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24)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24화(2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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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울프 기사단의 인원들이 역시나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일까.
“새, 생명의 은인님!”
“너는 그때 그-.”
“아, 아, 부단장. 너무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말라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G.S.D 님의 제자분인데.”
제각각의 표정을 지은 기사들이 진성을 바라보는 가운데, 그나마 정상적인 건 역시 아간조밖에 없었다.
“마법사 길드……? 샤란 님이 보낸 건가? G.S.D 님과는 어떻게 된 거지.”
“아, 스승님의 명도 있고 또 샤란 님께서 도와달라 말씀하신 것도 있어서 당분간 마법사 길드의 신세를 지고 있거든요. 크흠, 지금 ‘이 사건’과 관련해서도 역시 힘쓸 일이 필요할 것 같으니 저보고 조사를 부탁해주셨고요.”
진성은 거침없이 말했다.
세부적인 측면에서의 과장이 조금 포함되어 있다지만 이것은 거짓말도, 틀린 말도 아니었다.
“여왕님께서 마법사 길드에 이야기를 하신 건가. 으음.”
아간조는 이렇게나 빠른 대처에 잠시 의심을 했으나 진성은 그대로 밀어붙였다.
“예. 베히모스에 전이된…… 사도 로터스와 관련된 문제를 쉬이 넘길 수는 없으니까요. 가급적 나서지 않고, 뒤에서 조사하는 일이면 충분합니다. 다만, 저 혼자 일하기에는 힘에 부칠 수 있으니 레니 님과 함께 움직였으면 합니다.”
당연히 첫 번째 목표는 레니에 대한 점이었다.
지금 당장 레니가 베히모스에 오르게 된다면, 유저에게 그녀가 보일 확률이 높다는 것.
즉, 그녀를 진성 자신과 함께 움직이게 함으로써 유저의 ‘모니터 화면’에서만큼은 떼어놔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는 것.
“또한 레니 씨와 함께 다닌다면, 제가 샤란 님께 들었던 조사에 필요한 부분만 재빨리 마무리 후 여러분들과 여러 가지를 공유할 수 있을 테니까요.”
진성 자신이 그들과 무작정 함께하지 않은 채 따로 행동할 수 있는 안배까지 두자는 게 진정한 목표였다.
그 합리적인 제안에 반대할 자는 없었다.
“좋잖아요, 아간조 아저씨. 아저씨랑 나랑 모험가는 길을 뚫는 데에만 신경 쓰면 될 테니까. 조사를 하거나 뭐 귀찮은 것들은 이분에게 맡기면 아무래도 효율적이지 않겠어요?”
반 발슈테트는 긍정적인 발언과 함께 한마디를 덧붙였다.
“제대로 된 실력도 볼 수 있을 테고.”
진성을 향해 미묘한 눈빛을 띤 채.
“그렇겠지. G.S.D 님의 제자분이라면 실력은 믿을 수 있는 데다, 샤란 님께 조사에 대한 부탁과 조언을 받았다면 우리가 놓칠 수 있는 단서들도 잘 찾아줄 테니. 고맙군, 부탁하겠네.”
그 말을 들은 아간조가 고개를 끄덕인 시점에서 확정은 난 셈이었다.
레니는 진성을 흘끗거리며 자신의 임무에 대해 재차 확인했다.
“제, 제가 진성……님과 함께 후방을 맡으라는 말씀이십니까, 단장님?”
“그래. 만약 앞선 우리들이 모두 정신지배에 당하면 후방에서 대처할 사람은 있어야 하니까. 저 ‘제자님’ 외에도 레니 네가-.”
“옙! 만에 하나 단장님이 정신지배를 당하신다면 깨어나실 수 있게 곧장 단장님의 옆구리를 찔러드리겠습니다! 무, 물론 이분과……진성 님과 함께요!”
임무에 대해 확인하는 것인지, 자신의 열정을 어필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이유인지.
“……에휴. 그래, 그래라.”
“으음, 곤란하겠군, 반.”
반과 아간조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으나 어찌 되었든 진성의 목표는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샤란을 운운하긴 했다만 아간조로부터 어느 정도 인정을 받기도 했으니, 앞으로 진성 자신의 행동반경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에서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뭐야! 왜 이리 늦게 오는 거야? 급한 일이라며? 사람 기다리게 하지 말고 빨리빨리 좀 오라고!”
카곤은 진성과 반, 아간조 그리고 레니를 보며 투덜거렸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마가타는 순식간에 창공을 가르며 쏘아져 나갔다.
구름을 뚫고 창공을 누비는 거대한
고래, 아니, 고래라기에는 그 크기가 너무나 압도적인 생명체.
베히모스가 곧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 * *
‘……여기서는 이렇게 되는 건가?’
대부분의 NPC들이 베히모스의 위용에 놀라고 있을 때, 진성은 다른 부분에서 놀라는 중이었다.
