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19)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19화(19/212)
019
레니는 예상 낙하지점 인근에 서있다.
만약 이대로 비행선이 추락한다면 큰 충격에 휘말릴 것이다.
단순히 폭발에 의한 충격파 정도라면 포션 등으로 어떻게 할 수 있겠으나, 만에 하나 난간도 없는 하늘성 외부를 향해 튕겨 나간다면.
그다음은 아득히 먼 지상까지 자유낙하다.
“레니 씨!? 움직여, 뛰어!”
진성은 더듬거리면서도 힘을 담아 외쳤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최상층부에 있는 유저와 진성 자신의 거리보다 진성 자신과 레니가 조금 더 가깝다는 점일까.
물론 유저에게 목소리가 들려선 안 된다.
그의 ‘채팅창’ 따위에 진성 자신의 채팅이 뜬금없이 입력되어선 안 되니 조심해야만 하는 것.
“레니, 레니!”
진성은 다급하게 레니를 몇 번 더 불렀으나 곧 멈춰야만 했다.
레니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아, 아아……?”
들었음에도 반응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리라.
머리로는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본능적으로 공포에 질려버린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는 진성에게도 또렷하게 보일 정도였다.
베히모스에서부터 떨어진 점 하나였던 비행선은 하늘성을 향해 가까워지며 삽시간에 확대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침음을 흘리며 제자리에 서 있는 레니를 보다 진성은 다시금 떨어지는 비행선을 살폈다.
얼마나 걸릴까. 적어도 분 단위는 되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레니는 죽는다.
그리고 진성은, 적어도 게임 던전앤파이터 유저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다.
레니는 이곳에서 죽지 않음을.
‘지금 내가 뛰어 내려가서 레니를-. 아냐. 아냐.’
그러나 길게 잡아야 60초다. 그 안에 레니를 구한다고?
가능할 수도 있다. 진성 자신의 지금 육신이라면.
다크나이트라면 60초 안에 한 층 또는 두 층을 아크로바틱하게 움직이며 내려가 레니를 구해낼 수 있다.
문제는 레니를 죽지 않게끔 만드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저 비행선을…… 도르니어를 유저의 눈앞에 떨어지게 만들어야 해!‘
쉽게 말하면 진성이 할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가파른 기울기로 떨어지는 비행선 ‘도르니어’를 완만한 각도로 만들어 하늘성 최상층부 인근에 떨어지게 만드는 것, 기왕이면 유저인 ‘모험가’ 일행의 인근에 추락하게 하는 것.
그리하여 비행선 안에 탑승한 자와 현재 비행선의 예상 낙하지점 인근의 레니, 둘을 모두 구하여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원래의 흐름대로 돌아가게 만들면 된다.
‘이런, 젠장!’
다만, 그런 일을 진성이 할 수 있느냐가 문제일 뿐이었다.
고속으로 떨어지는 대형 물체를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가.
진성의 머릿속에는 수없이 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스킬이 없어. 마도학자라면 <반중력 기동장치> 같은 걸 써서-.’
다른 직업군이 할 수 있는 일?
그런 게 무슨 소용인가.
다크나이트라면?
공중에서 떨어지는 무언가를 멈추게 만든다?
‘홀딩이 가능한 스킬도 없는데!’
피격 대상을 일시적으로 멈추게끔 만드는 기술이 있다.
진성은 ‘레벨’이 부족해 배우지 못한데다
설령 배운다 하더라도 무기로 가격해야만 발동되는 근거리 스킬이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할 수만 있었다면, 그렇게 했으리라.
이 모든 것을 진성은 본능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서
결론내렸기에.
“으, 으으, 나와라, 나와라!”
[인벤토리]를 뒤적거리고 있는 중인 셈이었다.폭염탄 외에 벽력탄 등의 폭탄도 있으므로, 그 폭발력을 활용한다면 비행선의 궤적을 비틀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최악의 경우, 타이밍 1초, 2초 차이만 어긋나도…….’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비행선이 화염에 휘말린다거나 그나마 남은 동력원을 모두 없앤 후 완전히 수직 하락하게끔 만들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레니는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비행선 안에 탄 자는 사망하게 될 터.
‘……안돼. 그것도 끝장이다. 그러니까, 좀! 제발! 빨리!’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더 이상 제대로 흘러나가지 않을 것이다.
<부집게의 사명>은 실패하게 될 것이다.
* * *
안경을 낀 남성은 과자를 씹어 먹으며 모니터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창 모드’가 되어있는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화면이 보였으나 지금 남성에게는 그런 게 중요치 않다는 표정이었다.
