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77)
첩자의 마교생활-77화(77/350)
77.
#칠소궁으로 (2)
– 월하촌 칠소궁.
캉! 카앙!
귀 아픈 소음과 함께 아직 끝나지 않은 대문 공사가 한창이다.
겉을 커다란 천으로 가려놓아 자세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철옹성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담벼락부터 그 크기가 실로 위압적이었다.
어림잡아 길이만 대략 오 장(15m)쯤.
바로 앞에선 고개를 한참 들어야 할 정도로 컸다.
“기관진식은 정교하게 맞물린 톱니바퀴와도 같은 것. 조금만 어그러져도 발동하지 않으니 조심히. 아주 조심히 쌓거라!”
그리고 안쪽에선 제갈귀룡의 감독하에 용태를 비롯한 흑룡파 식구들이 열심히 작업 중이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는지 별말 없이 꿋꿋하게 제 일들을 해낸다.
“이것 좀 들고 하세요.”
취홍란은 그런 이들을 위해 간식을 들고 이곳을 찾았다.
“크하하! 잘 먹겠소, 낭자!”
“루주! 늘 잘 먹고 있지 말입니다.”
용태와 메기가 땀 범벅이 된 얼굴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준비해 온 육전과 냉차를 허겁지겁 먹었다.
그리고 이를 본 취홍란은 헛웃음을 지으며 공허한 눈으로 대나무 숲을 살폈다.
장이서와 마오가 떠나간 지도 어느덧 열흘 남짓.
이제 올 때도 되었거늘.
소식 없는 바람이 이리도 서운할 수가 없다.
떠나는 순간까지 장이서의 몸이 편치 않았던 걸 알고 있었기에 마음은 더더욱 불편했다.
부디 아무 일 없기를. 밝게 웃는 얼굴로 저 길목에 나타나 주기를.
이렇게 되뇌고 또 되뇌며 나쁜 생각을 밀어낸 지도 어느덧 수백 번.
그 마음이 닿은 것일까.
솨아아아-
대나무 숲에 여느 때와 다른 따스한 바람이 불었다.
이윽고 저 멀리 숲길에서 다가오는 두 사람. 취홍란이 입을 가린 채 작게 신음을 뱉었다.
“아…….”
뒤이어 용태와 메기도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어라?”
“어……?”
그들이다.
“우리 왔다-!”
금의환향하듯 당차게 걸어오는 장신의 미공자, 마오.
그리고 그 뒤에서 늘 그렇듯 다정한 웃음을 짓는 장이서.
잔바람에 대나무가 흩날리던 그날.
마침내 그들이 돌아왔다.
“치, 칠공자님이 돌아오셨다-!”
“형니이이임!”
모두가 무색이던 눈동자에 화색을 담으며 반가움이 가득 담긴 웃음꽃을 피웠다.
“이, 이놈들이! 먹다 말고 어딜 가는 게야!”
용태와 식구들이 당황하는 제갈귀룡을 뒤로한 채, 먹던 것마저 내던지고 달려간다.
이에 마오가 허리춤에 손을 얹고 이렇게 외쳤다.
“천재 귀환-!”
드디어 귀환했다.
칠소궁으로.
*
마오와 장이서가 돌아오고 칠소궁은 오랜만에 들썩였다.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용태와 메기는 그간 배운 것들을 쏟아붓느라 여념이 없었고, 제갈귀룡은 아직 멀었다며 폭풍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장이서는 이를 묵묵히 들었고, 마오는 자신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아냐며 우하하 웃고는 맞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 무렵.
제갈귀룡과 흑룡파는 취선루에 마련된 숙소로 떠났고, 마오가 일찍 자러 간 사이.
장이서와 취홍란은 자연스레 산책을 거닐다 별관 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까지 꾸며 놨을 줄은 몰랐는데.”
휑했던 전과 달리 고풍스럽게 꾸며진 별관.
보는 순간 절로 감탄이 나왔다. 조잡하지도 않았고, 시원시원하게 꾸며진 장식과 화분은 다분히 제 성향을 고려했음이 느껴졌다.
“기다리는 동안 적적하여…….”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이실직고하자 장이서는 고맙다 웃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이렇게까지 해주지 않아도 되는데.
마음이 예뻐 괜히 미안해진다.
“이쪽에 집무실을 마련해 뒀습니다.”
