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187)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187화(187/212)
187
“그, 그래서? 지금 진성 씨가 찾는-. 카 부장님한테 물어본 그 인간만 찾으면 된다? 그러면 끝이다? 돌아갈 수 있다?”
칠리새우는 채찍을 휘두르며 다급하게 물었다.
진성과 당장 대련을 하겠다고 날뛰는 카시야스를 돌려보낸 후 그녀는 다른 소환수를 불러내지도 않았다.
“키에에에엣-!”
“캬앗, 캬아아악!”
그럼에도 그 <채찍질>로 타르탄족 일반 몬스터들을 후려쳐 없애버릴 정도의 위력이 담겨 있었으니……급할 때는 없던 힘도 생기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진성에게 떠오를 정도였다.
“확답은 못 드리겠어요. 하지만…… 으음, 아마도? 거래를 통해서? 그렇게 할 수 있을 가능성은 있죠.”
따라서 진성은 단어 선택에 고심을 해야 했다.
저 채찍이 당장이라도 진성 자신을 향해 날아올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진성과 칠리새우 간 진실게임에서 선제 질문권을 획득한 진성은 카시야스를 통해 정보를 획득했다. 그럼 후공에 가까운 칠리새우는?
그녀는 곧장 물었다.
연단된 칼날이 되지 않고 돌아갈 방법에 대해 알려달라.
적어도 그 질문에 대해 진성은 거짓을 고하지 않았다.
<오염의 원인자>라는 용어는 쓰지 않았으나, 카시야스에게서 듣게 된 ‘그자’를 찾게 된다면 돌아갈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해주었을 뿐.
물론 칠리새우에게 그런 답변이 만족스러울 리는 없었고 결국 지금에 이른 것이다.
“그게 뭐야! 진실게임인데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답하는 거 있기 없기? 나는 말이죠, 카 부장님과의, 응? 그 긴 세월의 친목이 우려될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카 부장님을 돌려보낸 거라고. 진성 씨 말만 믿고. 근데 그렇게 발뺌하면-.”
“발뺌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는 저도 알 수 없어서 그래요.”
진심을 담은 말이자 사실 그대로였다.
<오염의 원인자>를 찾으면, 그자의 정체를 밝혀내 네메르에게 보고하거나 또는 네메르가 처리하게끔 상황을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현실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
다만, 돌아갈 수 있다고 확약받은 이가 <부집게의 사명>을 띈 진성 한 사람뿐이란 것은 말하지 않았는데 그 또한 이유 있는 답변이자 거짓 없는 답변을 한 상태였다.
‘실제로 네메르를 만나면 거래를 할 수 있는 건 나야. 칠리새우와 비비, 두 사람 덕분에 <부집게의 사명>을 완수할 수 있었으니, <오염의 원인자>를 찾아내는 데 일조했으니 보내달라……! 고 말을 해보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질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것이지, 거짓을 말한 건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진성이 떳떳할 수 있는 이유라면 역시 초월자 네메르가 바보는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이 더 옳은 선택이고 훌륭한 선택일지 모를 리가 없다.
무엇보다 <오염의 원인자>라는 문제를 해결만 한다면, 그녀의 기쁨이 최고조에 이를 테니, 결코 가능성 없는 제안은 아닐 터.
그 부분에 대해 진성이 일일이 털어놓지 못하기에, 칠리새우는 이토록 끈질기게 매달리는 중이었으나.
“최선은 다하겠습니다. 그자를 찾으면. 어떻게든 칠리새우 님과 비비 씨까지 함께 돌아갈 수 있도록 말해볼게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표정의 진성을 보며 칠리새우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언의 동의라 생각한 진성은 싱그러운 미소를 짓곤 몸을 돌렸다.
“그럼 됐죠? 갑시다.”
이곳은 던전 ‘검은 화산’, 지금까지는 비교적 여유가 있었으나 화산의 내부를 빙 둘러 도달하는 곳은 결국 한군데, 전능의 마테카가 있는 장소다.
카시야스에게서 정보를 얻은 이상, 진성에게 있어 남은 일은 마테카를 추궁하는 것뿐.
‘게다가 말하지 않고 버틸 수는 없을 거다. 안톤과 관련된 일이 전부 끝나버린 지금, 힘을 써서라도 반드시 토해내게 만들 거니까.’
그것을 위해서라도 비비 일행보다 빠르게 도달하고자 했던 진성의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이었다.
칠리새우는 멀어져가는 진성의 등을 보며 홀린 듯 뒤를 쫓았다.
그러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점차 빨라지는 그를 향해 달려가면서야 깨달았다.
“……잠깐만. 그럼 카 부장님이 말한 그 인간을 찾을 때까지 난 계속 진성 씨랑 같이 다녀야 되는 게 되잖아? 어라라, 이거 내가 코 꿴 것 같은데? 저기, 진성 씨! 진실게임은 이걸로 끝 아니다? 제대로 해야 해요!”
