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177)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177화(17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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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했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나의 분신이여!”
찬란한 불꽃의 아그네스는 분신을 소환하여 칠리새우의 소환수들을 맞상대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본체는 진성 자신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중이었다.
“<팬텀 소드>!”
불길이 타오르는 그녀의 검을 진성은 맨몸으로 받아내었다.
당연히 <팬텀 소드>의 무적시간을 이용한 방어이자 공격이었다.
“크읏-.”
허공에 생성된 무형의 칼들이 아그네스의 날개를 찢을 듯 쇄도하는 동안 진성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마테카에 대한 견제가 다소 부족하여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크하하핫, 지껄이는 것으로 싸우려면 힐더나 만나러 가시지!”
최고 상태의 진성에 버금가는 카시야스가 있었으므로.
칠리새우의 별다른 지시조차 필요 없는 그의 움직임과 눈으로 쫓기 힘든 쾌검, 쾌격은 마테카마저도 잠시 당황스럽게 만든 것일까.
결국 전능의 마테카는 허공으로 부유하여 거리를 벌려야만 했다.
“카시야스……검으로는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면서 정작 눈과 귀로는 분위기조차 파악하지 못하는가.”
“흥, 도망가며 할 말이 고작 그거냐?! <필살검 천귀살>!”
카시야스는 허무의 퍼만조차도 육 등분 내었던 스킬을 사용했다.
허무의 퍼만 역시 사도 안톤의 수하 중 강력한 축에 끼지만, 전능의 마테카는 말 그대로 안톤 그 자체.
카아아아아───────ㅇ……!
마테카는 붉은 구체의 보호막을 둘러 카시야스의 <필살검 천귀살>마저 가볍게 막아내었다.
“크흐흐, 그래, 이렇게 나와줘야지.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보자고!”
그마저도 즐겁다는 듯 웃으며 연격하려는 카시야스였으나 그보다 진성이 빨랐다.
지금도 마테카를 이곳에서 처치하여 사도 안톤 관련 메인 시나리오를 끝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있다.
“자, 잠시만요! 카시야스 님, 잠깐만!”
“왜! 아무리 너라도 지금의 날 짜증나게 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
“제가 새롭게 얻은 기술까지 포함해서 대련 두 번 약속. 콜?”
“-……좋다.”
그러나 한 가지 확인해야 할 점이 있다.
추가 대련을 빌미로 카시야스를 멈춰 세워야 할 정도로.
한창 전투를 치르던 칠리새우와 비비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뭐야, 진성 씨? 갑자기 왜? 아그네스 뒤잡 직전인데.”
“진상 님!? 이래도 되는 거예요? 마테카가 뭐라 말한 게 중요한 거예요?”
카시야스가 물러서며 당장의 전투가 소강으로 접어든 데에 이어, 배리어를 생성한 마테카에 발맞춰 아그네스도 그의 뒤로 훌쩍 물러섰기 때문이다.
조금 전까지의 치열한 전투는 온데간데없이 잠시간의 적막이 맴돌았다.
비비와 칠리새우에게 설명할 여유까진 없었다.
진성은 곧장 마테카를 향해 소리쳤다.
“마테카, 칼로소에 대해 알고 있나? 어떻게 알고 있지?”
창조신 칼로소는 자신의 어두운 부분을 떼어냈다.
그리고 고대 행성 테라에선 숨겨져있던 칼로소의 어두운 부분을 찾아내었고, 그 힘을 기반으로 ‘인공신’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사악한 의지가 힘과 형상을 지닌 채 악행을 저지르는 것을 두고볼 수 없었던 칼로소는 직접 나섰으며 결국 그 모든 인공신들과 함께 공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그들이 만들어진 행성 테라와 테라에 존재하던 생명체는 모두 파괴되었으며, 하나였던 우주가 여러 개의 플레인Plane으로 나뉘었다.
그렇게 곳곳으로 흩어져버린 인공신의 힘, 그 힘들은 각 우주, 각 행성에서 그 힘을 받아들일 정도로 강대한 존재들을 찾아가게 된다.
즉, 사도들이란 인공신의 빙의이자 환생에 가까운 개념이며 인공신들은 모두 칼로소의 ‘어두운 부분’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니…….
‘사도는 칼로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야. 하지만-.’
칼로소와 인공신 / 인공신과 사도
중간에 ‘인공신’이라는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직접적으로 연결된 건 아니다. 엄밀히 따지자면……사도는 인공신과 관련이 있을 뿐이야. 칼로소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건 인공신들이다. 칼로소의 어두운 부분들이자, 자신들을 심판하려는 칼로소를 직접 대면하고 맞섰던 인공신들만이 칼로소와 직접 연결되어 있어!