홍란이 2층의 좌측 방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잘 꾸며진 아담한 공간에 네댓 명 대화 나누기 좋게 가운데 탁자가 놓여 있다.
그녀가 먼저 가서 상석의 의자를 꺼낸 뒤 옆에 공손히 서서 기다린다.
본래 장이서는 이런 과한 대우를 불편해했다.
하지만 이젠 이마저 익숙해진 걸 보니 그녀와 오래 같이하긴 한 모양이다.
장이서가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자 그녀도 옆자리에 착석했다.
일렁이는 눈동자를 보니 뭐부터 말해줘야 할지 바로 알겠다.
“다행히.”
장이서가 속 시원하게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이제 목숨에는 지장 없다.”
“아…….”
“걱정을 끼쳤어. 미안.”
“아닙……니다…….”
취홍란이 애써 눈물을 삼키고 고개를 숙였다.
이를 본 장이서는 그녀가 얼마나 조마조마하며 기다렸을지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갔다.
절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는 동료가 있다는 건 그야말로 축복받은 일.
“그럼 이젠 정말 괜찮으신 건가요?”
“봐봐. 멀쩡해.”
장이서가 활짝 웃으며 소맷자락을 거두었다. 그러자 다시금 멀쩡해진 선홍빛의 깨끗한 피부가 눈에 담긴다.
“다행이에요. 정말로…….”
“운이 좋았어. 살다 살다 교주의 덕을 볼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장이서가 다정히 웃는다. 이에 취홍란은 가슴이 들뜨는 기분과 함께 덜컥 숨을 삼켰다.
단순히 그를 보고 좋아서가 아니었다.
뭐랄까. 이전하고 달라진 느낌이었다. 그저 눈만 봤을 뿐인데 본능적으로 천적을 두려워하듯 손발이 떨리고 중압감이 느껴졌다.
이는 그녀가 아직 알 순 없지만, 실은 장이서가 내면에 천마신공의 정수인 천마귀를 태동했기 때문이었다.
*
교주 진우광이 준 선물, 천마귀.
물론 아직은 깨어나지도 못한 태아 같은 존재이지만, 상급 마공을 익힌 그녀는 본능적으로 기운을 감지했다.
‘마교인들은 알까. 주인님께서 저들을 묵시하며 숙연히 바람을 일으키고 계신다는 걸.’
그리고 그게 언젠가는 이유도 모른 채 본인들을 휩쓸어 갈 거대한 태풍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홍란은 은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그가 걸어갈 길을 지켜보고 싶었다. 그래도 한때의 정도인으로서 이 꽉 막히고 병폐한 마교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그걸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기왕이면 함께 걸어가는 사람으로…….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홍란은 곁눈질로 그를 살피곤 들썩이는 마음을 휘휘 내치며 한숨과 함께 털어냈다.
“별다른 일은 없었겠지?”
이내 장이서의 물음에 정제된 어조로 답했다.
“예. 가 계시는 동안 월하촌엔 별일 없었습니다. 도살방을 막아낸 여파 때문인지 그 후로 소란을 일으키는 자들도 현저히 줄어들었고요.”
“그렇겠지.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이곳 천산의 귀는 밝으니까.”
한데 말과 달리 장이서의 표정이 내심 좋지 않다.
“걱정거리라도 있으신 겁니까.”
“오래지 않아 다시 소란스러워질 거 같거든.”
도살방 건이 해결된 지 얼마나 됐다고. 하나 이유는 충분했다.
“교주가 칠공자한테 백인장의 인을 하사했다.”
“예? 백인장이라면…… 대공자와 이공자만이 지니고 있던 신패 아닙니까.”
“맞아.”
장이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취홍란은 화들짝 놀랐다.
교주가 인정한 일곱 명의 후계자.
이른바 칠대공자.
이들 중 유력한 소교주 후보로 꼽히는 세 사람은 교주로부터 특별한 권능을 하사받았다.
그것이 바로 세를 꾸릴 수 있는 인(印).
해서 이들에겐 각자의 세력이 존재했다.
먼저 사해령을 따르는 은빛 가면의 십인(十人) 고수, 월광십귀(月狂十鬼).
모두가 가장 난폭하다는 광룡당 출신으로 전대 당주인 보좌 나락과 함께 전장을 누비던 괴물 중의 괴물들이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십인.
