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192)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192화(19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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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 칼만 안 들었지, 무슨 강도 같은 소리를 하는 건데요?”
칠리새우는 펄쩍 뛰었다.
진성이 무어라 답할 새도 없이 속사포처럼 말이 이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비비 저 인간한테는 아무것도 안 받아놓고! 5억 골드? 나한테만?”
비비에게는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았으니까.
진성은 니베르로부터 준장 시절의 계급장을 한 개 건네받았고, 그 즉시 비비에게 그것을 주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러려고 생각했던 것처럼 굴었던 진성의 행동이었으니, 칠리새우 입장에선 ‘좋은 아이템을 얻어도 주변부터 챙기는 스타일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거야…… 저는 <니베르의 계급장>이 딱히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비비 씨한테는 이미 받았으니까요.”
물론 그런 의미일 리가 없었다.
<니베르의 계급장>은 보조 장비 슬롯에 착용하는 장비다.
현재 진성이 보유한 해당 슬롯용 장비는 두 개.
<신검의 타락한 손>과 <돌격대장의 어택 맥시마이저>다.
평소 무기 <킬조의 영혼검>과 보조 장비 <돌격대장의 어택 맥시마이저>를 사용, 여차하는 순간에는 무기 <솔도로스의 선택>과 보조 장비 <신검의 타락한 손>으로 스위칭하며 위기를 헤쳐나오곤 했었다.
‘<니베르의 계급장>이 에픽 등급이긴 하지만, 내 것도 레전더리 등급은 되는 데다…… 단순히 인형들을 뽑아내는 것보단 내 직접적인 공격력 증가에 도움이 되는 게 좋지. 크리티컬 확률도 높여주고. 무엇보다 이건-.’
기계 장치에 가깝다. 즉, 비비의 손길이 닿아 개조된 상태라는 뜻이다.
그 점까지 고려한다면 개조의 여지가 없는 <니베르의 계급장>은 애초에 진성의 성향상 딱히 사용할 곳도 없다는 의미가 아닌가.
오히려 거리를 두고 전투에 임하는 비비의 스타일에 더 어울리기도 했으므로 당연히 진성은 최고, 최선의 효율을 위해 배분한 것이다.
그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칠리새우였으나 그렇다고 넙죽 돈을 줄 수는 없었다.
“……그렇지. 나도 비비 저 인간의 개조가 보통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아니, 그래도! 5억은요!? 5억이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내가 집 판 돈이-.”
“5억을 넘죠. 그리고 어차피 그 많은 골드를 가지고 있어 봐야 별로 할 수 있는 일도 없고요. 아이템 살 수 있어요? [경매장] 이용도 안 되는데? 상점템 쓰시게?”
“-그, 그건…….”
‘안톤 쩔’을 몇 번이나 했는가.
2016년 빙의한 이래 구입했던 자가自家를 현재 시점에 팔기까지는 또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던가.
수중에 5억 이상의 잔고가 있다지만, 그간의 수고를 생각해봤을 때 칠리새우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그 돈을 진성 홀로 다 먹는다고 한다면, 특히나 주지 않으려 했던 그녀였다.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니까요. 뭐, 우리 모두 다같이 겸사겸사 강해지자는 건데, 그게 뭘 또 강도라고 표현하십니까.”
“우리 모두? 다 같이?”
그러나 이어지는 진성의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울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네. 5억 골드는 우리 모두를 위해 쓸 거예요. [아바타 마켓]과 [크리쳐] 구입으로.”
“……아.”
칠리새우도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진성의 몸에서 간혹 빛나는 오라 효과.
그리고 그가 데리고 다니는 크리쳐.
진성은 그것을 어디서, 어떻게 구했을까.
‘크리쳐도 버서커 그 인간이 데리고 다니는 걸 제외하면 없었지. 그 인간은 알려주지도 않았을뿐더러……그 이전엔, 비비까지도 빙의된 인간들은 쭉 크리쳐가 없었어서 뭔가 버그 같은 게 터져야만 되는 줄 알았는데, 역시 진성 씨는…….’
어째서 <쁘띠 로터스(갈퀴)>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가 크리쳐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심지어 아바타까지 구할 수 있음을 확언한 순간, 칠리새우로서는 할 말이 없어진 것이다.
비비는 장난스럽게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칠리 언니! 나처럼 말 잘 듣고 이쁜 동생한테 아바타랑 크리쳐 같은 것 좀 사주는 게 그렇게 아까워요?”
“비비 당신은 말이야, 염치가 좀 있어라! 지나가던 개를 붙잡고 말해도 비비 당신보다 말을 잘 들을걸? 그리고 진성 씨랑 나랑 거래하는 거에 사실상 깍두기로 끼는 거면서 뭘 그리 당당하게-.”
“잉? 깍두기? 깍두기가 무슨 뜻이에요? 김치는 아닐 테고.”
“-어윽……. 됐다.”
“이히히힛, 뭔진 몰라도! 진상 님이 말했잖아요! 나도 칠리 언니한테 언제든 개조해 줄 테니까 미리 선불로 준다고 생각해줘요!”
