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126)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126화(126/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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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은 무투대회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현재까지도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캐릭터를 육성할 시 반드시 거치게 되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중 하나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아마 내 레벨즈음 딱 되어서 할 거야. 쇼난 아스카가 모험가의 실력을 궁금해하는 것까지도 올바른 흐름이고. 시란을 찾을 동안 시간 낭비하면 아까우니 무투대회에나 한번 출전해보쇼~ 같은 느낌이었지.’
4인의 웨펀마스터 중 한 사람인 도刀의 시란.
모험가는 천계의 황녀를 구한 후 아라드로 내려오자마자 한 연락을 받는다.
시란이 자신을 찾고 있다고.
같은 4인의 웨펀마스터 중 한 사람인 대검의 아간조로부터 해당 소식을 전해받은 모험가는 수쥬국國으로 건너가고, 자신을 찾는다던 시란에게 향하지만 그는 자리를 비운 상태다.
‘거의 떠돌이나 다름없이…… 어떤 의미로는 부랑자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주정뱅이 아저씨를 찾는 게 쉽진 않으니까. 쇼난 아스카가 수쥬국의 왕으로서 시란을 찾아주겠다 약속하고,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그사이 무투대회에 참석해달라. 모험가 당신의 실력을 보고싶다. 여기까지야.’
가장 최근에 키웠던 캐릭터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흐름을 떠올리며 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대로라면 그런 흐름으로 갔어야 한다. 유저였다면.
‘그렇게 되면 끽해야 레벨 66, 67, 68정도의 수준에서……. 그 수준에 걸맞는 상대방들을 만나는 토너먼트 방식이 되어야만 했는데!’
지금 진성 자신이 참가해야 하는 무투대회는 진:청룡대회다.
과거에도 진:황룡대회, 진:청룡대회가 존재했으나 그 의미가 많이 달라졌음을 진성은 알고 있었다.
‘예전에는 재련의 재료인 강렬한 기운이나 지옥파티 초대장 같은 거 파밍하러 갔었지. 렙제도 꽤 높았고. 근데 그런 게 별 의미가 없어진 다음부터는 사실 가는 유저가 없어졌다.’
그럼에도 현 시점의 게임 던전앤파이터 유저들은 진:황룡대회나 진:청룡대회까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할 때 겪었던 황룡대회나 청룡대회보다 더욱 강인한 기억이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유저들은 2차 각성 퀘스트를 위해서 이곳에 오니까.’
뭇 직업군들의 1차 각성 퀘스트는 레벨 50 시점에 고통의 마을 레쉬폰에서 겪게 된다.
그다음 2차 각성 퀘스트를 진행하는 곳이 바로 여기, 수쥬국國이다.
충분히 강해진 시점의 모험가라지만 아직까지 그 경험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어떠한 벽에 부딪히게 된다.
그 고민을 바로 도刀의 시란이 올바른 방향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동시에, 그러한 힘을 다루는 자세와 태도, 각오, 나아가 힘의 증명에 대해 언급하며 진:황룡대회와 진:청룡대회의 출전 및 승리를 퀘스트 완료 조건으로 내거는 흐름이다.
‘그런 내용이야 좋아…… 던파가 괜히 스토리 게임이 아니니까. 몇몇 직업에서는 나름대로 감동 코드까지 확실해서 괜히 찡한 느낌이 들 정도이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 나한테 중요한 건 말이지!’
문제는 그러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흐름이 아니다.
진성에게 중요한 건 바로 그 퀘스트를 언제 진행하느냐에 대한 점일 테니까.
‘2차 각성은 레벨 75 때 하는 거라고! 난 아직 66렙밖에 안 됐는데!’
콰아아아아───────ㅇ!
“흐앗!”
진성은 재빨리 몸을 날렸다.
바로 그 상황에 내던져진 채 눈앞의 인물들과 대결을 해야 했으니, 머릿속으로 온갖 잡생각이 드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 * *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건가!? 국왕 전하의 추천으로 들어온 주제에!”
“젠장! 괜히 도망만 다닌 게 아니라고, 여기도 ‘선쿨’이 도니까!”
눈앞에 적이 있는데도 회피에 집중했던 이유는 결국 하나였다.
[싸우자!]와 마찬가지로 무투대회 역시 대결이 처음 시작한 직후부터 ‘무큐기’를 비롯한 주요 스킬들은 쿨타임이 돌기 시작하기 때문.즉, 기본 스킬 취급이나 받는 약한 공격이나 ‘평타’ 위주의 대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진성이 먼저 접근해봐야 불리하다는 의미였으나…….
위이이이잉────────!
