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173)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173화(17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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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안톤에게 접근하는 일도 쉬운 건 아니었다.
운이 말했듯 안톤에게 다가가는 자체만으로도 ‘에너지’를 흡수당하기 때문에 에너지 흡수 차단 장치가 필요한데, 애초에 그것을 대량 생산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카르텔과의 전쟁이 끝난 지 얼마나 되지도 않았는데 생산 시설을 가동할 전력마저 안톤에게 빼앗기는 와중이다. 어디서 그것을 대량 생산한단 말인가.
“실제로 보니까 진짜 쉽지 않겠어요. 지금 이 장치도 그리 간단한 게 아닌데.”
유저의 입장에서 모든 게 준비된 채로 딸깍딸깍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사도 안톤을 실제로 상대함에 있어 얼마나 많은 준비와 각오가 필요한지 새삼 깨달았다는 듯 비비가 중얼거렸다.
운은 침통한 표정으로 군모를 조금 눌러쓰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따라서 대규모 상륙 작전을 통해 빠르게 처치한다……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그렇게 처리하겠다는 계획이 실현된 적 있었지요.”
“잉? 그, 그래서요? 어떻게 됐는데요?”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배경 설정 및 스토리 라인에 큰 관심이 없던 비비로서는 사실상 처음 듣는 말일 터.
운은 아직 그 질문에 답하지도 않았으나 진성은 알고 있었다.
‘브레스…… 무슨 드래곤도 아니고 브레스를 뿜어댄댔지.’
사도 안톤은 그저 생존만을 위해 에너지를 흡수하는 게 아니다.
당연하게도 흡수한 에너지를 방출하여 그것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할 줄 안다.
“그가 내뿜는 불길은 하늘과 바다를 모두 태워버릴 정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수 킬로미터……대부분의 건쉽이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탑승하고 있던 군인들이……그렇게 희생되었습니다.”
그 거대한 신체가 흡수한 에너지, 그것이 다시 분출되면 그 양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미 정보를 알고 있는 진성으로서도 운의 자세한 설명에는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다.
‘모험가가 그 브레스를 직접 상대할 일이 없는 것도 다행이지. 어으으, 그걸 어떻게 처리하냐고. 그냥 천재지변, 자연재해 그 자체인데.’
불행 중 다행이라면 에너지를 어마어마하게 필요로 하는 거체인 만큼 그것을 토해내는 일은 사도 안톤에게도 각오가 필요하다는 점.
그것을 잭터 에를록스 총사령관이 놓칠 리는 없었다.
“그나마 불길을 여러 번 쓸 수 없다는 점을 알아낸 건 다행이었지만…… 그 이후도 쉽지 않았습니다. 놈의 몸에 기생하는 타르탄들의 경계를 뚫고 상륙하는 건 불가능했지요. 주요 상륙지점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놈들의 기습으로 인해 또 다시 실패를 맞이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사도 안톤을 상대한다는 게 그저 안톤 한 개체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타르탄이 있다.
‘사도 안톤과 함께 살아가는, 이제는 안톤의 백혈구 같은 존재라 봐도 과언이 아니지.’
운의 비통한 목소리를 들으며 진성은 안톤의 배경 설정을 떠올렸다.
안톤의 종족인 ‘울루족’이 살던 쿨랑쿠르 행성에는 울루족 외에 타르탄족 또한 살고 있었다.
인간과 유사한 체구의 타르탄족은 에너지를 먹어 치우는 울루족에 불만을 품고 결국 전쟁을 치렀으나 애당초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결국 울루족을 섬기게 된 타르탄들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울루족과 기묘한 공생관계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울루족은 거대하다.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한다. 심지어 에너지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부터 에너지를 소모한다.’
일종의 진퇴양난에 빠져버린 울루족을 대신해 타르탄족이 나서 대신 에너지를 모아다 주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
타르탄은 울루에게 에너지를 바치고 튼튼한 갑피와 힘을 지닌 울루의 형질을 흡수한다.
