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103)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103화(103/212)
103
게임 던전앤파이터는 크게 두 가지 타입의 게임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말 그대로 [던전]에 도전하여 보스를 처치하는 것.
솔로 플레이든, 파티 플레이든 또는 공격대 규모 이상의 레이드가 되었든, 스토리상 중요한 적이든, 그렇지 않은 적이든 네오플 측에서 만든 해당 던전의 보스를 저지하거나 토벌하는 게 목표가 된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 곧 이러한 플레이의 일환이라 할 수 있으며, 비단 던전앤파이터 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RPG 게임의 플레이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의 또 하나, 게임 던전앤파이터에는 즐길 거리가 있었으니 그것은 [결투장]이다.
유저와 유저 간의 대결.
직업과 직업 간의 격돌.
무엇보다 결투장 특유의 보정 시스템이 존재 덕분에, 낮은 레벨과 저등급 아이템을 착용한 유저라도 높은 레벨, 고등급 아이템을 착용한 유저와 상대할 수 있다.
그러한 결투장 전용 밸런스를 위해 던전 플레이와는 또 다른 대미지 계수 시스템, 쿨타임, 스킬 자체의 범위 등의 판정 효과까지 별도로 적용하고 있을 정도다.
2D 횡스크롤 방식이 특징인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유저와 유저 간의 대결이란, 과거 오락실의 대전액션 게임처럼 X축과 Y축의 미세한 움직임을 컨트롤하며 심리전과 콤보 시스템 등을 극한까지 수행할 수 있는 또 다른 재미 요소인 것!
이렇듯 [던전]과 [결투장], 크게 두 가지의 형태가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메인 컨텐츠라고 볼 수 있으나…….
“어떻게 싸우자를…… 비비 씨! 혹시 뭐 눌렀어요? 시스템 창 같은 거 떴어요?”
“이, 잉? 아뇨, 아뇨! 아무것도-. 정말로!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 둘만 있는 게 아니다.
[던전]과 [결투장]과는 또 다른, 별도의 컨텐츠 요소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싸우자!]다.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은 [던전]에서 이루어진다.
유저와 유저가 싸우는 것은 [결투장]에서 이루어진다.
어느 쪽이든 컨텐츠를 위해 준비된 개별 맵이 존재하며, 해당 구역에 진입한 유저들의 합의 하에 이루어지는 게 기본이다.
그렇다면 [싸우자!]는?
첫 번째 특징이라면, 그것이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마을 맵’이라 할 수 있는 안전 구역에서도 가능하다는 것.
NPC들이 상업활동을 하고, 유저들이 지나다니는 평화 구역에서 그대로 실시된다.
마을에서 유저와 유저 간의 대결이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특이한 형태이니만큼, 당연히 마구잡이로 성립되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대전의 성립이란, [결투장]과는 다른 [싸우자!]만의 방식으로 실력을 겨뤄보려는 유저와 유저 간의 합의가 기본이 되어야 하는 법.
“아직도 유저 감각을 못 버렸군, 진성.”
“……뭐?”
“싸우자를 걸고…… 요청을 받은 파티장이 해당 요청을 수락해야만 성립되는 현재의 시스템, 유저들이 겪는 시스템이 우리들에게 적용될 거라 생각하나?”
일반적으로는 그랬어야 했다.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플레이하는 유저에게는 그러한 방식이 적용되어야 했다.
그러나 빙의자들에게 과연 그런 시스템적 규칙이 통할 것인가.
아행의 말을 들은 비비는 날뛰었다.
불합리함에 초점을 맞추며, 그런 일이 아라드에서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말도 안 돼요! 그럴 수는 없잖아! 그쵸, 진상 님? 아, 아무리 그래도! 마구잡이로 사람에게 시비를 걸고 죽이려고 하는- PK? 그런 불합리한 게 어딨어! 무차별 PK는 던파에 원래 없는 건데, 우리가 빙의되었다고 해서 그런 걸 마구잡이로-.”
“있어요. 아니, 있었어요. 옛날에.”
그런 그녀의 반박을 끊은 건 진성이었다.
그는 알고 있었으니까.
지금의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싸우자!]는 상호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마을에서의 PvP다. 그러나…….
“역시 알고 있군. 하긴, 내가 아는 게임 경력이 맞다면 ‘천계몬’ 사건이 터지던 시절에도 던파 유저였을 테니.”
과거의 던전앤파이터 [싸우자!]는 말 그대로 무차별적 PK였다.
거부 권한 따위 없이 상대의 도전을 무조건 받아들여야만 하는 시스템.
