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of a Spy in the Demonic Cult RAW novel - Chapter (97)
첩자의 마교생활-97화(97/350)
97.
#불문객잔 (2)
마오와 장이서가 서로를 살폈다. 듣기도 전에 없어졌다니.
“어디로.”
장이서가 들어온 남문과 반대편의 북문을 번갈아 눈짓했다. 그러자 소오가 고개를 돌려 북쪽 문을 바라본다.
마교가 아닌 외지.
본교 밖으로 나가는 문이다.
“장이서…….”
“음.”
장이서와 마오의 낯빛이 흑색으로 변했다.
1급귀는 신패만 있다면 허가 없이 교내외 출입이 가능한 위치. 당연히 북문으로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나가는 순간부터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
게다가 말도 안 하고 나갔다는 건 이 안에서 뭔가를 봤다는 얘기.
그 말인즉…….
“꼬맹이가 위험하잖아.”
마오가 아연실색한 얼굴로 외쳤다. 장이서는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소오에게 따지듯 물었다.
“설마 그분이 누군지 알면서 그냥 보내진 않았을 텐데?”
그렇다. 육공자 정도라면 마교에서 1급귀에 오른 거물 중의 거물. 그의 이해 불가한 행보를 그냥 넘겼을 리 없다.
하나.
“그냥 보냈지. 안 보내면 어쩔 거야.”
“뭐?”
“저 뒷문은 나도 못 나가. 왜 계산대가 남쪽에 있겠어. 저긴 내 영역 밖이야.”
“외지인인 네가 왜?”
“왜 이래? 나도 본교 소속이야. 보면 몰라? 천마지존 만마앙복.”
툭. 소오가 탁상 위에 검은 패 하나를 꺼내 올렸다. 한 면엔 마귀가 그려져 있고, 뒤에는 삼(三)자가 적혀 있는 패.
장이서와 같은 3급귀를 상징하는 신패였다.
틀림없는 진품.
“하?”
장이서는 황당함에 눈이 커지고 헛숨을 뱉었다.
아니, 그럼 십자가 목걸이는 무엇이고, 색안경은 또 무엇인가. 누가 봐도 서역인이지 않은가.
“자란 건 서역이 맞는데, 핏줄은 중원. 뭐, 여기서 장사하려면 개종해야 한다고 그러더라고. 원래 내 아버지가 신부셨거든? 알지? 모태신앙. 근데 먹고살려면 어쩔 수 있나. 돈 앞에 장사 없는 거지. 장 보좌는 내 마음 알 거야.”
“입 닥쳐.”
“응.”
탕! 장이서가 답답함에 탁상을 내리쳤다. 그냥 사라진 거면 모르겠지만 북문이라면 분명 철마적을 쫓아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놈들은…….
‘구유는 산왕가의 오군장마저 꺾은 자. 게다가 사호정의 말에 따르면 간부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
장이서는 고심 끝에 다시 질문을 던졌다.
“다시 돌아오지 않은 건 확실해?”
“모르지. 바깥길로 들어올 수도 있고. 근데 소식은 없네.”
“그분이 물은 자들에 대해선 뭐라고 답하려 그랬지?”
철마적. 생략된 주어다.
그들에 대해서라면 소오도 이제 막 알아 가는 중이었다.
하나 한 가지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지금, 이 불문객잔 안에 그들이 있다는 것.
또한 그런 그들을 추적하기 위해 비룡당이 건물 밖 곳곳에 은신해 있다는 것.
한마디로 지금 이곳이 이제 곧 추격전이 시작될 장소라는 것이었다.
‘장이서……. 내가 지금 너라는 변수를 이 판에 끌어들이는 게 이득일까, 아니면 그냥 조용히 전부 내보내는 게 이득일까.’
한데 바로 그 순간. 턱!
탁상 위에 은원보 하나가 올려졌다.
소오가 고개를 번쩍 드니 그다.
장이서.
“고민은 이거로 끝내지.”
장이서의 말에 소오는 푸하! 웃음을 터트렸다.
하여튼, 재밌는 놈이라니까. 근데 이거 돈 때문에 알려주는 거 아니다. 네가 내 우수 고객이라 알려주는 거지.
그가 손가락을 탁 튕기며 말했다.
“그들에 대해서라면 나도 잘 몰라. 하지만 그때 그분이 딱 그들의 이름 세 글자를 꺼내자마자 저 밖으로 나가셨단 말이지.”