‘결국은 둘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하나가 되어버렸으니까. 지금 안톤의 몸에 있는 타르탄도 마찬가지. 설령 죽인다 해도 네임드급 수준이 아닌 이상, 일반 타르탄들은 안톤의 몸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정도’야. 백혈구 그 자체지.’
진성의 표현처럼 타르탄은 안톤의 몸을 지키는 일종의 면역 체계와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을 터.
그 외피에 접근한 자든, 체내로 들어가 내부에서부터 파괴하려는 자이든 그들은 가리지 않고 막아서리라.
칠리새우 역시 빙의된 뒤로 ‘안톤 쩔’을 얼마나 했고, 또 얼마나 반복해서 이야기를 들어왔던가.
“그러니 결국 안톤도, 타르탄도 눈치채지 못할 소수의 인원들로 움직이는 게 답이라는 거겠지. 건쉽 몇 대 수준의 인력은 저쪽에서도 견제하지 못할 테니까. 그렇죠, 운 대령님?”
다소 심드렁한 태도였으나 그녀는 운을 위로할 겸 말해주었다.
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험가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외부에서부터의 공격으로는 안톤을 쓰러뜨릴 수 없는 상황이지만, 놈 역시 생명체인 이상 체내에는 반드시 약점이 존재할 테니까요.”
조금 전까지의 비통한 목소리와 눈빛은 온데간데없었다.
비비는 그런 운을 기특하게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맞아요, 맞아요! 나도 있고! 진상 님도 있고! 이제 걱정 붙들어 매고- 아, 칠리 언니도 있고!”
“……비비 당신이랑 사회에서 만났어야 했는데.”
“잉? 이히히, 그랬으면 진짜 친해졌을 텐데. 그쵸?”
“아니다. 아냐.”
칠리새우는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의 꽁트 아닌 꽁트에 피식, 웃기도 잠시, 진성은 물었다.
“운 대령님은 검은 연기를 채취하시는 거죠? 저희는 그사이 접근하는 타르탄이 있으면 막아내는 거고.”
“그렇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샘플을 채취할 수 있도록-.”
“그래서 여쭙고 싶은데요.”
“-예?”
사도 안톤이나 타르탄의 관계에 대해, 사도 안톤을 상대하는 천계군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아니다.
진성이 처음부터 궁금했던 건 하나였다.
“만에 하나…… 저 검은 연기 배출을 관리하는 타르탄을 만나게 되면 처치해도 되겠습니까?”
여전히 진성은 운에게 묻고 있었으나 그 눈동자는 스르르, 칠리새우를 향했다.
진성이 기억하고 있는 차이 때문이었다.
‘빙의된 자들, 모험가들은 사실상 레이드와 같은 흐름을 갖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NPC와 함께 하는 메인 시나리오 흐름대로라면…… 던전 구성이 달라져. 상대해야 할 몬스터가 달라지는 거야.’
메인 시나리오 흐름대로라면 운과 함께 검은 연기의 샘플을 채취 후 복귀, 이후 NPC 하이람이 해당 검은 연기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그러나 레이드라면?
사도 안톤을 저지/토벌하기 위한 레이드를 기준으로 한다면?
‘우리가 검은 연기의 근원을 직접 막아야 해. 그렇다면-.’
운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냉철한 그의 얼굴에도 표정이 드러날 정도의 일이라는 의미였다.
“그건……아무리 진성 님이라도 쉽지 않을 겁니다. 물론 니베르 중장님께는 진성 님의 활약에 대해 충분히 들었습니다만, 카르텔을 상대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기에-.”
“그건 괜찮아요.”
그런 운의 말을 끊으며 나선 자가 있었다.
붉은 단발머리의 소녀, 칠리새우는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진성을 보며 말했다.
“운 대령님이 검은 연기의 샘플을 채취하는 동안…… ‘우리’가 검은 연기의 근원을 없앨 수 있다면 더 큰 이득이 될 테니까.”