진성은 <메카닉 지젤의 전기톱>을 들어올렸다.
“이제 선쿨 다 돌았다고! <모멘터리 슬래쉬>!”
그러곤 그대로 쇄도했다.
눈앞의 적을 가로지르며 그대로 ‘홀딩’하고, 당황한 상대와 달리 멈췄던 몸을 완벽한 타이밍에 다시금 움직일 수 있는 진성에게서 이어지는 콤보는 적의 실신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승자! 진성!”
심판의 목소리와 함께 무투대회를 둘러싼 수쥬인人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외부인이라 어떤 기술을 쓰는가 했더니-.”
“벌써 2승째라고! 힘내라, 힘! 더 재미있게 해달라고, 외부인!”
적어도 진성에게 있어 즐거운 점이라면 이 정도일까.
게임상에서도 승리 시 환호가 터져 나오긴 한다지만 이토록 개별적인 반응과 함성의 뜨거움까지는 느낄 수 없었으니까.
진성은 적당히 손을 들어 환호에 답해주며 선수 대기실로 들어섰다.
조금 전까지 어색하게나마 짓고 있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후우……. 아직도 두 번이나 더 싸워야 하나. 지금껏 이긴 16강, 8강에 비한다면 4강이나 결승은 더 어렵겠지.’
진:청룡대회에 참가하는 무인들은 그 스킬의 사용 패턴이나 장비의 상태가 결코 만만치 않다.
하물며 서측 8인, 동측 8인의 16강부터 시작하는 대회에서 아직 두 번째 결투밖에 치르지 않은 시점이니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나마 진성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유저’를 발견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대진표를 전부 보여주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쩝, 유저로 참여하면 원래 보여줬는데.’
선수 대기실이 띄엄띄엄 있어도 진성 자신이 배정된 동측의 인원들 안면은 얼추 다 파악한 상태였다.
그들 개개인의 이름까지 전부 다 기억나는 건 아니나, 그들의 머리 위로 닉네임이 뜨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그들 중 유저는 없다는 걸 증명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뭐, 일단 근본적으로 유저를 별로 마주친 적이 없긴 하지. 쇼난 아스카한테 시간제한 이야기 듣고 휘적휘적 주변을 돌다가 유저들을 보긴 했지만……. 다들 부캐인지, 사실상 던악귀들이었으니까.’
대부분 아바타 풀셋에 종결급 크리쳐를 끌고 다니던 유저들이었다.
진성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 중 하나인 <시간의 문> 관련 퀘스트를 할 만한 레벨대의 유저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그들과 진성 자신의 접점이 없을 테니 진:청룡대회 무투 대회에서는 오염이 없을 거라는 결론까지 다다를 수 있는 셈이었다.
‘그래도 안심하긴 이르다. 동측이야 그렇다 치지만 아직 서측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까.’
무투대회 참가 인원 중 서측에 배정된 인물들은 몇몇만을 확인한 상태다.
적어도 유저가 없다는 건 확실하지만 그래도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나올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쿠룬달 쪽 인간들이 튀어나오면 상~당히 골치 아파졌을 건데. 백명 같은 NPC의 모습이라도 보였다간…….’
쿠룬달 지역을 관리하는 NPC, 백명.
던전 지역:쿠룬산 앞에서 만날 수 있는 NPC로, 최근에는 던전 지역:쿠룬산과 관련된 퀘스트가 사실상 사장되었으므로 그러한 NPC가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유저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직은 반야가 수쥬 항마단 소속일 거야. 만약 반야가 나오게 된다면 골치가 아파지는 정도가 아니다.’
그 외에도 쿠룬달 지역에서 유저가 마주치는 또 하나의 NPC가 있으니 그가 바로 반야다.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10년 이상 플레이해 온 경험이 없더라도, 적어도 최근 5년, 6년 사이 즐겨봤던 유저라면 반드시 그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NPC, 반야.
‘비교적 최근에야 라르고가 있었다지만. 사실 삼단변신은 반야가 원조니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물론 던전과 레이드를 막론하고 유저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던 존재다.
그런 인물이 진:청룡대회 참가자랍시고 툭 튀어나온다면?
상상만으로도 진성이 몸을 부르르 떨 정도인 것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반야는 물론이고 퀘스트 상에서 등장할 법한 인물들이 튀어나오지 않는 게 다행이야. 서측 경기도 지금 막 끝났으니 다음은 다시 동측, 내 차례.’
진성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메카닉 지젤의 전기톱>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동측 2인, 서측 2인이 남은 상태로 진성 자신이 먼저 경기를 치르고 나면 이제 서측의 두 인물까지 등장하게 될 터, 그렇게 되면 이번 참가자 전원을 전부 확인하는 작업은 우선 마칠 수 있게 된다.
