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114)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114화(114/212)
114
진성 자신이 저격수의 시선을 끄는 사이, 비비는 ‘모험가’로서 원래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흐름을 이어 나간다는 플랜.
분명 계획만으로는 훌륭하다고 할 수 있으나 그것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취해야 할 행동이 있었다.
“타꼬, 어때? 보여?”
“꼬, 꼬르르륵…….”
[클클, 보일 리가 있겠나. 멍청한 짓이지.]“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로터스라 하면 원래 눈이 많으니까 잘 볼 수 있을 수도 있고.”
[……대단한 발상이로군. 크크크, 크큭큭큭큭.]“아잇, 웃지 말고! 크흠, 타꼬, 어때? 잘 한번 봐봐.”
“꼬르르르…….”
그저 미끼처럼 구는 움직임만으로는 저격수의 시선을 계속 끌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카르텔 소속의 저격수, 이리가레라면 황도군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젤딘을 최중요 요인으로 판단하겠지. 심지어 젤딘이 움직인 쪽이 인원도 훨씬 다수니까.’
지벤 황국군과 그들을 이끄는 젤딘.
데 로스 제국군과 그들을 이끄는 반.
그리고 비비까지.
아직 ‘모험가’ 비비의 위명이 서부 무법지대에 퍼지지 않았다 해도 저격수의 입장에서 판단하기는 매우 쉬울 것이다.
단 한 사람, 누가 봐도 미끼랍시고 움직이는 진성과, 젤딘을 포함하여 그 외의 모든 인물들이 움직이는 그룹을 놓고 저울질까지 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
‘당연하겠지. 오염이 되었다고 해서 바보가 되는 게 아니야. 로터스만 해도 오염이 된 시점에 오히려 더욱 강력한 능력을 발휘했었다. 이리가레의 저격 거리가 말도 안 되게 늘어난 것 역시 그러한 이유라 추측한다면…….’
즉, 이리가레가 저울질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진성 한 명이 젤딘을 포함한 나머지 모든 인원을 노리는 것보다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결국 단순한 미끼가 아니다.
“후우…… 그럼 어떻게 접근하지? 무슨 수를 써야 하지?”
이리가레에게 다가가야 한다.
저격수가 공포를 느끼게끔 해야 한다.
진성 자신이 ‘미끼’가 아니라 ‘저격수를 격퇴하러 나온 별동대’가 되어줘야만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단순 이동기는 이제 안 통할 가능성이 높아. 와 의 속도나 움직일 수 있는 거리 같은 건 이미 저쪽이 다 파악했다.’
따라서 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진성은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흑구와 타꼬까지 있어 준 덕분에 적의 공격이 가해지는 ‘방향’만큼은 파악이 가능했다는 점.
탄환이 날아오는 방향, 진성 자신이 움직인 동선 또는 엄폐물이 파괴되며 그 파편이 튀어나가는 방면의 ‘반대쪽’이 되리라는 건 뻔한 추측이었으니까.
아직 거리는 알 수 없으나 방향을 안 것만으로도 훌륭한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조금 전에 당한 공격만 아니었다면.
‘그 타이밍에 터진 콤보가 였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당했어. 짤무적으로 버티지 않았으면 몸에 빵꾸가 났을 거야.’
진성이 저격수가 어느 방향에 있는지 대략적으로 판단한 순간 저격수 또한 진성의 이동 패턴을 파악했다는 게 문제였다.
더 이상은 두 개의 이동기만으로 움직이기가 힘들어 와같은 짧은 거리의 이동기까지 써가며 눈속임을 해보려 했으나 저격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은타이밍에 진성 자신이 피격되었다는 것.
‘젠장, 게다가 그 이후에는 이동기도 없어서 로 사실상 빤스런을 해야만 했으니…….’
짤무적으로 피격당하고 무적기로 회피했다.
결국 이런 스킬들을 진성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까지 이리가레는 파악하였을 테고, 앞으로 공격은 더욱 매섭고 날카롭게 진성 자신이 무적 아닌 타이밍만을 맞춰 가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나 열심히 은, 엄폐를 하며 스킬을 사용해봐야 지금까지 움직인 거리는 1km를 조금 넘는 수준. 여전히 탄환은 소리보다 빠르게 도착하고 있으니 결국 지금까지 해온 일을 반복하는 정도로는 저격수에게 도달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크크크, 재미있군. 마계에서도 보지 못한 초 장거리 공격을 회피하며 놈을 내쫓는다라…….]“재미……? 그래,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이런 경험을 언제 해보겠냐고. 소리보다 더 빠르게, 음속보다 더 빠르게 공격이 날아오고 있으니, 원……. 흑구, 너도 이런 위협은 느껴본 적이 없을 거 아냐.”