진성이 답할 리는 없었다.
* * *
슈우우───! 슈우우우────!
지면, 정확하게는 안톤의 등 사이사이에 난 구멍으로 가스가 강하게 뿜어져나왔다.
유황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장소에 먼저 발을 디딘 건 진성과 칠리새우, 두 사람이었다.
“마테카.”
그런 그들을 마치 기다리고 있듯 허공에 떠 내려다보는 존재는 전능의 마테카, 안톤의 두뇌이자 안톤 그 자체, 타르탄 종족의 왕.
“……시공간을 가르는 힘. 그 또한 부여받은 것인가, 인간이여.”
마테카는 피로한 목소리로 말했다.
칠리새우는 당장이라도 마테카의 ‘패턴’이 발동될까 끊임없이 주변을 둘러보는 중이었으나 증기가 간혹 뿜어질 뿐, 마테카 주변에 패인 크레이터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부여받은 게 아냐. 내가 찾아낸 거지. 내가 해낸 것뿐이다.”
안톤의 입장에선 천계에서 흡수한 에너지의 상당량을 쏟아낸 것이다.
말 그대로 자신의 생명력으로 쓸 자원을 소모해 공격한 것이다.
그럼에도 통하지 않았다.
즉, 현재 마테카 자신의 육신으로는 진성을 상대할 수 없음을 스스로 인지했고, 그렇기에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물론 진성도 그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본인의 힘이라…….”
마테카는 잠시 진성을 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곤 제안했다.
“그렇다면 제안코자 한다. 네가 가진 그 힘. 능히 사도를 제압해왔고 또한 나의 에너지를 먹어 치운 그 힘을 나와 같은 길에 사용하지 않겠나.”
일반적인 메인 시나리오였다면 마테카의 부하인 아그네스가 해야 할 대사였다.
모험가를 자신의 편으로 회유하려는 노력이, 안톤 그 자체인 마테카의 입에서부터 나온 것!
이것은 오염일까, 진성은 잠시 생각했으나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상관없어.’
안톤은 토벌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곳엔 모험가 칠리새우가 있다.
그렇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녀에게 마테카를 공격하게끔 만들고 진성 자신이 보조하고, 그사이 비비 일행이 도착해준다면 결국 모든 흐름은 진성 자신이 기억하는 메인 시나리오 흐름에 안착하게 된다.
따라서 진성은 답했다.
“미안한데 그럴 순 없겠어.”
“어째서지. 너희 인간들은 나를 악惡이라 칭하겠으나 과연 그것이 옳다고 여기는가. 선과 악이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는지 생각해 본 적 있는-.”
“아니, 아냐. 난 안톤, 네가 악이라고 생각지 않아.”
“-음?”
진성은 마테카의 말을 끊었다.
안톤이 사악하기 때문이 아니다.
수많은 천계인들 죽음에 휩쓸리게끔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단순한 투쟁이다.
“생존을 위한 행동일 뿐이잖아? 선도, 악도 아니지. 네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살아남기 위한 투쟁.
안톤 그 자신이 천계인들에게 말해왔던 사실.
“-생존하는 자만이 앞으로 나간다……그것이 세상의 이치. 그렇지?”
입꼬리를 씩 올린 진성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게임 내 마테카의 대사’를 그대로 마테카 본인에게 돌려주었다.
마테카의 새하얀 눈동자에서 당황의 빛을 읽어낼 수 있을 정도였다.
서서히 검을 치켜드는 진성을 보며 마테카는 황급히 말했다.
“……칼로소에 대해 알고 싶지 않나. 분명 너는-.”
‘쉿. 지금 당장이라도 죽기 싫으면 이제 정신으로 대화하자고.’
떠들려는 마테카를 바라보며 진성은 ‘생각’했다.
여전히 잔뜩 긴장한 채로, 그러나 진성과 마테카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칠리새우에게 새어나가지 않게끔 만들기 위한 방책이었다.
[곁에 있는 인간에게 비밀을 유지하고자 하는가.]‘내 허락 없이 한마디만 더 입 밖으로 내면 넌 죽는다, 마테카.’
마테카를 향해 전에 없을 정도로 강한 경고를 날리면서도 진성은 칠리새우를 바라보았다.
붉은 단발의 앳된 소녀, 그 눈동자에 어린 것은 약간의 긴장, 약간의 흥분.
마테카가 진성 자신 몰래 칠리새우에게 메시지를 보낸다거나 하는 일 따위는 없음을 칠리새우의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읽어내기엔 충분했다.
‘자, 그러면 나한테 뭘 해줄 수 있는데? 일단 한번 쭉 읊어 봐.’
[읊어보라는- 감히 그런-.]‘감히? 토막 나고 싶어?’
마테카는 말을 뚝 끊어야만 했다.
지금 이 자리를 좌우할 수 있는 존재가 누구인지. 정신 감응 능력을 통해 울루족의 안톤과 일체화된 타르탄족의 왕이 모를 리는 없을 터.
