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96)
첩자의 마교생활-96화(96/350)
96.
#불문객잔 (1)
“뭐야, 여기가 불문객잔이라고? 이건 전서구 보내는 곳이잖아.”
“볼일이 있어 들른 거니 기다리십시오.”
“야, 이 씨! 빨리 찾고 가자니까? 다음에 해. 나 졸려 죽겠다고!”
눈만 봐도 알아. 하지만 뭐든 만반의 준비를 끝내놓고 움직이는 게 첩자의 기본.
구유가 정말 당주급의 고수라면 함부로 움직여서 될 일은 아니다.
게다가 광의라는 변수까지 고려하면 더더욱.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네가 내 말을 들을 리 없지. 가라, 이 자식아.”
장이서는 들은 체도 안 하고 구사방에 들어가 서신 하나를 붙이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기다리던 마오가 퉁명스레 물었다.
“누구한테 붙이는 건데?”
“그나마 믿을 만한 사람한테요.”
“그게 누군데.”
“가죠. 졸리다면서.”
“궁금하다고!”
“따라오기나 하십시오.”
“알려줘, 알려줘. 장이서!”
장이서가 무시하고 걸어가자 마오가 좌우를 왔다 갔다 거리며 총총 따라붙는다. 이제는 누가 봐도 꽤 사이가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알려주진 않는다. 그게 장이서다.
어느새 노점상이 좌우에 가득한 비좁은 골목 앞에 다다랐다. 불문객잔이 있는 곳은 저 길 끝이다.
두 사람이 골목으로 들어서자 곳곳에서 호객이 들끓었다.
죄다 중원에서는 보기 힘든 서역의 물건이다.
“자, 골라, 골라! 서역에서 직수입한 무공 비급이 하나에 두 냥, 두 개에 세 냥! 독파하면 삼 일 뒤에 부활!”
“자, 장이서! 비급이 두 냥이래. 저거 살까? 죽었다가 살아난다잖아!”
성경이다. 회개하고 싶으면 사든지. 장이서는 정신 팔린 마오를 붙잡아 끌고 나섰다.
당연한 얘기지만, 장이서는 서역어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첩자로서 수많은 언어에 능통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니.
어느새 골목을 지나치자 산왕가에서 관리하는 마을과 마교의 경계선인 중앙대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객잔 하나.
【불문객잔(不問客棧)】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곳에 대해서라면 장이서도 익히 알고 있었다. 북부의 정보통이자 돈만 있으면 모든 정보를 살 수 있는 곳.
첩자로서 이를 모른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다만 위치가 너무 공개적이라 이용해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게다가 보이는 게 다도 아니었다.
‘마교와 새외의 경계선에서 이처럼 장사를 한다는 건 양측에 연줄이 꽤 깊숙이 박혀 있다는 것이고, 그간 정보를 대놓고 사고, 팔면서도 별 탈이 없었다는 건 그만큼 버틸 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불문객잔이라는 이름으로 보이는 건 어디까지나 빙산의 일각일 공산이 크다. 만만히 볼 자들은 아니었다.
“들어가죠.”
장이서가 나오는 손님들을 지나쳐 굳은 눈매로 끼이이익,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2층까지 한눈에 담기는 실내 전경이 펼쳐진다. 대충 훑어봐도 거의 다 만석.
“음?”
이내 고개를 돌리다 보니 바로 옆 계산대에 검은 안경을 쓴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어?”
그 역시 놀란 얼굴로 장이서를 바라본다.
이곳 불문객잔의 주인인 소오다.
백오문의 소문주이자 숨겨진 신분은 우수 고객 장이서의 담당자다.
‘뭐야, 장이서 네가 왜 여길?’
까마귀 가면 없이 이렇게 맨얼굴로 만난 건 처음.
덕분에 소오는 그답지 않게 당황했다.
“어서…… 오세요?”
장이서는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 틀었다. 뭐지, 이 이상한 말투는. 끝말을 올리는 기괴한 어조. 비교적 짧은 머리. 목에 걸린 십자가. 서역의 목회자인가.
이에 소오는 절 못 알아보는 모습에 아차 싶었는지 하하하 머리를 긁적이며 괜스레 부언했다.
