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78)
첩자의 마교생활-78화(78/350)
78.
#공개모집 (1)
“방이라면…… 모두에게 알리겠단 건가요?”
“그래. 그것도 아주 파격적인 조건으로. 돈으로 할 수 있는 건 전부 걸어.”
“네?”
“무기든, 무공이든, 영약이든. 다 준다고 해. 누구든 혹할 수 있게.”
“아니, 하지만…….”
“아, 오룡당 현직이면 참가만 해도 거마비까지 두둑이 준다고 해.”
“주인님…….”
취홍란은 곧장 울상을 지었다. 도저히 장이서의 생각을 짐작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리하시면 대공자의 이목만 더 끌게 될 텐데……. 게다가 주인님이 가진 자본이 크다는 것까지 알려주는 셈이잖아.’
한 마디로 표적이 되기 더 쉽다는 얘기.
한데 도대체 왜.
“대신 모집은 삼소궁에서 한다고 적어.”
“예?”
“덩달아 엮여 골머리 썩는데 우리만 고생하는 건 억울하잖아. 그리고 그녀 이름 정도는 나와줘야 사람들도 와 주지 않겠어?”
“아니……. 그렇게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건가요?”
“장소하고 이름만 빌리는 건데, 뭘. 그리고 들어줄 수밖에 없어.”
장이서가 입꼬리를 길게 올렸다. 그리고 이를 본 취홍란은 점점 입이 벌려지고, 정신이 멍해졌다.
그의 의도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탓이었다.
‘천무기의 시선을…… 먼저 삼공녀 쪽에 잡아두시려는 거구나!’
맙소사. 절로 혀가 내둘러졌다.
‘이렇게 되면 대공자도 삼공녀가 작정하고 선수를 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 그럼 그가 취할 행동은 하나뿐이야. 손실이 크더라도 어떻게든 이 일을 덮는 것. 주인님은 거기서 틈을 노리시려는 거다…….’
부르르. 취홍란은 저도 모르게 손끝이 떨렸다. 그리고 다시 장이서를 살피자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빛이 실로 교활하고, 음흉해 보였다.
‘뱀이야. 그것도 무서운데 착한 뱀.’
이내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하겠습니다. 대대적으로 방을 붙이고, 어느 정도 자금도 미리 풀어둘게요. 사람들이 믿을 수 있게.”
“역시 루주는 척하면 딱이라니까.”
“부끄럽습니다.”
“기왕 부끄러운 거 일 하나만 더 해. 인근 부족들이 최근까지 전쟁을 벌였어. 다들 마교 눈치 보고 사는 처지인 건 똑같지만, 그중엔 산왕가처럼 무시 못 할 자들도 존재하지.”
갑자기 북방의 정세는 왜…….
하나 장이서가 쓸데없이 말을 꺼냈을 리는 없는 일.
홍란이 귀를 쫑긋 세우자 그의 입에서 지시가 떨어졌다.
“최근 전쟁에서 두각을 드러낸 자들이 누가 있는지 알아봐봐.”
“그 말씀은……!”
“어차피 이 안에서 백날 모아봤자 그놈이 그 새끼야. 사상부터 흉흉한 마인들이지. 그럴 거면 아예 밖에서 데려오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런 거구나. 삼공녀 쪽으로 그들의 눈을 돌리고, 밖으로 움직이실 생각인 거야.
역시 주인님은…….
“오늘은 늦었으니까 그만 가 봐. 조만간 다시 얘기하지.”
“예!”
홍란이 일어서며 다소곳이 인사를 올렸다. 이에 장이서가 손을 들어 답하자 그녀는 단아한 걸음으로 길을 나섰다.
그리고 홀로 남겨진 장이서는 창문을 텅 열곤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불리한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은 없어. 그럴 땐 판을 직접 짜는 수밖에.”
어차피 상대의 수를 읽어낼 수 없다면, 차라리 이쪽에서 수를 정하여 유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장이서가 내린 계책.
“천무기. 이제 어찌할 테냐. 내 초대에 응할 것이냐.”
달빛 아래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그의 미소가 자욱이 번지는 밤이었다.
* * *
며칠 후.
장이서의 의도대로 천산이 크게 들썩였다.
객잔이며, 벽이며 할 거 없이 사방 곳곳에 붙은 방이 그 이유였다.
“자네들 봤는가? 이번에 삼공녀께서 사람을 모으는데, 조건이 아주 좋더구먼.”
“봤네. 달에 은자만 닷 냥을 준다던데. 거짓말 아닌가?”