하늘성을 가봤기 때문에 비교해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늘성에서는 여격가 유저가 있었어. 죽은 눈으로 오르는…… 말 그대로 진짜 ‘인형’ 같은 모습으로 세리아와 함께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하늘성의 층계를 일일이 오르는 모든 모습을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연출할 수는 없다.
즉, 그 부분은 네메르가 말했던 ‘축약’ 그리고 현실의 아라드와 게임 간의 괴리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베히모스는 비행선인 마가타를 타고 가야하는 던전 지역이라 이런 걸까. 죽은 눈으로 비행선을 타고 있는 모습조차 나오지 않는 데다…… NPC들이 모험가 운운을 하면서도 모험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아무런 태클도 걸지 않아.’
차이가 있다.
그 부분까지 생각했을 때 진성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뭐, 실제로 게임상에서 비행선을 타지 않고 이동하는, 그냥 던전 지역으로 덜컥 들어가는 파트는 베히모스가 유일하기도 하니까. 당장은 나한테 잘된 일이지.’
이후에도 비행선 또는 해상열차 등의 던전 지역과 맵이 있으나, 그 부분에서는 모두 게임 던전앤파이터 내 표현이 되어있는 것.
그때가 된다면 이러한 이동 과정에도 유저인 모험가의 껍데기 같은 모습이나마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게 진성의 추측이었다.
후우우우웅────……!!
베히모스 근처로 다가갈수록 강해지는 건 돌풍만이 아니었다.
카곤은 인상을 찌푸렸다.
“말해두지만 난 바로 베히모스에서 떠날 거야. 하늘성의 마력 때문에 체류하고 있진 못해. 돌아가려면 신호를 보내라고.”
주변에 있는 하늘성에 설치된 바칼의 마법진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까지.
카곤의 경고에 아간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필리아 양의 말에 따르면, 사도 로터스는 신전의 중앙에 있다고 하니 우선 외곽에 내려서 상황을 살피는 게 좋을 것 같네.”
외곽의 유적지로 비행선이 접근하여 마침내 착지할 수 있는 공간을 차지했을 무렵.
진성은 풉, 하며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아야 했다.
‘생겼어! 유저가 생겼어!’
반과 아간조의 발이 땅에 닿기 무섭게, 어느덧 두 사람의 곁에는 여자 아처 유저의 모습이 생성되었으니까.
어쩐지 미묘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역시 이런 부분은 결국……이 세계가 게임과 연동되어 있다고밖에 볼 수 없구만.’
분명 게임 던전앤파이터로 즐기는 유저들이 있는 반면, 진성 자신에게는 목숨을 걸고 생존해야 하는 현실의 세계라니.
‘하지만 어쩐지, 음, 뭔가…….’
진성은 검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공포와 두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모니터와 키보드만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흥분과 기대가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점이라 해야 할까.
먼저 베히모스에 내린 반과 아간조 그리고 여자 아처 유저 앞에 누군가가 나타난 것은 그때였다.
“베히모스를 본따 눈이 세 개인 가면…… GBL교 신도들의 가면이다. 생존자인가?”
“으으, 로터스 님에 거역하는 자……. 죽어라!”
세뇌된 GBL교 신도는 적극 달려들었으나 반은 능숙하게 반격하며 그를 베어버렸다.
“저들을 놔두면 죽는 건 우리니까. 사도에게 조종당하느니 죽는 게 더 편할 거야. 도와준다고 생각하자고.”
“반의 말이 맞네. 저들을 도와줄 방법이 없는 이상……이게 최선이겠지.”
아간조 또한 그 말에 동의했을 때, 마침내 여자 아처 유저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던전 지역:베히모스에서, 유저의 뒤를 쫓아야 하는 진성의 임무도 본격적으로 수행해야 할 차례였다.
* * *
돌을 쌓아 만든 고대 유산의 내부는 밖에서 보기보다 더욱 넓었다.
진성은 부서진 유산의 잔해 등을 살피며 조용히 말했다.
“레니 님, 조심하세요. 모험가와 반 님, 아간조 님이 휩쓸고 지나갔다지만 아직 어떤 위험이 남아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
이미 유저와 반, 아간조는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며 조사를 시작한 상황이다.
유저가 지나간 방면이라면 반드시 ‘모든 몬스터’를 물리쳐야 다음 방으로 나아갈 수 있으므로 특별한 위협이 없겠으나, 반과 아간조가 지나간 방향은 또 다르다.
무엇보다 그들을 곧장 뒤쫓는 게 아니라 다소간의 여유를 두고 따라가는 입장 상 이번에는 적을 조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
‘게다가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지. 레니 같은 성격에 갑자기 소리를 질러버린다거나, 유저를 완전히 따라잡아 버리면-.’