스페이스 바를 눌러야 넘어가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대화창들이 그의 반응을 기다리는 중임에도 특별히 서두르지 않는 것은 그가 보고 있는 또 다른 인터넷 창 때문이었다.
“여그플 룩압 이쁜 거 뭐 없나?”
자신이 키우는 캐릭터가 입을 수 있는 각종 아바타들을 살펴보고 있었기 때문.
스크롤을 내리며 이것, 저것 살펴보던 남성은 그제야 게임 퀘스트가 진행 중이었음을 깨닫고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아, 맞다. 하늘성 다 깼었구나.”
다多캐릭터 권장 게임인 던전앤파이터의 특성상 퀘스트를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유저들도 있는 한편, 남성처럼 대충대충 넘기는 자도 있는 건 당연한 일.
‘어차피 스토리는 대충 다 아니까. 이제 비행선 떨어지고 다음…… 음?’
스페이스 바를 대충 툭, 툭 누르며 NPC들의 대화를 넘기던 남성은 미간을 찌푸려야 했다.
이 흐름 또한 남성이 부캐릭터를 몇 개나 키우며 겪어봤던 상황 중 하나였으나 어쩐지 그의 기억과는 달랐기 때문.
“어? 원래…… 원래 저런 이펙트가 있었나?”
무언가 허공에서 터지는 이펙트가 보였다고 해야 할까.
구체적으로는 화염 등은 없었으나 투명한 바람과도 같은 힘, 무언가가 폭발할 때 일어날 법한 후폭풍의 이미지와 매우 유사한 효과가 비행선의 근처에서 연이어 발생한 것처럼 보였다?
‘……그냥 휙 날아와서 바닥에 부딪히고 끝~ 이런……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떨어지려던 비행선이 그러한 추가 효과를 동반한 이후에야 날아오는 모습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인위적인 힘이 가해졌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남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중이었다.
‘무슨 미친 소리를. 그래픽 오류 같은 거……겠지. 아니다, 원래 그랬을 수도 있고.’
그럴 일이 존재할 수나 있을까.
남성은 스스로 느낀 허탈감에 피식, 웃으며 먹던 과자를 마저 입 안에 털어넣었다.
“부캐릭 많이 키우다 보니 별일을 다 겪네.”
와삭, 와삭 소리가 울릴 무렵 그의 모니터에는 여러 NPC들의 대화가 출력되는 중이었다.
[우왓, 뭐야? 뭐가 날아와서 부딪혔는데?] [이건……이것도 바칼의 마법인가?]놀란 반과 아간조의 말을 스페이스 바 연타로 넘긴 후 나오는 것은 샤란의 반응이었다.
[마법은 아니에요, 저건-.]남성은 그 또한 스페이스 바를 툭, 툭 연달아 치며 넘겼다.
따라서 그는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비행선?]마법이 아니라는 추측이 대사로 출력될 때와 비행선이라는 한마디를 내뱉을 때 샤란의 이미지.
연이은 두 개의 발언을 한 샤란의 사진이 사뭇 달랐다는 것을.
은근하게 하늘성의 아랫부분을 관찰하던 샤란의 표정을, 그는 볼 수 없었다.
* * *
폭탄은 안된다.
동시에 비행선의 궤적을 틀어버릴 정도의 힘은 있어야 한다.
그런 물건은 일반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가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세계관이 아니었다면.
‘찾았- 드아아아아!’
[인벤토리]를 뒤적거리던 진성은 무언가를 후두둑, 꺼내어 바닥에 내려두었다.언뜻 보면 열대 과실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초록색이고, 양손으로 쥐어야 할 정도로 두툼한 데다, 포도처럼 알알이 구성된 형태지만 그 알 하나하나가 귤만 해서, 코코넛보다도 조금 더 큰 수준의 과일
이라고 해야 할까.
‘후우, 맞추면 된다. 부딪친 지점에서부터 효과가 발동될 테니-.’
진성은 양손으로 그것들을 쥐었다.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최근에 시작한 유저라면 아마 보고도 무엇인지 모를 아이템일 것이다.
그러나 오래된 유저라면, 과거 게임을 즐겼던 유저라면 그 존재를 알뿐더러, 이 아이템의 사용 효과로 인하여 벌어진 에피소드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아이템이기도 했다.
‘흐아아압-!’
진성은 마음 속으로만 기합을 외치며 그것들을 마구잡이로 던지기 시작했다.
과일처럼 생긴 것 몇 개를 맞춘다고 비행선의 궤적이 바뀔 리 없다.
그러나 진성이 던진, 지금도 쉼없이 손에 집히는 족족 던져대고 있는 아이템의 정체가 무엇인가.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공식 설명으로도 유추할 수 있다.
