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6)
첩자의 마교생활-6화(6/350)
동시에 쾅! 문이 열렸다.
“아, 왜 이렇게 대답이 없어? 어디 여자라도 숨겨놨소? 잠깐. 원래 병풍 안 펴잖아.”
“이, 이 미친놈이!”
장이서가 성큼성큼 병풍으로 다가가자 겸사익의 두 눈이 띠용 커지고, 곧장 허리춤의 칼을 붙잡았다.
그러자 장이서가 피식 웃으며 몸을 휘릭 돌려 자리에 앉았다.
“농담이오. 대주가 여자는 무슨. 뭐 또 몰래 받은 돈이나 꼬불쳐놨겠지. 적당히 좀 드시오. 체해.”
장이서가 질린다는 듯 고개를 휘휘 젓는다. 이를 본 겸사익은 부르르 떨었다. 저 징그러운 놈. 같이 10년 굴렀다고 이제는 기어오르다 못해 맞먹으려고 든다. 예전에는 그래도 귀여운 맛이라도 있었거늘.
겸사익이 팡! 탁상을 내리치며 윽박지르듯 말했다.
“여긴 뭣 하러 온 게야?”
“내가 못 올 데 왔소? 방첩대 조장이 대주 방에 왜 와. 보고하러 온 거지.”
“그러면 격식을 갖춰서 왔어야지! 복장도 입고. 복면도 쓰고. 빠져 가지고, 새끼가.”
“뭐라는 거야. 나 오늘 휴무인데.”
“그러니까 자식아! 휴무면 쉬었어야지. 누가 기어 나오래? 방첩대가 우스워? 모두가 쉬기로 정한 걸 네가 그걸 깨트려? 나가, 이 새끼야!”
“아 오늘따라 왜 이래, 진짜.”
장이서가 소리를 버럭 지르며 벌떡 일어섰다. 그러곤 아래위로 겸 대주를 노려본 뒤, 한숨을 푹 쉬고 품에서 꾸깃꾸깃한 종이 한 장을 펼쳐 탁상에 내려놓았다.
“실없는 소리 그만하고, 나 저기 뭐야. 이거 찍어주면 갈 테니까. 여기 승인 좀 해줘.”
“정신 나간 놈. 또 어떤 애먼 놈을 잡으려고. 하여튼 본교 씨를 말리려고 작정한 새끼.”
익숙한 상황이었다. 장이서는 방첩대의 발군. 선 조사, 후 보고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아마 휴무일인데도 나온 걸 보면 거물의 냄새를 맡은 게 틀림없었다.
“너 이거 해줄 테니까 당장 나가. 알았어?”
“알았다니까. 빨리해줘. 나도 바빠.”
본래라면 천천히 읽어보고 논의 후에 보내는 게 맞지만, 지금은 상황이 시급하다. 오한이 서리고 등이 오싹한 것이 오늘이 지나면 저 병풍을 버려야 할 듯했다.
크흠. 겸사익은 헛기침을 뱉고는 옆에 있는 장에서 직인을 꺼냈다.
“새끼…… 뭔데, 이게.”
“어, 별거 아니고. 보직 이동 추천서.”
“별거 아니네. 보직…… 뭐, 이 새끼야?!”
쉬익! 대주의 허리춤에서 이 빠진 환도가 횡으로 그어졌다.
“억!”
날아든 검에 장이서는 화들짝 놀라며 허리를 뒤로 확 젖혔다. 솨악! 가슴팍 위로 스쳐 지나가는 이 빠진 검날이 눈에 훤하다. 간신히 피했다. 십년감수다.
“미쳤어? 뭐 하는 거야!”
한 걸음 물러선 장이서가 경악을 토했다.
“너, 이 새끼. 똑바로 불어. 뭔 사고 쳤어.”
“내가 뭔 사고를 쳐.”
“너 설마 교주님 자제분들까지 공사 쳤냐?!”
“갑자기 뭔 소리야.”
“맞네, 이 새끼. 그냥 죽자.”
쐐애애액! 다시금 검이 날아든다. 이번엔 더 빠르다. 하나 불시에 날아든 검과 알고 맞이하는 검은 다르다. 장이서는 노련하게 제 앞의 책상을 팡! 걷어차며 거리를 벌렸다.
하나 겸사익은 그마저 예상했다는 듯 범처럼 탁상 위를 손으로 퉁! 튕겨 오르며 검을 수직으로 그었다.
“악!”
데구루루! 이에 장이서는 나려타곤을 펼쳐 옆으로 피해냈다. 이런 수모가 다 있나.
“이 새끼가! 서. 대주로서 명이다. 서!”
“그딴 명은 개도 안 들어! 으악!”
쉭! 쉬쉭! 겸사익은 멈출 마음이 없는지 연신 검을 내리쳤다. 덕분에 장이서는 계속 굴렀다. 끝내 구석까지 내몰려서야 사색이 된 채 손을 뻗으며 외쳤다.
“아 좀! 말 좀 들읍시다. 나 진짜 사고 안 쳤다니까?”
“그럼 이건 뭔데. 보직 이동? 본교가 사라져도 방첩대는 영원하다던 놈이 뭐?”
“나 이제 손 좀 털고 싶어서 그래.”
“미친놈. 차라리 자르고 싶다고 해라, 그럼 내가 네 손 거두고 믿어줄 테니.”
“진짜라니까? 대주. 우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이거 너무 해 처먹었어. 다른 애들한테 기회도 주고 그래야지. 언제까지 혼자 다 처먹을래? 너 돼지야?”
아.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잠깐만. 잠깐! 대주! 악!”
쐐애애액! 다시금 환도가 날아든다.
하나 마냥 당해주기엔 상대가 미친개 장이서다.
챙! 쇠붙이가 마주치는 경쾌한 소음이 울렸다.
겸사익의 얼굴이 야차처럼 구겨졌다. 자신이 내리친 환도가 뎅강 두 동강 나버렸기 때문. 반면 장이서가 허리춤에서 뽑아 든 검은 멀쩡하다 못해 황금빛 광채까지 서렸다.
“너…….”
장이서는 곧장 다시 검을 척 넣고는, 검집 채로 허리에서 풀어 대주에게 공손히 이를 건넸다.
“내가 뭐. 말로만 써달라 그러겠어? 그 이 빠진 검은 그만 놓아주고. 우리 이거 듭시다. 들어봤지? 배 가르면 오리도 황금이 나온다는 금삭도. 이제부터 대주의 검입니다.”
번쩍! 겸사익의 눈이 여느 때보다도 더 크게 떠졌다. 금삭도. 그래. 들어본 적이 있다. 전대의 야장 장인인 평산자가 만들었다는 일생의 역작.
겸사익은 떨리는 손으로 척. 이를 잡았다. 그리고 장이서를 보고 깨달았다.
‘이 새끼 진심이구나.’
#나한테 반해서 찾아온 건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