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198)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198화(198/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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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은 활기차게 손을 흔들며 억지 웃음을 지어냈다.
“아하하핫, 여기들 모여 계셨구나~? 제가 안 그래도 타임로드 님들께 할 말이 좀 있기도 했고 그래 가지고…… 메멧 님? 그쵸? 제가, 저기, 알죠?”
다크나이트의 배경 설정 중 하나.
타임로드 ‘최후의 메멧’은 여타 타임로드와 달리 ‘시간 관리’와 관련된 능력은 없다.
그의 능력은 오직 보는 것.
그는 플레인의 최후를 보았고, 그리고 상심했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게 통상적인 시간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자들, 시간의 아이들이다.
최후의 메멧은 시간의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그들이 만든 차이로 최후의 멸망을 빗겨나가게 해줄 것을 기대하며 그 가능성에 희망을 걸었다.
결국 설정상 ‘시간의 아이들’이란 외전 캐릭터인 다크나이트와 크리에이터였으니, 진성은 메멧에게 아는 체를 하여 이 상황을 부드럽게 넘기려 한 것이었고.
“……메멧이 관여하지 않은 육체의 인간이여.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는 손에 꼽는다는 걸……말하지 않았던가.”
“아.”
여타 다크나이트의 설정과 달리, 결국 진성과 타임로드 ‘최후의 메멧’이 관계가 없다는 건 지난번 조우했던 클리파조차도 이미 알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진성은 후다닥 말을 바꿨다.
“그런데! 나도 타임로드 아닙니까! 어!? 시공간의 문을 이렇게 열고! 차원의 틈에서! 어!?”
최후의 메멧이 진성 자신의 편을 들어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다음으로 선택할 것은 진성 자신의 위치가 그들과 같음을 증명하는 것.
애초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
그 점에 대해 진성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근거도 충분했다.
다크나이트의 패시브 스킬 <타임로드>.
‘수많은 시간대의 분쟁 요소를 제거하며 다니는 긴 여정 끝에 타임로드의 힘을 얻게 된 게 바로 다크나이트! 이지만-.’
그러나 자신만만하게 윽박을 지르던 진성의 어깨는 차츰 움츠러들었다.
패시브 스킬 <타임로드>는 그 설명 문구에서조차 다크나이트가 타임로드의 힘과 경지에 이르렀음을 알려주지만, 그때는 언제인가.
‘진眞 다크나이트……. 그건 진眞 자각을 마친 다음에 배우는 스킬이지.’
비록 <디 엔드 오브 타임>이라는 진 자각 스킬을 한 번이나마 발동시켰다지만, 근본적으로 진眞 자각을 마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 결국 진성은 아직 타임로드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뜻이다.
“클리파가 말했던 인간인가. 시간을 어지럽힌 방탕한 인간이여, 내 이름으로 너를 청산할지니.”
청산의 메시의 양팔이 두둥실 떠올랐다.
그 손에 장착된 클로Claw의 날이 차갑게 번뜩였다.
무엇보다 거리가 멀어 작아 보였다고 생각한 타임로드들이 진성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을 때, 눈에 보이는 그 압도적인 크기와 압박감은 무어라 말할 수 없을 지경이 아닌가.
‘모니터로 볼 때 그 몬스터의 크기가 아냐, 젠장, 이렇게 컸던가!?’
허겁지겁 <솔도로스의 선택>을 꺼내어 보지만, 문제는 공간의 특수성이었다.
우주에서 유영하듯, 깊은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듯 한 상태에서 마음대로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자는 얼마나 되겠는가.
“<래피드 무브으으으읏!?”
무엇보다 이동형 스킬이라고 하여 원하는 대로 발동되는 게 아니라는 점까지.
우선 청산의 메시의 돌진 공격을 회피하려던 진성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누군가가 강제로 자신의 몸을 잡아당겨 내던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공간의 특수성 때문만이 아니었다.
[진성, 발목이다!]“알고 있어, 젠장, 사슬이라니-.”
“현재에 발을 딛고 있는 한 나에게서 달아날 수 없다.”
청산의 메시에 뒤이어 진성에게 공격을 가한 ‘현재의 안드레스’가 그 시간의 사슬로 진성의 발목을 감아버린 게 아닌가.
“타꼬! 이거 못 끊어?!”
“꼬, 꼬르르륵!”
진성 자신의 검을 휘둘러 처리하기 힘든 상황에서 진성은 크리쳐의 스킬까지 활용해보았으나 그뿐이었다.
뻗어나간 촉수는 시간의 사슬을 휘감아 아주 잠깐 그 장력을 약화시킨 게 전부였다.
근본적으로 진성의 발목에서 떼어내지 못한 상황!
“과거의 과오를 지금이나마 바로잡겠다.”