[터지면 아프다기보단 멀리 데굴데굴 굴러가게 만드는 이상한 열매. 파티원에게도 통하니 조심할 것]즉,
탄착점 혹은 맞은 대상 근방의 아군과 적군을 아무 피해 없이 밀쳐버리는 아이템, 진성이 던지는 건 바로 달빛 주점에서 슈시아로부터 구입한 <하늘나무 열매>였던 것!
‘이거 하나에 60골드짜린데!’
다크나이트가 되어버린 진성의 육신은 이미 일반인과 다르다.
손으로, 어깨를 사용해 직접 투척하는 정도라면 떨어지는 비행선의 전방 하단을 맞추겠다는 일념을 이루기에는 충분한 힘이 있었으니까.
───, ───, ───, ───!
<하늘나무 열매>가 연달아 터지길 몇 번이나 되었을까.
허공을 가른 것도 종종 있었지만, 진성이 던져댄 십 수개의 하늘나무 열매 대부분이 작은 비행선, 도르니어의 목표지점에 몇 번이나 적중했을까.
휘이이잇─────……!!!!
“됐……다.”
진성은 보았다.
마침내 제 궤도를 찾고 진성 자신보다 더 상부를 향해 기수를 틀어 올린 비행선 도르니어의 모습을.
그리고 하늘성에 추락하기 직전의 비행선 도르니어에서 무언가가 팔락, 팔락거리며 떨어지고 있음을.
그것이 무엇인지는 굳이 따져 볼 필요도 없는 셈이었다.
‘……카드! 으잇!’
하늘성 방면을 향해 바람에 휘날리고 있던 카드를, 진성은 난간도 없는 외부 계단의 끝자락으로 달려가 가까스로 낚아챘다.
[도르니어(오염)]붙잡은 카드에 써인 문구를 확인하는 순간 진성의 머리 위에서부터 폭음이 들렸다.
“우왓, 뭐야? 뭐가 날아와서 부딪혔는데?”
“이건……이것도 바칼의 마법인가?”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반과 아간조의 목소리.
진성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일단 이 정도면 된 것일까.
잘 끝났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캐릭터 모험가-. 저 유저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출력되고 있을 터.
다만, 진성 자신에게는 모든 게 올바르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
“……아.”
진성은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진성보다 아래층의 나선형 계단에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는 자는 물론 레니였다.
토끼 눈을 한 채 벌벌 떨고 있는 레니,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애쓰는 붉은 머리의 하급 기사와 눈이 마주친 채 진성은 할 말을 잃었다.
애초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레니 또한 진성에게 무엇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도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으니.
고요해진 하늘성에 남은 것은 최상층부의 소란뿐이었다.
“마법은 아니에요, 저건…… 비행선?”
어쩐지 ‘아래쪽’을 의심하는 샤란의 목소리가 울린 이후 마침내 진성에게도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여긴-. 당신들은…… 제발 도와주세요…….”
비행선 안에 타고 있던 자가 말하는 도움 요청이었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진성은 다리에 힘을 잃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정신을 잃으셨군요. 상처가 심하진 않지만 많이 지치신 것 같아요.”
세리아는 비행선에 타고 있던 자에게 말했다.
그러나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건 진성이었다.
‘네…… 진짜 너무너무 지쳐서……피곤해 죽겠네요.’
정신없는 와중에 일단 드는 생각은 하나, 안도감.
던전 지역:하늘성이 무사히 끝나고 다음 시나리오로 문제 없이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안도감.
하늘성 외벽에 등을 기대고 진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 그대로 폐에서부터 끌어올려 내뱉는 안도의 한숨이었다.
“읏.”
그 와중에도 눈을 찌푸려야 했던 것은 진성 자신에게 금빛 광휘가 쏟아졌기 때문.
여전히 황당한 상황이었지만 진성은 그 반응에도 미묘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걸로도…… 레벨은 오르는구나. 일반 유저들과는 다르네.’
그 와중에도 게임 던전앤파이터와 자신의 현실을 비교하며 이런 감상하는 것 또한 진성다운 일이리라.
진성은 [내 정보]를 열어보았다.
레벨은 정확히 23, 모험가 명성은 여전히 17.
얼토당토 않은 마무리라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던전 지역:하늘성의 ‘오염’은 없으리라.
‘그래봐야 당분간이겠지만. 그리고…….’
진성 자신의 성장 외에도, 이번 <부집게의 사명>을 다하며 얻은 게 많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이, 이보세요! 괜찮- 습니까?”
어느새 진성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레니의 표정만으로도 알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