그 와중에도 흥미를 가진 흑구의 발언이 괘씸하게만 들리지 않는 건 무엇 때문일까.
이런 경험마저도 즐길 수 있는 흑구가 새삼 기특하면서도 부러워진 진성은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그러나 그것은 흑구, 정확히는 그의 본체 ‘디레지에’를 가벼이 여긴 말이기도 했다.
[소리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공격하는 놈이 마계에 없었을 것 같나.]“음? 사도들 중에 그런 공격을- 아, 프레이-이시스? 아니면 카인이나-.”
[내가 본 건 무식한 카시야스 녀석이었지. 놈이 날뛰어 파괴된 이후부터 울리는 굉음…… 크크크, 마계의 놈들이 허겁지겁 도망가는 모습을 보는 건 나에게 있어 즐거움이었다. 물론 그런 카시야스 녀석조차 내 영역에 발을 딛지도 못한 채 무서워서 꼬리를 내렸지만 말이지. 클클클클.]흑구는 음습한 웃음을 이어 나갔다.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역시 진성에게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밖에 없었다.
“무서워서…… 더러워서…….”
[뭐라고.]“아니, 아냐. 아무것도. 크흠, 어쨌든…… 하긴, 카시야스도 만만하게 볼 사도가 아니지.”
그러다 문득, 진성은 떠올렸다.
제4사도, 정복자 카시야스.
그가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장면들.
그리고 활약까지.
“그래, 차라리 그렇게 가야겠어. 오히려 정해진 움직임이야말로 저쪽에서 더 읽기 쉽다면…….”
진성은 [인벤토리]를 뒤적거렸다.
상대가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천계인으로서는 적응하기 힘든 방법으로.
진성은 작은 병을 움켜쥐었다.
천계에서는 그 존재 자체도 모르겠으나 아라드 대륙에서는 제법 흔하게 사용되는 방법.
퐁, 진성은 의 마개를 열었다.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다.”
벌컥, 벌컥, 포션을 들이킨 진성의 모습은 앞이 아니라 ‘조금 전 지나친 건물’의 뒤에서부터 나타났다.
* * *
천계에는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더 정확하게는 바칼의 지배 시절 모든 마법의 사용을 금한 이후 마법과 관련된 정보와 지식이 소실되었고, 마법을 다룰 수 있는 재능과 천성의 소지자조차 그 핏줄을 이어나갈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천계에 있어 마법이란 인간이 사용한다는 개념보다는 천계를 지배했던 바칼과 그 용족이 사용하던, 이해할 수 없는 기술 정도로 인식되는 게 보통이며, 바칼과 용족을 몰아낸 천계인들이 그러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이제 와선 전설이나 마찬가지였다.
진성이 을 연거푸 마시며 움직임을 교란시키는 것 또한 그러한 지식에 기반을 둔 작전이었다.
150m 앞에 있던 목조 건물의 벽면에서 나타나 를 시전하며 옆 건물로 몸을 숨기고.
그로부터 30m 앞에 있던 창고의 문을 열며 를 활용해 튀어나와 기둥 뒤에 몸을 숨기고.
다시금 80m 뒤에 있는 건물의 목재 벽이 파괴되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어느새 또 23m 앞에 있던 우편함의 뒤에서 나타나 를 하는 모습까지.
진성의 형체는 종잡을 수 없는 장소에서, 계산할 수 없는 거리를 뛰어넘으며,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일견 눈만 어지럽고 쓸데없어 보이는 짓거리, 라 여겨질 법도 했으나 정작 당사자인 진성은 실감하는 중이었다.
타아아앙────────……!
‘늦어. 아니, 늦은 것뿐만 아니라-.’
총성은 진성이 지나간 한참 뒤의 지면을 파헤치기만 했다.
타다앙─────────……!
이번에는 연이어 공기를 찢어내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그뿐, 한 발은 진성이 가지도 않은 목재 벽을 타격했고 또 한 발은 진성이 한참 전에 숨어있던 기둥을 부러뜨릴 듯 타격하는 게 아닌가.
‘-아예 읽어내지도 못하고 있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움직임을 완전히 읽어냈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진성은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비록 의 비축분이 거의 다 사라질 정도로 소모했으나 온갖 심리전을 하며 1km 남짓을 전진해왔던 것에 비한다면 벌써 그 이후 1.5km 이상을 훨씬 더 빠르게 움직여 온 게 아닌가.
