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110)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110화(11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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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순수하게힐준다 : 그쵸? 길원분들이 봐도 이상하죠?순수는 채팅을 친 채 기다렸다.
지금까지 자신이 느꼈던 위화감과 자신의 생각을 고스란히 정리한 정보의 나열 직후였다.
[길드]일단아포씀 : 누나가 그렇게 생각해서 걍 그런 것 같은데 [길드]븜미The븜미 : 븜들갑븜들갑 [길드]토토검 : 마침표 찍고 이런거 – 찍 긋고 하는건 걍 할수있긴함 ㅇㅇ 과몰입 컨셉충이면 십가능 [길드]레인저(44세) : 갈!!!!! 나를 말하는 것인가!!!! [길드]토토검 : 저 인간처럼 [길드]짜이짜이차차차 : 길마님 말씀하시는데 집중합시다 장난들치지말고그러나 순수의 말을 쉽게 믿을리 없었다.
현재 게임 던전앤파이터에 접속해있는 캐릭터다.
그러면서 유저가 아니다.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라 결론을 내야 한단 말인가.
[길드]순수하게힐준다 : 걍 채팅 말고도 다르다니까요 지금 템 다시 찍어봄 [길드]순수하게힐준다 : 아 이것도 잇다 [메카닉 지젤의 전기톱] [길드]순수하게힐준다 : 그 옆에있는 여메카는 [GT-9600 머신건] 이거임 [길드]순수하게힐준다 : 지젤톱이야 그렇다쳐도 이건 쌩짜로 사라진 템인데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님들? 레벨 64따리가?그녀가 느릿느릿 캐릭터를 움직이는 건 진성과 비비의 [캐릭터 정보]에 있는 아이템 링크를 채팅창에 넣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것까지 확인한 시점이 되자 시끌벅적했던 그녀의 길드원들도 잠시 입을 다물어야 했다.
완전히 단종된 아이템이다.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백과사전] 시스템에서도 검색이 불가능해진 아이템이다.
같은 이름에 [영혼]이라 붙은 무기 형상Skin용 아이템이면 모를까, 실사용을 하는 아이템?
[길드]일단아포씀 : 그러네 영혼 붙은 것도 아니네? [길드]순수하게힐준다 : 그래 형상용이 아니라니까 그냥 쓰고있더라니까 [길드]레인저(44세) : 메카닉 키울때 2012년인가 2013년에 먹었던 템인데 머신건 [길드]짜이짜이차차차 : 이상하긴 하네 ㄹㅇ 몇년 휴던하다 온 사람이면 모를까 [길드]일단아포씀 : 그것도 맞네요 예전에 먹었던 템인데 몇년 쉬다 왔으면 그럴 수도 있지 누나순수의 길드에 속한 유저들은 합리적으로 생각했다.
거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다음이 문제였다.
[길드]토토검 : 머임? 전기톱 저거 맞음?순수의 길드원 하나가 끼어들었다.
남자 귀검사 직업군의 웨펀마스터 직업.
통상 2차 전직 명칭인 ‘검신’으로 일컫는 직업의 유저는 말했다.
[길드]순수하게힐준다 : 뭐가요? 뭐 이상한거 또 있어요? [길드]토토검 : 내가 검신만 11캐릭 키우면서 무기 옵 다외우고 있는데 대검 웨펀 키울때 먹었던 템이랑 옵이 다름 페널티가 없는데? [길드]순수하게힐준다 : 그쵸? 다르죠? [길드]짜이짜이차차차 : 버그일수도 있긴한데 그런 버그가 잇었나? 옵션이 발동안되는 버그야 진심 많이 겪어봤어도 [길드]레인저(44세) : 흘흘,,,,옵션이 없어지는 버그가 있기는 있었드랬지 [길드]븜미The븜미 : 븜다닥 신고겨우 찾은 단서에도 동의해주지 않는 길드원들일 보며 순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곤 결국 외쳤다.
어떤 의미로는 ‘답정너’와도 같은, 단순히 정황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결론부터 내고 생각해보자는 제안이었다.
[길드]순수하게힐준다 : 아 그게 아니라니까!! 아포야 최근에 개노 업데이트 중에 뭐 없었어???? [길드]일단아포씀 : 개노? 딱히? 그냥 일반적인 업뎃이나 밸패관련 내용이었는데‘개발자 노트’는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알림 중 하나다.
공지사항에서 치러지는 일반적인 라이브 서비스 안내보다 조금 더 자세하고 세부적인 공지를 하는 기능 역시 한다.
구체적으로는 게임 내부의 편의성 개선, 밸런스, 향후 업데이트의 방향 등 인게임 상황에서 유저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정 등이 이루어졌을 때 공지하는 역할이다.