“거짓말은 무슨. 내 야장한테 듣기로 지금 삼공녀님 앞으로 최고급 병장기들 주문이 싹 다 잡혔다던데.”
“세상에. 그럼 맞네!”
그저 동네 한 바퀴만 걸어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형님! 얘기 들으셨습니까? 마오 이 새끼가 세력을 꾸린다는데요?!”
“크큭…… 하하하하! 그게 가능하면 손을 장에 지져주마.”
목발을 짚고 마가로 달려온 마진구와 이를 듣고 광소를 터트린 마이신도.
“장 보좌…… 대단해!”
주마지 언덕에 앉아 쓸쓸히 풀을 뜯고 있던 맹휘도.
그 누구 하나 모를 수 없게 일파만파로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당연히 대공자 천무기가 거주하는 일소궁이 자리한 마을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을 가져오거라.”
흑색 피풍의 속에 얼굴까지 붕대로 휘감은 자가 갈라지는 음색으로 중얼거렸다.
겉보기에 범상치 않아 보이는 그의 이름은 환사.
전대에는 유령마군(幽靈魔帝)이라는 별호로 잘 알려져 있었으나, 지금은 그것보다는 직책이 더 익숙했다.
일공자 보좌.
바로 대공자 천무기의 오른팔 말이다.
“가져왔습니다.”
무사 하나가 다가와 절도 있게 고이 접힌 방을 건넨다. 흑색 피풍의에 피로 새겨진 것 같은 불꽃 문양. 천무기를 따르는 일백 명의 검은 마귀, 흑화위(黑火衛)다.
“삼소궁에서 감히 이딴 짓을…….”
방을 펼쳐 살피던 유령마군의 눈에서 짙은 살광이 뿜어졌다. 이에 주변을 지나던 교인들이 식겁하며 쳐다보자.
스스슥!
흑화위가 차륜전을 펼치며 교인들에게 갈 길 가라는 듯 위압감으로 밀어낸다.
방의 내용은 기가 차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었다.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一. 삼소궁에서 일백 인의 마웅을 모집한다.
二. 오직 실력만 보고 뽑을 것이며, 최고의 대우를 약속한다.
三. 오룡당 현직인 자가 참가하면 거마비를 지급한다.
그리고 콩알처럼 자그마하게 적혀진 글귀 하나.
* 단, 소속은 칠소궁으로 한다.
최근 칠공자가 백인장의 인을 하사받았다는 건 알음알음 다 퍼진 내용. 그러니 이게 무슨 뜻이겠는가.
삼공녀와 칠공자 둘이서 작정하고 수작을 부리겠다는 얘기지.
유령마군은 방을 팍! 다시 접고는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대공자님께 돌아간다.”
*
기와부터 담벼락까지 온통 흑색으로 칠해진 커다란 장원.
심지어 복도 바닥도, 안쪽 끝의 장지문도. 모든 게 어둡기만 하다.
그나마 한 가지 특색이 있다면 그건 바로 불꽃.
호룡당이 범이었다면 이곳은 곳곳이 다 불꽃의 문양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마교에 이 같은 곳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일소궁 흑화원(黑火院).
마을에서 바로 복귀한 유령마군은 길고 좁은 복도에 흑화위가 각기 대기 중인 일곱 개의 장지문을 지나서야 그의 방에 다다랐다.
드르륵. 이내 마지막 문이 열리자, 정중앙 탁자 앞에 앉은 그의 모습이 드러났다.
긴 흑발에 흑의. 일말의 감정도 없어 보이는 차분한 눈빛.
자리에 앉아 난초를 그리는 자세마저도 일말의 흐트러짐이 없다.
마인이 득실대는 이곳에서 시문(詩文)과 서화(書畫)를 즐긴다는 게 실로 모순적이지만, 또 묘하게 어울리는 이 남자.
대공자 천무기.
바로 그였다.
보좌인 유령마군은 별말 없이 삼보 앞에서 옆으로 빠져 기둥처럼 뻣뻣하게 시립했다.
그러곤 묵묵히 기다렸다.
그가 다시 움직인 건 천무기가 난을 다 그리고 붓을 툭 내려놓은 후였다.
“무슨 일이더냐.”
고저 없이 차분한 목소리. 듣기만 해도 알겠다. 코앞에 벼락이 떨어져도 눈썹 하나 깜짝하지 않을 자다.
이는 마교 제일 기재라 불리던 유년 시절에도 그랬었다.