황룡대회와 청룡대회에 출현하는 무투인들에 대한 정보는 진성에게 대부분 입력되어 있다.
“히마리…… 흐흐, 아는 얼굴이군.”
그리고 지금 만나게 될 상대 또한 진성으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드는 이였다.
“그리고 히마리를 상대할 자는……. 수쥬인을 들뜨게 만드는 외부인, 벨 마이어 공국, 마법사 길드 소속, 진성!”
“와아아아아아-!”
“나는 이쪽의 기술이 더 기대돼!”
“좋은 투기야, 좋은 투기이고 말고!”
관람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진성은 대회장으로 나섰다.
히마리가 어떤 공격 패턴을 주로 사용하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시작하자마자 공중으로 튀어 올라서 불 붙이는 넨마스터. 주의해야 할 건 그림자.’
불의 힘에 매료된 넨 마스터, 히마리.
높이 뛰어오른 뒤 내려오며 쏟아내는 불의 분신들은 닿기만 해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심지어 그녀가 원할 때 폭발시킴으로써 상대에게 더욱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유저의 입장에선 모니터 화면 바깥까지 튀어나가버리기에 적잖이 당황스럽지만 진성이 누구인가.
‘히마리의 그림자 부분만 잘 피하면 되니까. 이 정도야 눈 감고도 하지.’
시작하자마자 맹공을 펼치는 여타 무투가들에 비한다면 오히려 초반에 시간을 벌어야 하는 진성에게 있어 더욱 수월한 상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대결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진성의 예상대로 히마리가 날아오르듯 높이 도약하고, 그녀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대회장 바닥에 불이 붙기 시작했으나 진성은 여유로웠다.
그저 [인벤토리]에서 붉은 종이 하나를 꺼내어 자신의 몸에 붙일 뿐.
[클클클…… 치사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진성.]“치사할 게 뭐 있어. 애초에 아이템 사용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허, 뜨뜻하다.”
그가 사용한 것은 칸나에게서 구입한 <파이어 참>.
앞으로 <시간의 문> 너머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경험할 그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저 수쥬국國으로 넘어왔을 리는 없었다.
“내, 내 공격이- 어째서? 화염의 넨을 활용한 내 분신의 공격을 어떻게-.”
공중에서 천천히 하강하는 히마리의 공격 패턴은 어떤 유저들에게는 짜증나기 그지없는, 피격만 당하고 가격은 할 수 없는 괴로움이겠으나 진성에겐 달랐다.
“시끄럽고 얼른 내려오쇼. 끝내게.”
위이이이잉──────……!!
오히려 히마리가 지옥의 구덩이로 서서히 빠져들어가는 느낌을 받으며 아연실색하고 있었으니까.
그다음부터는 볼 것도 없었다.
검격이랄 것도 없는 진성의 공격 두어 번에 승부는 갈렸다.
“스, 승자, 진성! 이변입니다! 외부인이 진:청룡대회의 결승에 오른 것은 얼마만인지!”
“우와아아아아앗-!”
“그럴 줄 알았다니까! 빨리 서쪽 결승자 정해!”
“붙어라, 붙어! 나와!”
심판의 역할을 하는 자와 수쥬인들의 열띤 환호가 다시금 진성을 향해 쏟아졌다.
진성은 이제 제법 적응됐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측 선수 대기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네? 잠시…… 아, 이런. 지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서측의 결승 진출자를 뽑는 시합에서는- 무투가 자르갈 3세의 기권에 따라 자연스레 부전승이 되어버렸습니다!”
“……엉? 부전승?”
그러나 그 발걸음을 곧 멈춰야만 했다.
갑작스레 쩌렁쩌렁 울린 심판의 목소리는 진성이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전승? 그런 개념도 있나? 아니, 유저가 참가하는 대회가 아니니까, 뭐…… 있으려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으나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지금은 플레인:아라드의 현실에서 진행하는 진:청룡대회가 아닌가.
배가 아프다거나 갑작스러운 컨디션 난조 등으로 기권자가 나오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따라서 자연스레 결승자가 정해진 바, 동측의 외부인 진성을 상대할 서측의 결승 진출자, 그 이름으으으으으은-!”
그럼에도 진성은 당황해야 했다.
자신이 상대해야 할 사람의 경력 때문에.
“풍권류 소속이자 자신의 이름을 딴 결투장을 운영 중인-.”
그리고 이어서 호명되는 인물의 이름 때문에.
“시즈키!”
진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