너무나 밝고 또 너무나 당당하여 오히려 미워할 수 없다고나 할까.
칠리새우가 잠시 씁쓸한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진성 역시 웃으며 한마디를 거들었다.
“어떤 선택이 더 득이 될지는 잘 아실 겁니다. 지금, 비비 씨랑 칠리새우 님의 ‘대련’만 해도 말이죠.”
칠리새우의 반박 의지조차 꺾는 말이었다.
당장 그녀가 비비와의 대련에서 사용하는 스킬이 다 무엇인가.
2016년 초반에 정체되어 있던 칠리새우 자신의 스킬이 사실상 리뉴얼 버전으로 모두 바뀌었다. 심지어 해당 버전에서 가장 효율적인 스킬 포인트 분배와 소환수의 운용 등에 대해 진성에게 조언을 들었다.
아직 배우지 않은 스킬까지 고려하고, 앞으로를 생각한다면 진성의 도움은 그녀 자신에게도 큰 힘이 될 터.
‘거기다…… 죽은 자의 성에서 뭐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비비가 강해진다는 점 역시 칠리새우 자신에게는 ‘보험’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진성의 말마따나 세 명이서 마계나 그 너머까지 움직인다면, 결국 세 사람이 한 개의 파티로 묶인다고 가정했을 때, 파티원이 강하면 강할수록 칠리새우 자신이 편해진다.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을 수 있으면서도 저 인간은 그러지 않아. 만약 나였다면 이렇게 신사적으로는 안 했을 거야. 갑과 을이 확연하게 드러난 순간……말이 좋아 계약이고 말이 좋아 거래지, 사실상 쥐고 흔들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아바타 마켓] 및 [경매장]의 사용 방법은 진성만이 알고 있다.
아바타의 구입 대행, 크리쳐의 구입 대행.
사실상 두 가지를 절대 권력처럼 진성이 쥔 이상 그것을 빌미로 칠리새우 자신을 협박할 수도 있었다.
더욱 난폭하게 대할 수도 있었다.
갑甲이 무엇인지, 그 힘을 드러낼 수 있었다.
‘아주 어린 친구도 아냐. 분명히 갑의 위치에 대해 알 법한데도 이렇게 매너 있게 나와준다면, 이거야, 원.’
그럼에도 진성은 그러지 않았다.
그것이야말로 칠리새우 자신을 존중해준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으니…….
결국 칠리새우는 진성의 제안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아… 5억 진짜, 내가 빙의되기 전에 모은 것보다 더 힘들게 모았는데.”
“잉? 칠리 언니 5억 모아봤어요? 아, 하긴, 나이가 나이라-.”
“나, 나이 때문에 모은 게 아니지, 이 사람아! 진짜 주고 싶다가도 마음이 싹 달아나게 만든다니까! <교감>! 루 과장님, 저 인간 머리 위로 메테오 좀 떨어뜨려요!”
“으핫! 진짜 나한테 쏘면 어떡해요, 언니!”
칠리새우는 자연스레 리뉴얼이 적용된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 적중률 및 파괴력에 비비가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보며 진성은 웃었다.
“푸하하핫, 그럼 비비 씨 템 발동 효과 확인했으니 칠리새우 님 패턴 연습 조금만 더 하고! 이동해보죠. 아바타 마켓으로.”
[인벤토리]를 뒤적거리며 꺼내는 것은 ‘텔레포트 포션’이었다.진성이 두 사람에게 그것을 건네고, 효능에 대해 설명하는 시점에서 이미 칠리새우는 넋이 나간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헐…….”
진성과 함께 하는 게 5억 골드 이상의 가치가 있음을, 이미 본능적으로 깨달았으니까.
* * *
[아바타 마켓]에 들어서자마자 진성이 신경 쓴 것은 역시나 주변의 시선이였다.-미리 말씀드렸지만 여기서부터 우리 대화는 유저들의 채팅창에 뜹니다. 말할 거 있으면 [파티] 말로 한다는 느낌에서, 이런 느낌으로. 오케이?
진성은 고개를 푹 숙이고 두 손을 가린 채 속삭였다.
다행이라면 이러한 동작까진 일반 유저들의 모니터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이미 진성이 뭇 유저들 앞에서 제자리 뛰기부터 만세까지 하며 얻어낸 정보였으므로 확실히 믿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근데 진짜 장난 아니네요! 모니터로 볼 때랑은 화려함이 다른데!? 우리 꼭 클레압 사야 해요? 나 다른 거 사면 안 돼요? 예쁜 거 너무 많아!
비비는 [아바타 마켓]의 NPC인 달비로부터 받은 카탈로그를 재빨리 넘기기 시작했다.
기계 장치나 금속 재료를 볼 때 반짝이던 눈동자와는 또 다른 기쁨이 가득 어린 눈빛이었다.
-아니면 홍학 세트 살까? 칠리 언니, 우리 사파리 세트 같이 맞출래요? 내가 홍학 하고 언니가 븜끼 하고!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바타를 꼽으라고 하면 반드시 들어갈 법한 세트 중 하나, <새 학기 사파리 아바타>.