이름을 말하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순간 장이서의 머리가 번쩍 울리고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이에 소오는 시간을 아끼라며 제 입으로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철, 마, 적.”
그러곤 상 위에 엎드리듯이 몸을 숙이더니 검지를 제 겨드랑이 쪽에 넣어 한쪽을 가리켰다.
이에 장이서와 마오의 고개가 천천히 움직이고, 어느 한 곳에 다다른 그때.
「젠장…….」
북문 앞에 앉아 있는 네 사람과 눈이 딱 마주쳤다.
얼핏 봐도 기골이 장대하고, 복면을 썼음에도 용모가 야수처럼 강렬한 자들. 두툼한 털옷을 입은 자들이다.
저자들이……!
「흩어져!」
와당탕! 그들도 불길한 낌새를 느낀 것인지 삽시간에 상을 뒤집고 사방에 암기를 흩뿌리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으악-!
이에 마오 옆에 있던 이가 암기에 맞아 쓰러지고, 객잔은 아비규환에 빠졌다.
장이서는 바로 상을 뒤엎어 푸푹! 날아든 암기를 막아냈다.
“여기 좀 보고 계십시오!”
그러곤 상 위로 뛰어올라 그들의 뒤를 쫓았다.
“야, 장이서! 이런 젠장……. 이봐, 괜찮아?”
마오는 암기에 맞아 쓰러진 자들을 살피며 입술을 질끈 물었다. 다행히 급소는 아니다. 이를 본 소오도 한숨을 내쉬며 상황을 정리했다.
“자, 교인 분들은 남쪽, 아닌 분들은 북쪽으로 천천히 나가시오! 줄 맞춰서 천천히. 어, 거기 그쪽. 교인도 아니면서 남문으로 가면 안 되지. 거기 가면 평생 못 나온다? 자자, 이동, 이동!”
곳곳에 호위 서던 그의 수하들까지 가세하자 혼란은 금세 진정되고, 상시 대기 중이던 의원이 달려와 다친 자들을 살폈다.
그리고 소오는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는 마오의 어깨를 툭 두드리며 말했다.
“계속 여기 계실 겁니까? 따라가 보셔야죠.”
“장이서가 있으라잖아.”
“별로 말도 안 듣게 생기셨구만.”
“뭐, 인마?”
“설마 저대로 장 보좌 그냥 보내시게요? 허가서나 1급귀 동행 없이 본교 밖으로 나가면 반역죄인 건 아시죠? 그리고 아까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장 보좌 그 친구 비룡당이랑 사이 안 좋습니다.”
“그게 왜.”
“이 근처에 비룡당 애들 쫙 깔렸거든요.”
“그걸 왜 이제 말해!”
마오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를 본 소오는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냈다.
‘뭐야. 듣던 거랑 다르네. 장이서를 아끼는 건가? 망나니 칠공자가?’
정보를 사고파는 자가 칠공자를 모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 당연히 그도 마오에 대해서라면 잘 알고 있었다.
사람 알기를 우습게 알고, 무공이라곤 익힌 적도 없는 재능충.
‘장이서는 유능해. 돈이 많거든. 뒷배도 없는 놈이 몰래 그 정도 벌었으면 최상위 인재인 거다.’
소오는 백오문의 소문주이자 장이서 담당. 그간 그의 뒤처리를 하면서 추산해 본 자산은 감히 상상 불가.
한마디로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았다는 얘기.
‘근데 그런 녀석이 굳이 왜 보좌를 택한 거지? 그것도 희망도 없는 칠공자 보좌를.’
처음엔 그냥 명예욕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7급귀. 돈도 벌 만큼 벌었으니 이제는 명예 찾아가는 줄 알았다.
한데 그러기엔 너무 열심히 아닌가.
심지어 사도철까지 몰래 없애버리고.
‘만약에. 아주 만약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칠공자가 진짜 소교주라도 된다면? 장이서가 상상도 못 할 큰 판을 짜고 있는 거라면? 그럼…… 이거 대박 아니야?’
소오의 입이 벌려졌다. 냄새가 난다. 냄새가. 인생을 걸 만큼 커다란 도박판의 냄새가.
“장이서가 어디로 갔는지 알아?”
마오가 그의 상념을 깨고 다급히 질문을 던졌다.
불타오르는 눈매. 꾹 닫힌 입술.
확실하다.
칠공자, 이 꼬맹이…… 옛날의 그 망나니가 아니다.