조금 전보다 떨리는 마테카의 목소리가 진성의 머릿속에 울렸다.
[인간이여, 너는 칼로소가 만든, 사도보다 강한 실존자에게 휘둘리고 있음을 두려워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나와 함께 하자. 나의 정신 감응 능력이라면. 또한 네가 조달할 에너지라면. 너 역시 너를 휘두르는 실존자에게 복수할 수 있으리니.]진성 자신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저 같은 편이 되어달라는 것을 넘어 보다 구체적인, 마치 진성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라는 제안.
물론 진성으로선 콧방귀도 나오지 않는 말이었다.
‘그것도 참 미안한 말이네. 내가 원하는 건 복수가 아니거든. 그보다~ 있잖아? 그런 시덥잖은 제안 말고. 네가 아는 걸 말해보라고.’
무엇보다 진성이 이렇게나 강하게 나가는 이유 또한 있었다.
마테카가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가?
‘칼로소에 대해서라든지, 뭐, 아니면 <오염의 원인자>라든지.’
초월자 네메르의 존재조차 진성의 기억을 더듬어 훔친 것이다.
또한 진성 자신은 <오염의 원인자>에 대해서라면 카시야스를 통해 정보를 획득한 바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진성에게 사도 안톤 그 자체인 전능의 마테카는 말 그대로 아무런 가치도 없는 몬스터밖에 안 된다는 뜻!
[……<오염의 원인자>에 대해서는 모른다. 허나……칼로소가 창조한 초월자가 찾고 있다는 부분에서 파악할 수 있는 사실은 그 역시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점. 네가 인지하는 오염을 나는 완벽히 인지하기 어려우나 나의 정신 감응 능력과 함께라면 분명 찾아낼 수 있지 않겠나.]‘으하핫, 마테카 씨. 절박하긴 한가봐. 지금 본인이 말했지? 칼로소가 창조한 초월자가 찾고 있다, 그 정도로 강하다……근데 그런 존재를 눈앞에 딱 두고. 당신이 정신 감응 능력, 뭐, 그런 걸로 읽어낼 수 있겠어? 자신 있어?’
게다가 <오염의 원인자>에 대해선 해줄 말 조차 없을 정도로 아무 것도 몰라?
이 시점에서 진성이 깨달을 만한 건 결국 하나였다.
전능全能의 마테카가 자가당착에 빠질 정도로 곤란해하고 있다.
그 말은 곧, 그 곤란의 원인이 바로 눈앞에 있는 진성 자신이라는 점.
[나, 나는……나는 마계의 지리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네가 함께 하는, 완전치 않은 디레지에 따위보다는 내가-.]‘그 정도는 나도 알아. 지금 한번 읽어볼래? 내가 아는 마계의 지도가 네가 아는 거랑 얼마나 차이 나는지?’
마테카는 결국 자신만이 가진 무기를 내세우려 했으나 그 역시 통하지 않았다.
다른 빙의자라면 모를까, 하필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세계관과 설정을 빠삭하게 외우고 있는 ‘고인물’이 그 대상이었으니까.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분명-.]“푸하하하핫!”
진성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콰아아아아앙……!
그때, 제법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폭음과 그에 따른 괴수의 포효가 들려왔다.
칠리새우는 바짝 긴장하며 채찍을 들어올렸다.
“읏!? 지, 진성 씨? 웃겨요?”
“네.”
“슬슬 저기,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차라리 소환수라도 잔뜩 뽑아놨다면 ‘쩔러’ 출신인 그녀가 걱정할 리도 없건만.
진성의 만류로 인해 홀몸이 되어버린 소환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긴장도 당연한 셈이었다.
그러나 진성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괜찮아요. 저쪽은 아마 비비 씨일테고…… 저 소리라면 아마 심연의 메델 타일 터지는 소리 같은데. 비비 씨가 뭐 패턴 실패했나? 흐흐.”
더 이상 정보를 뽑아먹을 게 없는 마테카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이유이기도 했으니까.
비비와 그 일행이 와서 완벽하게 마테카를 처리해버리는 것.
모험가들에게 사도 안톤의 토벌 퀘스트를 완료, 다음으로 나아가게끔 도울 작정이었으니까.
‘저쪽이 오면 진짜 끝이야. 그러니 더 말해 봐. 또 뭘 알고 있지? 칼로소에 대해서는 어때? 네가 이해하고 있는, 네 머릿속에 있는 칼로소는 어떤 존재지?’
따라서 진성은 단순히 시간을 때울 겸 물어보았다.
그리고 마테카는 답했다.
“칼로소는 말 그대로 세상의 이치. 생과 사를 관장하지만 관여하지 않는 존재. 모든 것의 시초이자 모든 것의 끝. 가장 늦게 나타나지만 가장 먼저 걸었던 자.”
그의 육성에 진성이 움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