지금까지 칠리새우가 해왔던 방식과 다름 없다는 뜻이었다.
진성은 칠리새우의 눈을 보았다.
이미 함께하기로 했다. 상호간의 ‘거래’를 했다.
그 거래는 어느 정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인가.
또한 그녀가 자랑하듯 강조했던 ‘안톤 쩔’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그렇게 해도’ 된다는 말씀이시죠, 칠리새우 님?”
이것은 일종의 테스트였으며.
“그럼요. ‘가능하다면’ 해버리는 게 낫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그쵸, 운 대령님?”
그것이 테스트임을 모를 리 없는 칠리새우였다.
가운데에 낀 운 라이오닐만이 어리둥절하게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잭터 이글아이의 부관은 답했다.
“그거야…… 모험가님들께서- 진성 님께서 가능하다고 판단하신다면,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해내실 수 있다고 하신다면……! 총사령관님께는 제가 책임지고 사후보고 드리겠습니다.”
결단.
비록 부관이지만 현시점의 현장 책임자이기도 한 운 라이오닐은 결정을 내렸다.
* * *
푸슈우우우우……!
건쉽 한 대가 안톤의 볼과 목 사이 어딘가에 착륙했다.
“캬아아앗?!”
“침입자, 침입자-!”
─────, ─────, ─────!
늑대수인처럼 생긴 이름 없는 타르탄 족이 덤벼들었으나 그들은 진성, 비비 그리고 칠리새우의 공격을 3초도 버티지 못했다.
순식간에 육편이 되어버린 타르탄을 바라보며 운은 모자를 고쳐 써야만 했다.
“그, 그러면 저는…… 연기가 가장 진하게 뿜어져 나오는 곳에서 채취를 시작하겠습니다. 강력한 타이탄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흐름에 따라 운 라이오닐은 검은 연기 채취를.
“저쪽이죠.”
“갔다 오겠습니다.”
“잉? 가, 같이 가요!”
그리고 세 사람은 과거 안톤 레이드이자 안톤 토벌전 당시 가장 먼저 진입했던 ‘검은 연기의 근원’ 던전에 뛰어들었다.
* * *
“칠리새우 님, 클은-.”
“아아, 그런 건 신경 안 써도 돼요. 이게 또 빙의자가 이게 좋다니까. 굳이 2클 챙기고 어쩌고 할 필요도 없고~ 여기도 4판 깨야 다음으로 넘어가고 이런 거 없으니까.”
진성이 미처 말을 마치기도 전 칠리새우는 답했다.
더없이 협조적인 그 발언에 진성은 안도의 미소를 머금었다.
“-과연…… 외형적으로는 레이드 구조지만, 실질 클리어 시스템은 일반 던전이다?”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안톤 레이드는 최대 20명의 공격대원이 입장 가능한 컨텐츠였다.
시스템상 한 파티의 최대 구성 인원은 4명.
즉, 안톤 레이드는 4명씩 5개 파티로 나눈 공격대를 구성하거나, 한 파티당 인원을 4명 미만으로 구성하여 파티의 수 자체를 7개, 8개로 늘리는 등의 공략 방식이 존재했다.
이런 팀 구성이야 공격대장 및 대원들의 성향에 따라 갈리는 것이지만, 문제는 레이드의 보상을 공정하게 나누기 위해서라도 무임승차를 예방해야 한다는 점이었으며,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는 무임승차 예방책으로 ‘파티당 최소 던전 클리어 횟수’, 소위 유저들이 말하는 ‘클’의 개념을 도입해두었다.
보스급을 처치하였을 때 1회 클리어가 인정이 되므로, 사도 안톤 레이드의 경우라면 파티당 반드시 2회 이상은 안톤 레이드를 구성하는 내부 던전의 보스 몬스터를 처치해야만 했다는 것.