늘 감정이 휘몰아치는 마이신과 달리 그는 돌처럼 잠잠했다.
하여 이들 둘을 놓고 불과 물이라 지칭하던 때도 있었다.
옛날얘기다.
“삼소궁에서 교내에 이런 걸 붙여두었습니다.”
유령마군이 조심히 다가와 방을 건넸다. 이를 펼쳐 든 천무기는 산문을 읽듯 무심히 읽어내렸다.
오히려 이를 지켜보는 유령마군의 마음이 조급할 정도.
천무기는 금세 다 읽었는지 도로 건네주곤 역시나 고저 없이 평했다.
“셋째가 기특한 짓을 벌였구나. 막내가 받은 인을 제 사리사욕을 위해 쓰겠다니.”
“이건 선을 넘은 것입니다. 칠공자에게 보좌를 붙였을 때부터 의심했어야 했는데……. 송구합니다.”
“아니다. 이건 셋째를 인정해 주는 것이 옳다. 이젠 오라비들마저 속일 만큼 다 컸다는 얘기 아니겠느냐.”
설마 그래서 넘어가 주겠다는 것인가? 이런 발칙한 짓을 보고도?
아니, 그럴 리가.
유령마군의 입꼬리가 올라섰다.
전대의 대마두인 그가 모시는 천무기는 절대 그럴 인물이 아니었다.
“다 컸으니 이젠 철부지 애로만 대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는 수밖에.”
역시.
온화한 얼굴 속에 무자비함을 갖춘 냉혈의 검.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고, 만마를 휘두를 자격이 있는 유일한 자.
그것이 바로 대공자 천무기였다.
“어찌할까요.”
유령마군이 서늘한 어조로 물었다. 당장 명령만 내려주면 칠소궁이든, 삼소궁이든. 그냥 싹 다 뭉개버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리고 아마 천방지축 이공자였다면 그리 명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하나.
‘사해령. 가만히 있어도 어련히 손 봐줬을 것을. 너답지 않게 먼저 머리를 썼구나. 힘이 안 되니, 모두의 이목을 끌어 방패로 쓰겠다는 것이겠지. 누구냐. 넌 이런 얄팍한 수를 짜낼 아이가 아니다. 누구의 도움을 받은 것이냐.’
천무기는 문무를 갖춘 만능형.
이미 속에 구렁이 수십 마리를 품고 있는 자였다.
이 계략이 사해령의 머리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것까지 단번에 알아낼 만큼 말이다.
“명만 내려주신다면 사흘 안에 모조리 쓸고 오겠습니다.”
한데 그 와중에 유령마군이 음산한 기운을 드러내며 눈치 없이 말을 뱉는다.
“흐음.”
하나 천무기는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고민하는 척 침음을 뱉었다.
이는 그의 말에 혹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가 그런 사람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성정이 불같고 자나 깨나 살심이 깊은 자.
이런 자들은 저에게 맞게 바꾸는 쪽이 아니라 그냥 그런 순간이 필요할 때 쓰면 되는 거다.
물론 그렇기에 쓰일 구석은 늘 뻔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게 이번은 아니었다.
이번엔 여론이 쏠린 만큼 자신들을 대신해 전면에 나서줄 자들이 필요했다.
가령…….
“천무기이이이이이-!”
지금같이 천방지축으로 분간 못 하고 달려와 소리나 내지르는 이공자 무한성처럼 말이다.
씨익. 천무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
한편 일소궁 담장 밖에는 웬 무뢰배들이 즐비해 있었다.
분명 한 패거리인 건 알겠는데 마땅한 복식도 없고, 병장기도 제멋대로. 심지어 서 있는 자세들도 껄렁대며 가지각색인 게 불량하기 짝이 없다.
하나 이들을 단순 왈패로 치부하기엔 풍기는 분위기가 만만치 않았다.
낄낄대는 웃음 사이에서 느껴지는 섬찟한 눈빛.
하나하나가 어디 가서 한 명 보기도 힘든 독종 같은 용모.
굳이 왈패로 치겠다면 전국의 두목들만 고루 모아 놓은 느낌.
한마디로 기센 놈들.
딱 그거였다.
꼭 틀린 말도 아니었다.
오룡당에서도 사고뭉치로 통하던 백 명의 괴짜들.
이공자의 사조직인 백괴단(百怪團)이었으니 말이다.
“천무기이이이이이-!”
그리고 목청 터져라 대공자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대는 이 사자머리 사내가 바로 이공자.
패왕권제(霸王拳帝) 무한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