그런데 사도 안톤이 ‘인공신’도 아니고 ‘칼로소’를 직접 언급하는 데다 심지어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
마테카는 진성을 가만히 보다 입을 열었다.
“칼로소가 만든 거대한 흐름에 죽음은 항상 동반되는 것.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자는 없다.”
진성은 마테카의 말을 잠시 곱씹어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알고 있는가’, 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너 역시’, 라고 말했다.
칼로소가 만든 거대한 흐름이라는 게 그저 삶에 반드시 수반되는 죽음을 뜻하는 것이라면 그러한 표현을 붙일 이유가 없다.
진성 자신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비비와 칠리새우는 물론, 생명체라면 반드시 해당하는 사실을 굳이 저렇게 말할 리가 없다.
그것도 진성 자신을 콕 짚어서.
“아까 나한테 했던 말이 그런 뜻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진성은 다시금 마테카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마테카는 반응하지 않았다.
비비와 칠리새우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속닥거리는 소리만이 나지막이 퍼졌다.
“잉? 저게 뭔 소리?”
“칼로소……? 마테카 줘패다 보면 무슨 칼로소~ 죽음이 동반~ 뭐 어쩌고 저쩌고 하던데. 그거?”
“칠리 언니는 알아요?”
“무,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 나 때는 그런 스토리가 아니었으니까…….”
칠리새우의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진성에게도 무언가가 생각났다.
조금 전 마테카가 한 말, 칼로소의 거대한 흐름과 죽음 따위의 발언 자체는 분명 메인 시나리오 흐름에 존재한다는 것.
‘그래, 왜 나를 악으로 규정하냐고 마테카가 말하지. 결국 안톤이 말하는 거다. 나는 그냥 걸어가고 있을 뿐인데, 너희들이 밟혀 죽어놓고. 약자인 너희 탓이지 그게 내 탓이냐고. 난 그냥 생존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며 그것이 세상의 이치인데! 왜 안톤 자신을 악으로 부르느냐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어.’
어떤 의미로 검은 질병의 디레지에와 같다.
얌전히 있었던 디레지에와 달리 자신이 살기 위한 생존 행동을 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 안톤 역시 특별히 피해를 끼치려 했던 게 아니다.
주변의 생명체들을 짓밟고, 죽이고 싶었던 게 아니다.
그저 에너지를 흡수하여 자신이 살아남고 싶었을 뿐이고, 그러한 에너지원 근처에 마침 있던 ‘약자’들이 예상 밖의 피해를 입고 사망했을 뿐이라는 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인 것.
‘선과 악은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고, 무엇을 위해 쓰이는 단어인가……. 맞아. 안톤이, 마테카가 하고자 했던 말이 그것이었어.’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가장 무겁게 다뤄지는 주제 중 하나.
선과 악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그 정의는 무엇인가.
사도 로터스는 살기 위해 미들 오션으로 나아가려 했을 뿐이다.
사도 디레지에는 심지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의 태생적 특징과 성질로 인하여 주변이 썩고, 녹고, 곪았을 뿐이다.
사도 안톤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살기 위해 에너지를 흡수했고, 자신을 전이시킨 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황혼의 바다’로 가는 중이었다.
그곳에서 ‘죽은 자의 성’을 통해 마계로 올라가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이들의 모든 행위 중 인간에 대한 악의는 없다.
인간의 문명을 멸절시키고, 그 생존자를 남김없이 뿌리 뽑겠다고 생각한 자는 아무도 없다.
그저 서로가 자신의 생존을 위하여 투쟁하는 게 전부다.
진성은 이를 악물었다.
물론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게 생명의 본질이라면.
“대답해, 마테카! 나한테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눈치채고 있지 않은가. 사도에 대해…… 나에 대해 그렇게까지 알고 있다면. 너 역시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미력한 인간이여.]“-아?!”
진성은 갑작스레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그것은 분명한 마테카의 목소리였다.
“지, 진상 님? 왜요?”
비비의 질문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진성은 그제야 깨달은 바가 있었으므로.
울루족과 타르탄족의 행성이 멸망해버린 이유는 울루족의 끝없는 식탐 때문이었다.
그 식탐을 어째서 막지 못했는가, 왜 막으려 하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사도 안톤과 함께한 일반 타르탄들이 사망에 이르러도 곧 안톤의 체내에서 ‘재탄생’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완전히 동화되어버렸으니까. 분명 별개의 종족이지만 여기 있는 자들만큼은 사실상 하나라고 할 수 있으니까…….’
