인데. 난 옆에 잘 붙어 있다가 떨어진 떡만 낼름 주워 먹으면 된다.’
마진구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방 안에 나신으로 뒤척이는 여인들을 요리조리 살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진구야.”
넋 놓고 있던 마이신의 입이 열렸다.
“예? 예, 형님.”
마진구가 허리를 깊이 숙이며 듬직하고 충성스러운 개의 얼굴로 답했다.
“장이서라고 했나. 너 떨어트린 녀석.”
“예. 맞습니다. 알아보니까 아주 근본도 없는 새끼던데요. 교외자 출신인데 집안도, 인맥도 뭣도 없는 개새낍니다.”
“그래. 그럼 그 개는 얼마면 될까.”
“그놈 목숨값이요? 글쎄요. 뭐 저 방에 있는 계집하고 동침만 허락해 주셔도 바로 오늘내일 못 넘길 거 같은데요. 크큭.”
마진구가 탐욕스럽게 곁눈질로 다시 방을 훑는다. 그러자 마이신에게서 아예 생각지도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아니. 목숨값 말고.”
“그럼요?”
“내 밑으로 데려오는 데. 얼마면 데려올 수 있을까.”
“그, 그게 무슨!”
마진구의 얼굴이 경악과 배신감으로 가득 채워졌다.
“설마, 형님. 그놈을 밑에 들이시려고요?”
“도살방 애들이 당했다 하지 않았느냐. 칼이 없어졌으니 새 칼을 사야지.”
“아니, 그래도 형님……. 이건 좀 그렇죠. 그 새끼가 절 5층에서 밀었지 않았습니까. 그때 보셨잖아요. 저 팔에 붕대 칭칭 감고 다니던 거.”
“그랬지.”
마이신도 기억이 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 근데 그런 놈을 칼로 쓰시겠다니요. 저 서운합니다, 형님. 어디서 근본도 없는 새끼를. 제가 칼 잘 쓰는 애들 한 번 찾아보겠습…….”
“진구야.”
슥. 마이신이 처음으로 고개를 돌려 마진구를 바라본다. 눈빛이 너무도 공허하고 탁해 도저히 속을 알 수 없는 느낌. 그게 뭐라고 또 이상하게 긴장이 된다.
마진구가 침을 꼴깍 삼키고 답했다.
“예, 형님.”
“근데 그 근본도 없는 새끼가 나타난 뒤로……. 너도 당하고, 도살방도 당했구나. 그렇지?”
“그거야 그렇긴 한데…….”
“그럼 이렇게 하자꾸나.”
“예?”
마이신이 대답과 함께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어 뒤에 놓인 나무 의자의 등받이를 기대듯이 툭 붙잡았다.
그러곤, 콰직!
“크악!”
마진구의 머리를 가격했다. 나무 파편이 흩날리고, 바닥에 쓰러진 마진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그를 살폈다.
그러자 마이신이 히죽 웃으며 부서진 두꺼운 의자 다리를 하나 쥐고는 말했다.
“그때 이쪽 팔이었지? 그럼 이번엔 두 다리로 하자. 그럼 괜찮을 거다.”
“혀, 형님! 자, 자, 잠깐만요!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서운하다 하지 않았느냐. 장이서는 네 팔 하나를 가져갔으니 나는 네 다리 두 개를 부수겠다. 이러면 장이서가 한 짓은 별것 아닌 게 되는 것이니 너도 이해할 수 있을 게다. 그렇지?”
“자, 잠깐……만…… 끄아아아악-!”
퍽, 퍽, 퍽!
마이신이 마진구의 정강이를 막대가 파편이 되어 날아갈 때까지 후려갈겼다. 환한 잇몸 미소를 드러내며.
마진구의 두 정강이가 붉게 물들었다. 야비했던 용모는 어느새 고통에 몸부림치는 약자가 되어 있다.
덜그럭.
마이신은 만족스러운지 박살 난 나무 조각을 뒤로 던지고 말했다.
“데려다줘.”
그러자 슉! 아무도 없던 자리에 커다란 그림자가 내려섰다. 특이하게도 백발에 잠행복을 입은 건장한 체구의 노인이다.
마땅한 이름은 없고, 마가에서는 그를 노군(奴君)이라고 불렀다.
쉽게 말해 노예 중에선 최고라는 얘기.
부친이자 일장로인 마일성에게 성년이 되었을 때 받은 선물이었다.
“예.”
노군이 마진구를 한 손으로 들어 어깨에 걸쳤다. 주름진 용모에 비해 엄청난 힘.
다시금 마이신은 공허한 눈으로 마루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데 바로 그때, 먼발치에 웬 흔치 않은 광경이 눈에 담기기 시작했다.
올려 묶은 긴 곱슬머리의 사내.
그 사내가 두 개의 손도끼를 손에 쥐고, 이쪽으로 올라오는 일직선 길목을 걸어오고 있었다.
막아서는 마가의 노예들을 가차 없이 쓰러트리며.
사씨 형제의 둘째.
사호정이었다.
마이신은 이를 보며 서서히 입가에 잇몸을 드러내며 웃기 시작했다.
단순히 친했던 그의 방문이 반가워서가 아니라, 그냥 그의 손에 거침없이 노예들이 작살나 픽픽 쓰러지는 모습이 웃겨서였다.
“마이시이이이인-!”