그렇다면 이기면 되지 않느냐?
나에게 시비를 걸어온 상대에게 훌륭한 반격을 통해 오히려 건방진 대상을 ‘참교육’시켜주면 되지 않느냐?
툭, 툭, 툭……..
아행은 자신의 발치로 빈 병을 버리는 중이었다.
그가 순식간에 들이킨 포션 병들이었다.
각각 , , 라는 건 진성의 곁눈질만으로도 알 수 있는 일.
[결투장]과 [싸우자!]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것이었다.“그러니 알고 있겠지? 여기선 레벨도, 아이템도…… 전부 ‘그대로’ 간다는 거. 네가 이길 확률은 0%다!”
과거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인기 있었고, 그 인기만큼 악명 높았던 시스템, 무차별적 [싸우자!]가 시작되었다.
* * *
화르르륵……!
무기에 화火속성을 부여하는 의 효과 때문일까.
표면에 불이 붙은 도깨비 방망이를 든 아행이 쇄도했다.
“이런-.”
진성 또한 을 곧장 가동시키며 그를 막으려 했으나 잠시 움찔한 게 전부였다.
자신을 향해 달려들어 일격을 가하리라 생각했던 아행은 어느새 몸을 돌려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
“우선 옵티부터 끝내고 보자고!”
“꺄, 꺅!? 진상 님!”
[싸우자!]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바로 이것이다.설령 팀전을 치르더라도 1:1의 전투가 기본이 되는 [결투장]과 달리 [싸우자!]는 불균등한 인원 배분 상황에서도 그대로 진행이 된다는 것.
그것도 1:2, 2:3, 심지어 1:4 상황에서도 그 모든 캐릭터들이 같은 전장에서 동시에 전투를 치르게 되니, 과거 상대방의 동의 없는 ‘무차별 싸우자’가 허용될 당시의 분위기가 얼마나 살벌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비비 씨! 당황하지 말고, 스킬! 스킬부터!”
진성은 곧장 비비를 향해 외쳤다.
그러나 [싸우자!]는 현재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선 거의 사용되지 않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진성도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무슨 스킬요? 지금 쿨타임 때문에-.”
“……선쿨? 제길, 그럼 슬라이딩으로! 피하세요!”
요즘은 [싸우자!]가 시작되면 모든 스킬들이 쿨타임이 적용된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싸움이 개시되자마자 스킬 난사로 엉망이 되는 걸 예방키 위해 적용된 시스템으로 인해 [싸우자!] 시작 직후에는 일반 공격이나 쿨타임이 매우 짧은 몇몇 스킬들을 제외하면 당분간 움직임을 이용한 심리전 정도를 진행할 뿐이다.
비비가 아무리 전투에 익숙해졌다 하더라도 그것은 일반적인 몬스터, 적을 상대할 때의 이야기이다.
하물며 마음껏 스킬을 쓸 수 있는 상황에서 겨우 적응을 했을 뿐이다.
“오지 마, 오지 마!”
상대가 사람이라면.
심지어 평범한 유저도 아니고 빙의자라면.
안경까지 비뚤게 쓴 채 허겁지겁 도망가는 비비의 모습은 어떤 의미로는 당연한 것이었다.
“어딜 도망가! 눈치도 없는 게!”
아행은 들고 있던 무구를 한껏 뒤로 젖혔다.
물리 공격력 1034
마법 공격력 893
독립 공격력 572
힘 97
.
.
피해 증가 2773
스킬 공격력 45% 증가
레벨 제한 75의 에픽 등급 아이템.
현재 진성이 착용한 보다 단순 수치만으로도 30% 이상 높은 공격력을 지니고 있다.
“다행으로 알라고! 스킬로 후려치면 한 방에 죽을 수도 있는 걸-.”
게다가 무서운 점은 옵션이다.
해당 아이템의 옵션 중 하나는 ‘스킬 공격력 45% 증가’.
생긴 것만 도깨비 방망이 같은 게 아니라, 실제 스킬로 대상을 공격한다면, 맞는 입장에선 말 그대로 도깨비 방망이에 얻어맞은 느낌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효과를 보여줄 수도 있는 것!
대쉬와 공격을 섞은 거너 직업군 특유의 슬라이딩을 활용하여 비비는 재빠르게 피하고 있었으나 아행의 속도 또한 만만치 않았다.
어느새 비비의 뒤까지 쫓은 그가 무기를 휘두른다면 무지막지한 도깨비 방망이가 비비의 등을 강하게 타격하게 될 터.
부우우웅──────…….
“-일반 공격으로 혼만 내주는 거니까…… 아아아!?”
