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148)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148화(148/212)
148
안톤 레이드가 성행하던 시절, 슬라우 공업단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NPC를 꼽으라면 아마도 마티어스 네스만일 것이라 진성은 생각했다.
‘유저들이 가장 많이 찾는, 방문율 높은 기준이면 거의 확실하다고 봐야지.’
여타 NPC들과 달리 마티어스 네스만은 ‘크레인 게임’이라는 명칭의 ‘뽑기형 미니게임’을 관장했기 때문인데, 단순 중독성 외에도 제법 짭짤한 보상이 있었기에 마티어스 네스만 앞만큼은 유저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자면 다 의미 없는 일이다. 요즘은 쓰지도 않는 구세대의 장비류인데다…… 인플레이션까지 고려하면, 다시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도 안 되니까. 아니, 그뿐만이 아니야.’
진성은 마티어스 네스만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주변에 보이는 유저는 없었다.
“지금 뽑기 되니?”
“당연하죠! 크레인 게임 상품은 다양하게 준비돼 있습니다. 손님의 운을 한번 테스트해보시겠어요?”
소년 마티어스 네스만은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자신의 뒤편에 설치된 크레인을 가리켰다.
진성은 잠시 크레인을 바라보다 물었다.
“공짜로 할 수 있나?”
“말도 안 되는 말씀 하지 마세요! 어리다고 무시하는 거예요?”
“무, 무시하는 게 아니라, 크흠, 그럼 얼마를 내야 하는지-.”
“끝없는 영원 5개, 융합된 큐브 3개, 마그토늄 10개 중 손님께서 갖고 계신 걸 주시면 한 번 뽑게 해드리죠.”
마티어스 네스만은 금세 방방 뛰던 동작을 멈추며 안내했다.
진성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재료도 똑같군. 이상하게 멀쩡하던 게임이 꼭 뽑기만 하려면 렉이 한 번씩 걸리는 바람에 나도 마그토늄이나 융합큐브 몇 개를 날려먹은 적이 있었는데…….’
크레인 뽑기를 한 번 하기 위해 필요했던 재료들, 제대로 뽑지 못하면 말 그대로 허공에 날려버려야만 했던 지난날이 생각났으나 지금은 그 시절의 기억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진성은 다시금 물었다.
“그것만 주면 뽑을 수 있다는 거지? 지금도?”
“그럼요! 얼마든지!”
그럴 수밖에 없었다.
‘……. 뭐냐고, 이건. 오염인가?’
현재 버전의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업데이트 상으로, NPC 마티어스 네스만의 ‘크레인 게임’은 삭제된 컨텐츠니까.
저 멀리 검은 연기를 뿜어대는 안톤을 향한 웅성거림이 진성의 귀에 들려왔다.
“아이고…… 군인 나으리들이 어떻게 빨리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하기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저 괴물은 됐고 발전소 하나만이라도 건사하면 다행이지.”
“그러게 말이에요. 전기가 이렇게 불안정해서야…… 소문으로는 황도도 성치 않다던데.”
그들을 비롯하여 주변을 빠르게 살펴 보지만, 진성이 원하는 인물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보이는 이들이라곤 머리 위에 닉네임이 없는, 동시에 진성의 기억에도 없는 외형의 인물들.
게임 내에서 상호작용하는 NPC들이 아니라 이곳을 현실로 살아가는 원주민들이라는 뜻이다.
그들 외에 유저는 없다.
설령 안톤과 관련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하는 유저라 할지라도 이곳, 슬라우 공업단지에서 어영부영거리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슬라우 공업단지 중에서도 여기는 슬라우 에링힐 역驛 인근이야. 본격적인 슬라우 공업단지에서 상호작용 할 수 있는 NPC들은 모두 중앙거리 인근에 있다. 던파 맵 기준으로는 워프 포탈 하나를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아주 빠르게 스치듯 지나가는 거라면 모를까, 슬라우 에링힐 역 부근, 이제는 크레인 게임마저 삭제되어 제대로 된 상호작용 NPC가 없는 이곳에 유저가 있을 리가 없지.’