안개도시 헤이즈를 벗어나 어느새 자연적인 지형지물에 의한 은, 엄폐밖에 할 수 없게 된 수준이 아닌가!
‘잘은 모르지만 힘들겠지! 이게 그냥 게임상에서 우클릭으로 스코프 보고, 좌클릭으로 사격하는 거랑 다를 테니까!’
플레인:아라드라지만, 상대는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아니다.
NPC로 존재하는 이리가레 역시 이 세상을 현실로 살아가는 자로서 저격을 그리 쉽게만 할 수는 없다.
‘스코프를 쓴다고 해도 영점 조절도 해야 하고! 오히려 스코프처럼 제한된 시야만 확보되었을 때는 내가 아예 다른 곳에서 휙, 튀어나왔을 때 육안으로 확인 후 총구를 움직이며 크리크 조정도 다시 할 시간도 필요할 테고! 나도 군필자라고!’
저격수에게 가장 상대하기 쉬운 것은 오히려 같은 장소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숨어만 있는 족속이라는 것을 몰랐음에도, 진성은 본능적으로 또한 감각적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
[클클,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은데.]“응, 1초? 하여튼 2초도 안 돼. 내가 잘은 모르지만 이 정도면 400m 안쪽이야. 흑구, 네가 알려준 방향대로라면…….”
진성은 로 빠르게 이동하며 예상 지점을 살폈다.
크랙 썸Crack Thump의 어림짐작식 이론이라지만 가능성이 있는 장소였다.
안개도시 헤이즈라는 도시를 기준으로 11시 방향에 있는 협곡 초입의 어딘가.
‘결전의 아르덴이니, 카르텔 사령부니 하는 던전들이 다 헤이즈의 2시 방향 우측에 위치하고 있었던 기억이 맞다면…… 일반 유저 입장에서는 아예 알 수도 없는 장소다.’
마지막 500여 미터의 오르막만 제대로 오르면 도달하게 될 것이다.
안개도시 헤이즈와 해상열차 정류장을 약 3km 거리에서부터 내려다보는 협곡의 어느 지점까지.
어차피 바위나 나무 등 숨을 장소는 제한되는 데다또한 여남은 개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으므로 진성은 승부를 걸었다.
“흑구.”
슈우우우우……!
아이템의 옵션에 존재하지 않는 능력.
그 기원 또는 원형 또는 모델이 되는 대상이 지닌 힘의 일부를 끌어오는 능력!
아직까지 이름조차 없는 빙의자들만의 방식을 진성은 활용하려 했고.
[클클클, 좋다. 나 또한 놈의 면상이 궁금하던 차이니……. 움직여라, 진성. 검은 질병의 디레지에가 허한다.]디레지에의 또 다른 자아, 흑구는 그에 응했다.
순간이었다.
진성의 온몸에서부터 스멀스멀 뻗어나온 검은 기운들이 진성의 몸을 다시금 감싼다는 느낌이 든 순간, 이미 그의 몸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다.
겉보기에는 분명 아무런 차이도 없었으나 진성만큼은 알았다.
“간다.”
─────────────!
진성의 몸이 탄환보다 빠르게 튀어 나갔다.
핏, 무언가가 지면을 치고, 탕, 총성이 사실상 곧장 따라 울렸다.
그러나 마치 검은 잔상을 흘리며 달려가는 것과 같은 진성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그 조바심과 당혹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격발이 연거푸 이어졌다.
두 발 또는 세 발을 연달아 쏜 것일까, 길게 늘어져 한 발처럼 들리는 총성이 진성의 귓가에 울렸으나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았다.
이미 진성은 자신이 목표로 했던 지점에 닿기 직전이었다.
대략 400m 전후의 거리를 좁히기까지 몇 초나 걸렸을까.
진성은 이미 을 치켜든 채 각오를 다지는 중이었다.
카르텔 소속 저격수 이리가레.
‘진짜 죽여서는 안돼. 이리가레는 어쨌든 지금 시점에서도 인간이 아닐 테고. 비비 씨와 닐스가 상대하게끔 만들어야 하니까. 나는 그저 내쫓는 정도로만 위협을 주는-……. 음?!’
마침내 협곡 위 저격장소에 도달하여 그녀의 모습을 찾으려는 순간…….
“아?”
진성은 보았다.
이리가레가 아닌 또 다른 자의 모습을.
묵직한 형태의 저격총, 빛까지 빨아들일 것 같은 흑색의 총기.
“잠, 잠깐! 멈춰봐요! 우린 싸우러 온 거 아닙니다!”
그 총기를 들고 다소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의 남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