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93)
첩자의 마교생활-93화(93/350)
93.
#이 정도로 강했나? (1)
다른 이들은 왕우의 거대한 몸에 가려 장이서가 보이지 않았으나, 그는 분명히 보았다.
‘내 가슴에 손을 얹어? 이게 무슨 의미지? 살려달라는 항복 선언인가.’
전력을 다해 주먹을 휘갈겨도 봐줄까 말까인데 토닥여주는 수준이라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
한데 더 어이가 없는 건 그 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파직!
대뜸 마른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축뢰환(築雷丸)』
콰지지직!
“크갸갸갸갸갸!”
손바닥에서 검은 뇌구(雷球)가 맹렬히 회전하며 제 몸을 갈가리 갈아버릴 듯 번쩍였다.
퍼억!
이내 끔찍한 타음과 함께 왕우가 한참을 날아가 넝마처럼 땅에 처박힌다.
눈, 코, 입. 모든 구멍에서 탄내와 함께 미약한 연기가 뿜어져 올라온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
이를 뒤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하나 놀란 건 당사자인 장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바로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조화술을 응용한 초식인 축뢰환.
이미 천마고에서도 느꼈지만, 실제 상대에게 써 보니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
움직임도 없이 그저 기운만 움직였을 뿐이거늘, 이만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내력 소모가 큰 만큼 정말 효과가 확실했다.
‘물론 자주 썼다간 내 몸부터 거덜 나겠지만.’
“장이서!”
“어, 어떻게……?”
한편 사태를 파악한 마오와 맹원원의 얼굴엔 다시 희비가 엇갈렸다.
마오는 감격에 겨워했고, 맹원원은 둔기로 뒤통수를 세게 후려 맞은 기분이었다.
왕우가 저렇게 볼썽사납게 나가떨어진 걸 본 적이 있던가. 아니, 살아생전 본 기억이 없다.
심지어 그가 내뱉었던 비명은…….
‘크갸갸갸갸갸!’
끔찍했어…….
“너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거야?! 고작 7급귀 출신이라며. 근데 어떻게 왕우를…….”
맞다. 7급귀 방첩대 삼조장. 하지만 그냥은 아니다.
장이서는 이제 일류가 아닌 절정. 그리고 혼탁한 잡기가 아닌 천마의 지고지순한 마기. 여기에 조화술을 익혀 위력적인 절초까지 손에 넣은 고수였다.
“크으으…….”
잠깐 정신을 잃었던 왕우의 입에서 금세 신음이 뱉어졌다.
이를 본 장이서는 눈썹을 올렸다.
“그것까지 견뎌낼 줄은 몰랐는데.”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왕우.
하나 장이서 눈엔 보였다. 이미 그의 육신은 한계에 다다랐음이.
당연한 일이다.
축뢰환은 단순히 외부에서만 타격을 주는 게 아니라, 뇌기로 속까지 뒤집어놓는 참혹한 무공이니.
단지 이는 의지의 문제였다. 제 주인을 두고 먼저 쓰러질 수 없다는 충신의 결의.
‘그건 인정해 줘야겠군.’
장이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왕우 또한 상대에 관한 생각을 정정했다.
‘널 잘못 알았구나. 알을 깨지 못해 약한 게 아니라……. 알인 지금도 이미 강한 거였다. 너는 대체…….’
떨렸다. 두려움을 느꼈다.
분명 저보다 강한 자들은 많다.
보좌 중에선 가장 약한 편이었고, 후계들과 당주. 외에도 장로들과 덜 알려진 고수들까지 생각하면 셀 것도 없는 일.
하나 이토록 끝이 짐작도 되지 않는 존재는 처음이었다.
도대체 그가 어디까지.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린 명에 죽고 사는 자. 아무리 네가 강하다고 해도 난 물러설 수 없다.’
왕우가 우뚝 선다.
그리고 장이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지는 높이 사겠다.”
이윽고 뿔난 황소처럼 달려드는 왕우.
“크아아아아!”
바닥이 쿵쿵 울리고, 강풍이 몰아친다.
하지만 그래봤자 발악일 뿐.
장이서는 무심한 얼굴로 손바닥을 펼친 채 어깨를 뒤로 빼냈다.
다리는 어깨너비. 공력은 최대로.
“머, 멈춰!”