지금까지 사도 로터스와 사도 디레지에를 상대한 것과 달리 게임 내의 실질적 레이드 컨텐츠로 등장한 최초의 사도가 안톤이었으므로 진성의 입장에선 여러 차이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질문을 던져야 했고, 칠리새우는 망설임도, 거짓도 없이 모조리 답해주는 중이었다.
“진짜 언니가 잘하긴 잘하나 봐요. 입만 산 게 아니네?”
“……손윗사람한테 말하는데 어쩜 말투가 그리 이쁠까, 우리 비비는?”
“잉? 말투 이쁘다는 말은 별로 못 들어봤는데. 히힛, 언니랑 나는 진짜 밖에서 만났어도 잘 통할-.”
“아아, 시끄럽고. 흠, 흠, 진성 씨?”
달려가던 칠리새우는 속도를 늦추며 진성을 불렀다.
진성이 자신의 곁에 바짝 붙기를 기다린 후 그녀는 물었다.
“진성 씨는…… 좀 다르죠?”
많은 것이 생략된 질문이었다.
그러나 눈치 없는 비비마저도 잠시 입을 다물어버릴 정도의 무게가 담겨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진성은 잠시 고민했다. 무어라 답할까.
그 고민보다 칠리새우의 연이은 질문이 빨랐다.
“무엇이 다르고, 얼마나 다르고……. 어디서부터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달라.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모험가들’과는 확실히 달라요.”
노블스카이호의 NPC들 반응을 언급하며 그녀는 말했다.
진성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답해주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씀이 뭡니까.”
무엇이 궁금하단 말인가.
칠리새우는 진성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진성은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알아챘다.
잠시 고민하는 듯 작은 입술이 우물거리다 마침내 열렸다.
“진실게임 한번 할까요?”
“네? 진실게임? 뜬금없이요?”
“진성 씨가 믿을만한 사람인 건 알겠어. 잘하는 것도 알겠어. 근데 말이죠, 신뢰라는 게 또 그런 식으로 쌓이는 게 아니잖아요? 허심탄회하게 한 번 이야기를 털어놓고 가는 게 중요하단 말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칠리새우의 발언을 진성은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화산재로 뒤덮인 암석 재질의 안톤 외피에 잠시 진동이 일었다.
쿵쿵거리며 들려오는 주기적인 울림에 더불어, 멀찍이서 들려오는 것은 목소리였다.
“달───린───다───!”
괴수의 목소리가 들릴 즈음, 진성은 보았다.
“……토그.”
안톤 레이드의 첫 번째 던전 ‘검은 연기의 근원’, 두 번째 방에서 조우하는 몬스터.
그리고 안톤 레이드에서 상대하게 되는 첫 번째 네임드 몬스터.
‘토그’가 진성 일행을 향해 달려오는 중이었다.
“비비 씨, 칠리새우 님! 토그 패턴! 부딪치는 건 당연히 안 되고 뛰는 자리에 불길 생기니까 밟는 것도 조심-.”
“냅둬요.”
“-네?”
진성은 재빨리 토그의 패턴 ‘달린다’를 떠올리며 주의를 주려 했다.
그런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나선 건 칠리새우였다.
붉은 머리의 소환사는 전방의 토그를 바라보다 흘끗, 고개를 돌려 진성을 보았다.
그러곤 말했다.
“내가 먼저 할 테니까 진성 씨가 한번 채점해봐요. 그리고 다 끝난 다음에…… 진지하게 얘기 한번 해봅시다.”
슈와아아아앗-!
그녀의 손에는 어느덧 금빛 광휘의 채찍이 들려있었다.
비비에게는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그녀는 말했다.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는지, 당신이 그 방법을 알고 있는지, 연단된 칼날이 되는 것 외에 어떤 방도가 있는지 말이에요.”
진성은 칠리새우를 테스트하려 했다.
그리고 칠리새우 역시 진성을 테스트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진성의 지식을, 정보를, 그의 앎을 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