“그것으로 모든 것을 청산하리니.”
그런 진성을 향해 다가오는 건 과거의 바스턴과 청산의 메시였다.
진성의 몸통보다 커다란 바스턴의 주먹, 그리고 클로의 날 하나하나가 진성의 허벅지보다 굵은 메시의 공격까지!
“으, 젠장, <회오리>!”
휘이이이잇───────!
진성은 흑구가 지닌 기술 중 하나를 발동시켰다.
진성을 감싸며 맹렬하게 불어닥치는 회오리바람에 바스턴과 메시가 움찔하는 그 빈틈.
진성의 시선은 한 군데를 향했다.
‘이 싸움을 끝내야 해. 하지만 도망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들과 줄곧 싸운다 하여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적으로 인식된 채 다시 차원의 틈을 찢고 죽은 자의 성으로 돌아간다 한들 진성 자신이 어쩔 것인가.
플레인:아라드의 시공간을 담당하는 타임로드들이 시시각각 진성 자신에게 디버프를 내릴지도 모른다. 어쩌면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쫓아올지도 모른다.
따라서 진성은 그 짧은 사이 결심했다.
최후의 메멧도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다른 타임로드들 모두 진성 자신을 공격하려 한다면…….
“<포식>!”
─────────────!
진성은 또다시 흑구의 기술 중 하나를 발현하였다.
먹잇감으로 노린 개체에게 폭발적으로 쇄도하는 스킬!
<추격 포식>의 연속적 공격과 달리 단 한 번 빠르게 목표물에게 접근하는 스킬이었으나 지금의 진성에겐 이것으로 충분했다.
쉬이이잇-! 진성이 목표로 한 존재, 방심하고 있는데다 이곳에 있는 타임로드 중 그나마 가장 진성 자신이 결박할 만한 존재, 그의 뒤만 잡으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에엣!?”
금속과 금속이 챙-! 하며 부딪치는 맑은 소리를 내었다.
진성은 그와 동시에 외쳤다.
“다 멈춰! 조금만 더 움직이면 타임로드 클리파는 이 차원에서 없어질 줄 알아.”
<솔도로스의 선택>의 무지막지한 검날은, 타임로드 중 가장 작은 개체, 기계로 이루어진 사자 얼굴 형상의 클리파에게 닿아있었다.
조금만 비틀어 움직여도 지렛대 효과에 의해 ‘무슨 일’이 벌어질 법한, 조금만 더 검을 찔러넣어도 그날이 클리파의 안면부를 꿰뚫을 듯한, 매서운 위치였다.
“……시간의 아이들이 아님에도 그 육체를 지닌 인간이여.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현재의 안드레스의 목소리가 한껏 격앙되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과거의 바스턴, 청산의 메시, 회한의 가린샤까지, 타임로드들은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만큼 클리파를 인질로 잡은 진성의 행태는 그들에게도 당황스럽고 또한 위협이 된다는 뜻.
그 와중에도 움직이는 타임로드는 한 개체뿐이었다.
“나는 최후를 관찰하는 타임로드지만 네 녀석의 최후 정도는 만들어줄 수 있다.”
최후의 메멧.
담당하는 시간선은 없으나 여타 타임로드와 다른 점은 그뿐만이 아니다. 바로 그의 곁에 있는 거대한 황금빛의 검이다.
진성의 곁으로 둥실둥실 다가오는 황금빛 검은 진성의 육체뿐 아니라 그 영혼마저 시공간에 가둬버리는 참격을 날릴 기세였다.
물론 가만히 있을 진성이 아니었다.
클리파를 인질로 잡으려던 건 그것을 빌미로 이 차원의 틈에서 벗어나기 위함은 아니었다.
그런 식으로 돌아가려 했다면 진성 홀로 재빨리 도망치는 것과 아무런 차이도 없었으니, 애당초 진성의 목적은 확고하게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그럴 순 없을걸? 그건 ‘최후의 메멧’이 할 수 있는 ‘최후’가 아니니까. 제아무리 타임로드라 해도 부여된 권한밖의 일을 할 수는 없잖아? 그건 월권 행위지. 오히려 내가 당신들에게 따지고 싶은데. 지금까지의 직무 유기에 대해서.”
타임로드들에 대한 공격을 멈추게끔 만든 방법.
진성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그것이었다.
* * *
타임로드들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월권 행위? 직무 유기?
진성이 내뱉은 말에 대해 그들 역시 한 번쯤은 곱씹어 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
물론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진성이 아니었다.
한 호흡, 숨을 고르며 진성은 다시금 공손하면서도 그들을 몰아붙일 목소리를 내었다.
“타임로드들은 맡은 바 직무가 뚜렷합니다. 그쵸? 그리고 해당 범위 안에서 힘을 쓰는 겁니다. 그것도 맞죠!? 아니면 아니라고 대답해봐요!”