맹원원이 불길함을 느끼고 알 낳은 암탉처럼 소리친다.
하나 멈추기엔 이미 늦었다.
“크아아아아!”
왕우가 고함과 함께 장이서를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그리고 그 순간.
『철쇄장(鐵碎掌)』
빠악!
장이서의 일장이 가차 없이 그의 가슴에 처박혔다.
“꺼어어어억!”
왕우가 비명과 함께 너풀거리며 날아간다.
쿠우우웅!
이내 바닥에 거대한 지진이 일며 쓰러졌다.
“너, 너…….”
그야말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벌어졌다.
갈려버린 승패.
오공녀 보좌인 대거인 왕우가.
일백마성인 그가.
칠공자 보좌에게 당했다. 그것도 일대일 대결에서. 아무런 암수도 없이.
“말도 안 돼…….”
맹원원은 사색이 된 채 중얼거렸다. 하지만 말이 되고 말고는 그녀가 정하는 게 아니다.
장이서는 머리를 쓸어올리곤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아까 하던 얘기. 다시 시작해 볼까요?”
맹원원은 그 순간 처음으로 깨달았다.
자신이 아주 큰 잘못을 했다는 걸.
이곳에 절대 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
‘장이서, 이 자식……. x나 멋있잖아!’
한편 마오는 장이서의 당당한 모습에 넋을 잃었다.
마이신 때도 이랬을까.
그때는 기절해 있던 터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근데 아마 그랬을 것 같다. 그땐 저를 위해 화도 냈었으니까.
어쨌든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이번으로 확실해졌다.
‘내 보좌…… 괜찮은데?’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타나 일백마성인 왕우를 개박살 내놓는 모습이라니.
‘근데 장이서가 원래 이 정도로 강했나?’
마오는 기뻐하면서도 고개를 갸웃했다. 잘은 몰라도 분명히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뭔들 어때. 내 편인데.’
하나 그의 단순함은 불변의 법칙. 금세 히히거리며 활짝 웃었다.
물론, 이런 마오와 달리 똑같이 이를 지켜본 취홍란은 경악을 넘어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주인님이…… 대체 얼마나 더 강해지신 거지?’
과거의 장이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물론 그때도 예상치 못한 신위를 보여주곤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류의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게다가 상황을 뒤엎은 것도 어디까지나 빛살처럼 빨랐던 비수를 사용했을 때 얘기.
한데 지금은 그런 건 일절 사용치 않고, 맨손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그것도 도검불침의 오공녀 보좌 왕우를.
‘이 정도면 마교뿐만 아니라 천하 어디에서도 주인님을 상대할 수 있는 자가 많지 않을 거야.’
이미 일백마성을 꺾었으니 마교에서 100위 안에 드는 건 당연지사.
여기에 정당한 대결이 아닌 생사를 건 싸움이라면…….
‘어쩌면 이미 당주급이라고 봐야 할지도…….’
충분히 합리적인 생각이다.
그렇게 모두에게 경악을 선사한 장이서.
그리고 그중 가장 충격을 받은 건 당연히 오공녀 맹원원이었다.
“와, 왕우! 장난 그만해! 일어나!”
누가 봐도 장난은 아니다.
이미 왕우는 흰자위만 치켜뜬 채 혼절했다. 이건 흉내 내래도 하기 힘든 일.
“나 오공녀야! 오공녀, 맹원원! 너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맹원원은 제게 다가오는 장이서를 노려보며 고함질렀다.
이미 웃던 얼굴은 사라졌고, 팽팽한 피부엔 야차처럼 주름이 가득하다.
하나.
“무사?”
장이서는 숨김없이 서슬 퍼런 살기를 쏟아냈다.
“전쟁이라는 말뜻을 크게 잘못 알고 계신 모양인데. 이제부터 현명하게. 심사숙고해서 말하는 게 좋을 것이오.”
“뭐, 뭐……? 너 지금 나한테 하대…….”
“그럼. 곧 죽을 적한테 예라도 갖추길 바랐나?”
“이이익!”
맹원원이 이를 꽉 깨문 채 잔월륜을 세게 움켜쥐었다.
아무리 왕우가 당했다고 한들, 자신은 맹가의 혈통인 오공녀다.
한낱 아무개 보좌 따위가 막 대할 사람도 아니거니와, 일신의 무공 경지가 어디 가서 우습게 보일 수준도 당연히 아니다.