“모르죠. 근데 알아낼 방법은 알죠.”
소오가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이에 마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가자.”
그렇게 두 사람이 북문으로 향했다.
*
한편 밖으로 나온 장이서는 삐이이이- 울려 퍼지는 호각 소리에 입술을 질끈 물었다. 허가서도 없이 본교 밖으로 나온 것이 벌써 교내 감시자들 눈에 발각된 것.
그리고 이럴 때 가장 먼저 움직이는 건 교외를 담당하는 비룡당. 장이서와 썩 좋은 인연은 아니다.
다그닥, 다그닥!
하나 멀어져 가는 말발굽 소리에 잡념은 던져버리고 주변을 살폈다.
앞서 빠져나간 놈들이다.
미리 객잔 앞에 말까지 묶어 놓은 거 보면 확실히 뒤가 구린 놈들.
더구나 각자 다른 골목으로 흩어지는 걸 보니 한두 번 연습한 솜씨도 아니었다.
치밀하게 퇴로를 확보하고 준비된 계획.
‘다 잡는 건 무리다.’
팟! 장이서가 경공을 펼쳐 3층 건물 위로 옷자락을 펄럭이며 올라섰다. 그러곤 빠르게 건물 사이로 솟아오르는 흙먼지를 훑었다. 좌측 둘, 우측 하나, 북측 하나.
하지만 좌측과 우측은 출로가 없다. 타고 갈 말까지 준비한 이들이 이를 몰랐을 리는 없을 터.
바꿔 말하면 셋은 탈출할 목적이 아니라는 얘기.
‘저놈들은 미끼!’
그렇다면 진짜는 하나. 장이서의 시선이 북측에 꽂혔다. 말을 타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맹렬한 속도로 달려 나가는 사내.
‘저쪽이 머리다!’
파파파팟! 삽시간에 판단을 내린 장이서가 그대로 자객처럼 지붕 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하나 거리가 쉽게 좁혀지진 않았다.
상대가 탄 말은 다리가 짧고, 몸집이 작은 북방의 조랑말. 겉보기엔 빈약해 보이지만 근본이 추운 지방의 야생마이고, 기동성과 회전력이 좋아 후퇴 전술에 유리했다.
게다가.
‘본래 북방 일족의 말 타는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한데 저자는 그중에서도 평균을 훨씬 더 상회한다.’
골목에서 방향을 튕기듯이 회전하며 빠져나가는 솜씨는 누가 봐도 기마술을 제대로 배운 자.
이대로면 놓치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그럴 순 없지.’
장이서가 의기를 다진 그 순간. 파지직! 달려가던 몸에서 검은 뇌기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뇌전법(雷轉法)』
장거리면 모를까, 단거리라면 충분하다.
빛보다 빠른 건 없으니까.
콰아앙! 단숨에 한계까지 끌어올리자 폭발하듯 전신에 내기가 가득 휘몰아친다.
벌써 대주천이 끝난 것.
그리고 팍-!
그가 서 있던 자리의 기와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며 그의 신형이 벼락처럼 사라졌다.
*
「쳇! 불문객잔도 이제 끝인 건가.」
한편 회색 조랑말을 타고 도주 중이던 사내는 휑한 뒤를 돌아보며 안도의 숨을 뱉었다.
분명 피부색은 중원 쪽인데 이목구비와 눈썹이 부리부리한 게 서역인을 닮았다.
그의 이름은 과평.
모두가 그토록 찾고 있는 철마적의 간부이자, 지난번 사호정과 거래를 트기로 약속이 되어 있던 장본인이었다.
그리고 그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략 흘러가는 분위기 정도는 읽고 있었다.
도살방이 당했고, 마교에서 자신들을 추적하는 움직임이 생겼다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거래처를 물색 중이었다.
한데 믿었던 불문객잔 주인이 대놓고 입을 열어버릴 줄이야.
「비겁한 족속들. 우선 이곳을 빠져나가 대장에게 간다.」
과평이 미간을 와락 일그러트린 채 더 거세게 말을 몰았다.
그리고 마침내 초원으로 이어지는 길목이 보이는 그 순간.
히이이잉!
「컥?!」
일순 말이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중심을 잃고는 와당탕 먼지바람과 함께 나뒹굴었다.
극심한 통증에 몸부림치던 과평은 이빨을 꽉 물곤 재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신이 타고 온 말을 일으키려고 손을 댄 그 순간.
「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