그 시점에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더욱 꼬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레니가 이곳으로 온 것만으로도 시나리오가 ‘오염’되었건만, 그 위험을 더욱 키울 수는 없기에 진성은 경고를 한 것이었다.
“그냥 레니 씨……라고 부르셔도 돼요. 아까처럼.”
다만, 진성의 충고를 듣고 있던 붉은 머리의 하급 기사는 진성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하고 있다는 게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으, 아? 네? 레니 씨-. 아까? 제가 언제 그랬었나요?”
“네. 마가타에 탑승하기 전에…… 단장님께 제안하실 때요.”
레니의 조곤조곤한 말투에 오히려 진성은 당황스러웠다.
그런 적이 있었나? 진성 자신이 그런 표현을 썼다는 것조차 기억나지 않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나?
레니가 도통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으므로 진성은 우선 사과부터 하려 했다.
“미안합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리죠.”
“아뇨! 기분 나빴을 리가 있나요. 생명의 은인님이신데. 오히려 저야말로!”
그러나 레니의 상황은 진성의 예상과 조금 달랐다.
기사인 자신을 ‘님’이라 칭하지 않고 ‘씨’라 칭하여 기분이 나빠 목소리가 내려갔나, 싶었던 예측 따위가 맞을 리는 없었다.
그 반대라고 해야 할까.
“진성 씨라고 불러도 되는지……물어보고 싶은데.”
레니는 그 머리 색깔처럼 양 볼을 붉히고 있었으니.
이제 당황스러운 건 진성이었다.
그리고 그녀 또한 기사는 기사였다.
“어, 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원래부터 모험가랑은 친했나요?”
당황한 상대의 틈을 파고들어 공격하는 기술은 확실히 기사 서품을 받았다는 증거라고 봐야 할 테니까.
진성이 무어라 답할 새도 없었다.
나이? 무슨 나이를 말해야 하는가.
모험가랑 친했냐고? 따위에 대한 답변을 생각하는 찰나에도 레니는 재잘거리는 중이었다.
“G.S.D 님이라면 우리 단장님뿐만 아니라 부단장님, 저 대검의 아간조 님까지도 존경하는 분이신데 어떻게 제자로 들어가실 수가 있었어요?”
상대가 빈틈을 보였을 때 그 허점을 파고들어라.
그리고 상대를 당황케 하라. 그렇게 한다면…….
“아니, 사실 진짜 묻고 싶은 건 이런 게 아니라…… 만나는 분은 있으신가요?”
치명타를 입힐 수 있으리라.
진성은 그저 눈을 깜빡거리고만 있어야 했다.
아무리 눈치가 없더라도 일련의 흐름이라면 알 수 있는 게 아닌가.
‘설마 레니가-. 어, 근데 이러면…… 어…….’
꿀꺽.
진성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곳은 결국 현실이다. 진성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NPC라고만 생각했던 ‘존재’들에게도 모두 현실이다.
그렇다면 인간관계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 또한 있을 수 있는 일!
‘인게임에서도 호감도 작 같은 게 있었으니 이해는 간다만-. 그게 아니라 중요한 건-.’
진성 자신에게 호감을 표현하고 있는 자, 레니.
그녀에 대해 진성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게 오히려 문제였다.
레니의 성격이나 배경을 알고 있는 게 아니다.
게임 던전앤파이터 유저라면, 제법 많은 사람들이 레니에 대해 기억하는 것은 그 부분이 아니다.
진성은 레니를 바라보았다.
부끄러워하던 것도 조금 전까지가 끝이었다는 듯 그녀는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중이었다.
어느새 진성 자신을 관찰이라도 하려는 적극적인 자세 또한 그녀의 성정이라 해야 할까.
그러나 진성은 그 눈을 마주하며 미소만 지을 수는 없었다.
진성이 알고 있는 점 때문인 게 첫 번째 이유였으며.
“반지가 없으신 걸 보니 결혼은 하지 않으신 것 같은-.”
“죽어라아아아아-!”
“비키세요!“
“꺅!”
어느새 레니의 측면에 나타난 GBL교의 세뇌된 신도 때문이었다.
진성은 레니를 옆으로 밀치며 그대로 달려나갔다.
허리춤에서부터 뽑은 것은 검 손잡이였다.
그 끝에 부착된 날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마법사 길드의 자금을 사용해 카곤으로부터 장비를 구입했으나, 진성이 구입한 것은 일반적인 검이 아니었으니까.
우우우웅───────!
공기가 진동하는 소리가 울렸을 무렵 진성이 쥔 손잡이에서부터 뻗어 나온 것은 녹색의 빛이었다.
광검光劍. 진성은 GBL교의 신도에게 광검을 휘둘렀다.
“<다크 슬래쉬>!”
GBL교 신도의 몸을 갈라낸 ‘빔 세이버’의 날은 웅웅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레니의 눈동자에서도 비슷한 빛이 반짝이는 중이었다.