삼십 보 정도 앞에 두고 사호정이 하늘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이미 오는 동안 부서지는 폭포수 물방울에 몸은 흠뻑 젖었고, 얼굴은 원망과 피곤함에 찌들어 있다.
툭. 노군이 마진구를 내려두고 앞으로 걸어가려 하자 마이신이 활짝 웃으며 말리듯 손을 들었다.
“둬. 오라고 해.”
노군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마가 내의 정보에 의하면 사호정은 이미 본교에서 수배령이 내려졌다.
그와 조금만 얽혀도 문제가 커지고, 일장로이자 가주인 마일성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
“예.”
하지만 노군은 노예의 수장답게 제 생각은 싹둑 잘라버리고 뒤로 한 보 물러서서 대기했다. 그리고 다른 노예들에겐 막지 말고 비켜주라는 수신호까지 보냈다.
저벅, 저벅.
이에 사호정이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손도끼를 양손에 쥔 채 마루 앞까지 다가섰다.
마이신의 눈이 공허하다면, 사호정의 눈은 음산하다.
쉽게 말해 둘 다 제정신이 아니다.
“큰형님.”
사호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에 마이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거래는. 철마적을 만나러 간 거 아니었더냐.”
“지랄……. 엎었지, 뭐.”
“도철이 알면 속상하겠구나.”
“크큭. 그렇지. x발. 그 인간이 알면 또 얼마짜리 거랜 줄 아냐며 지랄하겠지.”
“아는 녀석이 왜 그랬느냐.”
“몰라, x발. 알잖아? 나 원래 x대로 하는 거. 근데 형님…….”
사호정이 도끼 윗면으로 피가 흘러내리는 제 이마를 슥슥 긁으며 말했다.
“나한테 수배령이 내려졌던데. 알고 계셨어?”
“들었…….”
쐐애애애액!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사호정이 내던진 도끼가 마이신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든다.
그리고 이마에 꽂히기 일보 직전.
퍽!
한순간에 앞에 나타난 백발의 노비.
노군의 손바닥에 가로막혔다. 한데 더 놀라운 건 도끼가 박힌 그의 손에선 피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개구리 발바닥처럼 두꺼운 굳은살이 자리해 있기 때문.
“x발, 안 죽네.”
사호정이 입맛을 쩝 다시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마이신 역시 일말의 놀람도 없이 킥킥거리며 웃기만 한다.
역시나 아무리 봐도 제정신이 아닌 두 사람.
“호룡당에서 내게 아무런 언질도 없이 수배를 내렸다. 그건 곧 대결에서 패한 너희에게 그 대가를 받겠다는 뜻이지.”
이번엔 마이신이 먼저 대화를 청했다. 흐리멍덩한 눈빛에 비해 실로 정확한 판단이다.
물론 무식한 사호정이 듣기엔 열 뻗치는 개소리다.
“아. 이 형님 말 참 재밌게 하시네. 아니, x발. 이게 왜 우리가 패한 거야. 형님이 패한 거지. 서자 동생 조지겠다고 우리 칼로 쓴 거잖아. 칼이 부러졌으면 휘두른 형님이 책임을 지셔야지.”
“어쩌겠느냐. 그게 태생의 차이인 것을. 투계에서 닭이 패했다고, 그 주인의 목숨까지 탐할 수는 없지 않으냐.”
하. 저딴 말을 저리 사심 없이 웃으면서 할 수 있는 개새끼도 아마 몇 없을 거다.
사호정이 퉤! 침을 뱉고는 중얼거렸다.
“x발. 하여튼 정파 새끼들 욕할 거 하나도 없어. 있는 새끼들은 다 똑같다니까.”
하하! 마이신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사씨 형제는 늘 그를 재밌게 해준다. 아무 생각도 없는 막무가내. 그 천박함이 좋다.
“그래. 이제 어찌할 생각이더냐.”
간신히 웃음을 누르고 마이신이 물었다. 그러자 사호정이 퉁명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답했다.
“뭘 어떡해. 알잖아. 난 그냥 못 넘어가.”
“못 넘어가면. 이미 널 잡겠다고 호룡당이 곳곳에 검문을 서고 있을 거다. 이미 넌 독 안에 든 쥐 신세인 거지.”
“알아. x발. 이미 몇 놈 죽였어. x같아서. 그래서 말인데, 형님. 나 길 좀 뚫어줘라. 월하촌까지.”
이런 대책 없는 말이 다 있나. 마이신이 광대를 올리곤 물었다.
“어떻게?”
“별거 없어. 그냥 마차 하나만 준비해. 거기 형님이랑 같이 타고 갈게. 설마 그걸 열어보겠어.”
제법 머리를 굴렸구나. 마이신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마가의 적통인 자신의 마차를 열려면 당주쯤은 나타나야 할 일.
“그래서. 월하촌에 도착하면?”
“칠공자고 보좌고. 그냥 싹 다 죽이고 생각하지 뭐. 그럼 형님도 좋잖아. 바라던 거 아니야? 귀찮게 구는 새끼들 내가 싹 다 치우고 가줄게. 형님은 그냥…… 인질. 그래. 그거였다고 해. 어때. 좋지?”
좋기는. 마가의 적통이 수배령이 떨어진 자객에게 인질로 붙잡혀 칠공자가 있는 곳까지 데려가면. 그럼 쪽팔려서 어찌 얼굴을 들고 다닐까. 실로 무식하기 짝이 없는 소리다.
하지만.
“재미는 있겠구나.”
종잡을 수 없기로는 마이신 역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