진성은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곤 마티어스 네스만에게 물었다.
“혹시 문 닫을 생각은 없니?”
“문을 닫다니! 여기서 사업을 크게 키워서 아랫세계까지 크레인 게임을 퍼뜨리는 게 제 꿈인데요!”
“으음……. 그래, 알았다.”
마티어스 네스만이 스스로 크레인 게임을 포기해준다면 혹여 해결될까, 하는 희망을 포기하자마자 진성은 자리를 옮겼다.
슬라우 공업단지의 중앙거리를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지. 노스마이어에서- 주변에 특별히 유저가 없었음에도 내가 미쉘과 조우하면서 오염된 사건이 드러난 적이 있었어.’
당시엔 어안이 벙벙했지만 결국 찾지 않았던가.
진성이 미쉘과 조우한 그 시점, 해당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 중이던 여자 귀검사 유저는 벨 마이어 공국에 있었고, 그 순간 발생한 오염을 앞서 움직이던 진성이 조금 더 빨리 발견했었다.
그때에 비추어보자면 지금도 그럴 가능성을 첫 번째로 두어야 한다.
‘즉, 당장 여기가 아니라…… 파워스테이션 쪽 퀘를 진행 중인 유저가 있을 거라는 의심부터 하는 게 옳다.’
던전 지역:파워스테이션을 누가 진행 중이라면?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금의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선 별다른 이목을 끌지 못하게 된 마티어스 네스만이기에, 유저가 무시하고 지나친 상황이라면!
슬라우 공업단지의 중앙거리, 본격적으로 천계의 황도군 관련 NPC들이 늘어선 지역에 들어서자마자 진성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있다. 역시. 유저들……이 있어. 근데 둘? 셋?’
NPC 리아 리히터와 대화를 하거나 카르텔 격퇴 당시 함께 했던 니베르에게 말을 거는 유저의 수는 총 셋.
모두 머리 위에 닉네임이 떠 있으며, 둘은 과거 이벤트로 제공했던 크리쳐, 오라, 그리고 아바타를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부캐릭터이며, 한 사람은 아마도 뉴비.
셋 모두를 순식간에 훑으며 파악한 진성이었으나 막상 결론을 내릴 순 없었다.
‘누구의 퀘스트가 오염된 거지? 으으음…….’
빠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건 아직까지 진성이 떨치지 못한 의문 때문이었다.
지금 진성이 발견한 ‘오염의 전조’라 할 수 있는 건 마티아스 네스만뿐이다.
‘그리고 그게…… 도대체 무슨 상관인 거지?’
복잡미묘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티아스 네스만의 크레인 게임?
그걸 유저가 다시 진행할 수 있다 한들 무슨 영향을 끼치는가.
‘그냥 ‘이게 왜 됨?’ 하면서 스샷 팍 찍고 네오플 고객센터에 메일 하나 보내면 땡이야. 그날로 처리될 수도 있어. 크레인 게임이 되냐, 안 되냐 따위는 ‘연단된 칼날’이 되기 위한 흐름에 진짜 말 그대로 새끼손톱만큼도 영향을 못 끼칠 거야.’
메인 시나리오의 흐름이 무너지는 게 아니다.
플레인:아라드가 소멸하는 것도 아니다.
대단한 변화의 기점이 될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저 오염은 혹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닐지?
‘쩝, 그래도 일단은 확인해야 한다. 저게 오염의 전조로 나타는 났지만 진짜 더 큰 오염이 뒤에 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니까-. 당장은 직감에 따라 유저 중 하나를 쫓아서-.’
“아! 진성 님 아닙니까!”
잠시 고민 끝에 행동을 옮기려던 진성이었으나 곧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진성은 자연스레 고개를 돌렸다.