“아, 이거 처음 보는 얼굴들이라. 예약하고 오신 건 아닐 거고. 무슨 일로 오셨을까. 이렇게 용안도 훤히 드러내시고.”
“용안? 얼굴이 왜.”
마오가 되묻자 장이서는 별거 아니라는 듯 주변을 향해 턱짓했다. 해서 바라보니 대부분이 복면을 쓴 채 머리에 뭘 다 두르고 있었다.
“남의 뒤를 캐고 다닐 땐 제 속내를 감추는 게 기본이죠.”
“아.”
마오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하나 배웠다.
물론.
‘그 말을 장이서 네가 하니까 완전 와닿는데? 하하.’
소오는 억지로 웃음을 크게 지었다.
‘보기만큼 가벼운 자군.’
이에 장이서는 그에게 관심을 끄곤 주변을 둘러 살폈다. 딱 세 자리가 비었다. 이중 중간에 놓인 자리로 가서 앉았다.
이에 슬금슬금 뒤따라온 소오가 괜스레 손을 비비며 옆에 섰다.
본래 주인인 그가 직접 안내에 나서는 경우는 몇 없다. 하지만 그는 장이서를 잘 알고 있었다.
사도철을 일대일로 꺾을 만큼 강하다는 것.
머리가 비상할 정도로 좋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돈이 아-주 많다는 것.
마지막 세 번째가 핵심이다.
“야, 이거 마침 딱 예약이 안 된 자리를 고르셨네. 운이 좋으신 건가, 아니면 눈썰미가 좋으신 건가?”
알아서 뭐 하게. 장이서는 퉁명스레 답했다.
“들어올 때 손님이 나갔다. 그리고 정돈된 다른 자리에 비해 여기만 의자가 비틀려 나와 있더군. 그들이 앉았던 자리란 얘기겠지.”
“정확해.”
소오가 씩 웃는다. 이를 본 장이서는 묘한 기시감에 물었다.
“우리가 만난 적이 있나?”
독사 같은 눈빛에 갑작스러운 물음.
소오는 색안경을 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장이서라면 눈썹 한 올만 흔들려도 다 알아챌 놈이니.
하나 그 역시 장막에 가려진 비밀 청소부 단체 백오문의 소문주.
“처음인 것 같아 말해주자면 우리 가게 이름이 불문객잔이야. 아니 불(不), 물을 문(問). 묻지 마라. 물을 거면 돈 내라. 이런 뜻이지. 근데 우리 손님께서 먼저 답해주셨으니 나도 얘기해 줄게.”
“…….”
“만난 적 있어, 우리.”
“어디서?”
“더 물으려면 돈 내셔야지. 근데 액수가 좀 커. 내 입이 고급이라. 물론 답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우리 손님 영역이고.”
답이 별거 아니어도 값은 후하게 받겠다?
황당하다는 듯 그를 살폈다. 태연하게 웃는다. 보통은 아닌 놈이다. 좋아. 개인사는 차차 알아보도록 하고.
“장이서다. 사람을 찾으러 왔다.”
장이서가 통성명을 건네자 소오는 앞에 재빠르게 마주 앉고는 제 턱에 꽃받침을 하고선 방긋 웃었다.
“난 소오. 여기 주인.”
주인? 장이서가 오묘한 시선으로 그를 살피자 그가 이빨을 드러내며 더 활짝 웃는다. 치아는 곱다.
“여기는 손님한테 인사를 이런 식으로 하는가 보군.”
“별로야? 다 좋아하던데.”
“퍽이나.”
“보기보다 까칠하시네.”
소오가 픽 웃고는 다리를 꼰 채 몸을 뒤로 젖힌다.
탕!
그러자 성질 급한 마오가 탁상을 내리치며 본론을 던졌다.
“시끄럽고. 주인이라니 잘됐네. 며칠 전 여기 왔던 꼬마 하나 있지? 걔 지금 어딨어.”
한데 반응이 영 시원찮다. 소오는 어디서 개가 짖나 하는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불(不), 물을 문(問). 묻지 말라니까 그러시네, 거참. 근데도 굳-이. 꼭 굳-이 답을 들어야겠으면 뭐라도 대가는 치르셔야지.”
“뭐?”
듣고 싶으면 돈부터 꺼내라는 얘기. 마오가 황당하다는 듯 노려보자, 소오는 색안경의 가운데를 슥 내렸다가 한 번 마주 보곤 다시 슥 올리며 속삭였다.