“맞다. 허나 그것이 네가 지껄인 말과 무슨 상관-.”
“상관있죠. 과거의 바스턴! 당신은 시간선상 과거로 거슬러간 존재들을 감시하고 잡아내는 거 아닙니까?”
“……그렇다.”
“근데 왜 나를 공격하는데? 내가 지금 과거에 온 건 아니잖아요?”
타임로드들은 제각각 맡은 바 임무가 있다.
그것은 의무이다. 그리고 그러한 의무를 지키기 위해 행할 수 있는 권한 또한 부여받았으니.
진성이 지금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었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하물며 선제공격으로 자신들의 권한을 남용할 수 있는가.
과거의 바스턴은 입을 떼려 했으나 이미 그의 생각은 너무나 길어졌다.
진성의 말이 더 빨랐다.
“그건-.”
“현재의 안드레스! 당신도 마찬가지야! 당신은 현재를 벗어나 ‘다른 시간선’으로 도망치는 존재를 추적하는 타임로드 아닙니까? 근데 내가 지금 다른 시간선에 왔나? 나는 여전히 현재에 있습니다!”
“…….”
현재의 안드레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표정이 드러나기 힘든 그들의 기계 재질형 얼굴에도 드러날 정도의 감정 때문이었다.
“청산의 메시! 그쪽은 다른 타임로드들이 제각각의 이유로 처리한 존재들, 그 존재들이 남긴 흔적을 정리하는 역할이잖아요! 존재 자체에 개입하여 힘을 쓰는 게 아니지!”
놀라는 정도는 겉으로 드러내지도 않을 터.
지금 타임로드들이 느끼는 것은 놀라움을 넘어선 경악이었다.
눈앞의 인간은 누구인가.
“……그것을 어찌…….”
차원의 틈에 함부로 들어와, 타임로드 클리파를 인질 삼은 것만으로도 당혹스럽기 그지없건만 지금 그가 내뱉는 발언이란.
회한의 가린샤가 겨우겨우 입을 떼려 했으나 그 말조차 제대로 마치기 힘들 정도였으니.
그들로서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으리라.
다른 빙의자 대부분이 모를 만한 사실까지 진성이 알고 있었으니까.
현재 이곳에 있는 타임로드들.
그 타임로드들이 맡은 역할, 그들의 권리와 의무.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고인물’에게 이 정도의 설정 암기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회한의 가린샤, 당신은 시간을 넘나들며 회한에 빠진 자를 오히려 구원하는 역할이지. 나를 공격해선 안 됩니다. 최후의 메멧은 말할 것도 없죠. 당신의 역할은 지켜보는 거잖아.”
진성은 더없이 고요해진 차원의 틈에서 타임로드들을 노려보았다.
그러곤 묵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니…… 타임로드님들, 여러분들이 지금의 저를 공격하거나 배제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겁니다. 난 과거를 뒤흔든 것도, 현재를 벗어난 것도, 그러한 이유로 다른 타임로드들에게 정리를 당한 것도 아니니까. 나를 공격한다면-.”
당신들은 나를 공격할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거야말로 월권 행위죠. 부끄러운 줄 아십쇼. 게다가 직무유기까지 해놓고 말이야.”
타임로드들의 혼을 쏙 빼놓은 채 능숙하게 다음 화제로 넘어간다.
그렇게 진성은 이 공간을 제압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클리파를 인질로 잡아서가 아니었다.
그 증거가 바로 최후의 메멧이 내뱉는 말이었다.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으나……. 직무 유기는 또 무엇인가.”
그들은 이제 진성을 제거 대상으로 여기지 않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왔으면 다음은?
진성에게 있어선 너무나 많이 겪어본 상황이었다.
“말해드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약속을 하나 받아야겠는데요.”
“……공격에 대한 것이라면 인정한다. 나, 최후의 메멧의 이름을 걸고 이곳에 있는 타임로드들은, 적어도 이번 만남에서만큼은 공격하지 않으리니-.”
“음? 아뇨, 아뇨, 그런 거 말고. 그거야 당연히 해주셔야죠. 애초에 클리파 님도 저랑 함께 있는데. 그 ‘당연한 거 말고’ 다른 거 말하는 건데요.”
“-으, 음? 다른 것이라 함은…….”
한 번 꼬투리를 잡힌 이상, 진성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건 타임로드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였다.
“말 그대로죠. 아, 물질적으로 뭘 달라! 이런 건 아닙니다. 그냥 제가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해서 ‘간단하게만’ 답해주시면 되는 정도예요. 타임로드 님들께는 진짜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어떻게, 수락하시겠습니까?”
흑구의 웃음 소리가 진성의 머릿속에만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