키가 훤칠한 남성이 손을 번쩍 든 채 진성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아, 안녕하세요, 니베르 준- 중장님!”
진성도 그에게 화답했다.
카르텔을 사실상 일망타진하며 준장 니베르는 중장으로 진급한다, 라는 배경 설정 정도야 이미 꿰고 있었다.
진성의 적확한 답변이 마음에 들었던지 니베르는 한층 더 밝아진 미소를 머금었다.
“오랜만에 뵙는 김에 말씀드리려던 건데, 역시나 황도에서 벌써 들으셨나 보군요. 하핫, 그때의 공을 인정받아 중장까지 특진을 하게 될 줄이야…… 사실 이런 뱃지는 모험가님이나 진성 님이 달았어야 했는데 말이죠. 저는 그냥 콜라나 마시면서 유유자적 사는 게 어울리기도 하고 말입니다.”
“아뇨, 무슨 말씀을. 니베르 중장님이 적절한 지휘를 해주셨기에 가능했던 일인데요. 그때 지젤이 탔던 메카닉 지젤도 그렇고. 니베르 중장님이나 부관분들이 잘 대처해주시지 않았으면 아마 작전도 실패했을 겁니다.”
한껏 띄워주는 진성의 발언에 니베르의 입꼬리는 내려올 줄을 몰랐다.
물론 니베르는 단순한 아부 따위에 좋아할 인물이 아니다.
“그때가 생각나는군요. 메카닉 지젤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젤딘으로부터 모험가님의 위명은 듣고 있었지만……사실 그때 제가 더 놀랐던 건 모험가님보다도 진성 님이었으니까요. 하물며 진성 님 같은 ‘전우’가 저에 대해 그리 말씀해주시니……..”
그럼에도 그가 이렇게 기뻐하는 이유라면 역시나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진성이 어떤 인물인지, 어떤 활약을 했는지 말 그대로 옆에서 지켜본 인물이었으니까.
“에이, 진짜로 니베르 중장님이 잘하셔서-.”
‘전우’라는 단어로 한껏 가깝게 사이를 표현하는 니베르의 말에 진성마저 민망해했으나, 니베르의 표정은 어느새 진지하게 바뀌어 있었다.
“오히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바로 그 지젤을 놓쳐버렸으니까요.”
진성도 더 이상 가볍게만은 반응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지젤을 놓치셨다고요? 어디서- 여기서요?”
“-그렇습니다. 안타깝게도……. 이튼 공업지대로 도주하는 것을 확인, 놈의 특기가 가장 잘 살아날 법한 슬라우 공업지대에 포위망을 펼쳤으나……이미 빠, 빠져나간 상태였나 봅니다. 면목없습니다.”
니베르는 말을 하다 말고 움찔했다.
진성의 부릅뜬 눈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진성이 니베르를 탓할 리는 없었다. 놓쳤다는 점 따위에 놀랄 리도 없었다.
애초에 사도 안톤과 관련된 메인 시나리오 흐름에서 지젤이 포획되거나 처형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더욱 큰 오염이기 때문이다.
“아뇨, 아뇨. 지금 그 말씀만으로도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진성이 눈을 부릅뜬 이유라면 진성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던 새로운 정보 덕분이었으니.
‘이튼 공업지대……. 그렇구나. 슬라우를 제외한 나머지 이튼 지역 어딘가에 숨어있는 거야, 현재의 지젤은.’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그는 이곳에 숨어있었던 것인가.
현재는 안톤으로 인해 쑥대밭이 되었고 앞으로 안톤이 토벌되더라도 이후 ‘벌어질 일’ 때문에 모두의 시선이 쏠릴 것을 생각한다면, 현재의 이튼 공업지대 어딘가에 몸을 숨기는 건 빈틈을 제법 잘 노렸다고 할 수 있는바.
‘보통이라면 그냥 그렇게 넘어가겠지만……주의해야겠군.’