특히 여자 마법사 직업군의 토끼, 여자 거너 직업군의 홍학, 추가로 아처 직업군의 펭귄 등은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아바타들이다.
-……아주 지 돈 아니라고 신났네, 신났어.
-크흠, 칠리새우 님 말이 맞아요. 우리가 봐야 할 건 클레압. 그중에서도 제가 미리 말씀드렸던 플래티넘 엠블렘이 잘 박힌 걸 봐야 하니까 일단 거기 집중하죠.
물론 칠리새우나 진성이 그걸 허락할 리는 없었다.
시간적 여유가 조금 있다지만 당장 집중해야 할 일에 집중하라는 진성의 말.
그 말에 비비는 오히려 화색이 되어 답했다.
-그건 벌써 찾았죠! 클레압 세트! 진상 님이 말한 것처럼 <트랜스포메이션> 대신 <하이테크놀로지>가 박힌 세트! 8천만 골드! 그리고 이거이거! 홍학 세트 2천만 골드니까! 합쳐서 1억 골드 깔끔하게 빌려줘요. 나중에 갚을 테니까. 치사하게 자꾸 그러면 안 갚아요?
역시나 빠르다고 해야 할지.
벌써 돈 계산까지 마치고 칠리새우에게 당당히 요청하는 그녀의 모습에 진성은 이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서서 빌려주고 엎드려 받는다는 말이 있다지만, 비비 당신한테는 그 말마저도 안 통하나 봐. 진짜……한편으론 대단하다, 대단해.
-그럼 빌려주는-
-죽은 자의 성이나 마계에서 홍학 입은 인간이랑 같이 돌아다니다 나까지 휘말리긴 싫거든? 그러니까 조용히 클레압이나 사.
-히이잉…… 너무해요, 언니.
진성의 입장에선 칠리새우가 있어 다행일 따름이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도 결국 칠리새우를 이기진 못했으니까.
풀 죽은 비비를 무시한 채 카탈로그를 바라보던 칠리새우의 시선이 슬며시 진성을 향했다.
-크흠, 근데, 저기, 진성 씨?
-네?
-같이 들어와 준 건 고마운데……왜 우리한테 이렇게 잘 해주는 거예요? 아니, 비비 이 인간이야 안면이 있던 사이니 그럴 법 한데. 나한테까지 왜? 실제로 돈 쓰는 건 나지만 진성 씨한테 딱히 이득이랄 게 있나 싶어서 갑자기 궁금하네요.
그녀의 발언에 풀 죽었던 비비 역시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진성을 보았다.
실제로 이곳, [아바타 마켓]에서 이미 진성은 구할 게 없다.
그럼에도 굳이 비비와 칠리새우, 두 사람을 위해 이곳에 온 이유?
진성은 잠시 생각했다.
-으음, 뭐라 말해야 하려나. 벌써부터 이런 말을 하기 좀 그렇지만……
당연히 무조건적인 선의로, 그저 두 사람이 걱정되어 이곳에 왔을 리 없다.
그는 이미 알고 있다.
앞으로의 메인 시나리오가 어떻게 흘러갈지.
사도 안톤의 사체로 이루어진 섬, 천계인들로부터 ‘젤바’라는 이름을 얻게 될 섬.
그리고 그 섬의 상공에 내리꽂힐 듯 마계에서부터 뾰족하게 돋아난 ‘죽은 자의 성’.
‘던파에서 처음으로 선택지가 나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당연히 나 혼자 모든 걸 다 할 순 없을 거야.’
사도 루크는 어떤 존재인가.
그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전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여 각 세력들의 온갖 생각이 얼기설기 뒤얽히게 된다.
그렇다면 그저 휩쓸리기만 할 수는 없다.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지.
<오염의 발생 가능성>은 또 어디서부터일지.
몸이 여러 개로 나뉘지 않는 이상 진성 홀로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유저가 아니다. 이제부터 내가 함께 다니는 두 사람은 모두 빙의된 모험가야. 만에 하나라도 오염이 생기면 바로잡아야 할 1순위 후보들이다.’
연단된 칼날이 되기 위해 이곳으로 불려온 자들.
물론 연단된 칼날이 되지 않기 위해 진성을 따라다니는 칠리새우와 가장 믿을만한 사람이 진성이기에 쫓는 비비였으나, 어찌 되었든 그들에게 부여된 <임무>는 분명 [연단된 칼날]이다.
그렇다면 <부집게의 사명>을 띈 자로서 두 사람에게 발생할 오염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혹은 발생한 오염을 색출, 제거하는 게 진성 자신이 할 일이라는 뜻.
따라서 진성은 진작부터 계획하고 또한 각오하고 있었다.
-우리 셋은 따로 행동해야 할 겁니다. 뭐……쉽게 말하자면!
그들을 조금이라도 더 강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들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부집게인 진성 자신을 위해서라도.
-목숨 걸고 개고생을 하시게 될 것 같아서요. 지금이라도 잘해드리고 싶달까?
그들이 죽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잉?”
“뭣?”
카탈로그를 보던 두 여성이 동시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바타 마켓]에 입장한 유저들의 채팅창에 텍스트가 떠올랐으나 그것을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