베히모스에서 사도 로터스를 상대할 때 그는 말했다.
안톤에게는 정신 감응 능력 따위는 없다고.
‘그래. 안톤은 없어. 안톤은 없지만!’
울루족인 안톤은 정신 감응 능력이 없다.
그러나 타르탄족은?
애당초 타르탄족이 울루족과 어째서 공생관계가 되었을까.
그저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것만으로 그리된 게 아니다.
‘타르탄에게는 정신 감응 능력이 있- 아니아니아니아니. 아아아아아.’
[과연……. 그러한 사실까지 알고 있는가.]‘-아니아니아니아니-.’
생각을 해선 안 된다.
그러나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모순된 상황에서 진성은 사도 로터스를 상대했던 때처럼 최대한 헷갈리게 하려 했다.
여러 생각을 뒤섞어 마테카가 자신의 정신을 읽지 못하게끔 만드는 것, 혹여 자신이 더욱 중요한 정보를 생각해내지 않도록 무차별, 무작위의 단어를 내뱉는 것.
진성은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군……초월자라. 사도보다도 강한 실존자.]“……큿.”
그러나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 진성의 머릿속에 울리는 터에는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심지어 초월자에 대해서는 생각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그는 이미 읽어냈다.
진성은 최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다.
더 이상은 티끌만큼의 정보도 마테카에게 주지 않으려 했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힘이 약해졌던 로터스와 달리 현재의 마테카는 마계로 돌아갈 정도의 힘을 흡수한 안톤이지 않은가.
전성기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한 수준으로 힘을 회복한 안톤=마테카의 정신 감응 앞에서 숨길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초월자와 힐더…… 이 부분만큼은 힐더 그년도 이해하지 못한 사태겠지. 네가 정녕 칼로소의 힘으로 만들어진, 사도보다 강한 실존자의 도구라면. 그 초월자를 불러내기 위해서라도 나는 움직이겠다. 힐더를 상대하기 위해 미력한 인간 따위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은 것이었건만, 네가 있다면, 너를 불러낸 초월자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따라서 이것은, 어떤 의미로는 진성과 마테카가 조우한 순간에서부터 필연적으로 발생할 문제였다는 의미다.
“지, 진상 님! 뭐라 말이라도 좀 해봐요! 갑자기 뭔데, 뭔데?”
“……좋지 않아. 역시 그냥 쩔이나 하면서 눌러 붙어있을 것을. 호 감사님, 준비 좀.”
비비의 호들갑을 바라보던 칠리새우는 슬그머니 채찍을 휘둘렀다.
연륜에서 나오는 직감으로 그녀는 호도르를 소환했다.
그리고 그 순간, 마테카는 말했다.
“좋다, 인간이여. 나는 힐더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도…… 너를. 그리고 네가 지키려 하는, 너를 뒤따르는 인간들을 모두 없애겠다.”
─────────────!
“젠장, 모두 숙여요! 지진- 안톤이 움직입니다!”
갑작스레 느껴지는 진동에 진성은 재빨리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지진에만 집중할 게 아니었다.
“지, 지, 지, 진상 님! 화산! 화산 폭발! 화산!”
안경을 뚫고 튀어나올 듯 커진 비비의 눈이 바라보고 있는 건 시뻘건 용암과 마그마가 터져 나오는 화산이었다.
안톤의 등 중앙부에 있는 화산의 폭발을 보며, 칠리새우는 가벼운 바람소리를 내었다.
“…호 감사님! 쉭! 쉭!”
화산이 폭발하고 안톤의 육체가 진동하는 가운데 고블린 하나가 달려 나간 것에는 마테카도, 아그네스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쩌면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 ────, ────!
마테카의 곁에서 다시금 빛이 번쩍이는 순간, 진성과 비비 그리고 칠리새우는 경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분부를…….”
“쿠워어어어-. 내려찍기 점프!”
“크아아아아아아악!”
“끄르르르르륵…….”
마테카와 아그네스의 앞을 가로막으며 솟아난 네 기의 몬스터들.
분쇄의 아톨, 멜타도록, 공포의 사념체 그리고 거대 괴충까지.
“이, 이건…….”
“네임드들? 마테카 패턴 할 때 소환되는 애들이잖아요?”
게임 내의 안톤 레이드에서 전능의 마테카 패턴 중 그가 불러들이는, 안톤 레이드 각 던전의 보스 몬스터와 네임드 몬스터들이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