칼잡이로는 충분하지만, 여타 조직을 전면에서 위협할 만한 숫자는 아니다.
진짜는 이들 둘이었다.
‘대공자의 흑화위(黑火衛)와 이공자의 백괴단(百怪團).’
모두 총 백인으로 구성되어 능히 단일 세력으로 마교 내 웬만한 조직은 손쉽게 와해시킬 정도였다.
한마디로 걸어 다니는 권력 그 자체.
한데 칠공자가 그들과 똑같은 일백 인의 세력을 이룰 수 있는 권능을 갖게 되었다니.
“그럼 저희에겐 잘된 일 아닙니까.”
맞다. 그래서 선물이라고 받은 걸 테고.
하지만.
“호사다마. 좋은 일엔 늘 방해가 꼬이기 마련이지.”
“그 말씀은…….”
“소교주로 삼자 구도가 명확해진 이 시국에 교주가 칠공자에게 백인장의 인을 하사했어. 당연히 모두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일이야. 아마 편애한다고 생각하겠지. 그럼 어떻게 될까.”
장이서의 말에 그녀가 얕게 침음을 삼켰다.
“대공자가 움직일 거라는 말이십니까.”
“확실히.”
장이서는 확신했다.
그가 조사한 바로 대공자 천무기는 차분함으로 이목을 숨기고, 속에 구렁이 수십 마리를 품은 사내였다.
지금까진 마오를 풀어둔 건 그가 망나니였기 때문.
교주의 총애를 받았다고 생각한 순간. 어떤 식으로든 손을 쓰려고 할 것임이 분명했다.
“너무 앞서 생각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백인의 세력을 모은다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또 칠공자 아닙니까.”
그래, 망나니 칠공자 마오.
세간엔 뭘 해도 기대는커녕 비웃음만 사는 아이.
하나.
“우리만 생각하면 그 말도 맞아. 하지만 대공자 생각은 다를걸. 이 사태를 절대 간과하지 않을 거다.”
“어째서입니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
대공자가 고작 망나니로 평 받던 칠공자가 대체 뭐가 두려워서.
하지만 장이서가 이처럼 확신하는 데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를 삼공녀의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아……!”
쿵! 홍란의 머릿속이 번뜩였다. 그리고 장이서의 말이 단박에 이해가 갔다.
망나니라면 백인장이든, 십인장이든 그냥 거슬리는 정도겠지만, 경쟁자인 사해령이라면 다르다.
“위기의식을 느끼겠군요.”
정답이다.
그녀가 아끼는 칠공자가 그녀가 추천한 보좌와 함께 백인장의 인을 따냈다.
대공자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아마 사해령한테 한 방 먹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견제가 들어오는 건 불가피한 일.
“안 그래도 쉽지 않을 텐데…… 더더욱 어려워지겠군요.”
“맞아. 하지만 그래도 우린 세를 키워야 해. 그래야 이 싸움에서 버틸 수 있을 테니까.”
싸움에도 급이라는 게 있다. 민물의 포식자인 메기가 바다에 나가면 한 입 거리로 전락하듯, 지금 장이서가 논하는 이 싸움은 도살방 때와는 체급 자체가 다른 판이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그리고 사도련까지.
천하가 치를 떨고 두려워했던 마교의 중추들이 뒤엉켜 싸우는 판이다.
어설프게 잔꾀만 굴리다간 꿈틀대기도 전에 잡아먹히고 말 일.
대공자가 어떻게 움직일지라도 알고 있다면…….
장이서의 침묵이 길어지자 홍란이 넌지시 운을 띄웠다.
“혹 방첩대에게 도움을 청해보는 건 어떨까요? 일전에도 도움을 받았지 않았습니까.”
“불가.”
겸사익은 인연이나 낭만에 움직이는 인물이 아니다.
경조사야 저도 받아야 하니까 챙긴다지만, 이건 전혀 다른 정치의 영역.
돈이라면 모를까. 절대 움직이지 않을 거다.
그리고 그들을 움직이려면 천마고를 다 털어도 부족할 게 뻔했다. 검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천문학적인 돈을 요구할 테니.
‘금삭도가 황금알을 낳는구나! 크하하!’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
차라리…….
“방(榜)을 띄우는 게 좋겠어.”
공개 모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