순수가 물어본 것은 그러한 ‘개발자 노트’에 특별한 이야기가 없었냐는 질문이었으나 길드원 유저가 보기에는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었다는 답변.
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길드]순수하게힐준다 : 던전에서만 움직이는 APC도 아니고!! 마을에서 특정 역할만 하는 NPC도 아니고!! 그냥 말 그대로 유저 같은! 사람처럼 움직이고 사람처럼 행동하는!!이 모든 정보의 나열에서부터 그녀는 이미 생각했던, 길드원들로부터 끌어내려 했던 결론.
[길드]순수하게힐준다 : 4세대 인공지능? 어쩌면 그 이상으로 개발하고 있던 5세대 인공지능 같은 걸로 만든 봇이야. 아마 비밀리에 네오플이나 넥슨에서 테스트하고 있는 것 같아AI가 조종하는 인게임 캐릭터.
마치 유저처럼 보이게 각종 대화 같은 상호작용에 반응하며, 던전 역시 플레이하는 것처럼 보이는 캐릭터.
비비나 아행은 몰라도 진성만큼은 반드시 그러한 테스트용 봇이라는 게 바로 순수가 내린 결론이었다.
[길드]일단아포씀 : 근데 실제로 봇이라해도 ㅋㅋ 누나가 뭐 열낼 건 업지않나? [길드]순수하게힐준다 : 아니지 공지도 없이 비밀리에 이렇게 서비스하는 건 유저들에 대한 기만이지 유저 수 많아보이게끔 부풀리는거지 [길드]레인저(44세) : 그게 그 채찍피티인가,,,먼가,,,하는 그거냐,,,,? [길드]븜미The븜미 : 채찍 피티? 렉븜 학대로 신고하는븜 [길드]레인저(44세) : 갈!!!!!!!!!!!! [길드]짜이짜이차차차 : 길마님 말씀은 존중하지만 너무 넘겨짚을 필요는 ㅇ벗는 것 같네요 [길드]일단아포씀 : 나도 차차형 말에 한표 ㄹㅇ [길드]순수하게힐준다 : 아니 그게 아니라………하…..순수는 안경닦이로 안경을 닦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입술이 삐죽거렸다.
* * *
비비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멀어져가는 순수의 뒷모습을 살폈다.
일부러 걸어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던 순수의 캐릭터가 휙, 사라지는 순간이 되어서야 그녀는 길고도 긴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푸하아아아아…… 진짜 큰일 나는 줄-.”
“비비 씨, 일단 옮깁시다. 자리. 빨리 이쪽으로 오세요.”
물론 그 시점에서 바로 안도할 진성은 아니었다.
순수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데다 이곳에서 떠드는 소리조차도 순수의 ‘채팅창’에는 어떻게 출력될 지 알 수 없으니, 최소한의 위험 요소라도 주의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해상열차의 정거장 인근의 골목으로 들어가 도로를 따라 걷기도 잠시, 방사형으로 도로가 뻗은 루프트하펜 지역의 중앙 광장 비슷한 공간까지 도달해 ‘루프트하펜에 존재하지 않는 천계인들’, 즉, NPC가 아니라 실제 천계에 사는 주민들을 확인하고 나서야 두 사람은 겨우 안도할 수 있었다.
“진성 님, 진짜 연기 대박이던데요! 연기자인 줄?”
“놀리지 말아요. 안 그래도 뭔가…… 너무 무난하게 일이 풀려서 좀 찝찝할 정도니까.”
“왜요! 그 세라핌 얼굴이 아주 활~짝 핀 게. 웃음이 가득하던데. 진성 님이랑 대화하느라 아행 님에 대한 것도 전부 다 잊은 모습이었고-.”
“그것도 문제라고요.”
“-잉?”
비비는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진성은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평소 순수의 성향을 생각하자면. 지금까지 순수가 진성 자신에게 해왔던 태도와 내비쳤던 의문들을 고려하면.
‘이렇게까지 한마디도 안 하고 넘어갈 리가 없는데. 게다가…… 비비는 순수가 웃고 있다고, 표정이 좋다고 말했지만 그건 처음 한순간뿐이었어.’
험악한 표정에서 갑작스레 미소를 머금어 환해 보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순수가 접속했던 캐릭터, 여자 프리스트 직업군의 세라핌 직업의 이미지 자체가 워낙 멋들어지기에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지 않은가.
진성이 이러한 걱정을 하는 합당한 이유도 있었다.
‘입꼬리는 올라가 자연스러운 미소처럼 보였지만… 눈매도 분명 웃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 있는 눈동자가! 눈빛이!’
키읔을 남발하며 말한 탓에 분명 웃는 느낌처럼 보였지만 순수의 눈은 어떠했던가.
진성 자신에게서 더 이상 필요한 게 없냐 묻곤 가차 없이 뒤를 돌아버리는 세라핌의 눈빛이 어땠는가.