“아이고 무서워라. 눈에서 불 나오겠네.”
근데 이 새끼가! 마오가 자리를 박차고 따지려는 순간, 장이서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러곤 주변을 슥 둘러보며 물었다.
“당신이 여기 주인이라고 했나.”
“그랬지. 봐봐. 다 알아, 여기.”
소오가 주변을 둘러보며 손님들에게 손 인사를 건넨다. 이에 몇몇 사람들이 마주 인사한다.
이 정도면 거짓은 아닌 모양.
그렇다면.
“천하의 불문객잔 주인이 지금 제가 대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모른다면 그건 그거대로 무능인 거고. 알고도 버릇없이 군다는 건 죽어도 할 말이 없다는 얘긴데……. 어느 쪽이지? 아, 답은 이거로 하지.”
턱! 장이서가 탁상 위에 허리춤에서 꺼낸 단도를 올렸다.
그러자 곳곳에서 은은히 지켜보던 호위들이 흠칫거리며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간다.
“아.”
그리고 소오는 색안경을 슥 내린 채 눈을 크게 깜빡였다.
“갑자기 이렇게 세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이제라도 알았으면 행실은 똑바로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장이서가 서늘하게 노려보자 소오는 입맛을 몇 번 다시더니 헛기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곤 드륵 의자를 밀어 넣더니 공손히 배 앞에 손을 가져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불문객잔의 소오입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칠공자님.”
그의 인사에 장내가 한순간에 합죽했다.
그야말로 적막 그 자체.
그때 장이서가 일어나 일언했다.
“소란 떨지 말고 하던 일 마저 하거라.”
그제야 누군가는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나 객잔을 빠져나갔고, 또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대화를 이었다.
그렇게 한차례 소동이 끝나고서야 마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새끼 내가 누군지 다 알면서 아까 나한테 돈 내놓으라고 한 거야?”
“하하, 그게 바로 서양식 인사지요. 우린 이걸 조크라고 합니다.”
“x같은 소리하고 있네.”
마오가 언성을 높이자 장이서가 진정하라는 듯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말했다시피 우리는 며칠 내 이곳에 들렀던 사람을 찾고 있다. 일을 마치면 두 배를 주지.”
탁! 은원보 하나가 탁상에 꺼내 올려졌다. 이에 소오의 눈이 반짝인다.
‘칠공자임을 밝혀 갑의 위치에 서 놓고, 바로 미끼도 던지신다? 하여튼 장이서, 저 자식. 사람 부릴 줄 안다니까.’
픽. 소오가 입꼬리를 올리곤 재빠르게 은원보를 챙겼다. 그러곤 다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어떻게. 뭐부터 알려드리면 되나.”
“어디까지 알고 있지?”
“모르는 거 빼곤 다 알지.”
“실력부터 보고 싶군.”
“보좌 장이서. 방첩대 삼조장 출신이었으나 최근 보좌로 취임하여 신분 상승. 방첩대 시절 능력 출중. 가장 컸던 일은 비룡당의 부당주 환익을 첩자로 잡아넣은 전례가 있음. 덕분에 비룡당주와는 사이가 여전히 안 좋으시고. 더 해야 하나?”
장이서가 서늘하게 노려본다. 이에 소오는 머쓱하게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충분한가 보네.
“며칠 전 이곳에 소년이 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장이서의 말에 소오는 기억을 회상하듯 눈을 올려 뜬 뒤에 말했다.
“며칠 전이라…… 왔었지. 꼬마 하나가 오긴 했지.”
“꼬마? 또 그쪽의 무능을 논해야 하나?”
장이서가 노려보자 소오가 급하게 말을 정정했다.
“라고 말하기는 그렇고. 그분. 어. 그분이라고 하자. 깐깐하네, 장 보좌. 아무튼 오셨어. 엿새 전 신시(15~17시)쯤 됐나.”
근데 왜 자꾸 반말이지. 장이서가 눈매를 꿈틀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근데 금방 갔어. 누구에 대해 좀 묻는가 싶더니 듣지도 않고 금세 사라지시데? 나도 직접 본 건 아니야. 얘기만 들었지. 그땐 좀 바빴거든.”
사라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