한데.
어째서.
‘왜 떨리지?’
맹원원은 분통해하는 머리와 달리 간담이 서늘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
하지만 더 혼란스러운 건 지금 장이서가 풍기는 기운이 매우 낯익다는 거였다.
어디서 이를 느꼈더라.
차가운 심해 속에 빠져 죽는 듯한 오싹하고도 서늘한 공포.
그녀는 분명 알고 있었다.
‘이, 이건!’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어째서 자신의 두 다리가 덜덜 떨리고, 곧았던 두 눈이 사정없이 흔들리는지를.
‘아버지……?’
천마 진우광.
자신이 경외하고, 유일하게 따르는 부친의 냄새였다.
만마를 굴종시키는 수컷의 향.
‘도대체 너 따위가 어떻게 아버님의 기운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대로면 꼼짝없이 당할 판국.
“내가 멍청히 당하고 있을 줄 알아?”
쉬이이익!
그녀의 손에서 잔월륜이 빛살처럼 날아갔다. 이내 서걱! 끔찍한 소음을 남기고 다시 부메랑처럼 돌아와 그녀의 손에 잡힌다.
그리고.
“어……?”
마오는 제 볼에 느껴지는 뜨거운 감촉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곤 비명을 내질렀다.
“으, 으아아악! 피, 피!”
피다. 그녀의 잔월륜이 볼을 베고 지나간 것이다.
“어때. 똑똑히 봤지? 전쟁이라며. 거기서 한 걸음만 더 오면 쟤 목이 날아갈 줄 알아. 네가 더 빠를까, 아니면 내 잔월륜이 더 빠를까. 판단은 알아서 해.”
그녀가 또다시 출수할 것처럼 자세를 잡는다. 이내 내력이 흘러 들어가자 위이잉! 잔월륜의 바깥 면에 드러난 톱날이 쥐고만 있는 것임에도 맹렬한 속도로 회전했다.
그야말로 신물다운 기이함.
“이 치사한 자식아!”
마오가 분통함에 고함쳤다. 하나 이미 맹원원은 뵈는 거 없는 광인.
“시끄러워! 이번엔 네 목이야. 궁금하면 계속 까불어 보든지.”
하. 장이서는 헛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찬찬히 끄덕였다.
맹원원의 말은 일말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다.
비록 어리긴 하나 그녀 역시 절정의 벽을 넘은 마교의 후계.
이리 쉽게 무너질 리가 없지.
“조용히 뒤로 물러서. 네 주인 죽는 거 보기 싫으면.”
맹원원의 협박에 장이서가 고개를 끄덕이곤 뒤로 물러섰다.
이에 맹원원의 입가엔 활짝 미소가 피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이게 태생이 노예인 자들의 한계다. 제 주인의 목만 쥐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하찮은 것들.
이제 마오를 인질 삼아 빠져나가면 끝이다.
그런데.
“던져보든지.”
장이서에게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뱉어졌다.
“어?”
“응?”
마오와 맹원원이 동시에 얼빠진 얼굴로 되묻는 그 순간. 장이서가 대뜸 오른손을 앞으로 쭉 뻗곤 이렇게 말했다.
“던지라고.”
“이, 이게! 내가 못 던질 거 같아?”
맹원원이 소리를 빼액 질렀다. 그러곤 잡아든 륜을 뒤로 뻗었다. 위이잉! 칼날이 갈리는 소음과 함께 톱날은 더 빠르게 회전한다.
이대로 앞으로 내던지면 끝.
“야, 장이서. 이건 못 막을 거 같은데?!”
“압니다.”
“아, 알아? 알면 이런 도발은 하면 안 되는 게 맞지 않나?”
“됩니다.”
“돼? x발……?”
마오의 눈에 배신감이 가득 서린다. 하나 장이서는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싸움은 기세전.
그리고 그는 멍청하게 물러서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진짜 던진다? 칠공자 죽으면 알지? 보좌인 너도 죽는 거야!”
“그렇겠지. 근데 누가 더 빠를까.”
“뭐?”
“우리 셋 중에 가장 먼저 죽는 거 말이야.”
맹원원이 침을 꼴깍 삼키며 장이서를 힐긋 살폈다.
저를 향해 여유롭게 웃으며 손을 내밀고 있는 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