‘설마 나를 빙의된 사람이라고 여기진 않을 거야. 그냥 뭐, 버그 같은 게 있는? 이상하게 단종템 드랍율이 높은? 유저 정도라고 생각하려나.’
플레인:아라드에 빙의된 사람이라는 발상을 함부로 떠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비상식적인 생각을 하느니 그냥 이상한 유저 정도의 취급이지 않을까, 하는 정도가 진성의 생각이었다.
순수와 그녀의 길드원들이 진성 자신을 ‘인공지능이 탑재된 최첨단 봇’이라 생각할 것이라고는 진성 스스로도 예상치 못하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렇다고 미리 걱정할 게 뭐 있어요! 문제가 될 때 생각하면 되는 건데.”
고민하던 진성의 등을 팡, 때리며 비비는 말했다.
그것을 위로라고 해야 할지.
진성은 헛웃음을 흘리며 반응했다.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비비 씨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것은 아직까지도 진성 자신이 비비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이기도 했다.
“잉? 잘 알죠! 이래 봬도 진상 님보다 먼저 빙의된 사람이라고요? 공돌이들의 법칙! ‘일단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으면 건들지 말고 냅둬라.’ 몰라요?”
“……아?”
그녀라고 위기가 없었을까.
벌써 3년을 꽉 채워가는 비비의 빙의 생활에서 유저들에게 들킬 위험이 단 한 번도 없었을까.
심지어 진성 자신보다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전반적 흐름을 훨씬 더 모르는 그녀에게는, 어떤 의미로 위기를 위기인지도 모르고 넘어간 순간 또한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 모든 상황에서 언제나 가시 돋친 듯 주변을 경계하고 의심할 수도 있었건만 비비는 달랐다 뜻이다.
“일단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으면 건들지 마라…….”
[클클클…… 확실히 ‘알에서 깨고 나온 자’는 다른 것인가.]설령 과거에는 그랬을지언정, 빙의된 초반에는 그랬을지언정 지금은 다르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진성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머금어질 무렵, 비비는 자신의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그럼요. 코딩에서만 나오는 얘기가 아니라니까. 진성 님이라면 걱정 없어요.”
진성은 환한 웃음을 짓는 그녀를 보았다.
비비는 진성의 시선을 받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제가 있잖아요?”
천진난만이라 해야할지, 예측불허라 해야할지.
너무나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비비의 태도에 진성은 약간의 허탈감마저 느낄 정도였다.
“……그 말만 안 했으면 좀 위로가 될 법도 했는데 말이죠.”
“잉? 가, 갑자기 무슨? 제가 있으니까 당연히 좋아야지! 앞으로도 같이 다니면서-.”
“앞으로 같이 다닌다라…… 뭐…… 있던 긴장감도 다 사라지는 느낌이긴 하지만. 일단 해상열차까지는 가보죠.”
“-자, 잠깐만요. 그러면? 그다음은? 같이 안 다닐 거예요?”
“갑시다. 비비 씨 표정 보니까 나도 그냥 내 계획이나 딱 짜면 되겠어.”
진성은 다시금 루프트하펜의 해상열차 정차역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재빨리 발걸음을 옮기는 진성의 곁을, 비비는 깡총깡총 뛰며 쫓았다.
“대답해요, 진상 님! 나는? 나랑은?!”
“음, 음, 아행 그 인간 덕분에 어쨌든 알아낸 게 있으니……. 일단 유령열차에서 그 템 먹고, 그 다음 무법지대에서…….”
진성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며 자신의 계획을 다듬었다.
위기라면 위기일 수 있겠으나 그보다 더 큰 이득이라면 역시나 하나였다.
유저일 때는 결코 쓸 수 없었고, 알 수도 없었던 아이템의 활용 방식.
오직 빙의된 자만이 쓸 수 있는, 아이템에 잠재된 또 다른 힘을 끌어오는 것.
‘단순히 성능 좋은 아이템이 아니라 누군가 썼다거나, 누군가의 상징이라거나 하는…… 그 아이템의 기원이나 모델이 있을 때 더욱 증폭되는 셈이라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염 요소를 찾아 제거하는 것 외에도 진성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수백, 수천 갈래의 가능성을 탐해보던 진성의 머릿속에서 정리된 것은 한 가지의 길이었다.
그것은 동시에 아행이 보여주었던 아이템에서부터 얻은 단서이기도 했다.
‘가보자. 그곳으로. 아마 지금의 유저들은 못 갈 수도 있지만 나는 갈 수 있을 거야.’
아행은 이라는 장비를 사용했다.
신검 양얼과 관련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장소는?
또한 그곳에 있는 인물은?!
‘절망의 탑으로. 솔도로스를 만나봐야겠어.’
진성은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