묵직한 파공음에 더하여 비비를 향한 경고성 발언을 이어가던 아행의 말꼬리가 이상해졌다.
“무슨-.”
그것만이 아니었다.
비비와 자신의 거리가 어느새 멀어져 있었다.
비비가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았을뿐더러 자신은 최선을 다해 달리고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거리가 벌어졌다?
‘공중에 뜬 상태? 내가? 내 몸이?’
심지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몸이 붕 뜬 채 순식간에 뒤로 빨려들어가는 이 느낌이라면……?!
아행은 마른침을 삼켰다.
갑작스레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진성의 모습 때문에.
“후우, 오랜만에 해서 타이밍이 헷갈렸는데 먹히긴 먹히는구나……. 빙의되어있는데도 말이지.”
아행이 각종 도핑용 포션을 마시고 비비를 향해 뛸 때.
진성이라고 그저 가만히 있었을 리는 없는 법이다.
“너, 너 이거 설마-.”
아행의 머릿속에서도 이미 그림은 그려졌다.
진성이 순간이동처럼 갑자기 덜컥 등장한 게 아니다.
빠르게 움직일 순 있어도 전투 중 텔레포트와 같은 행동을, 하물며 다크나이트가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나다.
비비를 쫓던 자신이 강제로 진성의 앞으로 ‘끌려오게 되었다’는 점.
아행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버서커를 보며, 다크나이트의 입꼬리는 스르륵, 올라간 상태였다.
“역시 알고 있네? 발도 끌잡.”
달려가던 아행을 순식간에 진성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기는 기술이자 [결투장]이나 [싸우자!]처럼 오직 유저 대 유저 간의 전투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버그성 플레이.
아행이 허공에 떠서 진성의 앞으로 끌려오기까지는 말 그대로 순식간이다.
둘의 대화 또한 마찬가지였다.
“미친-.”
“아, 가장 완벽한 귀검사 기준으로는 에 이은-. !”
“끄아아아앗-!”
진성은 그대로 을 내리 베었다.
과 같은 스킬로 생성된 회오리 기운이 아행의 몸을 찢을 듯 타격했다.
무기에 의한 직접 타격 및 스킬에 의한 추가 타격까지.
아행은 분명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나 진성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죽을 리 없지. 어쨌든 HP라는 개념이 적용되는 이상, 겨우 발도 끌잡 한 방에 죽을 리는 없다. 그리고 놈도 그걸 잘 알고 있을 테니…….’
아행이 진성 자신의 방어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진성 자신도 아행이 어떤 방어구를 입고 있는지 알 수는 없다.
결국 방어력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공격들이 그의 신체에 100% 대미지는 줄 수 없다.
진성의 예상처럼 허공에서부터 튕겨져 나간 아행은 곧 일어서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끌잡 따위의 잡기雜技라고 해봐야 어차피 영원히 할 수는 없겠지.”
더욱 강력하게 움켜쥔 를 치켜들며 그는 이를 갈았다.
진성도 마찬가지였다.
키이이이이잉───────!
맹렬하게 돌고 있는 무구를 앞세우며 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럴 거야. 영원히 막을 수는 없지. 하지만 비비 씨의 쿨도 곧 다 돌아올 거라고?”
“그렇게 놔둘 것 같은가?! 비비 정도는 한 방만 후려쳐도 울며불며 도망-.”
“아니. 못 후려쳐, 당신은.”
“-뭐……?”
“아행 씨. 내 기억이 맞다면 당신은 결투장 거의 안 했을 텐데, 그치? 근데 문자단 출신인 나를 막을 수 있겠어?”
“문자단? 네, 네가? 결투장으로는 유명하지 않았을 텐데?”
“맞아. 결장 시즌 4였나, 시즌 5였나 옛날 이야기이긴 하지. 게다가 다크나이트로는 명인까지밖에 못 가긴 했어도…… 귀검사 짬밥이 있지. 한때 검신으로-.”
진성의 말을 듣던 아행의 눈이 휘둥그레질 무렵, 진성은 이미 그의 코앞까지 쇄도한 상태였다.
“헛?!”
조금 전까지의 대화, 굳이 시간을 끄는 대화, 그런 것을 어째서 하고 있었던가.
사냥용 콤보가 아니라 결투장용 콤보를 세팅하기 위해서.
“-소패왕까지는 찍어봤었던 사람이라고.”
한때 게임 던전앤파이터 전체 서버 기준 결투장 최고 랭킹 48위 이내.
[소패왕] 출신 진성이 본격적으로 콤보를 넣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