이미 오염 요소를 보여주었던 지젤의 추가적인 오염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니베르의 의도치 않은 한마디가 진성에게 큰 도움이 된 셈이다.
니베르는 진성이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지, 괜스레 민망해하며 퍼뜩 화제를 돌렸다.
“크흠, 아참, 모험가님은 진작 오셨습니다. 파워스테이션의 각 발전소를 점거하며 자신들을 ‘안톤의 4인의 수호자’라 자칭하던 놈들을 상대하는 중이니까요. 혹시 진성 님도 모험가님을 도우려 오셨다면-.”
“아, 그래요? ‘지금’ 벌써 발전소를 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거죠?”
그 역시 진성에게는 고마운 정보였다.
어쩌면 현시점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하는, NPC인 니베르 중장으로부터 언급이 된 ‘그’가 바로 마티어스 네스만을 비롯한 오염이 적용되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을 터.
“-돈다? 네, 굳이 표현하자면야……돌고 있습니다. 아직 코레 발전소나 푸르츠 발전소에 잔챙이들이 남아있기는 한데…….”
니베르는 말끝을 흐렸다.
그 의도를 진성이 모를 리 없었다. 오히려 진성이 먼저 나서고 싶은 일일 정도였으니까.
“코레 발전소랑 푸르츠 발전소, 오케이. 알겠습니다. 제가 한 번 싹~ 돌면서 무슨 일이 있는지, 잔챙이들은 또 어떤지 처리 한번 해보죠.”
벌써 ‘모험가’가 던전을 클리어 했다.
그럼에도 ‘잡몹’이 남아있다면?
그 역시 오염의 전조일 가능성이 있으니 확인해야 하지 않겠는가.
니베르는 뛸듯이 기뻐하며 말했다.
“그,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그렇게만 해주신다면야- 페럴 웨인 님이 더없이 기뻐하실 겁니다!”
페럴 웨인.
세븐 샤즈 중 한 사람으로서 특히 전기, 발전 계통의 전문가.
“으흐흐흐, 그렇군요. 그러면…… 우선 급하니까 저는 다녀올 테니, 갔다 오면 그 ‘페럴 웨인’님께 저 좀 소개 시켜 주세요.”
“당연하지요! 이 니베르가 아는 가장 훌륭한 전우라 말씀드리겠습니다!”
진성은 씨익,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중장급 인물이 밀어줘서 세븐 샤즈의 한 사람과 친목을 도모할 수 있다면, 역시나 천계 어디서든, 특히나 다른 세븐 샤즈 인물들과의 연결고리는 자동으로 생성되게 될 것이다.
진성은 니베르에게 안내를 받으며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 * *
브브브브────────
2m를 넘기는 체격의 벌레 형태 몬스터들, 그래닛과 자폭 그래닛 등이 곳곳에서 섬뜩한 날갯짓 소리를 내었다.
진성은 그들을 보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남은 몬스터들이 있기는 있군.”
유저들이 레벨 75를 달성, 2차 각성을 마친 채 진행하게 되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시작점.
던전 지역:파워스테이션을 통해 가장 먼저 입장하게 되는 던전, 보스 몬스터 ‘업화의 핏즈’가 위치한 코레 발전소.
“원래 여기는 2차 각성까지 마치고 오는 건데 말이지.”
진성은 자신을 발견한 ‘잡몹’들을 다시금 작은 숨을 토해냈다.
답답함이나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약간의 헛웃음이 섞여있을 수밖에 없었다.
진성은 무기를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평소처럼 전기톱이 돌아가는 기계음은 들리지 않았다.
진성이 들고 있는 것은 마치 청동기와 같은 색깔의 대검이었다.
그리고 진성이 웃을 수 있는 이유였다.
“자……. 이게 바로 <솔도로스의 선택>이다.”
절망의 탑에서 획득한 레벨 50제의 대검, <솔도로스의 선택>을 그는 꼬나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